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순수
실미도 1,000만 관객 돌파
태극기 휘날리며 1,000만 관객 돌파
왕의 남자 1,000만 관객 돌파
괴물 최단시간에 1,000만 관객 돌파
난 이들 영화를 하나도 보지 않았다. 누군가가 내 마음 밭에 누룩을 뿌리고 내 마음을 자기가 원하는 술로 만들려는 것 같아서 일부러 보지 않았다.
나는 일생동안 ⌈갑골 길⌋과 ⌈그리운 남풍⌋ 단 2권의 시집을 낸 내 은사님을 존경한다. 그분께서는 자기 마음을 속일 수가 없어서 두 권의 시집만 썼다. 「비파나무로 서서」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천상에서 땅으로 보내진 이 시대의 마지막 순수 서정 시인이다. 추억은 생명의 근원임을 알게 하시려고 나이든 제자에게 ‘경편기차’를 태워 주셨다.
순수하지 못한 것은 예술이 아니다. 영혼을 조종하려는 도구일 뿐이다. 나는 종교나 예술 또는 교육의 뒤에서 사람의 영혼을 포획하여 자기 목적을 이루려는 숨은 얼굴들을 종종 본다. 모든 문학예술 장르 중에서 수필이 가장 순수하다. 수필에는 자기 고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늦게 출발하였지만 수필이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 믿고 수필이라는 화두에 빠져 있다. 천만 수필가가 사색에 젖어 있다면 그가 아무리 마왕이라 할지라도 단 한명의 영혼도 낚아가지 못할 것이다.
수필 한편을 쓰기가 참으로 힘이 든다. 내가 아직 진정으로 참회하지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죽여야 수필이 사는데 어느 쯤에 가서야 내가 사라질지 모르겠다.(2008. 3. 19)
비파나무로 서서 -어머니 산소 앞에서
도광의
해거름 해서 산소에 갔다 가시던 날에는 눈이 왔는데 익은 벼 이삭들이 머리 숙인 무덤 앞에 서니 자욱한 안개비 풍경을 가린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넓은 잎 떨구며 울고 섰는 것이 비파나무라더니 칠순을 겨우 넘기고 가실 일을 엇길로만 가던 자식이 비파나무로 서서 울고 우는 것이다 마른 손으로 평생 일 못 놓으시고 돌갓,돌미나리 보자기에 싸서 회나무 서 있는 동구까지 따라와 무명 밤물들인 동저고리 바람에 수척한 얼굴로 서 있는 어머니 산소 앞에서서 비파나무로 울고 있는 것이다 -<전문>-
제 고교 은사이신 시인 도광의님의 시 입니다. 쉰이 넘어 만난 제자에게 경편기차를 태워주며 수필을 쓰게 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