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스러운 줄거리에 복수와 복수, 반전과 반전이 이어지고 등장인물들은 너도나도 소리를 지른다. 시청률이 중요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점차 자극적인 것에서 재미를 찾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나름의 분석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기 위해서 꼭 그렇게 자극적이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드라마를 볼 테고, 어떤 사람들은 하루 동안의 긴장에서 풀려나는 재미를 위해 드라마를 볼 것이다. 나는 후자였고, 그래서 올 한해 '미남이시네요'를 보는 동안 즐거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미남이시네요'는 매우 불운한 드라마였다. 방영 내내 블록버스터급 '아이리스'에 밀려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여러 청춘스타들이 열연한 '미남이시네요'는 본방이 끝나고 IPTV나 케이블을 통해 더 주목받는 드라마가 돼버렸다. 아이돌의 천국인 일본에 회당 7만달러라는 고가에 팔린 것은 물론이고 대만과 태국에도 수출 계약이 완료된 상황이다. 게다가 이 드라마 덕분에 장근석과 박신혜는 이미 10대들의 우상이 되어 버렸다. 이미 종영 한달이 된 이 드라마를 다시 리뷰하는 이유다.
장근석은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아이돌의 성장 스토리를 리얼하게 보여준다(사진=SBS '미남이시네요')
▶2009년 가장 의미심장한 발견, '미남이시네요'
어떤 드라마는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서 보게 되고, 어떤 드라마는 결론을 뻔히 알고 있지만 보는 동안이 즐거워서 보게 된다.
'미남이시네요'는 이런저런 달콤한 외피를 입고 있지만 결국 성장드라마를 표방했다. 성장드라마란 누구나 전개방향과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이러저러한 난관을 딛고 결국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줄거리보다 그 줄거리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가능하면 즐거운 방식으로.
먼저 단점부터 지적하자면 '미남이시네요'에는 고백은 많지만 밀고 땅기기는 없다. 유혹당하는 자와 유혹하는 자 간의 줄타기나 복잡한 계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황태경(장근석 분)은 '100점에서 1점이라도 깎이고 싶지 않아', '안 보면 안돼' 라는 생각이 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고미남(박신혜)에게 뛰어간다. 강신우(정용화)는 고미남이 몰라 줄 뿐 항상 땅기고 있다. 이 순수의 세계에서 상대의 마음을 떠보려는 것은 이질적인 존재인 유헤이(유이)뿐이다.
'미남이시네요'의 밝고 풋풋한 시기를 지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 고백할 것이 있다고 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것이다. 어떤 시기에는 고백이라는 단어 앞에 '사랑'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고백이라는 단어 앞에는 '잘못'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다.
'미남이시네요'는 그 짧은 시절의 고백에 대한 엑기스를 뽑아 사탕처럼 달콤하게 뭉쳐놓았다.
'미남이시네요'의 또 하나의 인기비결은 또래집단에 대한 소구이다.
남장여자라는 고미남의 비밀은 2회 만에 밝혀진다. '커피프린스'에서 남장여자라는 비밀이 등장인물간의 긴장을 만들어내는 요소였다면, '미남이시네요'의 비밀은 등장인물간의 긴장과 동시에 결속을 만들어내는 요소이다. A.N.JELL의 멤버들과 어떤 이유에서건 유헤이마저 고미남이 남장여자라는 하나의 비밀을 공유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뭉쳐야 하는 관계이다.
이 또래간의 연대와 그것이 발휘하는 힘은 극을 끌고 나가는 중요한 요소이다.
황태경은 사람들에게 폰카로 사진 찍힘을 당하고 있는 유헤이를 구해주는 것의 후폭풍을 알면서도 '동업자'로서 지나칠 수 없어 유헤이를 구해준다. 고미남이 발각될 뻔한 곤경의 순간에서 위기를 넘겨주는 것은 조력자로 설정되어 있는 마실장이 아니라 황태경과 강신우다. 왕코디와 마실장은 오히려 유헤이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넘기거나, 고미남이 강신우에게 빵 터졌다는 잘못된 정보로 이들의 관계를 흐트러트리는 역할을 한다.
훼방꾼의 역할을 맡고 있는 김기자가 아니라도, '미남이시네요'의 어른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이상하다. 항상 '잭팟'을 외치는 안사장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고, 마실장은 일종의 조력자로 설정되어 있지만 결국 자기가 터트린 일을 수습하기 위해 모든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황태경의 어머니인 모화란은 악녀라고 하기에도 어설픈 자기밖에 모르는 응석받이나 다름없고 고미남의 유일한 혈육인 고모는 어떻게 한 몫 챙겨보려는 생각뿐이다. 진짜 어른인 원장수녀님은 너무 멀리 있다.
이 드라마는 장근석을 재발견해 준 2009년의 재발견 중 하나다. 한때 '허세근석'으로 안티팬들을 불렀던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실제 제 나이의 배우로 돌아왔다.
▶ '아이리스'보다 더욱 현실감 있고 판타지 넘치는…
'미남이시네요'가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화제를 이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어른들과 구분되는 이 또래들 간의 관계 덕분일 것이다.
조국을 위하여 자백제를 투약해도 입을 열지 않는 정예 요원들(드라마 '아이리스')보다, 친구간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서 싫은 일도 꾹 참고 하는 아이돌이 훨씬 가깝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아이돌의 세계에 얼마나 첨예한 경쟁이 있겠는가. 하지만 '미남이시네요'의 세계에는 서로 다른 팀간의 경쟁은 제거되고 아름다운 세상만이 펼쳐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매력요소는 '젊고 예쁘고 풋풋한 우리 애들'이다. 극 중 안사장이 새로운 뮤직비디오의 컨셉을 고민하던 끝에 소리치는 말 '젊고 예쁘고 풋풋한 우리 애들 믿고 가면 돼!' 라는 것은 바로 작가와 PD의 마음일 것이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배우들이 직접 OST를 부른 것이나 홈페이지의 촬영현장 스케치는 이 만화 같은 드라마에 오히려 현실성을 부여한다.
메이킹필름을 보다보면 서로 어찌나 깔깔거리며 재미있는지 실제 드라마뿐 아니라 그들의 웃고 떠드는 모습이 또 하나의 솜사탕 같은 드라마로 느껴졌다.
필자는 드라마의 속의 그들보다 촬영장의 그들이 더 부러웠다. 촬영현장의 메이킹필름은 대개 드라마가 허구라는 것을 깨닫게 해버리지만, '미남이시네요'의 메이킹필름은 오히려 판타지를 강화한다.
실제로 배우들의 나이도 갓 십대를 벗어났다. 06학번 이제 23살의 장근석이 1990년에 태어난 상대배우들을 이끌었다. 한때 '허세근석'으로 안티팬들을 불렀던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실제 제 나이의 배우가 된 것 같다.
'미남이시네요'는 '선덕여왕'과 '아이리스'라는 진한 맛의 두 메인요리 옆에 놓여있는 산뜻한 레몬소다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쉽게 묻혀버린다.
첫댓글 기자님이 미남 폐인이셨군요,,,,미남은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진다는,,ㅋㅋ다만 상에선 청률이땀시 밀렸지만,,,이케 기자도 인정해주고,,팬들도 아적 못빠져나오건만,,ㅋㅋ므튼 볼수록 잼나는 미남이시네요,,,난 신혜양이 미남일 완성 시켰다고 봐요,,명품들마 탄생,,,의 히로인,,,박신혜!!! ㅎㅎㅎ
기사 잘봤습니다
미남이시네요가 얼마나 재밌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기사 좋네요~
기사 좋네요~
굿.....기자님 감사합니다 ㅋ
불운한 드라마....메이킹이 더 재미있는 솜사탕 같은 레몬소다 드라마....공감하면서도 왠지 허전한건 왜일까요?....저에게는 미남이신혜가 최고였습니다.
개념기사..글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