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 한 마리 구워 먹고 싶다 얘야
저건 까마귀예요 엄마
검은 그림자 끌며 달로 가는 까마귀를
손가락 들어 도요새라 엄마는 부른다
호수는 위태롭게 수은처럼 맑다
갈대 한두어 줌 꺾어 하늘에 흔들며
도요새 한 마리 구워 먹고 싶다 얘야
저건 까마귀예요 엄마
까마귀인지 도요새인지 이젠 분명치 않은
그 새의 길을 엄마는 조용히 비질을 한다
밤하늘이 조금씩 기울어 별이 쏟아지면
호수는 제 몸 드러내어 빛나는 것이다
매일 밤 호숫가로 가 밤새를 기다리는 엄마
세상 기억을 몽땅 잃어
이젠 환히 한 장의 백지로 남아
대체 무얼 그려야 할까 얘야
엄마 도요새를 그려요 그걸 맛나게 구워 드세요
까마귀도 도요새, 콩새도 도요새, 구슬픈 호오새도
도요새 그 이름만 남거든
남몰래 그림자 되어 오래도록 가고 싶은 나의 엄마
-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나무옆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