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둘째 주말입니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그만큼 잡념도 늘어납니다.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는 계절에 괜찮은 영화 한두 편 감상하시지요. 금요일 ‘하이 눈’, 토요일 ‘멀홀랜드 드라이브’ 추천합니다.
▲ 금요일(11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이 준비한 영화는 ‘하이 눈(High Noon, 1952, 감독: 프레드 진네만)’입니다. 지난 주 예고편을 본 아내가 무심코 던진 말이 생각납니다. 제 장모님이 생전에 참 좋아하셨던 두 배우, 게리 쿠퍼와 그레이스 켈리가 나옵니다. 그레이스 켈리... 이름만 들어도 설렙니다. 벌써 가슴이 뜁니다.^^
서부영화엔 늘 공식적으로 영웅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영화 ‘하이 눈’은 영웅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냈습니다. 보통 서부극에 등장하는 보안관과는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인 윌 케인은 옳은 일을 했던 훌륭한 보안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합니다. 악당에 맞서 싸워야겠다며 도움을 청하는 그에게 마을 사람들은 동조하거나 지지를 보내기는커녕, 오히려 마을에 해가 될지도 모르니 마을을 떠나라고 종용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는 절친한 친구와 믿었던 사람들마저도 그를 외면하고, 아내조차 그를 이해할 수 없다며 혼자 떠나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 영화 속의 영웅은 단호하고 신념에 차 있기보다는, 좌절을 맛보는 가운데 고민하고 갈등하는 고독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게다가 그는 위험한 순간에 아내인 에이미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기기도 하는데, 이 또한 남성적인 모습만을 뽐내는 다른 영웅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게리 쿠퍼의 명연기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분명히 느끼게 해 주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끌어당기고,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디미트리 티옴킨의 음악은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며, 아카데미 주제가 상에 빛나는 주제곡은 영화 곳곳에 등장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게리와 그레이스처럼.
▲ 토요일(12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5)가 주목한 영화는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 2001, 감독: 데이비드 린치)'입니다. 나오미 왓츠, 로라 해링, 저스틴 서로 등이 나옵니다. 저도 아직 만나지 못한 영화입니다. 자료를 인용하겠습니다.
두 여배우의 인생을 대조시키면서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할리우드의 현실을 신랄하게 파헤친 영화입니다. 카밀라와 다이앤은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젊은 여배우들로 둘은 절친한 친구이자 연인관계이지만 서로 다른 인생길을 걷게 됩니다. 카밀라는 든든한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영화의 주연까지 따내고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지면서 승승장구하지만, 다이앤은 단역을 전전하며 믿었던 친구이자 애인인 카밀라의 배신으로 몹시 고통스러워합니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우리의 인생에서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줍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주인공인 베티의 꿈(환상)에 해당되고, 후반부는 현실에 해당하지만,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꿈과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들이 과연 사실일까? 아니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해서 보이는 꿈 혹은 환상일까?’
2001년 뉴욕 비평가 협회상 작품상, LA 비평가협회상 감독상,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입니다.
▲ 일요일(13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 1998, 감독: 노라 에프론)’입니다. 톰 행크스, 멕 라이언 콤비가 열연합니다.
대형 체인서점을 운영하는 남자와 작은 어린이 서점을 운영하는 여자가 온라인 대화방에서 우연히 만나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앙숙이 될 수밖에 없는 두 남녀가 이메일을 통해 서로를 따뜻한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역설적이지만 유쾌합니다. 절로 미소 짓게 합니다. 타인의 일상을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이 된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케케묵은 PC통신 시대의 사랑이야기지만, 시대가 아무리 달라지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테크놀로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사랑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걸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볼케이노 (Joe Versus The Volcano, 1990)’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1993)’에 이어 커플로 등장한 세 번째 작품입니다.
- 같은 날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 감독: 이은)’을 방송합니다.
야구 심판과 톱스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입니다. ‘사랑할 때와 헤어질 때’에 이어 이은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연기 좀 되는 임창정과 얼굴만 예쁜 고소영이 주연, 모델 출신 차승원이 이 작품으로 영화에 데뷔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실제 경기 중인 만석 야구장에서의 로케이션, 해태(KIA 전신)팀 김성한 코치와 하일성 야구 해설가가 출연하는 등 영화 기획만큼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주말 obs시네마도 미리 살펴볼까요?
- 토욜 obs시네마(밤 10:10)에서는 ‘미이라3: 황제의 무덤(The Mummy: Tomb Of The Dragon Emperor, 2008, 감독: 롭 코헨)’을 편성했군요. 브렌든 프레이저, 이연걸, 마리아 벨로, 양자경 등 출연. ‘천 년을 기다린 거대한 스펙터클이 깨어난다’ 당시 홍보 카피가 눈에 들어오네요.
기원전 221년, 세계를 정복하려던 황제 한은 여사제의 저주에 묶여 미이라로 땅속에 묻힙니다. 이후 2천년이 지나 상하이 박물관으로 유물 인수에 착수한 릭 오코넬(브랜든 프레이저)과 그의 가족은 우연히 황제의 무덤을 발견하게 되고, 황제는 미이라의 힘을 이용하려는 세력의 음모에 의해 깨어나게 됩니다. 분노와 욕망에 사로잡힌 미이라와 그의 테라코타 군사들을 막기 위해 오코넬 가족은 다시 한 번 위험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 일욜 obs시네마(밤 10:10)에서는 ‘더 레이븐(The Raven, 2012, 감독: 제임스 맥티그)’를 방영합니다. 존 쿠삭, 루크 에반스, 앨리스 이브 등 출연. 청소년 관람불가.
최초의 천재 추리소설가 에드가 앨런 포(존 쿠삭)의 소설을 그대로 모방한 기괴한 연쇄살인이 일어납니다. 베테랑 살인전문 수사관 필즈(루크 에반스)는 포와 함께 살인범을 찾아 나서지요. 그러던 중 살인마는 포의 연인인 에밀리를 납치하고 그에게 메시지를 남깁니다. “너와의 게임을 요청한다! 연인을 살리고 싶거든 내가 주는 단서를 인용한 소설을 내일 아침 신문 실어야 한다”는 것. 살인마는 포의 소설 속 살인을 그대로 인용한 시체들을 단서로 도심 곳곳에 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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