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탐방 안내
삼월 첫 주간을 보내는 둘째 금요일이다. 올봄은 스스로 선택에 의한 일상의 변화가 와 주중 오후 3시간은 근교 농촌지역 치안 보조 인력으로 시간이 묶였다. 시니어 봉사활동으로 일선 경찰서에서 초등학교 주변으로 배치한 ‘아동안전지킴이’ 역할을 맡았다. 형광조끼와 모자를 쓰고 정한 시간 파출소로 출두해 전날 수행한 임무를 일지에 기록 서명하고 순찰 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퇴직 후 2년간 자유로운 영혼으로 산천을 누비거나 도서관으로 나가 책장을 넘기며 여가를 보낸다. 현직에 발이 묶였을 때는 다소 부족함을 느꼈던 야생화 탐방이나 독서에 한량없는 시간이 허여되어 고맙게 받아들인다. 40년을 남 앞에 서던 직은 내려놓고 다시 학생으로 신분으로 되돌아왔다. 예전에는 예사로 여기거나 관심을 두지 않던 부분까지 새롭게 깨치는 날들이 감사하다.
전날 지기로부터 야생화 탐방 길 안내를 맡아주십사는 제의가 와 흔쾌히 응했다. 날이 밝아온 금요일 아침 평소처럼 일찍 길을 나섰다. 운전대를 잡은 지기와 셋이 동행하게 되어 나는 안전띠를 죄지 않은 채 뒷좌석을 차지했다. 운전자는 창원역을 기점으로 시동을 걸어 마산으로 건너가 산복도로를 따라 달렸더니 직장인 출근보다 이른 시간이라 차도는 덜 혼잡해 시원스레 뚫렸다.
야생화 탐방 행선지는 나에게 위임되어 뒷좌석에 앉아도 자동 음성 장치를 대신한 길 안내에 충실했다. 밤밭고개를 넘어 동전터널을 지나 진동에서 진전 오서를 앞두고 2호선 국도 옛길을 따라 양촌과 대정을 지났다. 의산보건진료소에서 원산을 지나자 함안 군북 오곡으로 뚫는 지방도 확장 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76번 농어촌버스 종점 둔덕을 지나 오곡재 가는 길로 올랐다.
미산령 임도 들머리 차를 세우고 야생화 탐방지까지 걸을 요량이었는데 차단기가 열려 있어 차량 진입이 가능했다. 인적이 전혀 없는 한갓진 임도를 따라 차를 몰아 해발고도를 높여 올랐다. 나는 봄날이면 야생화 탐방과 산나물 채집을 떠나 혼자서도 여러 차례 찾아 익숙한 지형이고 경관이었는데, 동행한 두 지기는 낯선 풍광을 신선하고 흡족히 받아들여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발산재를 거쳐온 낙남정맥이 오곡재에서 미산봉을 올라 미산령의 여항산이 서북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험준한 산세였다. 미산령을 얼마간 앞두고 차를 멈춰 커피를 나눠 마신 후, 임도와 인접한 낙엽 활엽수가 자란 언덕으로 올라섰다. 덩굴딸기 가시덤불을 헤쳐 가랑잎이 덮인 숲 바닥에 꽃잎을 살포시 오므린 노란 복수초를 볼 수 있었다. 두 지기는 복수초꽃의 신비로움에 감탄했다.
부엽토가 쌓인 숲 바닥 절로 자라 핀 복수초꽃이 지천으로 펼쳐졌다. 우리가 찾아간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 밤새 오므린 꽃잎을 완전히 펼치지 않은 채였다. 인적 없는 숲에서 환호와 탄성을 터뜨리면서 복수초꽃을 완상하고 차를 타고 남은 임도 구간을 마저 올랐다. 미산령 정자에서 환담을 나누며 둔덕에서 V자로 겹겹이 둘러친 산이 진동만으로 빠져나가는 골짜기를 굽어봤다.
미산봉 복수초꽃은 야생화 탐방 1부였고 이어진 2부는 골짜기를 달리한 진북 인성산으로 옮겨 바람꽃을 살피러 갔다. 의림사 산문을 지난 응달에는 엷은 보라색 꽃잎 현호색이 보였다. 세 갈래 가지에 상투 과자와 같은 꽃을 피운 삼지닥꽃도 봤다. 매실 그루에서 매향이 번지는 활엽수림 바닥에 핀 변산바람꽃은 절정에서 하강하는 때였지만 우리를 기다려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건너편 수리봉 기슭 참나무 숲 바닥으로 가니 붉은대극은 잎줄기를 불려 자잘한 꽃을 맺어 있었다. 유난히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에는 생강나무에서도 노란 꽃이 피어 화사했다. 의림사 계곡에는 야생화를 탐방하러 온 이들이 먼저 다수 다녀가 숲 바닥은 길이 반질반질했다. 앞서 찾았던 미산봉 복수초는 복수초대로 여럿이 어울려 피어 외로움을 타지 않을 듯해 마음이 놓였다. 24.03.08
첫댓글 대국도 피고 있군요! 갱강나무도 한창 꼬물작거리에요! 좋은 꽃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