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동안 MBC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은 연예인은 탤런트 고두심으로 그녀는 2002년 한해 동안 MBC로부터 3억2,600만원을 출연료로 받았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9월 23일 있었던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고두심 다음으로 탤런트 정보석(2억2,200만원), MC 이경규(1억9,700만원), 탤런트 류시원( 1억9,600만원), 개그우먼 김효진(1억8,0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상위 20위권에 포함된 출연자 모두 1억원을 웃돌았다. 물론 이 액수는 MBC의 출연료 일뿐 KBS, SBS 출연료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세방송사 출연료를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날 국감장에서 출연료 자료 제출을 요구한 민주당 심재권의원은 “고두심씨가 받은 출연료는 지난 2001년 최고액 수령자였던 앵커출신의 MC 백지연씨(2억1,890만원)보다 무려 50%나 많고 지난해 가수 중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은 장나라씨보다 10배가 많다”고 연기자들의 높은 출연료를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한 연예인의 출연료 기사를 쓴 기자들 역시 한결같이 고액 출연자들은 대부분 탤런트와 MC였으며 나머지는 출연료가 낮은 편이고 최고 출연료 가수가 연기자의 10분 1의 출연료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심재권의원과 이 기사를 쓴 기자들은 출연료의 본질과 대중문화 시장의 특성을 전혀 모르는 발언이자 기사였다. 이것을 본 방송 전문가, 학자 연예계에선 아마도 비웃음을 보냈을 것이다.
현재 KBS, MBC, SBS는 출연료를 지급하는 연예인의 등급이 있다. 물론 방송사별로 등급과 등급별 출연료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방송 출연료는 연기자나 가수는 방송사가 PD들로 구성된 등급심사위원회가 경력, 방송사 공헌도, 수상경력, 인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결정한다.
일년에 한번 등급심사를 한다. 연기자의 등급은 보통 제일 많이 출연료를 받는 18등급에서 제일 적게 받는 1등급까지 있다. 물론 출연료 외에 플러스 알파를 받는 특A급 배우들도 있다. 18등급의 경우 60분물 드라마의 경우 회당 최고 200만원으로 상한선을 정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캐스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고 인기의 주연 연기자들은 상한선을 넘어 출연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등급적용으로 계약을 하지 않고 회당 얼마 식으로 작품당 계약하는 톱스타들이 많다.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연기자들은 등급에 따라 출연료를 받는다.
개그맨이나 가수의 경우도 등급이 있다. 가수 역시 나이와 경력 등을 고려해 방송사와 가수분과위원회에서 정한 최고인 원로특급에서부터 원로급, 특급, 가급, 나급, 다급, 최하 라급까지 7등급으로 등급이 나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로 특급의 경우는 가수 경력 50년 또는 70세 이상으로 ‘가요무대’에 나와 노를 부르면 회당 출연료는 60만원 선이다. 최하 라급은 20세 미만 또는 가수경력 5년미만인 경우 라급에 해당한다. 이들은 회당 출연료가 10만원 내외다. 그래서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조성모나 장나라가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도 20만원 내외의 출연료를 받는다.
여기에서 왜 이처럼 연기자와 가수의 등급별 출연료가 차이가 있고 가수들은 적은 출연료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할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연예인의 수입창구는 주수입을 올리는 1차시장이 있고, 1차 시장의 인기를 발판으로 부가적인 수입을 올리는 2차시장으로 구분된다. 탤런트나 영화배우에게 1차 시장은 드라마와 영화이다. 광고나 이벤트 참여 등은 2차 시장이다.
반면 가수에게 있어 1차 시장은 음반 판매나 공연 수입이다. 방송과 광고는 2차시장이 된다. 가수들은 방송에서 적은 출연료를 받고 출연하지만 인지도와 홍보효과, 인기라는 무형의 비금전적인 것으로 충분히 보상받기 때문에 수많은 가수들이 방송 출연을 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지난해 터진 방송연예계비리 역시 기획사들이 소속 가수들을 방송에 출연시키기 위해 불법마저 자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방송 출연은 곧 바로 음반판매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은 출연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다.
이같은 대중문화 시장의 특성과 등급의 체계를 몰랐기 때문에 고두심씨가 장나라씨의 10배의 수입을 올린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실은 전혀 이상하지 않는데 말이다.
만약 장나라가 방송출연의 영향으로 얻게 된 음반 판매 수익을 합산한다면 고두심과 비교가 될까. 그리고 심재권의원은 그런 질문을 하고 기자들은 가수와 연기자를 단순비교한 출연료 순위에 대한 기사를 썼을까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