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그냥 옷인데...
최근 날씨가 더워 이런 날씨에 양복에 넥타이까지 하고 예배를 인도하는 건 여러모로 비복음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여름 비대면예배 때도 헨리 넥(차이나칼라) 셔츠를 입고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넥타이가 없이 반팔셔츠를 입으려니, 어째 허전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헨리 넥 셔츠는 넥타이가 필요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이왕이면 비슷한 모양인 '로만칼라' 셔츠가 목회자 옷이니, 이걸 입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정확하게 말하면 로만칼라 스타일이죠. 로만칼라는 검은 옷에 가운데 하얀 목칼라로 아는데, 이와는 달리 좀 변형된 패션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로만칼라'를 로마가톨릭교회 신부가 입는 옷으로만 오해를 합니다. 그러나 제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로만칼라는 원래는 '클러지칼라'라고 불리었고, 바로크시대 남성들의 옷의 일종이었다는 말도 있으며, 1700년대 초기 스코틀랜드 장로교 도널드 맥러드 목사가 당시 명예와 권위를 상징하는 Y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권위로부터 낮아지려고 창안한 복장이라고 합니다.
1967년 제2바티칸 공회에서 로마가톨릭 신부 옷으로 결정하면서 ‘로만칼라’로 불리게 됐습니다(심지어 그때는 신부들이, 왜 개신교 목사들의 옷을 따라 입느냐고 반발했다고 하네요). 어떤 사람들이, 왜 개신교 목사가 신부 옷을 입느냐 시비를 많이 겁니다만, 그건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죠(로만칼라는 신부의 순결과 독신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그건 그분들이 좋게 의미를 부여한 거죠. 시작은 그렇지 않습니다). '클러지칼라(로만칼라)' 옷은 목사든 신부든, 심지어 일반인도,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그러나 목회자에게 적합한 옷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어떤 블로그 글에 달린 댓글에서 개신교 목사들이, 중국이 한국 것을 자기 네 것이라고 우기는 것처럼(?) 신부의 옷을 자기네 옷이라고 우긴다, 결혼도 하고 애도 낳으며 할 거 다하면서 신부 흉내를 낸다는 식으로 격하게 비난하는 걸 봤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사실과 틀린 말이죠.
그리고 따지고 보면, 로마가톨릭이 자기들만 진짜 교회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내세우는 성경구절(마태복음 16:18, 베드로가 교회의 반석이란 뜻이 아니지만, 이걸 오용해서)에서 '최초의 교황'이라고 보는 사도 베드로는 오히려 결혼한 사람입니다. 사도 바울이 독신이죠. 독신으로 사는 신부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그것이 성경적인 근거는 아니란 거죠. 결혼한 개신교 목사는, 결혼했기 때문에 또 다른 어려움도 있습니다. 어떤 면에선 독신이 사실 목회하기에는 속 편하죠. 그러나 결혼해서 아버지가 됨으로써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며, 결혼한 성도들의 사정을 이해하는 유익도 있습니다. 사실 목사는 성직자가 아니라 목회자입니다. 성직자란 따지고 보면, 성경에서 제사장직을 말합니다(이런 면에서 로마가톨릭은 신부가 제사장직을 이어받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복음적이지 않습니다). 제사를 더 이상 드리지 않은 신약 이후에는 제사장이 필요 없습니다.
베드로전서 2:9 말씀대로 모든 성도가 다 '제사장'입니다(이 말씀의 뜻은, 모든 직업이 다 성직이라는 뜻입니다). 목사만 성직자라고 하면, 그때 교인들은 평신도가 되버립니다. 교회 안에 서열(계급)이 만들어지죠. 그래서 로마가톨릭의 사제인 신부와 교인은 결코 평등한 관계가 아닙니다.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성찬식 때 포도주를 신부만 취하고, 평신도가 죄를 신부에게 고백하는 것 같이요). 그러나 평신도란 말은 복음적이지 않습니다. 모든 성도가 제사장이라는 '만인제사장'을 주장하는 개신교에서는 목사나 일반신도나 평등합니다. 다만 목사는 에베소서 4:11에서 가르치는 교사로 나오듯, 성경을 가르치고 설교와 예배를 담당하는 전문적인 역할이 있을 뿐, 교인들과 다른 특별한 신분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그래서 저는 까운(성의)을 입지 않습니다. 까운은 구약 제사장직에서 기원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약에서 사도들은 평상복을 입고 사역했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더운 날엔 굳이 정장 양복보다는 클러지칼라 반팔 셔츠를 입는 것이 더 복음적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너무 심각했나요^^ 그러나 한번 쯤 생각해볼만한 내용입니다. 저는 평상복을 입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예배 인도에 적합한 스타일만! 보고(무슨, 이 옷에 부과한 거창한 뜻이 아니라) 로만칼라를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무슨 옷을 입은 들 어떻습니까. 깨끗하면 되죠(딤후 2:21). 저는 평소에 로만칼라를 입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예배 때, 그것도 여름 더울 때, 정장 양복 대신에 , 무슨 거창한 뜻이 아니라 예배인도에 적당한 스타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것도 로만칼라도 아니고, 로만칼라 비스무레한 것을 한 두 달만 입으려고 합니다. 암튼, 누가 원조라고 주장하는 거, 유치하지 않습니까☺
(2022년 7월 31일 주일 주보에서)
첫댓글
그랬군요. 몰랐습니다.
로만칼라를 볼 때 저 옷은 가톨릭옷~?~
그런데 애초에는 개신교 옷이었다니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