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정호와 계백장군유적지를 찾아서
지난 주말(3월 16일, 토), 한국체육진흥회 충남지부가 주관하는 제150회 천사걷기행사로 충청남도 논산시의 탑정호와 계백장군유적지를 다녀왔다. 참가자는 40여명, 화창한 봄날의 호반걷기가 경쾌하였고 역사의 숨결이 스민 유적지탐방이 뜻깊었다. 제철의 딸기체험이 유익하였고.
제150회 천사걷기 참가자들
한국체육진흥회 중앙회와 충남지부 회원들은 오전 10시경 전세버스 편으로 천안역광장을 출발하여 오전 11시 반에 탑정호 주변에 도착예정, 이에 맞춰 우리 부부는 오전 10시 반에 열차편으로 논산역에 내려 지인의 안내로 점심장소인 호반의 식당으로 향하였다. 식당주변에 이르니 오전 11시, 여유시간을 이용하여 호젓한 분위기의 한촌일원을 돌아보노라니 12시 가까이 일행을 태운 버스가 도착한다. 이어서 세종지부 회원들도 합류. 점심메뉴는 잡어가 뒤섞인 매운탕, 맛집으로 알려진 명소답게 뒷맛이 개운하다.
식사 후 밖으로 나오니 두툼한 유인물과 푸짐한 간식이 담긴 봉지를 하나씩 나눠준다. 내용물은 논산문화원에서 마련한 탐방자료와 먹음직스런 시루떡, 일행을 반기는 각별한 배려가 고맙다. 오후 1시에 버스에 올라 걷기출발장소로 이동, 10여분 지나 관광인파로 북적이는 주차장에 이른다. 탑정호는 1944년 일제말기에 준공된 오랜 인공호수, 예당저수지에 이어 충남에서 두번째로 큰 저수지로 둘레가 20여km. 한 바퀴 도는데 6시간이 걸린다는데 수 년 전에 개통한 길이 600미터의 출렁다리가 명품이다.
경관이 수려한 탑정호와 출렁다리 전경
화창한 봄날의 주말, 데크 길 따라 30여분 걸어 출렁다리에 이르니 좌우로 넓게 트인 호반경관이 수려하고 무리지어 다리를 건너는 관광객들의 표정이 해맑다. 더러는 출렁이는 다리의 진동에 겁먹은 표정이기도. 다리 건너 30여분 더 걸으니 언덕 넘어 황산벌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계백장군의 동상, 사당, 묘가 배향된 계백장군유적지와 백제시대의 유물과 군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백제군사박물관이 조성된 역사의 현장에 들어선다.
잠시 숨을 고른 후 계백장군의 충혼이 서린 유적지를 돌아보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선인들의 숨결을 되새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안내한 김명중 회원의 코멘트, 역사에서 승자는 기록으로 남고 패자는 전설로 남는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74호로 지정된 계백장군 묘에 새긴 논산시장의 설명문, 계백(階伯, ?~660)은 백제의 장군으로 벼슬은 달솔(제2품)이며 백제말기 성충, 흥수와 더불어 백제3충신으로 꼽힌다. 660년(의자왕 20년) 소정방과 김유신의 나당연합군이 백제로 쳐들어 왔으며 의자왕은 계백에게 5,000명의 결사대를 주어 이를 막게 했다. 계백은 죽기를 각오하고 출전하여 1당100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4번을 싸워 이겼으나 결국 중과부적으로 패배하여 황산벌에서 전사했다. 계백의 충성어린 죽음을 본 백제의 유민들이 장군의 시신을 은밀하게 가매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그 후 백제의 유민들과 묘소 인근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묘제를 지내오던 관행이 이어져 오다가 1680년(숙종6년)에 장군의 위패를 주향으로 모신 충곡서원을 건립하고 향사를 지내왔다. 1976년 부적면의 뜻있는 분들께서 ‘계백장군 묘소 복원추진위원회’를 조직한 후 기금을 모아 묘소의 정비를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후 논산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1989년 계백장군 묘역이 충청남도 문화재로 지정되고 박물관과 사당 건립 등 유적지 성역화사업을 추진하여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016. 10.’
논산문화원 자료의 설명, '서기 660년 백제의 계백장군은 동쪽에서 쳐들어오는 5만 명의 신라군을 맞아 5천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로 나와 처음에는 4번 싸워 이겼으나 중과부적으로 끝내 오천결사대와 함께 장렬히 최후를 마쳤다. 오늘날에도 황산벌 일대에는 황산마을, 충곡리 등 전쟁과 관련한 지명들이 전해오고 매년 4월 계백장군 사당인 충장사에서 제향을 올린다.' 묘소 뒤편의 언덕에 올라 신라와 백제의 명운을 가른 황산벌 전투현장을 조망하며 영화, 황산벌의 영상을 되새기기도.
역사의 숨결이 서린 계백장군유적지의 안내판
오후 3시 지나 버스에 올라 계백장군유적지를 출발하여 딸기체험 장소로 향하였다. 체험 장소는 부적면의 딸기재배단지에 있는 김권중(이번 행사를 주선한 김명중 회원의 동생이자 4년 전 백의종군길 걸을 때 인근 풋개마을 이장으로 그 마을을 지나는 걷기일행을 주민들과 함께 환영했던 농촌지도자) 씨의 딸기농장, 지금이 제철로 이번 주부터 논산시민가족공원 등에서 딸기축제가 펼쳐진다. 이 부근은 백의종군걷기행사 때 두 번이나 지나쳤던 딸기주산지, 낯익은 지역을 제철에 찾는 감회가 별다르다. 잘 익은 딸기들이 주렁주렁 달린 딸기밭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재배현장에서 싱싱한 딸기를 맛보는 표정들이 흐뭇하다. 체험 기념으로 딸기 한 팩씩 받아들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워라.
딸기체험 현장을 돌아보는 동호인들
오후 4시에 일행은 버스에 올라 천안으로, 우리 부부와 세종지부 회원은 승용차에 올라 논산역으로 향하였다. 수려한 호반걷기, 역사의 숨결 서린 유적지 탐방, 제철의 딸기체험 등 충실한 코스를 준비하고 진행한 한국체육진흥회 충남지부와 김명중 회원의 노고에 감사하며 150회에 이른 천사걷기의 꾸준한 건행에 박수를 보낸다. 오가는 길 논산역까지 픽업해준 김권중 씨에게도.
* 젊은 시절, 내나름의 기준으로 대비되는 역사상 인물을 몇 쌍 조명한 적이 있다. 조명의 초점은 고종명(考終命)과 비명(非命)의 삶, 내 저울추는 보다 의로운 삶을 이룬 비명 (非命)으로 기울었다. 그 첫 번째가 계백과 김유신, 그 부분의 기록과 최근에 이에 대한 소회를 정리한 내용은 이렇다.
‘멸망하는 백제의 패장 계백이 승리하는 신라의 명장 김유신과 자웅을 겨루다가 꺼져가는 나라를 구하지 못하고 비통하게 자결한 상황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여러 해 전에 제작된 계백과 김유신의 건곤일척을 골간으로 한 황산벌이라는 영화를 흥미롭게 시청하였다. 장엄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유머러스하게 다룬 코믹영화, 평가는 각자의 몫.
3년 전 걷기행사로 경주를 지나며 김유신묘를 찾았다. 그때의 기록, ‘경주를 여러 차례 지났어도 김유신 묘를 찾을 기회가 없었다. 일부러 짬을 내어 찾은 김유신 묘, 입구에서 묘소까지 울창한 소나무 숲과 각종 꽃이 잘 가꾸어져 있고 관리도 철저한 듯, 신라대각간 김유신 묘라 적힌 묘소는 봉분 아래에 둘레돌(12간지의 동물조각상을 새긴)을 배치하고 돌난간을 두르는 등 왕릉보다 품격 있게 꾸며져 있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공로가 천세에 빛나누나.’
걷기행사의 일환으로 3월 중순에 논산을 찾는다. 계백장군묘역을 지나는 코스, 뒤늦게 계백의 행적을 살필 수 있음을 기쁨으로 기다린다. 걷기를 통하여 유장한 역사의 편린을 조망할 수 있음은 분외의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