⊙ 남용을 하지만 않는다면 남성성 회복에 중요한 약물
權鏞頊
⊙ 53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회사에 다니는 55세의 K씨가 성기능 감퇴와 만성피로를 호소하며 클리닉을 방문하였다.
“몇 년 전부터 성욕이 거의 없고 발기도 잘 되지 않으며 괜히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습니다. 조금만 힘든 일을 해도 쉽게 피로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책이나 서류를 읽어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 업무능력도 현저히 떨어져서 직장에서 잘릴까 걱정입니다.”
“남성 갱년기가 의심됩니다. 테스토스테론 검사를 해보면 확실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자도 여자처럼 갱년기가 있습니까? 건강검진을 할 때 테스토스테론도 측정했는데 정상이라고 하던데요?”
“총 테스토스테론은 정상이어도 자유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져 있으면 남성 갱년기라고 진단할 수 있고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해야 합니다.”
처음 듣는 어려운 이야기에 반신반의하는 K씨의 혈액을 검사해 보니 간 기능을 포함한 다른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고 총 테스토스테론 역시 정상범위였지만 자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예상대로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검사 결과에 따라 테스토스테론의 보충요법을 받은 지 3주 후부터 성욕이 다시 생기고 만성 피로감도 줄어드는 등의 뚜렷한 호전이 보였으며, 치료 3개월 후에는 활력이 생기고 집중력과 기억력도 향상되었다고 만족해하였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을 괜히 한약이다 보양식이다 돈만 낭비했다고 투덜거리면서도 K씨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도핑 때문에 몰락한 스포츠 선수들
국가대표 수영 선수 박태환이 도핑 테스트 결과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에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이 일었다. 본인은 금지약물인지 모르고 투여했다고 주장하지만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간에 징계를 피할 수 없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양인이 독주하던 수영 종목에서 체격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이룩한 업적인 데다 후원사가 없어 힘들게 운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정심이 더해져 국민의 절대 지지를 받던 영웅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 같아 평소 박태환을 좋아했던 필자 또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스포츠에서 금지약물을 지정하고 수시로 도핑테스트를 통해 투여 여부를 검사하는 것은 금지약물 투여가 경기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어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며 선수들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훈련과 연습을 통해 체력과 기술을 향상시켜 공정하게 겨뤄야 하는데 약물의 힘을 빌려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너도나도 약물을 투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그런 약물 남용의 결과가 어떠할지는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에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도핑테스트를 통해 금지약물 투여 여부를 수시로 조사하고 있으며 만약 적발이 되면 엄중한 징계를 하고 있는 것이다.
88 서울올림픽의 벤 존슨, 사이클의 랜스 암스트롱이 약물 투여로 인해 모든 메달을 박탈당하고 스포츠계에서 추방당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테스토스테론이란?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선수들이 약물 투여라는 유혹에 빠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번에 문제가 된 테스토스테론의 효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의 일종이다. 아나볼릭은 단백동화라는 뜻이다. 투여할 경우 체내에서 단백질을 잘 만들어준다는 것인데 몸에 있는 대표적인 단백질이 근육이다. 즉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면 근육이 잘 만들어져 근육량이 늘어나 근력과 지구력이 좋아지고 피로회복 능력도 좋아진다. 단 0.1초의 차이로 메달의 색깔이 바뀌는 육상이나 수영, 사이클 같은 종목에서 근육량 증가로 인한 근력과 지구력 향상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중에 단백동화, 즉 근육량을 늘려주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스타노졸과 난드롤론 등이 있다. 모두 합성 스테로이드로서 근육량 증가에는 더 효과적이지만 부작용이 심하고 도핑에도 잘 걸려서 수시로 도핑테스트를 하는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은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이어서 부작용이 거의 없고 도핑테스트에서도 잘 안 걸려 선수들이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보통 테스토스테론을 남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을 여성호르몬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실 정확한 용어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성의 몸속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이 생성되며 마찬가지로 남성에서도 여성호르몬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의 대부분은 고환에서 만들어지며 약 5%만이 콩팥 위에 붙어 있는 부신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부신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이 만들어지므로 여성에게도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의 20분의 1 수준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결국 성(性)호르몬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여러 성호르몬 간의 균형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남성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우세하여 남성성이, 여성에서는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이 우세하여 여성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 부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남성 갱년기
테스토스테론은 사춘기 이후 남성의 성징을 나타나게 하는 호르몬으로, 생식 기관을 발달시키고 목소리를 굵게 하며 몸에 털과 수염이 나게 한다. 또한 근육을 발달시키고 성욕과 발기를 일으키며 남성들의 활력과 자신감, 집중력, 적극적 성향 등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25세 전후에 절정에 이르고 그 이후에는 1년에 1%씩 감소하며, 40세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 감소의 첫 번째 징후는 섹스에 관심이 없어지고 새벽에 발기가 되는 횟수가 줄어들며 약간의 스트레스나 음주에도 발기가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좀 더 진행되면 만성피로를 느끼고 여성의 갱년기 증상과 비슷하게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손발이 저리기도 한다. 불면증과 우울증, 불안, 초조감과 함께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괜히 섭섭해 하거나 잘 삐친다. 테스토스테론의 부족 때문에 나타나는 이런 증상들을 ‘남성 갱년기’라고 부른다.
사실 2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성 갱년기는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여성의 갱년기는 폐경으로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대부분의 50세 전후의 여성에게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에 비해, 테스토스테론은 급격한 변화 없이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모든 남성이 경험하는 것도 아니라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노화(老化)에 미치는 호르몬의 영향이 밝혀지면서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의 감소가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워싱턴 의대 연구팀이 880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내용(미국 내과 학회지 발표)에 따르면 40대 이후의 남성 중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저하된 사람은 호르몬이 정상인 사람에 비하여 사망률이 88%가 더 높다고 한다. 영국의 연구결과에서도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치가 높으면 전체 사망 및 심혈관 사망, 암사망률이 낮게 나타나는 반비례 관계를 형성한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사람에 따라 큰 차이
중년 이후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는 개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여서, 60~70세에도 테스토스테론이 원활하게 분비되어 왕성한 성생활을 즐기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40대에 벌써 테스토스테론의 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남성에서는 노화의 진행과 함께 호르몬의 감소가 서서히 일어나서 남성 갱년기를 겪지 않지만 일부의 남성들은 50세를 전후하여 마치 여성들의 폐경기처럼 테스토스테론이 갑자기 감소하여 심각한 남성 갱년기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의 갱년기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나이 탓으로 돌리거나 피로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남성들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특히 성기능이 약한 것을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여 주위 사람과 상의하거나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기보다는 애써 외면해 버리거나 효과가 불분명한 건강식품이나 보양식품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의 결핍은 성기능 저하 외에도 만성피로, 근력 감퇴, 불안, 초조, 불면증, 통증,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 등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나타내므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또한 중년 이후의 성생활은 청년 시절과는 달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성생활은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노화를 예방하고, 중년 남성의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예방하는 데도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서둘러 전문의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테스토스테론 결핍증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표)와 혈액검사 결과 테스토스테론 결핍으로 인한 남성 갱년기로 확인되면 테스토스테론제를 투여하는 것만으로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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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경우 검사 후 부족하면 보충하는 것이 좋아
혈액검사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검사하면 남성 갱년기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자유 테스토스테론을 검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데 이와 동시에 성호르몬결합단백질(SHBG)은 증가한다. SHBG는 테스토스테론과 강하게 결합하여 테스토스테론의 체내 작용을 방해하는 단백질이다. 이 SHBG에 붙들리지 않고 체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바로 자유 테스토스테론이다. 나이가 들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생성된 테스토스테론을 노화로 인해 증가한 SHBG가 붙잡고 있으니 갱년기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총 테스토스테론만 검사한 후 정상 범위 안에 든다고 치료를 안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유 테스토스테론을 검사한 후 치료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남성 갱년기 증상이 있고 검사 결과 자유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한 것으로 나오면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받으면 된다. 테스토스테론제는 주사제, 먹는 약, 바르는 약, 붙이는 패치형 등 매우 다양해 상황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치료법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주사제의 효과가 가장 크고 확실하다. 주사제는 2~3주에 한 번 맞는 것이 있고 몇 년 전에 12주, 즉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제가 나와서 더욱 편리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효과는 비교적 빨리 나타나는데 주사 후 1~2주 만에 성욕과 발기력이 좋아졌다고 하는 등 성기능 개선과 정신적 개선 효과는 대부분 1달 이내에 나타난다. 뱃살이 줄고 근육량이 늘어나는 신체적 변화는 2~3개월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부작용은 여드름이 나는 정도인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남성형 탈모, 즉 대머리가 있는 사람은 탈모가 심해질 수 있으니 투여 전에 자세히 설명을 듣고 투여를 받아야 한다. 여성호르몬이 유방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어 남성호르몬도 전립선암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장기간의 연구결과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전립선암이 있는 사람은 전립선암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투여를 금해야 한다. 양성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사람은 투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변을 보기 힘들 정도로 심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경우, 투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성도 테스토스테론 감소의 영향을 받는데 성적 극치감 저하나 성욕저하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런 증상이 심한 여성에서도 테스토스테론 보충이 도움이 되는데 남성 투여량의 20분의 1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