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를 사랑하는 아내
신영조
살아온 길이만큼 어울리게
소파는 아내와 닮았다
말이 없다
색깔도 둘 다 진하다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편안하다
앞과 뒤가 정확하다
남편의 월급보다 편하게 눕는다
남편이 바라보아도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편안하다
아내가 편하다면
나는 결혼 잘한 거다 생각하지만
소파를 질투한다는 남편 소리를 듣기 싫어
점잖은 척 아내와 소파를 지긋이 응시할 뿐
나 혼자 잠자리에 들면서
나 혼자 중얼거리며 소파를 바라본다
소파는 나의 최대 적이다
내일 아침엔 너는 분리수거 될 것이다
아니 아니
소파의 길이만큼 생각해 보니
나의 일방적 사랑은 소파의 생각보다 짧았다
밤새도록
내가 분리수거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잔 마신 막걸리가 맹물이 되었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8월호 발표
신영조 시인
대구에서 출생. 200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눈물을 조각하여 허공에 걸어두다』 (서정시학, 2021년) 출간. 2016년 대구문협 올해의 작품상, 2023년 제2회 미래서정 문학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회원, 대구시인협회 회원.〈시가마〉회원, 효성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출처] 소파를 사랑하는 아내 - 신영조 ■ 웹진 시인광장 2023년 8월호 신작시 □ 2023년 8월호 ㅣ 2023, August ㅡ 통호 172호 ㅣ Vol 172|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