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제대로 알고 바르게 고르기

[제일송팀장.]

실버타운, 제대로 알고 바르게 고르기

한 자녀 세대가 늘면서 스스로 노후 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실제로 자식에게 부양의 짐을 지우기보다 실버타운 입주를 염두에 두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버타운은 부양 의무에 대한 자식들의 차선책이 아닌 이용자 스스로가 본인에게 맞는 관리를 받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 된 것이다. 실버타운을 선택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실버타운 제대로 알기


많은 사람들이 요양시설, 요양병원을 실버타운과 혼동하고 있다. 실버타운이라는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유료 양로시설이나 노인복지주택보다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이 더 많이 검색된다. 두 곳 모두 입주하는 사람이 고령자이기 때문이다. 또 70, 80대가 되고 기력이 점차 쇠해지면서 생활에 불편을 느끼기 시작하면 생활 편의시설이 잘 마련돼 있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찾게 된다. 이런 고령자를 대상으로 많은 요양시설, 요양병원 간판을 단 시설이 무분별하게 실버타운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마케팅과 상담을 하니, 자연스럽게 요양시설과 실버타운을 혼용할 수 있다. 실버타운의 사전적 의미는 '60세 이상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부 지원 없이 입주민 자비로 운영되는 다양한 휴양, 여가, 의료 서비스 시설을 갖춘 생활 편의성이 높은 주거시설'이다. 요양병원처럼 몸이 불편해 입원하는 시설이 아니라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을 영위하는 주거시설의 의미가 큰 것이다.

전국 30곳의 실버타운을 직접 탐방해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이한세 대표는 실버타운이 한적하고 고립돼 무료할 거라는 인식은 지극히 젊은이들 기준에서 본 관점이라고 말한다. 실버타운은 고령자들의 왕성한 사회활동과 교류를 위한 시설이라고 말한다.

"제가 가본 곳 중 기억에 남는 곳은 정읍에 있는 한 실버타운이에요. 잘 지어놓은 실내 게이트볼 코트에서 두 팀으로 나눠 기합과 응원을 뒤섞어가며 게임을 하는 어르신들이 계셨고, 곱게 화장하고 빨간 스카프를 두른 채 투호 게임에 열중인 여성 어르신들로 활기가 넘쳤어요. '나도 은퇴하면 내장산에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죠."

인터넷 정보나 TV 프로그램을 보면 실버타운의 생활비가 월 5백만원이라거나 큰 부자만 갈 수 있다는 식의 불명확한 정보들이 전부인 듯 말한다. 이 대표는 정말 고가인 몇 곳을 제외하면 식비 포함 월 생활비가 2백만원이 넘는 곳은 없으며, 종교단체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실버아파트는 식비 이외에 부가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비용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혼자 사시는 분들을 보면 세끼 식사를 제때 챙겨 드시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밑반찬 조금 놓고 간단히 해결하죠. 경제력의 문제가 아니에요.
돈이 있다고 한들 혼자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면 고령자들은 영양 결핍이 되기 십상이에요. 실버타운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령자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때가 돼 친구들과 같이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다 보면 정신 건강에도 좋고요."

실버타운이 노후 행복을 온전히 책임지는 것도 아니고 부양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홀로 사는 고령자들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인터넷에서 실버타운을 찾아보면 30곳 정도 나와요. 그중에 20곳은 양로원이나 요양원을 실버타운이라고 잘못 소개하고, 나머지 10곳도 좋은 점 위주의 홍보성 내용이 많아요. 직접 방문해 눈으로 살펴보고 상담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1년에서 2년 계약 갱신으로 입주하는 실버타운은 이용자의 성향에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담시에는 필기도구와 카메라를 지참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요령. 또 상담 시간은 최소 1시간 이상으로 잡고 식사 체험을 할 수 있는지 사전 문의한다. 식사의 질과 식당을 둘러보면 실버타운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딱 맞는 실버타운 고르는 법
1 경제적 여건

실버타운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보증금과 월 생활비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본인이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가이다. 특히 월 생활비는 매월 납부해야 하는 돈으로 자녀 혹은 타인에게 의존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들은 언제든지 경제적 상황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버타운 입주민 중에는 은퇴한 교사, 공무원, 군인 등 연금 생활자가 많다.

2 지리적 위치와 교통 편의성

경제적 여건으로 대략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그다음으로는 위치를 고려한다. 실버타운이 서울이나 수도권과 같은 대도시에 있는지, 아니면 한적한 지방 도시나 시골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교통이 편하고 모든 생활 편의시설이 모여 있는 도시에 살고 싶어 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텃밭을 가꾸며 공기 좋은 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또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더라도 실내에서만 머물기보다는 지인이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자주 외출한다거나 봉사활동 등 사회활동을 한다면 대중교통의 편의성도 중요하다. 실버타운 중에서도 셔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므로 이를 함께 고려한다.

3 입주민 전용 식당

고령자 건강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균형에 맞는 세끼 식사다. 입주민 전용 식당에서는 영양사와 요리사가 준비한 균형 있는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하루 세 번 잘 차려진 식사를 이웃 입주민들과 오순도순 담소를 나누면서 함께하는 것도 노후의 즐거움이다. 식당과 식단도 실버타운 선택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또 식사의 품질만큼이나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있는데, 이는 바로 식당까지의 거리와 이동 경로다. 만약 입주 세대와 식당이 다른 건물에 위치하고 있으면 그곳까지 걸어가야 하는 수고가 만만치 않다. 비나 눈이라도 내리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에 직접 내방해 세대부터 전용 식당까지 직접 걷는 체험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혹은 집에서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세대 내 취사를 허용하는지도 알아본다.

4 요양시설 운영 여부와 대형 병원 응급실 접근성

실버타운이 직접 요양시설을 운영하거나 실버타운 내 요양시설이 독립적으로 들어선 경우가 많다. 이렇게 요양시설을 함께 운영하거나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은 경우, 건강하지 못한 이들의 실버타운 입주에 대해 다소 관대한 규정을 적용하기도 한다. 또 건강한 상태에서 실버타운에 문제없이 입주를 했다 하더라도 장기간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레 노화가 진행돼 몸이 안 좋아지고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한편 노인성 질환인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뇌진탕, 호흡 곤란 등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급성 질환의 경우 대형 병원 응급실에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결정될 수 있다. 따라서 인근에 대형 병원 응급실이 있는지 살펴본다. 동시에 응급 상황 발생시 세대 내 응급 환자 감지 시스템 작동 여부, 24시간 응급처치 의료 인력 유무, 앰뷸런스 보유 여부는 실버타운별로 다 다르니 사전에 확인한다.

5 부대시설 및 입주민 프로그램

실버타운 생활이 마치 외딴 섬에 고립돼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아주 잘못된 것이다. 고급 실버타운에 가면 이제껏 평생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부대시설과 전문가들이 준비한 다양한 건강, 교양, 취미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젊은 친구들만 하는 줄 알았던 취미 동호회가 결성돼 뒤늦게 재미를 붙이는 이들도 있다. 그러므로 각종 부대시설과 프로그램이 어떻게 마련돼 있으며, 입주민들이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서로 어울리며 살고 있는지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이런 것들이 귀찮고 그저 혼자서 조용히 편안하게 지내고픈 성향이라면 부대시설이나 프로그램 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도 한다. 간혹 몇몇 실버타운은 방문하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1층 로비 등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치장하고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넓은 수영장을 보유하는 등 전시용 행정을 한다는 느낌이 드는 곳도 있으니 잘 살필 것.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제공 / 더클래식(02-2218-6000), 동해약천온천실버타운(033-534-6502) ■참고 서적 / 「실버타운 간 시어머니 양로원 간 친정엄마」(이한세 저, 골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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