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사랑법
여전히 고기를 매우 좋아하지만, 배달 대신 다회용기를 챙겨 나가 직접 치킨을
사 오는 멋진 내 남편이 있고, 남편이 통을 내밀 때마다 말없이 응원하듯 생맥주
한 잔을 특별 서비스로 내주시는 동네 치킨집 사장님이 있다. 구운 고기와 곱창을
좋아했지만 먹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는 이 책의 편집자님이 있고, 여러 번
깜빡했는데 오늘을 잊지 않고 장바구니를 챙겨 왔다며 배시시 웃던 옆반
선생님도 있다. 작고 뽀얀 손으로 병뚜껑과 종이팩을 모아오던 초등학생들이
있고, 교원능력재발명가에 ‘학교에서 제로 웨이스트 교육을 해 줘서 가정에서도
쓰레기에 더 신경 쓰게 됐다.’라고 적어주신 학부모님도 있다. …성격, 취향,
관심사, 상황, 건강 상태까지 모두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강도로 제로웨이스트,
비건을 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어떤 선생님은 내게 류머티즘으로 손목이
아파 집에서도 가벼운 종이컵밖에 쓸 수 없는 어머니 얘기를 들려줬는데,
그 어머님고 내가할 수 있는 실천의 방법이 같을 리 없다.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가되, 더 건강하고 더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분들의 몫까지 좀 더 등에 얹혀서 걸어도 좋겠다. 이렇게 우린 저마다의 지구
사랑법으로 행동하고 서로를 보완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혹시
모르지? 평범한 이들의 별일 아닌 실천과 사소한 변화들이 음표가 되어 모두 한
방향으로 모인다면 지금의 위기를 치유할 기적 같은 멜로디로 울려 퍼질지도… .
이은지|최소한의 지구 사랑법|클랩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