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A, B, C, D 네 코스 중 '석골교 → 석골폭포 → 얼음굴 갈림길 → 갈라진 바위 → 함화산 → 운문산 → 암릉(밧줄) → 딱밭재 → 범봉 → 삼지봉 → 팔풍재 → 갑판 계단 → 억산 → 석골사 → 석골교 → 주차장'의 A 코스 12km 구간의 환 종주를 6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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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화산[含花山]
높이: 1,107m
위치: 경남 밀양시 산내면
운문산[雲門山]
높이: 1,195m
위치: 경북 청도군 운문면
영남지방에 해발 1,000m가 넘는 운문산, 고헌산, 가지산, 천왕산,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 문복산 등의 준봉이 일대 산군을 이루며 솟아 있는데 이 산군을 알프스에 비길 만큼 아름답다는 뜻으로 영남알프스라 한다. 영남알프스 산군 중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는 운문산(1,188)은 영남 7 산의 하나인 명산으로 웅장한 암봉과, 기암괴석, 울창한 수풀이 심산유곡을 이루고 있다.
거찰 운문사와 폭포로 이어지는 학심이골 계곡이 있고 남쪽에는 석골사를 중심으로 한 사운암계곡과 호박소를 중심으로 한 쇠정골계곡, 그리고 찌는 듯이 더운 복중에 얼음이 어는 두 군데의 얼음골이 있다.
동쪽으로는 유명한 석남사가 있다. 고찰인 운문사에서 4백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처진 소나무(반송: 천연기념물 180호)가 경내에 있다. - 한국의 산하
억산[億山]
높이: 954m
위치: 경남 밀양시 산내면
억산은 영남알프스의 운문산 인근 서쪽에 있는 산으로 사람의 인적이 드문 깨끗한 곳인 데다 가을이면 `낙엽 쌓인 융단 길'로 이어져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다만 산행길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가파른 오르막이 많은 데다 군데군데 암반이 가로막고 있어 코스마다 적절한 체력 안배와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산행코스는 경북 청도군 매전면 황점리 운문사 버스정류장- 등심바위- 666봉- 대 비재- 영남알프스 주 능선- 팔풍재- 억산(944m)- 석골사- 경남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로 이어지는데 산행 시간은 5~7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은 운문사 버스정류장에서 출발, 주차장을 끼고 흐르는 개천을 건너면 바로 시작된다. 주차장 왼쪽 모서리 쪽을 보면 `원두막 집'이라는 간판이 서 있다. 이곳 제방으로 올라 개천으로 내려서면 부서진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개천을 건너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10여 분 오르면 잘 단장된 묘지 한기와 만난다. 이곳에서 왼쪽 아래 개울로 내려서면 가파른 오르막이 산행자를 반긴다. - 한국의 산하
3월 첫 주 일요일인 3일은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가 공지한 밀양 함화산, 운문산, 억산 연계 산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애초 ‘억산’은 백두대간, 100 명산 오르기가 끝나고, 천고지 산행이 5 산을 남겨두고 지지부진해, 다음 산행 목표를 세우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지금은 없어졌으나, ‘산림청 숨겨진 우리산 244’ 목록에서 알게 된 산이다. 한때는 숨은 명산이라고 산림청 목록에 있어,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은 안내산악회에서 찾던 산 중 하나가 억산이었으나, 2019년 산림청이 숨은 명산을 폐기한 이후 주변 산꾼만 찾는 오지로 전락한 비운의 산이다. 그러다, 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 팀에서 2023년 8월 31일 일정으로 귀천봉과 연계한 억산 산행 계획을 일정 게시판에 공지했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서도 이번과 같은 함화산, 운문산, 억산 연계 산행을 토요 산행으로 공지한다.
당시 목요 오지 팀과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비교해 보고, 산행보다는 산행 후 하산주에 무게 중심이 더 기울어져 보이는 목요 팀보다는 순수 산행에 집중하는 산악회 계획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토요일은 중요한 일정이 있어, 목요 팀 산행을 주시했다. 그런데, 산행 전 아무리 생각해도, 목요 팀 억산 산행 계획은 마음에 안 든다. 와중에 억산과 같은 날 진행하는, 손꼽아 기다리던 팔영산 선녀봉 코스 산행이 일정 게시판에 공지됐다. 해서 두 산행을 비교하다가, 과감히 팔영산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8월 31일 산악회 버스가 출발하는 사당으로 갔으나, 기사가 늦잠을 잔 덕분에 산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인데, 억산 또한 현지 기상이 좋지 않아 11월 9일로 연기됐다. 고로 8월 31일은 억산, 팔영산 다 못 갔으나, 팔영산은 2023년 11월 21일 다녀왔다[산행기].
마음에 들든 아니든 딱히 갈만한 산도 없어, 8월 31일에서 11월 9일로 연기된 억산 산행을 신청하기는 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꺼림칙함은 여전했다.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억산 산행이 오지치고는 꽤 호황이었던지라, 아무래도 이른 시일 안에 같은 산행 계획을 공지할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와중에 가격으로 승부하는 안내산악회에서 11월 10일 금요일 심야에 출발하는 낙남정맥 1구간 산행을 공지했다. 낙남정맥이야 관심 밖이나, 지리산에서 유일하게 오르지 못한 외삼신봉이 그 구간에 있다. 해서 오지 전문 산악회의 억산 산행을 기다리기로 하고, 오지 팀 건 취소했다. 그리고 산행 중 일행 중 한 명에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당연히 외삼신봉을 다녀왔다[산행기]. 고로 두 번째 버림받은 오지 팀의 억산이 됐다. 비운의 억산이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서 3월 3일 출발 억산 산행 계획을 게시판에 공지했다. 그것도 내가 강력히 원하는 일요 산행이다. 해서 공지를 발견하자마자 신청해, 3월 3일 신사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한다. 당일 날씨는 기상청 산악날씨 운문산 예보에 의하면, 당일 약간 흐리나, 기온은 영상 6℃~9℃ 사이, 바람은 3m/s로 야간 강하나, 전형적인 봄 날씨가 될 거라는 예보지만, 일단은 기존과 같이 산행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일요일이라 신사역 김밥집이 문을 열지 않아, 이번 미숭산행과같이 연서 시장표 마약 김밥을 사 갈 예정이다. 안내산악회에서는 날머리에 식당이 없다고 했지만, 영업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날머리 직전에 '부산집'이라는 식당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번에는 안면을 튼 산꾼이 없어 혼술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영업해도 혼술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 – 1
지난주 일요일과 같이 마누라가 대기업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서해랑길 도보여행 나서는 바람에 평소보다 30분가량 일찍 일어나, 볼일을 보며, 밤사이 변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마누라가 양재로 떠난 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연신내 연서시장에서 김밥을 사기 위해 5시 55분경 집을 나서 버스로 연신내로 향했다. 두 번이나 건널목을 건너 시장으로 들어가자, 역시 마약 김밥집은 365일 변함없이 영업 중인데, 지난주 잔치국수를 먹고 있던 중년의 남성이 이번 주도 있다. 일요 산행 때는 대안이 없어 여기서 김밥 사는 거처럼, 비슷한 이유로 매주 일요일 아침을 여기서 해결하는 건가? 궁금하기는 하나,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고, 김밥을 달라고 하자, 지난주와 달리 이번에는 묻지도 않고 단무지와 나무젓가락도 넣어준다. 그걸 받아 주머니에 넣고 역으로 갔다.
연신내발 6시 19분 열차를 타고 자리에 앉아, 주머니에 있던 김밥을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책을 보려는 데, 눈이 아파서 읽을 수가 없어, 등산 앱의 지도를 이번 산행 코스를 연구했다. 그러다가 이번 산행 코스 중 운문산에서 억산까지 다른 등산로와는 다르게 그려져. 터치해 봤다. 그러자, 그림이 바뀌면서 운문지맥이라 나온다. 지난주 일요일은 가야지맥, 목요일은 금대지맥, 이번 주 일요일은 운문지맥으로 계속 지맥 산행이다. 하긴, 어느 정도 높이를 가진 산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대간 아니면 정맥 또는 지맥 위에 있으니 당연한가? 그렇게 노닥거리다 보니, 6시 53분경 신사역에 도착해, 화장실에 들른 후 4번 출구로 나가, 5시 50분 시청에서 출발한 전세 버스를 기다렸다.
예상보다 빠른 7시 3분 전세 버스가 도착해, 배낭을 짐칸에 넣고, 보조 가방을 들고 차에 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가장 편한 자세로 잠을 청했다. 잠결에 죽전에서 승객이 타는 기척을 듣고, 실내등이 들어와 눈을 뜨자, 20분간 휴게소에서 쉬었다 간다고 인솔 대장 공지한다. 급한 건 아니나, 기회가 있을 때 볼일을 보는 게 좋아, 차에서 내리며 보니, 문경 휴게소다. 막상 휴게소를 떠나면 잊어버리지만, 여기는 화장실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마블의 피규어를 볼 때마다, 문경과 마블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볼일을 보고, 휴게소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버스에 타, 출발을 기다리다가 심심해 서해랑길 도보여행을 위해 군산 방향으로 간 마누라는 어디쯤 있는지 확인했다.
출발 3분 전 인솔 대장이 인원을 점검했으나, 두 명이 부족하다. 그리고 조금 있자, 한 명이 타고, 나머지 한 명은 출발 시간이 조금 지나 나타나는 게, 시작부터 불안하다. 어쨌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주의 사항과 코스가 인쇄된 종이를 나눠주고, 설명을 시작한다. 이번 산행에는 들머리를 석골교로 하는 코스만 A, B, C 세 개에 석골교 전 산내면 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 건너편을 들머리로 하는 D 코스의 구만산행도 있어, 설명이 복잡하고 길다. 그런데, 대장이 함화산, 운문산, 억산을 한 번에 달리는 A 코스는 시간 내 완주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뉘앙스로 얘기한다. 사실 산행 며칠 전 참고삼아, 대기업 안내산악회가 그동안 진행한 억산 산행을 찾아봤는데, 2019년, 2020년 각 한 번씩 있고, 2023년은 목요 오지 팀이 밀양이 아니라, 청도를 들머리로 자비봉과 억산을 연계한 산행 계획을 보고, 예상한 바다. 해서 함화산, 운문산을 버리고, 억산만 오르는 C 코스로 바꿀지 잠깐 고민하다가, 일단 예정대로 A 코스를 달리기로 했다.
이 산악회는 A 코스를 13km 정도로 보고 있지만, 대기업 산악회는 14.5km로 공지했다. 아무래도 후자에 더 신뢰가 간다. 고로, 시속 2.4km만 유지할 수 있으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 물론 하산주를 위한 1시간을 뺀 5시간으로 잡으면, 2.9km/h로 달리면 된다. 그런데, 대각선 뒷자리의 부부?로 보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코스에 관해 아는 척하는 바람에 대장의 설명이 잘 안 들려, 몇 번 뒤돌아 눈치를 줬으나, 요지부동이다. 성질대로 했으면, 한마디 했을 거지만, 개에게 사람 말을 해 봐야, 못 알아들을 거 계속 짖게 놔뒀다. 설명이 끝나고, 잠이 오지 않아, 창밖을 구경하다가, 익숙한 경치가 보이는 순간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스패츠를 착용했다. 그리고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조끼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그건 없어도 문제 되지 않을 거 같아 서다. 산행 준비가 끝나고, 조금 지나자, 먼저, D 코스인 구만산행의 들머리인 면사무소 입구에 네 명의 승객을 내려준다. 그리고 11시 41분 A, B, C 코스의 들머리인 석골교 주차장에 도착했다.
2 – 2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느 앱을 사용할지 고민했는데, 결국 현재 사용 중인 앱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고, 버스에 내리자마자 기동했다. 그리고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맨 후 주변을 한 번 둘러본 후 앱으로 현위치 고도를 확인했다. 192.7m, 인솔 대장의 자료에 의하면 187m니 거의 비슷하다. 그리고 대중적인 앱에는 나오지 않는 등산로라, 비법정 등산로가 잘 나오는 다른 앱도 확인했다. 189m, 대동소이하다. 뭐가 맞든 이번 산행 가장 높은 봉우리가 1,188m의 운문산 정상이니, 표고 차는 거의 1,000m다. 한국에서 수직으로 1,000m를 올리는 산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인솔 대장 말 대로 쉽지 않은 산행이 될 전망이다. 아마 그래서 석골교를 들머리로 하는 운문산행이 인기가 없는 걸 거다. 하지만, 다른 산과 비슷하게 여기도 소형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급경사 포장 임도로 석골사까지 오른 후 등산로로 들어설 확률이 높아, 실제 등산로로 오르는 높이는 500m 내외가 아닐까?
석골교를 건너자, 제2 석골교다. 그것도 건너자 길 건너에 '운문산 등산로 이용 안내도'다. 이미 여러 번 본 지도라,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고 기록으로만 남기고, 마을을 관통하는 임도를 따라 바로 위로 올라갔다. 당연히 위로 가며 지도 앱으로 찾은 식당이 영업 중인지 확인하려는 데, 막 추월한 인솔 대장이 식당 주인과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 대장 옆에서 통화 내용을 확인하며 보조를 맞춰 걸었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식당 3곳이 있는 건 확인했는데, 영업 중인지는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확인 전화를 하는 거로 보이고, 술의 종류에 관해 얘기하는 거로 봐서, 영업 중이다. 그럼 내가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어, 그대로 석골사를 향해 갔다. 그리고 11시 36분 생각지도 못한 북암산 갈림길 이정표를 보고, 북암산? 수리봉? 이 코스도 괜찮을 거 같은데, 생각하며 기록으로 남겼다. 수리봉이 C 코스 억산 산행에 포함된 봉우리라는 건, 산행 후 이 글을 쓰면서 알았다. 내 코스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생긴 무지다.
그 이정표를 지나, 50여 미터를 올라가자, 일방통행 갈림길로 좌는 하행, 계곡 방향의 우는 상행으로 길이 나뉜다. 그리고 상행 쪽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볼일이 급하기는 하나, 아래로 내려가는 게 싫어 화장실에 들르지 않고 위의 하행 길로 계속 가, 11시 39분 물소리가 요란한 폭포에 도착했다. 석골폭포로, 생각보다 장관이라,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계곡으로 내려가,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석골사는 하산할 때 방문하기로 하고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따라갔다. 석골사 옆 '운문산 등산로 이용 안내도'를 보고 위로 가는데, 아래에서 큰 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려, 멈춰 들어보니,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거다. 응? 그럴 리가 하며, 비법정 등산로가 잘 나온 등산 앱으로 확인했다. 맞다. 이대로 가면 B 코스고, A 코스를 아래에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이정표를 못 봤는데? 역시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고생이다.
앱의 지도에 의하면 함화산 갈림길까지는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 계곡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못 봤고, 길도 못 봤지만, 지도가 가리키는 갈림길을 찾아 내려가는데, 석골폭포 정상 건너편에 우리 일행이 보인다. 해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보니, 나무 사이로 감춰진 길이 있다. 당연히 지도에는 없는 길이다. 그 길로 내려가, 계곡을 건너자, 우리를 부른 인솔 대장이 상황 설명을 한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여기저기 보이고, 후미에서 따라온 덕분에 지나치지 않은 일행은 급경사 등산로로 올라가고 있다. 그 뒤를 따라 급경사를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석골폭포와 석골사로 향하는 임도가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급경사이기는 하나, 울퉁불퉁한 바위 암릉이라, 산행 재미가 쏠쏠해 그걸 즐기며 올라가니, 일행이 인증을 찍고 있는 첫 번째 바위 전망대가 오른쪽 아래에 있어 그곳으로 가 석골사의 전경과 반대편 능선 위의 억산이라 생각되는 암봉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다시 등산로로 돌아가려는 데, 뒤따라오던 인솔 대장이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자세를 잡으라고 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고 다시 급경사로 올라가는데, 땀이 비 오듯 해,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을 내려놓고,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전망대 이후 등산로는 급경사의 흙길로, 중간중간 나무를 가로로 박은 계단이 있고, 당연히 갈지자를 쓰고 있다. 그런데, 인솔 대장 말에 의하면 이 코스가 가장 완경사란다. 그럼, 다른 코스는 어떻단 말인가? 하긴 짧은 거리에 수직으로 1,000m가량을 올리려면 당연히 경사가 더 급하기는 할 거다. 비록 이정표 하나 없는 코스지만, 지금 가는 능선이 운문산에 오르는 능선 중 가장 길다. 물론 운문지맥을 제외하고! 다른 코스야 어떻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올라, 12시 20분경 그나마 완만한 능선에 올라섰다.
완만하지만, 그래도 계속 위로 올라, 해발 600m를 넘어서자,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길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10여 미터를 가니, 오른쪽에 두 번째 바위 전망대라 당연히 그 위로 올라서자, 왼쪽으로는 함화산과 운문산의 모습이, 건너편에는 영남알프스 신불산과 재약산, 천왕산이 미세먼지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두 번째 전망대에서 반대편 영남알프스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길을 재촉하려는 데, 앞서 가던 대장이 자리를 잡고 앉으며, 이 정도 속도로 왔으면 선두의 꼬리를 잡을 줄 알았는데, 선두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해서, 우리 앞에는 많아 두 명 정도가 있을 뿐이고, 대부분은 뒤에 있다고 알려주자 깜짝 놀란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가겠다며, 먼저 가라고 해 계속 전진하자, 앞을 암봉이 가로막고 있고, 길목의 바위는 꽁꽁 얼어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 빙판에 미끄러져 떨어질 뻔한 위험을 겪으며, 위로 가자, 이제는 밧줄이다. 굳이 여기에 밧줄이 할 정도지만, 어쨌든 그 암봉에 올라서자, 세 번째 바위 전망대다. 반대편 영알부터 지금까지 올라온 능선, 그리고 운문지맥 모두를 볼 수 있다. 다만, 미세먼지가 방해할 뿐!
12시 51분 눈에 덮인 무덤을 지나자, 갈림길이라,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도로 확인했다. 인솔 대장의 주의 사항 중 하나가 길이 많으니, 갈림길에서는 매번 지도를 확인하라는 거다. 산악회 리본은 오른쪽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지만, 지도상으로는 왼쪽이라, 좌회전했다. 아주 당연히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많아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흙을 보기 어렵다. 지금이 그래, 녹기 시작하는 심설 길로, 아이젠 없이는 한 발짝도 떼어 놓을 수 없어,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에서 아이젠과 바람막이를 꺼냈다. 고도가 높아지자 찬 바람도 강하게 불어 추위를 피하려면 바람막이가 필요했다. 물론 미끄러운 심설이라, 지겟작대기도 구했다. 그 모든 걸 다 갖추자, 이제는 걸을 만하고 속도도 난다. 그런데, 고도가 더 높아지면 상황이 더 나빠질 건 뻔한데, 과연 억산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코스 변경이다. 그런데, 그것도 습관인지, 지난 목요일 문래산행에서 중탈한 이후 이번에도 탈출의 유혹을 느낀다. 어쨌든 최선을 다해 억산까지 가보는 거다.
예상대로 고도가 높아질수록 상황은 더 나빠졌다. 그래도 점심은 먹어야 해, 어딘가에서 연서시장표 마약김밥을 먹어야 한다. 평소라면, 김밥을 손에 들고 먹으며 갔겠지만, 단무지도 넣어줬으니, 앉아서 먹기로 하고 앉을 만한 곳을 찾으며 계속 갔다. 그런데, 아래에서 장만한 지겟작대기가 너무 짧아, 좀 긴 걸 찾으며 가다가 하나 발견해 지팡이를 바꿨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미끄러지기도 하며 가자, 저 앞 소나무가 김밥을 먹기에 괜찮아 보여 서둘러 그리로 갔다. 예상대로라,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김밥을 꺼내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산에 들고 오기 위해 생수병에 담아뒀던 보리차를 두고 왔다는 거. 연서시장으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그 사실을 알았다. 해서, 비상용 생수를 마시고, 그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함화산으로 향해, 1시 47분 지도상에는 있으나, 등산로 상에는 보이지 않는 갈림길을 지났다. 애초 없는 길인지,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건지, 이정표가 없는 능선이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지도상의 갈림길을 지나, 50여 미터를 가자, 등산로에서 벗어난 오른쪽으로 아마 이 능선에서는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전망대가 보여, 당연히 그리로 갔다. 그리고 바위에 올라서자, 함화산과 운문산, 그리고 건너편 영알이 다 들어온다. 미세먼지가 절경 감상을 방해하는 게 아쉽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뒤를 따라온 등산객에게 전망대를 넘겨주고 함화산으로 향하는데, 앞에 갈림길이다. 물론 이정표 따위는 없으나, 오른쪽 나무 기둥에 '급경사지 추락위험' 경고가 붙어 있다. 해서 앱의 지도를 찾아봤다. 지도에는 없는 길이다. 갈림길을 지나, 100여 미터를 가자, 등산로에서 건너편 영알이 한눈에 들어와 가던 길을 멈추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오른쪽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방해물이 없어, 계속 기록했다. 그런데, 2시 정각 앱이 함화산 정상이 멀지 않다고 알려줘, 동영상을 찍으며 갔다.
2시 2분경 나보다 몇 초 일찍 도착한 '포스코 알프스 산악회' 회원분들이 양보해 준 덕분에 바로 삼각대를 이용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길 수 있었다. 사실 운문산이 멀지 않고, 알려진 산이 아니라, 정상석 같은 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화강암 정상석이 서 있어 놀랐다. 밀양이 아니라, '울산 한우리 산악회'가 세웠다는 사실에 더 놀랍지만. 누가 세웠던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바로 운문산을 향해 출발해, 4분가량 가자, 다시 등산 앱이 반응해, 역시 동영상을 찍으며 가, 2시 8분경 등산객으로 붐비는 운문산 정상에 도착했다. 2021년 7월 18일 오른 후[산행기] 이번이 두 번째다. 그나마 인증을 찍는 줄이 짧아, 역시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긴 후 정상석 뒤는 어떤지 가 보니, 이걸 세운 주체가 적혀 있다. 이 또한 밀양은 아니고, 청도 산악회다. 아니, 운문산은 밀양이 아니라 청도 소속이었던가?!
운문산 정상의 이정표에 의하면 억산은 정상석 뒤로 돌아가면 되고, 거리는 4.1km에 불과하다. 현재 시각 14시 10분 마감인 17시 30분까지는 3시간 20분 남았다. 그나마 하산주 마실 시간을 조금이나마 확보하려면, 1시간 30분 내에 억산에 도착해야 하니, 2.7km/h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남은 구간의 등산로 상태를 모르니 자신할 상황이 아니다. 어쨌든 서둘러, 억산 방향으로 가다가 생각해 보니, 운문산에서 보는 함화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아,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 함화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억산을 향해 출발했다. 2시 18분 억산까지 3.8km 거리의 상운암 갈림길을 지나며 보니, 이정표 옆 등산 의자 위에 배낭을 두고 주인이 안 보이는 게, 으슥한 곳에서 볼일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정표 뒤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전망대라, 비록 시간에 쫓기기는 하나, 그리로 갔다. 그리고,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기록 중에는 생각지도 못한 상고대도 있다.
2시 21분 이번 산행 처음 갑판 계단을 내려갈 때는 미끄럼틀이라 부르는 게 더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미끄러지듯 갑판 계단을 내려와, 150여 미터를 가자 갈림길인데. 직진하는 코스의 나무에 무언가 안내문 또는 경고문이 붙어 있어, 뭔지 가봤다. 손을 쓴 '추락 위험, 암릉 구간'이다. 고로 직전의 갈림길이라 생각한 곳은 갈림길이 아니라 우회로다. 직진은 암릉, 좌로 내려가는 길은 후회로다. 시간에 쫓기니 당연히, 우회로로 가는 게 정상이나, 하산주를 안 마시는 한이 있더라도, 빙판의 암릉을 우회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암릉으로 직진했다. 그 경고문을 지나니, 암릉 정상이자 전망대로 뒤의 운문산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당연히 가던 길을 멈추고 그걸 파노라마로 남겼다. 물론 진행 방향에 버티고 있는 칼날 암릉도!
칼날 암릉을 넘자, 다시 칼날 암봉이고, 그 정상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독야청청하고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평소 잘 보지 못했던 운문산 뒤쪽의 능선의 모습도. 비록 미세먼지로 잘 보이는 않으나, 칼날 암릉의 좌우를 감상하며, 계속 가자, 오른쪽 아래로 늘어뜨린 쇠사슬이 보인다. 웬만한 산은 밧줄인데, 여기는 쇠사슬이다. 안내산악회 코스 중 '암릉(로프)'가 이걸 가리키는 거 같다. 그럼 로프가 아니라 체인이라고 해야지! 거의 직벽에 설치된 쇠사슬이라, 손에 뭘 들고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고, 지겟작대기는 아래 등산로로 던졌는데, 힘이 약해서 낭떠러지에 걸리고 말았다. 이 자팡이는 땅에 뿌리내릴 기회를 놓쳤다. 아쉽지만, 다른 지겟작대기를 구하기로 하고, 쇠사슬을 잡고 직벽을 내려갔다. 2시 35분 암릉에서 내려와 진행 방향으로 조금 가니, 등산로는 아래로 내려갔던 우회로와 다시 합류한다.
등산로를 따라 억산 방향으로 가다가, 뒤로 돌아 조금 전에 지난 암릉의 모습을 감상하고, 앙상하나 울창한 관목 가지가 방해하지만,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억산을 지나, 뻗어가는 운남지맥의 모습도. 현재 시각 2시 38분, 마감까지 3시간 조금 안 남았는데, 지맥상의 억산이 너무 멀어 보인다. 정상에서 4.1km였으니, 남은 거리가 3km가 채 안 될 텐데 무언가 이상하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해, 2시 41분 위험한 암릉 우회로 합류 지점을 통과하고, 2시 47분 ‘억산 1.9km’, ‘딱밭재 0.5km’ 이정표를 통과해 6분가량 가니, 앱이 반응한다. 응? 앞에 봉우리가 있나? 확인해 보니, '떡?밭재'가 멀지 않다는 메시지다. 그런데, 공식 이정표에는 '딱’으로 표기하는데, 등산 앱은 '떡'이다. 최초 등록자가 입에 잘 맞는 '떡'으로 기록했을 확률이 높고, 앱 운영사는 검증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거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고유의 지명이 사라지는 거다.
어쨌든 고개가 멀지 않아, 동영상을 촬영하며 전진해, 2시 55분 운남지맥의 주요 고개 중 하나인 딱밭재에 도착해, 이정표와 지도를 보니, 사거리로 직진은 '팔풍재 1.8km', 좌회전은 '석골사 2.8km', 우회전은 '운문사(雲門寺) 4.5km'다. 직전 이정표에는 억산까지 1.9km, 딱밭재 0.5km였으니, 여기서 억산은 1.4km가 남아야 한다. 그런데, 억산 직전의 팔풍재까지 남은 거리가 1.8km다! 어느 걸 믿어야 할까? 뭐, 산에서 한두 번 겪는 게 아니라 이제는 무덤덤하다. 딱밭재를 떠나, 팔풍재로 가기 위해 앞의 봉우리로 올라가는데, 같은 능선인가 의심될 정도로 눈이 없다. 해서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다. 812m! 엄청나게 내려왔다. 그래도 800m가 넘지만, 햇볕이 너무 잘 드는 곳이라 눈이 남아 있을 여유가 없었을 거다. 고로, 아이젠이 걸리적거려, 도저히 갈 수가 없어, 가던 길을 멈추고 벗어, 언제 다시 착용해야 할지 몰라, 손에 들고 갔다.
고개의 높이가 812m고, 억산이 950m가 넘으니, 100m 이상 고도를 높여야 한다.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할 때, 운문산에서 억산까지 100m 이상 고도를 높여야 하는 봉우리가 셋이라고 했다. 그럼, 수직으로 100m 이상 내려가는 고개가 최소 두 개, 딱밭재, 팔풍재다. 고로 여기가 첫 번째 고비라, 당연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는데, 앱이 반응해 확인하니, 범봉이란다! 범봉 그런 봉우리가 있었나? 어쨌든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 3시 16분 생각지도 못한 정상석이 있는 해발 962m로 억산보다 높은 범봉에 도착했다. 이 동네 특징이 웬만한 봉우리에는 다 정상석이다. 그럼 그냥 갈 수 없어, 삼각대를 이용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그런데, 범봉 정상은 삼거리로 직진은 '억산 1.6km', 좌회전은 '석골사 3.2km'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억산은 내게서 멀어진다.
범봉에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서둘러 팔풍재를 향해 내려가는데, 올라올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등산로가 기다린다. 이게 같은 봉우리의 이어지는 등산로가 맞는지 궁금할 정도로 심설이라, 올라올 때는 눈을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거꾸로 흙을 보는 게 쉽지 않다. 양지와 음지의 차이다! 그렇다고 아이젠을 다시 착용하는 건 귀찮아, 관목 가지 사이로 보이는 억산과 그 앞의 무명봉을 감상하며 거의 미끄러지듯이 내려가자, 다시 등산 앱이 반응한다. 이번에는 '삼지봉'으로 두 번째 100m 이상 올려야 하는 봉우리다. 그럼 이 아래가 팔풍재? 역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3시 27분 역시 정상석이 있는 높이 904m의 삼지봉에 도착했다. 그런데, 올라오는 데, 생각보다 경사가 완만하고, 올린 높이도 50m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 삼지봉이 두 번째 100m 이상 높여야 하는 봉우리가 아니고, 당연히 팔풍재는 아직이다.
정상석이 있으니, 역시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고, 여전히 음지라, 약간씩 녹아 더 미끄러운 경사를 내려가자,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좌회전은 '팔풍재 0.62km', 우회전은 '서래봉 2.35km'다. 그 갈림길을 지나, 미끄러지듯이 급경사를 내려가는데, 아래에서 산꾼이 올라오다가, 통제하기 어려운 내 모습을 보더니, 지나갈 수 있도록 기다린다. 그리고 서로 대화할 정도로 가까워지자, 인사해 답례하자, 혼자인지 묻고, 억산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알려준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를 지나 다시 내려가자, 그의 일행 두 사람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다가, 지겟작대기에, 맨손에 아이젠을 들고,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란다. 하긴 내가 봐도 놀랐을 거다. 그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3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좌회전은 '삼지봉 0.2km', 우회전은 '팔풍재 0.5km', 이정표에 의하면 나는 0.6km 거리의 범봉에서 내려오는 중이다. 범봉과 삼지봉의 방향 지시를 바꿔 설치했다.
앙상하나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억산의 모습을 감상하며 전진하자, 앱이 반응한다. 팔풍재다. 당연히 동영상을 촬영하며 전진해, 3시 41분 팔풍재 갈림길에 도착했다. 좌회전은 '석골사 2.80km', 직진은 '억산 0.5km'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지금까지 전례로 봤을 때 있어야 할 고개 명패나 안내도가 없어, 혹시나 해서 지도를 봤다. 지도상으로는 맞다. 어쨌든 여기서 'GoStop'을 결정해야 한다. 현재 시각 3시 42분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48분! 여기서 하산하면 최소 40분가량의 여유가 있고, 억산으로 가면 아슬아슬하게 마감 전 도착이다. 잠깐 고민하다가 앞의 거대한 바윗덩어리, 억산으로 향해 50m가량 가자, 사거리로 안내도가 있다. 여기가 팔풍재다. 사거리 이정표에 의하면, 직진 '억산 0.52km', 좌회전 '석골사 2.7km', 우회전 '대비사 2.6km'다!
분명 억산을 향해 왔는데, 억산은 멀어지고 석골사는 가까워졌다. 그리고 초면의 대비사라, 그 옆의 안내도를 자세히 살펴봤다. 그런데, 그 안내도에 초면의 대비사에 관해서는 잘 나와 있는데, 석골사는 아예 없어, 자세히 살펴보니, 청도에서 설치한 안내도라, 밀양의 석골사는 날려버렸다. 하긴 경북 청도와 경남 밀양으로 도까지 다르니, 이해된다. 접근할수록 멀어지는 억산 방향을 보니, 왼쪽 아래로 석골사로 가는 길이 보이나, 무시하고 바윗덩어리를 향해 직진해, 암벽 아래 도착해 위를 보니, 비록 왼쪽 갑판 계단이 있으나, 장난이 아니고, 억산에서 석골사로 내려가는 길이 팔풍재에서 내려가는 거보다 멀어, 하산주는 고사하고 마감 시각을 맞출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하지만, 무엇보다 하산주의 유혹이 강해, 걸음을 돌려 팔풍재로 돌아가, 석골사로 하산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처음 계획대로 억산에서 하산했으면, 마감 시간도 맞추지 못할 뻔했다.
석골사로 내려가는 길로 가며 보니, 억산 아래는 너덜이다.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오랜 세월 풍상에 시달려 조각조각 쪼개져 떨어진 흔적이다. 물론 오른쪽으로 보이는 그 바윗덩어리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워낙 급경사라 아주 자연스럽게 길은 갈지(之)를 쓰고 있다. 너덜을 통과하자, 방향을 180도 바꿔 반대로 내려간다. 그러자 그 동안 뒤에 있어 보지 못한 삼지봉과 범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역시 사진으로 남겼다. 3시 50분 급경사를 내려가 억산과 삼지봉 사이의 계곡인 대비골에 도착해, 계곡을 따라 난 길로 내려가자, 음지의 암벽에 고드름은 보여도, 등산로 상에 눈은 보이지 않아, 그동안 수고한 지겟작대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그 방식이 숲에다 던지는 게 아니라, 땅에 꽂는다. 이렇게 꽂은 마른 나무가 꽤 되니, 법력으로 봤을 때 그 중 몇은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틔우지 않았을까?
하산주를 위해 이번 산행의 목표인 억산을 포기했을 정도라, 서둘러 하산주를 향해 가는데, 수원이 나무뿌리인 대비 골로 떨어지는 작은 폭포가 보인다. 그야말로 삼산, 더덕, 도라지, 백사, 청사 등 온갖 동식물이 녹은 물이라 지나칠 수 없어, 폭포로 가 그 물을 받아 마셨다. 바쁘지만, 할 건 다 하며 내려가, 4시 16분 운문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딱밭재에서 내려오는 길로 석골사까지 남은 거리는 1.1km고,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14분이다. 14분 내에 석골사까지 갈 수 있으니, 1시간의 여유를 만들었다. 물론 석골사에서 석골교까지 가야 하는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식당을 찾으며 가는 길이라 무시해도 좋다. 갈림길 바로 아래 주변 돌로 담을 쌓은 흔적은 화전민? 비박터? 거기서 다시 200여 미터를 내려가자, 다시 운문산 갈림이다. 왼쪽은 운문산 바로 아래 상운암에서 오는 길로 이번 산행 B 코스 하산 길이다. 그 방향에서 인기척이 들려 바라보니, 우리 일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막 도착한 등산객 서넛이 씻기 위해 계곡으로 들어가는 소리다.
잠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본 후, 다시 길을 재촉해, 석골사 바로 위, 억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억산까지 3.3km로 팔풍재보다 멀다. 그리고 그 길의 상태를 보니, 이 길로 안 내려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다 하산주를 위한 자기 합리화라는 걸 잘 안다. 갈림길에서 50여 미터를 내려가자, '운문산 등산 이용 안내'도다. 오전에 여기까지 올라와 지도를 보고 있다가, 아래에서 인솔 대장이 불러 내려갔다. 고로 이 지도를 기준으로 한 바퀴 돈, 환 종주가 끝나는 순간이다. 물론 날머리까지는 더 내려가야 한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식당을 향해 가자, 물소리가 요란하다. 석골폭포다! 이번에는 계곡을 내려가지 않고, 폭포 정상에서 아래를 보며, 촬영했다. 그리고 아침에 올라갔던 능선은 사진으로 남겼다.
아침에 올라왔던 일방통행 갈림길에서 이번에도 위의 길을 선택해 아침과는 다르게 아래 계곡 방향을 감상하며 가다가, '운문산 등산 이용 안내'와 '운문산 제2 얼음골'이 계곡 옆으로 서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기다가, 그 옆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을 발견했다. 저기다! 석골폭포 위가 아니라, 저기가 함화산으로 올라가는 정규 등산로다. 그럼, 운문산 등산 안내도가 저기 서 있는 이유도 명확하다. 이정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안내도를 들머리에 세워 놓은 거다. 당연히 일방통행로 중 아랫길이 아니라 윗길로 위로 가면 절대 발견할 수 없다. 이제야, 오전에 길을 찾지 못한 까닭을 알았다. 숙제 중 하나를 해결해 기분이 좋은 상태로 주변의 식당에 인기척이 있는지 주시하며 갔으나, 없다. 마지막 희망으로 산행 전 지도에서 찾은 '부산집'을 찾아 미터 단위로 지도를 확인하며 마을을 뒤졌으나, 없다! 정확히, 집은 있으나, 간판이 없는 게 폐업한 거로 보인다. 현재 시각 4시 39분, 마감까지 51분이 남았다. 갑자기 혈압이 치솟는다!
3
안내산악회 전세버스가 기다리는 석골교 주차장으로 가며 보니, 차 문은 닫혀 있고, 할 일 없는 기사가 여기저기 방황하고 있다. 기사를 귀찮게 하기 실어 모른 척하고 버스로 다가가 보니, 산행을 마친 서넛이 주차장 끝에 놓인 전봇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거나, 주위를 서성이고 있어, 전봇대로 가 커피를 마시는 산꾼 옆에 앉았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이 동네는 가게도 없네요?’ 라고 말을 걸자, 애초 가게에는 관심이 없다는 투로 대답한다.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일단 말을 붙였으니, 억산 바로 밑에까지 갔다가, 마감 시간에 늦을 거 같아 돌아왔다고 하자, 계단으로 올라가, 팔풍재로 돌아와 하산하면 되는데, 억산에 안 오른 건 바보짓이라는 투다. 그 말을 듣자, 억산 바윗덩어리 옆으로 설치된 계단은 알고 있으나, 팔풍재로 돌아와 하산할 생각은 못 해, 강한 충격을 받아 뒤통수가 얼얼했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하산주는 없겠지만, 마감 전에 도착할 수 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산주에 정신이 팔려 다른 건 고려하지 않았고, 애초 왕복이라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인간이라, 다시 돌아온다는 발상은 자체가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억산도, 하산주도 없어, 최악의 기분으로 앉아 있다가, 버스 문이 열려 차에 올라,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마감 10분 전인 5시 20분인데도, 인솔 대장을 포함 10여 명이 아직이다. 기사가 혼잣말 비슷하게 ‘제시간에 갈 수 있을까?’하자, 뒤에 있던 산꾼이 시간 되면, 대장도 버리고 가자고 한다. 정말 그럴 분위기다. 마감 5분 전 인솔 대장이 땀에 푹 젖은 얼굴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버스에 오른다. 뛰어 내려온 거다. 그리고 후미도 곧 도착하니,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며, 뜬금없이 후미의 45년생으로 여든의 산꾼에 관해 얘기한다. 여든의 노인도 있으니, 군소리 말고 기다리라는 거다!
좋지 않은 기분으로 제시간에 갈 수 있을지, 계속 창밖으로 석골교를 주시했으나, 마감인 5시 30분이 지나도 후미가 도착할 기미가 없어 슬슬 짜증 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5시 35분경 여든의 산꾼을 제외한 나머지가 도착해, 그분은 한참 뒤에 처져 차를 보내 모셔 와야 할 거 같다고 한마디씩 한다. 차를 보낸다는 건 가능한 상황이 아니니, 결국 언제 출발할지 모른다는 얘기라, 기대를 버리고, 등산 앱의 지도로, 오늘 못 간 억산에 오르는 방법을 연구했다. 2023년 목요 오지 팀 코스를 그대로 답습하는 게 최선이나, 앞으로 그 기회는 다시 올 거 같지 않다. 그나마 기회가 있을 거 같은, 이번과 같은 산행에서 왕복 구간을 최소화하려면, 오늘 하산 코스인 팔풍재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 연구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빠른 44분경 그가 도착해, 마감보다 고작 15분 늦은 5시 45분 서울로 출발했다.
물론 가는 길목인 면사무소에서 D 코스인 구만산에 오른 넷을 픽업해야 한다. 그런데, 넷이 아니라, 다섯이다. 일행 중 한 명이 억산에서 구만산까지 달렸다. 감히 상상도 못 한 코스다. 해서 이 글을 쓰며, 그 코스와 앞선 산꾼의 산행기도 찾아봤다. 여섯 시간 내에 달리는 건 대단히 힘든 코스다. 밀양시 공식 자료에 의하면, 8시간이 필요한 산행이다. 그것도 면사무소가 아니라 2.3km를 올라간 ‘구만산장’에서부터! 경외감이 드는 대단한 산꾼이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 다섯을 픽업한 버스가 서울을 향해 달리는 동안 술은 한 잔도 못 했는데, 피곤했는지 잠이 들어 깨어보니 선산 휴게소다. 현재 시각 7시 42분 배는 고파 죽겠는데, 시간은 없다. 정확히는 시간에 쫓기고 있어, 인솔 대장이 화장실과 편의점만 들렸다, 바로 오라고 신신당부다. 당연히 볼일을 보고, 무언가로 배를 채워야 해, 편의점에서 대안이 없어, 식혜보다는 본드 파는 걸 권했던 회사의 식혜를 사는 모험을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뽑기를 잘했는지, 손톱만으로 내부 뚜껑을 제거할 수 있어 그걸 들고 버스로 가 자리에 앉아서 마셨다.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버스 정차지에 관해 승객의 의견을 묻는다. 이 안내산악회는 남진은 시청역에서 출발해, 명동역, 신사역, 죽전 간이정류장 순으로 정차하고, 북진은 죽전 대신 잠실역에 정차한다. 그리고 귀가는 역순이다. 하지만, 시위 등으로 시청에 접근할 수 없을 때는 양재, 강남, 그리고 신사에서 마감한다. 이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본 산꾼이라면 잘 아는 순서다. 해서 10시경에나 서울에 도착할 수 있으니, 빠른 귀가를 위해 비상시와 같이 양재, 강남에서 정차하고 신사에서 마감하는 게 어떤지 물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귀가가 빠르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 반대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 물론 대장과 기사도 그래서 제안했을 거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명동역으로 안 가요?' 한다. 인솔 대장이 빠른 귀가를 위해 제안했다고 하자, 환승이 귀찮아서, 꼭 명동역으로 가야 한단다. 누군가 보니, 대장이 코스 설명할 때 옆 사람에게 아는 척하느라, 다른 사람이 설명 듣는 걸 방해하던 인간이다. 덕분에, 예정대로 죽전에 먼저 내리고, 10시 18분 아침에 출발한 신사역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물론 버스는 명동역으로 갔다. 그리고 지하철로 집으로 향하며, 평소와 같은 녹번역이 아니라 불광역에서 내렸다. 일요일이라 아예 영업을 안 하거나, 일찍 문을 닫는 건 알지만, 얼큰한 국물이 강하게 당겨, 혹시나 대조시장 4개의 순댓국집 중 하나는 아직 영업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다 문을 닫아,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서 빨갱이 하나 사 들고 집으로 향해, 11시경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 A 코스 계획과는 달리 '석골교 → 석골폭포 → 얼음굴 갈림길 → 갈라진 바위 → 함화산 → 운문산 → 암릉(로프) → 딱밭재 → 범봉 → 삼지봉 → 팔풍재 → 석골사 → 석골교 → 주차장'의 억산 아래서 탈출한 14.8km(램블러) 구간을 5시간 28분 동안 즐겼다. 이동 5시간 15분, 휴식 13분!
위의 캡처 이미지에서 보이듯이 이 등산 앱을 사용한 이후 GPS 튀는 게 심해 몇 번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밀양이 궁금했는지, 왕복 46km로 거의 밀양을 관통했다. 해서, 실제와 앱의 기록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나마 다행은 그 46km를 빼고, 이정표 사진을 토대로 빠진 부분 300m를 추가해 거의 실제에 가까운 거리를 계산할 수 있었다. 시간이야 GPS와 무관해, 속도는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이 사건으로 이 앱은 버리고 그나마,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하지 않았던 과거 사용하던 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더 대중적이라, 100% 해결은 못해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있는 앱 개발사다.
억산을 목표로 함화산, 운문산행을 시작했으나, 하산주를 위해 정작 억산은 포기하고, 팔풍재에서 석골교로 내려왔지만, 식당을 찾지 못해 하산주도 마시지 못한 산행이 됐다.
목표인 억산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미지의 함화산 코스와 운문지맥 운문산부터 딱밭재에 이르는 암릉 구간을 접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한 산행이다. 와중에 조망도 트였으면 좋았겠지만, 미세 먼지로 영남알프스 각 봉우리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산악회가 계획한 A 코스를 여섯 시간 내에 주파하는 건 쉽지 않은 산행으로, 대기업 안내산악회가 소요 시간을 6시간 20분으로 책정한 이유를 알 수 있는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