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 신작, 김혜자·원빈 주연 <마더> 제작보고회 열려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괴물> 이후 3년 만에 신작 <마더>(제작 바른손)를 들고 관객을 찾아온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온도에 비유할 수 없지만 '마더'는 전작들보다 훨씬 더 뜨거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2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마더> 제작보고회에서 "내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얼마 전에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가 '처음으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연기를 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13년 간 스케이트를 타 온 분이라 그런 자격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나는 감독된 지 10년밖에 안 됐다는데 내 자신도 납득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본 적이 없고 언제쯤 그날이 올까 발버둥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후반작업 중인데 모든 작업을 끝내고 '마더'도 과연 납득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스스로 돌아볼 시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를 만들고 나면 해외 영화제나 시사회 때 불가피하게 자기 영화를 어쩔 수 없이 봐야할 때가 있는데 그런 자리는 항상 고통스럽고 보면서 다시 찍고 싶은 장면이 너무나 많고 스스로 이런 저런 핑계도 대본다"면서 "과연 2시간 동안 그런 장면이 단 하나도 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올까, 모든 장면에서 후회가 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겸손해했다
<마더>는 스물 여덟 나이에도 제 앞가림은커녕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어수룩한 아들 도준(원빈)이 동네에서 소녀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자 아들을 구하기 위해 홀홀단신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서는 엄마(김혜자)의 사투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은 "처음에는 '엄마'라는 제목을 생각했다. 엄마만큼 원초적인 단어도 없다. 누구나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하게되는 말도 '엄마'인데 엄마라는 제목을 하고 싶었는데 2004년도 고두심 주연의 '엄마'라는 영화가 이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마더'라는 제목으로 바꾸게 됐다"면서 "나름 독특한 강렬함이 있는 것 같고, 엄마라는 존재가 무엇일까 한번 더 생각하고 보게 하는 뉘앙스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전 처음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김혜자에게 출연을 제의한 그는 "김혜자 선생님은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김혜자 선생님이 거절했으면 이 영화는 무산됐을 것"이라며 "영화를 찍어 나가는 과정에서 희로애락도 많았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마더'의 엄마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이어야 되고 어떤 느낌을 가진 사람인지에 대해 선생님과 너무 일치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마치 2인3각 경기를 하듯이 전력 질주할 수 있었다.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에 100% 만족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데 대해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결정은 아주 적당했다고 보고 그렇게 예상했다. 혹시나 마음에 바람에 15세 이상 관람가로 신청한 것일 뿐"이라며 "스토리상 필요하기 때문에 섹스와 폭력에 대한 묘사가 있다. 과도하지 않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또 극중 이름이 배우들의 이름과 비슷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빈의 본명이 김도진인데 자연인으로서의 원빈 모습에 강한 매력을 끌렸고 그런 모습을 영화에서 일정 부분 표현하고 싶었다. 김혜자 선생님은 엄밀히 말하면 극중 이름이 없다. 영화에서 김혜자 선생님의 극중 이름이 불러지는 경우가 없고 이름을 알 수가 없다. '그냥 엄마였으면, 엄마가 김혜자'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조연들도 시나리오 쓸 때부터 마음속으로 결정하고 썼기 때문에 본명과 극중 이름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박쥐>의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과 <마더>의 '주목할 만한 시선'을 비교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비교되는 것은 나로서는 영광이지만 박 감독은 나보다 10살 많고 데뷔도 8년 빠르고 세대 차이가 많이 난다. 비교된다는 게 이상하다. 만약 내가 박지성 세대라면 박감독은 최순호 세대"라며 "지난 시사회때 '박쥐'를 봤는데 더 이상의 잡다한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거장이 만든 걸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감독으로 경쟁 부문 진출을 기대했지만, 막상 칸의 라인업을 보니 잘 나가는 정당의 국회의원 공천 리스트를 보는 듯 하더라. 아직 내가 젊은 감독으로서 그 틈에 끼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더라"며 "하지만 작품 자체로만 놓고 봤을 때는 강력한 자신감이 있다. 막상 영화제에서 영화가 공개되면 그 다음에는 영화 자체로만 보여지기 때문에 경쟁, 비경쟁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 지 기대하고 있다"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한편 영화에 출연하는 원빈에 대해서는 "이번 엄마 역할을 가능하게끔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아들 역에는 원빈 밖에 없었다"며 "처음 그를 보고 '아, 도준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답답하리만큼 순진해 보였다. 뭔가 당장 나가서 내가 챙겨줘야 될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 당시 시나리오 완성되기 3달 전이었는데 만나고 난 다음부터는 내가 느꼈던 원빈의 인상이 시나리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원빈는 실제로도 순진무구한 모습이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나니 집요하고 프로페셔널하고 독한 승부근성과 자기 연기에 대한 기본적인 중심이나 콘셉트가 확실하게 있어서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덧붙여 봉준호 감독은 "김혜자 선생님과 원빈의 눈이 대개 느낌이 비슷했는데 맑은 소의 눈 같아 좋았다"고 말하기도.
국민엄마 김혜자의 뜨거운 모성애 연기와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원빈의 연기 변신이 기대되는 <마더>는 오는 5월 28일 개봉예정이다. 김혜자와 원빈 외에도 진구, 윤제문, 전미선 등이 함께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