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길 vs. 문재인의 길.

[정해균]

지난 10월26일은 고박정희 전대통령께서 김재규가 쏜 흉탄에 맞아 돌아 가신지 40주년 되는 날이다.

고박정희 전대통령이 생전에 쌓은 튼튼한 안보와 경제발전의 기반 위에서 대한민국은 오늘날 번영과 자유 그리고 풍요를 누리고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며 소설가 복거일의 악극본 “박정희의 길”을 빌러 박대통령의 살아 생전 애국하는 모습의 몇몇 장면을 생생하게 회고해 보려고 한다.

● 서독 뒤스부르크시에서 광부와 간호원과 함께.

때:  1964년 12월 10일

장소:  서독 뒤스부르크시 함보른 탄광회사 강당.

장면:  광부로 이루어진 취주악단이 애국가를 연주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감정이 북받친 사람들의 목소리가 탁해지고 더러 갈라진 목소리들도 나온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모두 눈물을 흘리느라, 마지막 소절은 잘 나오지 않는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기리 보존하세.”

애국가 연주가 끝나자, 박정희 대통령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코를 푼 다음, 연설을 시작한다.

박정희 대통령:  여러분, 만리타향에서 이렇게 상봉하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조국을 떠나 이역만리 남의 나라땅밑에서 얼마나 수고 많으십니까?  서독정부의 초청으로 여러나라 사람들이 이곳에 와 일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제일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광부 여러분, 간호원 여러분, 모국의 가족이나 고향 땅 생각에 괴로움이 많을 줄로 생각되지만, 개개인이 무엇 때문에 이 먼 이국에 찾아왔던가를 명심하여 조국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비록 우리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읍시다.

흐느끼는 소리가 커지자, 박정희 대통령이 연설을 중단하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다.  광부와 간호원 그리고 수행원 모두가 울음을 터뜨린다.

●청와대 집무실에서 정주영, 이병철과 함께.

때 1968년 1월

장소: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장면:  박정희 대통령이 책상 위에 놓인 지도를 들여다 본다.  책상엔 자와 연필들이 놓여 있다.

박정희:  정사장님, 이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정주영: (책상 앞으로 다가서면서) 각하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우리나라 지도 아닙니까?

박정희:  예, 고속도로 노선을 다시 점검하는 겁니다. 길을 한번 내면, 다시 고쳐 내기가 힘들죠.  처음에 낼 때 잘 내야죠.

정주영:  각하, 길을 뚫은 것은 제가 좀 해보았습니다.  각하 말씀대로 길이 생겨야 다른 것도 생깁니다.

박정희: (지도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가 생기면, 온 나라가 활기차게 움직일 거요.  도로는 사람의 핏줄이나 마찬가지잖아요?  도로가 좋아야, 사람과 물자가 쉽고 빠르게 움직이지.

정주영:  참으로 좋은 말씀입니다.

이병철:  각하의 혜안엔 그저 감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정희:  우리가 낸 길을 따라 차들이 많이 다니면, 점점 더 크고 멋진 고속도로들이 생겨 날 겁니다.  길이 없으니, 차가 안 다니고, 차가 안 다니니, 길다운 길이 생기지 않는 악순환을 우리 대에서 끊읍시다.

정주영:  잘 알겠습니다. 각하, 각하의 뜻을 받들어, 꼭 고속도로를 완성하겠습니다.

●경제기획원 회의실에서 목숨을 걸 것을 다짐한 선구자들.

때:  1969년 6월

장소:  경제기획원 회의실.

장면:  김학렬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간부회의를 주재한다.

김학렬:  그저께 각하께서 임명장을 주시면서 물으셨습니다.  “김수석, 내가 임자에게 경제기획원을 맡긴 뜻을 알겠소?”

그래서 각하께 말씀 드렸습니다. “각하, 포항종합제철 사업을 이루어 각하께서 베푸신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각하의 염원인 종합제철 사업을 도와 주겠다는 나라가 하나도 없소. 그들은 우리가 제철사업애기만 꺼내면, 2차대전 뒤 의욕적으로 종합제철 사업을 추진했던 나라들 가운데 성공한 나라가 하나도 없다는 것만 들먹이오. 

“인도, 터키, 멕시코, 브라질”하고 실패한 나라들을 줄줄이 꼽아요.  미국사람들, 유럽사람들, 세계은행 사람들이 ‘인도도 실패했고 터키도 실패 했고’ 하고 읊기 시작하면, 난 두통이 시작돼

황병태(국장):  저희도 지겹게 들었습니다.

김학렬:  그런 애기에도 물론 일리가 있어.  그런데 그런 애기를 하는 사람들이 놓친 것 이 하나 있어요.  그 사람들이 놓친 것은 지도자요.  인도, 터키, 멕시코, 브라질에 없었지만 지금 우리대한민국에 있는 요소는 지도자요.  지향해야 할 목표를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사회의 역량을 그 목표에 집중하는 지도자, 오직 나라의 앞날 만을 생각하는 강직한 지도자, 그것이 그 나라들에 없었고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요소요. 결정적 요소요.

그리고 용장 아래에 약졸 없다고 하잖소?  우리도 있소.  제철에 실패한 나라들에 우리만한 테크노크랫들이 있었다고 나는 생각지 않소.

황병태(국장):  감사합니다.  저희도 분골쇄신 하겠습니다.

김학렬:  좋은 애기요.  가난한 나라에선 우리 같은 테크노크랫이 선구자가 되어야 하오.  이제 우리는 선구자의 정신으로 제철사업에 매진하오.  사람이 목숨을 건다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되지만, 나는 이 일에 목숨을 걸겠소.

일동(회의에 참석한 경제기획원 간부: (모두 진지한 얼굴로) 저희도 목숨을 걸겠습니다.

이상 소설가 복거일의 극본 “박정희의 길”에 나온 대화록을 들려 들었습니다.

한일수교를 반대한 6.3세대에 속한 필자는 박정희 대통령이 야당과 대학생들의 결사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결행한 한일수교가 얼마나 위대한 국가적 과업인지 이제 와서야 그 중요성을 인식 할 수 있게 되었다.  고 박 전 대통령은 후진국사람들에게 백일몽에 가까운 제철입국의 꿈을 일본 정 재계의 협조와 대일청구권자금을 이용하여 실현시킬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한일 관계가 원만 하지 못하나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선린관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유사시 중국과 북한의 적대행위를 봉쇄 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삼각유대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그때 당시 만난을 무릅쓰고 한일수교를 결심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견지명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 장군이 5.16 군사혁명을 일으켰을 때 필자는 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다.  당시 아버지가 농업은행(현 농협의 전신)에 다니셨는데 군사정부가 은행간부의 정년을 단축시켜 아버지가 일찍 은행을 그만두셨던 기억이 난다.  오로지 아버지의 월급에 의존하여 생활하던 우리가족에게는 5.16 군사혁명이 청천벽력과 같았다.  아버지의 소득원이 막히자 .나와 동생들의 학비조달도 막막했다.  이런 개인사적인 고통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4.19이후 혼란으로 인한 통치불능상태를 바로잡아 자유대한의 공산화를 막아내고 새마을 운동으로 국민들에게 자조의 정신을 심어준 박정희 대통령을 흠모하고 존경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1973년부터 세금감면조치, 수출지원조치, 운영비보조 등 새마을 공장 육성 정책을 추진했다.  추진과정을 보면 과거 운영실적을 기초로 성과가 있으면 지원하고 성과가 없으면 지원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추진 되었다.  당시 270여개의 농촌 공장 중 30퍼센트정도가 좋은 성과를 내고 나머지 70 퍼센트는 성과가 미흡하였다.   당시 정부는 성과를 낸 30퍼센트는 지원을 확대하고 다른 공장에 대해서는 지원을 삭감하였다.

만일 박정희 대통령이 차등지원에 따른 정치적 부담에 민감했다면 균등지원을 채택했을 것이다.  경제의 영역에서 정치를 축출한 박정희 대통령의 순수한 자조 자활의 유인 정책을 엿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주도로 국가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중화학 공업을 일으켰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 돈을 물써 듯이 쓰며 세금주도 경제성장의 모래성을 쌓으며 노인들의 단기성 일자리가 늘어난 통계로 고용지표가 개선되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관은 보수우파의 관점에서 보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유엔제재로 막힌 북한과의 관광 등 교류활성화를 “창의적인 해법”이란 이름으로 우회 접근하라고 통일부를 옥죄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조급하게 평화 경제를 외치며 일편단심 북한과의 교류촉진을 위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론조사에서는 문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외교 잘하는 대통령”으로 둔갑시켜 긍정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얼마전 DLF, DLS 파생상품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 쪽박을 찬 투자가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보도 되었다.  정기예금 금리가 턱없이 낮아 매력이 없으니 높은 수익율을 꿈꾸는 투자가들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하는 투자상품을 믿고 투자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DLF, DLS상품에 실망한 투자자가 집단소송을 제기 한 사유는 불완전 판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허탈감을 안길 경우 문대통령에 대한 묻지마 지지자들이 헌법기관에 집단구제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마치 투자가들이 파생상품을 판매한 금융기관을 상대로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 하듯이.

역사의 물결이 남긴 앙금에 편승하여 반일정책을 펼치는 한편 민족감정에 기대어 친북노선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정치세력에 대해 침묵하는 국민 59%(문대통령 당선 득표율 41%)는 더불어 민주당의 불완전 판매에 속지 않았다.  그러나 여당답지 못한 무책임한 국정 운영에 분노를 삭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몰아낸 촛불세력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특별히 봐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마치 윤석렬 검찰 총장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듯이 촛불의 단죄도 진영이나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40주년에 즈음하여 박정희 대통령이 신봉했던 경제 발전의 원리를 정리해보자.

첫째, “경제적 차별화”는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인 반면, “경제평등주의”는 경제정체의 충분조건이다.

둘째 민주정치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치의 경제화”는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인 반면, “경제의 정치화”는 경제정체의 충분조건이다.

여기서 “정치의 경제화”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경제적 차별화 원리의 실천을, “경제의 정치화”는 정치적 고려하에 경제적 차별화 원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셋째 시장과 기업, 그리고 정부, 3자가 삼위일체가 되어 수월성을 추구할 경우에만 그 교집합으로서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끝으로 경제의 변화와 발전은 불평등을 그 본질로 한다. 즉 행위주체의 경제적 성과에 따른 차등대접을 의미 한다. 

-박정희 살아 있는 경제학 중(좌승희 지음)에서

큰 정부가 부의 재분배와 규제정책을 통해 더 평등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좌파경제학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하이에크 같은 학자는 소득 재분배가 일할 의욕을 약화 시킨다는 폐단을 지적했다.  극단적인 예로서 과거 소련에서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급여를 주는척하고 노동자들은 일을 하는 척 했다(The government pretend to pay us and we pretended to work.).”를 들 수 있다.

홍콩, 스웨덴 스위스 그리고 프랑스를 비교 분석한 연구는 정부에 의한 소득 재분배가 빈곤 퇴치의 필요조건이 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1950년대의 홍콩에서는 대다수의 사람이 빈곤층에 속했었는데, 광범위한 소득이전 시스템이 없어도 이들의 소득 수준이 최근 선진국과 비교 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되었다.  스웨덴의 복지수준은 대단히 관대 했지만 빈곤수준은 그렇지 못한 스위스와 비슷했다.  프랑스는 스웨덴과 비슷한 복지지출을 했지만, 프랑스가 스웨덴에 비해 훨씬 높은 빈곤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좌파인사들은 서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고집한다.  그러나 그 방법에 있어 서민들의 자존감을 살려 주기 보다 자기들이 서민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것을 선호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초연금, 아동 수당 그리고 청년 수당 등을 통해 현금을 국민에게 지급한 규모가 올해 42조원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세금으로 현금을 지급받은 국민은 1200만명에 달한다.  인구 4명중 1명 꼴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율 2%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성태윤 연세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거시경제의 구성요소인 소비, 투자, 수출 등 거의 모든 항목이 약화하며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현재 정부의 경제 진단과 전망은 단발성 착오를 넘어 체계적 오류에 가까워지며 신뢰를 잃고, 효과도 약화하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대통령 치하에서 우리국민은 공산주의와 싸우면서 경제적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북한 주민의 빈곤수준은 공산주의를 철저하게 신봉한 결과임을 우리국민은 목격했고 피부로 느낀 것이다.  우리국민이 자유민주주의에 애착을 느낄 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두환 정권은 민의와 관계없이 들어섰지만 박정희 방식의 경제 성장모델을 유지한 점은 높이 평가 할만하다.  전두환 대통령 재임기간 중 우리나라에서 국제수지표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경상수지흑자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1986년 46억달러, 1987년 99억달러 1988년 142억달러를 기록했다.  4.19 혁명이 우리나라도 자유민주주의 정신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우리국민에게 심어 주었다면 1986-1989년간의 지속적인 경상수지흑자 실현은 우리경제가 자립 할 수 있는 능력을 세계에 천명한 사건이다.  1980년대 경상수지흑자실현은 “경제분야에 4.19”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물론 1977년에 1-2백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실현된 일이 있지만 이는 통계적 오차에 해당 할 만한 작은 규모로 큰 의미를 부여 할 수 없다.  전대통령의 이러한 경제분야 치적은 김재익 경제수석 등 당시 경제관료들의 실사구시적인 노력이 주효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이념적인 편향을 벗어 던지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때 비로서 유능하고 실력 있는 사람을 정부 각료로 초빙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념의 벽이 허물어지면 우리사회의 구성원간 너그럽지 못한 풍토가 점차 완화될 것이고 문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권좌에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는 길도 아울러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God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다)라는 서양속담과 일맥상통하는 새마을 운동의 성공요인인 자조(自助)정신이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국가경제개발 전략의 근간이었다.   이제 노인이 된 필자가 외롭지 않게 스스로 여생을 꾸려가는데도 자조 정신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것이 고박정희 전대통령 서거 40주년에 덤으로 얻은 새삼스런 깨달음이기도 하다. 

[허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조근로정신을 국민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산업의 결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동차 산업, 조선산업, 전자산업, 및 4차사업의 기반을 상상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자조근로 정신은 과거 어느때보다 지금이 더욱 필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정해균 동기생의 60-70년대의 고난의 역사 지적은 매우 가치있는 것입니다. 나는 박정희를 프랭크링 루즈벨트 전 미 대통령, 드 골 전 프랑스 대통령에 올려 놓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