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의 치료 원리 (5)
알츠하이머병의 조기진단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단계에 대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1. 주관적 인지 장애 단계
2. 경도 인지 장애 단계
3. 치매 단계
주관적 인지 장애의 증세는
“본인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나 타인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단계”입니다.
대략 수년 혹은 십수 년 경과 후 경도 인지 장애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경도 인지 장애 단계는 타인도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수년 경과 후 치매 단계로 넘어갑니다.
각 단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하기로하고
지금은 치매 조기 진단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겠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10년 전만 하더라도 치매는
치료는 물론이거니와 예방한다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치매를 일찍 발견한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이 많이 밝혀진 최근에는
치료는 안 된다 하더라도 “예방은 할 수 있다”는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그 중 첫 단계인 주관적 인지 장애의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체적으로 병을 일찍 발견하면 할수록 그 치료는 더욱 쉽고 간단해진다는 것은
진리에 가깝습니다. (백내장과 같이 그렇지 않은 병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런 증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들여 열심히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소위 ‘맹장염’, 의학적 용어로는 ‘급성 충수돌기염’을 진단하는 것이
쉽겠습니까, 어렵겠습니까?
그 진단은 매우 쉽기도 하고 매우 어렵기도 합니다.
즉 맹장염이 심하게 진행된 후, 혹은 맹장이 터져서 복막염까지 왔다면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맹장염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통이나 복부 이상을 느끼기 시작한 초기는
그야말로 주관적인 복통 증세를 호소하는 단계인데
이러한 시기는 숙련된 의사라도 문진과 진찰로써는 진단이 어렵습니다.
즉 복통을 증세로 하는 수없이 많은 병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굳이 맹장염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슷한 이유로 주관적 인지 장애 단계에서 치매을 진단하는 것도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만 여러 연구에 의하면
주관적 인지 장애가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은
4%에서 30% 정도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주관적 인지 장애의 단계에서 치매의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애초에 이 정도의 증세로 병원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무언가를 약속하거나 무언가를 한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든가,
또는 자가용을 몰고 집을 나섰는데 가는 도중, 지금 뭐하러 가고 있는지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든지, 그리고 습관에 따라 달력이나 폰의 캘린더에 약속시간, 장소를 표시했는데 갑자기 그 약속을 왜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시다.
이런 경우 병원에 가시겠습니까?
무언가 아프면, 즉 통증이 있으면 병원에 가지만
치매는 통증이 나타나는 병이 아닙니다.
따라서 자발적으로는 좀처럼 병원에 가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요새 내가 와이라노?” 하고 넘어가거나
이런 일이 자꾸 되풀이되더라도 “내가 늙었나” 하고 걱정은 할 것입니다만
“설마 내가” 혹은 “설마 이 나이에...” 라고 하면서(부정, denial)
병원에는 가지 않습니다.
결국 이 주관적 인지 장애의 긴 시간이 지나고 경도인지장애의 상태가 되면
이상을 감지한 아들, 딸에 이끌려서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향후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하라고 문자를 보내듯
치매 검진을 홍보하면 좋겠습니다.
주관적 인지 장애는 본인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심되는 경우 “설마 내가” 라고 하며 “부정, denial”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조기 치매 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신속히 치매 예방 활동을 시작하면
치매의 진행이 중단됨은 물론
본래의 인지 상태로 회복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후 치매에 의한 건강상의 비극뿐 아니라
치매로 인한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적 손실, 그리고
치매로 인한 향후 간병 및 치료와 관련된 엄청난 경제적 손실도 막게 될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이득일 뿐 아니라
치매 대란이 예측되는 가까운 미래에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이익이 될 것입니다.
다음은 치매 조기 진단 기법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