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상추 맛 보고 싶어 너부내상추 모내서 심었다.
작년에 곧뿌림으로 가을상추 심는 때에 씨 뿌려봤을 때,
봄에 비해 초기 자람에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번엔 좀 시기를 당겨서 8월 11일 모를 내봤고, 8월 말일에 두둑에 옮겨 심었다.
한참을 자라다가 2~3주 정도 지날쯤 어린잎 뜯어먹기 시작했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뜯어서 맛봤다.
봄에는 선선한 그늘이 있는 이랑쪽에 심었더니 연두녹색빛이 많았는데,
가을엔 해 좋은 곳에 심으니 상추 어린 시절부터 붉은빛이 많다.
추분~한로.
뿌리남새 캐고 열매남새 저장하고 밀보리 심고 일 계속 이어지는 때,
몰리지 않게 봄부터 가을까지 길게 자란 뿌리남새들 먼저 캐기 시작했다.
그 중 붉은땅콩을 먼저 캤다.
한창 자랄 때 다른 일에 밀려 김매기가 늦어졌더니 줄기가 웃자란 느낌이 있다.
붉은땅콩은 그루가 큰 편이 아니라 한 구덩에 두 그루가 함께 자라게 해도 자람에 지장이 없는 편이다.
작년에 이어 두 해째 홍천살이하고 있는 완주봉동생강도 캤다.
봄에 늦게까지 있었던 서리 피해서 싹을 올려 6월 20여일쯤에 싹 볼 수 있었는데
터전에서 추위가 늦게 풀리는 이랑이기도 해서 싹 올리는 시기에 영향을 줬겠다 싶다.
그런 중에 뿌리를 잘 키웠고, 넣었던 씨생강 통통하게 나와서 생강차로 먹으려고 한다.
생강은 긴 겨울동안 선선한 실내에서 보내야 하니
마른 모래와 함께 켜켜히 쌓아 상자에 넣기 전에 생강 뿌리를 바람에 충분한 시간 가지고 말리는 것이 좋다.
채반에 펼쳐둔 생강은 바깥 추위 생각해 헛간에서 부억방으로 들어온지 좀 됐다.
다음은 고구마 이랑으로 옮겨 고구마줄기 두어 차레 끊었다.
진안재래흰고구마 줄기가 맛있다는 얘기 들어 그 자리에서 줄기 끊고 데쳐서 말렸다.
진안재래물고구마, 진안재래흰고구마, 진안밤고구마.
줄기 내서 심었던 고구마들 고라니에 줄기 먹힌 적도 있었는데,
다행히도 뿌리 건드리는 님은 없어서 고구마 알을 잘 건졌다.
고구마 캐기는 돕는 손길 있어서 고맙게 거저먹었다.
고구마도 바람에 잘 말려 부억방으로.
뿌리남새 여럿 캐는 사이 사이
한창 달리고 있는 열매 가지고 들어왔다.
사근초 쇠뿔가지 너부내상추 늦옥수수로 심은 제주검은찰 어금니동부 나주땅콩
붉어진 쇠뿔가지, 사근초, 칠성초는 따서 말리는 동안 햇빛 가득 담고있다.
고추는 햇빛 뜨거운 때는 지붕위로 올렸다가
산너머로 해 기울 때는 얼른 마루로 가져와 습 먹지 않게 한다.
올렸다 넣었다 재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일.
고추에 비해 가지는 말리기 수월하다.
먹기 좋게 잘라서 햇빛 드는 툇마루에서 며칠 말리면 바짝 쪼그라든다.
이 때 터전 윗쪽 밭 풍경은 이렇다.
사근초 쇠뿔가지 열매 달리고
산도는 알 채워가기 막바지라 자연스레 고개 숙인다.
곳곳에 심어 자라고 있는 부채콩은 몸집 적당하게 키우고
콩대 중심으로 꼬투리를 여럿 달고 자라고 있다. 콩도 한창 알을 채우는 중.
진주대평무는 고라니에게 잎 먹혀 여럿 잘려나가기도 했지만
뿌리를 키워가는 중이다.
내어준 열매 따고 캐서 먹고 말려 저장하는 동안,
터전 한편에선 한창 제 자람 이어가는 생명들 있다.
모두에게 고맙고 고마운 뿐.
저마다 제 때 맞게 살아가느라 벌어지는 일들을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때다.
첫댓글 밭 풍경과 말리고 저장하며 널어 놓은 풍경에서 가지런함을 느끼게 됩니다.
올해 받은 상추 씨가 넉넉하지 않다고 느껴서 가을상추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 듣고도 건너 뛰었는데(내년 봄을 대비해서)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해봐야겠어요. 가을에도 가끔 잎남새 생각이 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