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보면서 자다말다를 반복했다.
새벽 한 시다.
전화를 건다.
전화벨이 핸드폰 넘어로 혼자서 신호음을 내뱉기를 오래하다가
상대가 전화를 받는다.
황영감이다.
'어찌 도로사정이 괜찮으시나요?'
'아뇨아뇨....지금 설설설 기어가고 있습니다.'
'기어가야지요. 완전 빙판이지요? 어쩐대요?'
현실에서는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면서도 립서비스만 애절하다.
'그냥 똥꾸녕에 힘 바짝 주고 속도일랑 낼 엄두도 내지 마시고
20~30키로를 유지하세요.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대요? 안전이 제일이지요'
'오메.....20~30키로면 과속이에요. 그러다 브레이크 밟으면 차가 돕니다.
지금 7~9키로 수준으로 기어가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퇴근한 지가 30분인데 아직 광천터미날 부근이네요'
서울에서 살던 오래전 기억에 비추면 ....
눈이 내리자 마자 구청에 민원 넣는 이들이 너무 부지런해서
눈내리자 마자 구청 소속 제설차가 내리는 눈을 족족 치워대더니만
광주광역시는 나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평소 눈오는 날도 그렇지만 오늘 밤 같은 경우는 속수무책이다.
황영감이 지나가는 말로 띄엄띄엄 알바를 해야 할른지
아니면 봉급제로 회사에 소속되어야 할른지를 내게 물어본 것이 지난달이다.
돈을 벌겠다고 인력사무소에 나가며 날마다 기웃대는 것보다야
안정적인 회사생활이 낫겠다 싶어 별 고민없이 회사소속으로 하라고 권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오늘 밤은 낮에 내린 폭설이 얼어붙어 도로마다 빙판이란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주말까지 내리 폭설이요 내리 얼음장 기온이다.
알바하면 이리 난폭한 날씨를 피할 수 있어도
회사에 매여있으면 고약한 날씨와 맞장을 뜨고 줄창 얼음판을 설설거려야 한다.
내 한 마디가 황영감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겠지만
광주 도로가 얼어붙어 있는 시간과 황영감이 퇴근한 시간이 맞아 떨어지는 동안에는
깊은 잠, 달콤한 잠, 편안한 잠 들기 글렀다.
하필이면 황영감 퇴근 시간이 새벽 12시 30분 언저리란다.
환장하겠다.
누가 앞으로 고민을 말하거들랑....먼산 뻐꾸기 온동네에 고민 전하는 것으로 여기고
그냥 개무시하며 못들은 척 해얄랑가 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창문 넘어 큰 길에는 어쩌다 차 한 대 타이어자국을 내고
그 위로 하얀 눈이 타이어 자국 지우며 내리고 있다.
글을 쓰는 사이 황영감은 집에 도착했단다.
눈내리는 내내
빙판위를 오가는 내내 그리 집으로 회사로 안전하게 오가기를....
첫댓글 황영감님 퇴근 무사히 하셔서 다행입니다
사고라도 나셨다면 빅샤인님은 그날밤도 잠 못자는게 아니라 황영감 나을때까지 잠을 못잘것 아닙니까?
광주에 눈 많이 내렸군요
중간시누부님께 전화라도 드려봐야겠어요
ㅎㅎㅎ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노라면
도로 결빙이 떠올라
금방이라도 황영감 사고 났다고 전화가 올 것 같아요.
여기서도 샤인님
오지랖 예기 하신거죠
그래도 그게
사는 맛 좋은거 같아요 ㅎㅎ
그래도 긴장과 우려, 불안에서는 해방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