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처 : 유머나라 (cafe.daum.net/humornara)
작 가 : 러브리걸 (3Dlovelyeun41@hanmail.net ">lovelyeun41@hanmail.net )
#강운고..
조회시간이 시작되었고, 몇 주후면 시작하게 될 체육대회에 대해 반장이 앞으로 나와
크게 흥분하며 회의를 하고 있었다. 강운고는 다른 학교에 비해서 조금 특별한 것이 있다.
타 학교와는 다르게 동네 사람들도 함께 참여하는 행사도 있기 때문에 강운 고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해마다 체육대회를 기다리곤 했다. 어김없이 찾아 온 체육 대회였다.
복학을 해 처음 맞는 강운 고에서의 체육대회에 조금은 당황한 신이였다.
“..재미있겠지?? 동네 사람들도 많이 오거든? 같이 릴레이 경주도 하고 별걸 다해~
얼마나 재미있는데~”
“흥미 없다.”
“피이~ 진짜 재미있어~!!”
옆에서 가영이 좋아라 설명을 해주지만 그런 것엔 영 관심이 없다며 신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번엔 기필코 우승이야!!! 내가 2년 내내 준우승 했다!!! 우리 반!!! 후배들이랑 힘 합쳐서
기필코 우승해 보자!!!”
반장이 크게 흥분하며 손을 높이 쳐들자 상건과 철균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좋아!!! 반장!! 내가 있잖아!”
“그다지 믿고 싶진 않구나…-_-;;”
“믿어줘-0-;;”
상건이 믿어 달라는 표정으로 윙크를 하자 보고 있던 가영과 신이 폭소를 터뜨렸다.
“귀여워… 신아.. 상건이 귀엽지?”
“….”
“…민망하게 대답 안 할래..??”
“….”
“ㅠ0ㅠ”
아무런 대답 없이 딴 곳을 보는 신에게 두 손, 두발 다 들어 버린 가영이었다. 내일부터
있을 농구와 배구 예선전에 나갈 인원을 뽑기 시작했다.
농구에는 억지로 밀어 붙인 상건과 철균이 나가기로 했고, 어의 없이 류신이라 외쳐 버린
상건의 말에 장신이 별로 없었던 5반에 마침 잘됐다 하며 반장이 넉살 좋게 이름을 올려
버렸다.
“신아 할 거지?? 나와 함께 운동장을 주물러 보자^0^”
“흥미 없다”
“…신아…벌써 이름 올라 갔어^-^;;”
“동의 한적 없는 것 같은데”
“플리즈-0-;;”
갑자기 옆 자리로 다가와 신의 두 손을 꼭 잡고 애처롭게 바라보는 상건과 철균이지만..
신은 애써 무시하며 안 들리는 척을 했다..
“마지막으로 계주는.. 말이지…(씨익)”
반장이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상한 웃음을 짓고는 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류 신!! 제발 부탁한다!!! 담임이 너 무조건 계주 멤버에 넣으래!!! 100미터 10초라며!!”
“그날 교실에서 잘 생각이거든?”
“ㅠ0ㅠ”(반장)
“-0-;;”(상건)
“-,.-”(철균)
“우리 우승해야 되는데.. 이번이 마지막인데.. 제발 좀 해주련?”
“귀찮아”
“아흑….”
거의 쓰러지려는 듯 매우 힘들어 보이는 반장을 뒤로 하고 가영이 씽긋 웃는다..
“신아~ 그날 동네 사람들 다 올 텐데~ 영인이 언니도 부르지 그래? 아~ 동화도 부르면
되겠다~ 그날 너 멋지게 농구하고 계주 하는 모습 보면 영인이 언니랑 동화가 무척
좋아하겠다~ 웬 일이야~ 원래 여자는 남자들의 운동하는 모습에 뿅 가거든~ 어머~”
가영의 말이 끝나자 상건과 철균, 반장이 울상을 짓다 말고 조금씩 미소로 바뀌고 있었다.
“흠.. 반장 종쳤다. 화장실 가도 되지?”
“으..응^-^”
그러곤 바로 교실에서 나가 버리는 신…
신의 뒷모습 뒤로 반장은 애타는 심정으로 가영을 바라 보았다.
“걱정 마~ 신이 한다고 할 거야~ 내가 신이 아킬레스건을 잘 알거든^0^”
“역시.. 가영아.. 너 밖에 없구나~”
“반장.. 너의 그 손.. 당장 치울래? 가영이 내 거 거든?-_-^”
“아.. 미안^-^;;”
반 아이들은 모두들 신의 대답을 기다리기 위해 쉬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조용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종 치자 마자 교실에서 나간 신은 5분이 지났는데도 들어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쾅..
교실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일제히 뒤를 돌아 보았다..
“뭐..뭐야.. 니들..”
그곳엔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신이 있었다..-0-;;
신은 성큼 걸어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방긋 웃고 있는 가영에게 물었다.
“여자들은 남자들 운동하는 거 보고도 좋아하냐?”
“당연하지~!!!! 남자들은 말야~ 운동 할 때 진정 멋있거든~ 짱이야~”
“…아.. 그래?”
“응^-^ 몰랐구나? 참.. 신아 반장이 부탁한 거 생각해 봤어???”
“…….나 지금부터 잘 거다.. 깨우지 마라..”
“…으..응”
실패란 생각이 들자 가영은 거의 울상 직전이었다. 책상에 엎드린 체 잘 준비를 하는 신..
진정 실패란 말인가?
하지만..
남자들도 귀여운 생각과 귀여운 행동을 가끔씩 하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남자나 여자가 똑 같은 것이었다.
“송 가 영.. “
“..응?+_+”
“반장한테 한다고 전해 줘라”
“응>_<””
반장에게로 승리의 브이를 날려 주는 가영..
환호성을 지르는 반 아이들을 뒤로 하고 얼굴이 빨개진 신은 어서 자는 척을 해야만 했다.
수업이 끝나고 신은 응진을 만나 영인의 집으로 향했다.
서로 이야기 해 본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영인과 응진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요즘은 너 데리러 오는 기사 아저씨 안 보이네?”
“형한테 물어봤더니 아저씨 그만 두셨대..”
“아.. 그래?”
“이상하지? 아저씨가 나한테 말 안하고 그만 두실 분이 아닌데…”
“그러게.. 그 아저씨가 너라면 끔찍했잖아?”
“솔직히 자꾸만 이상한 느낌이 든다…”
“뭐..??”
“아니.. 그냥.. 모르겠다…”
“삼촌~~~~~~~”
멀리 서 동화가 보였다. 동화는 신을 보자 마자 뛰어 와 안겼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삼촌~”
“응.. 동화야..”
“삼촌~ 보고 싶었져요..”
“동화야 나는?? 나 알지? 저 번에 피자 같이 먹었잖아^-^”
“네.…”
“나는 동화 많이 보고 싶었는데…”
“동화는 삼촌만 보고 싶었는데…”
“…하핫…^-^;;”
때 마침 영인이 슈퍼에서 나오고 있었고, 양 손에는 커다란 봉지가 들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거리를 사고 나오는 듯 했다. 신과 응진이 다가가 각각 하나씩 들었다.
“뭘 이렇게 많이 샀어..”
“..그래도.. 친구 오는데..”
“안녕하세요~ 신이 친구 응진입니다. 누나랑 보기 몇 번 봤는데.. 한번도 인사를
못했네요”
“..그러게..요.. 요리는 자신 있으니까 맛있게 해줄게요”
“네~”
응진과 동화는 거실에서 장난치며 놀기에 바빴고, 신은 영인을 도와 주방에서 거들어 주는
일을 했다. 신의 처음 해 보는 듯한 서툰 파 다듬는 모습에 영인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도 열심히 도와주려는 모습이 가상하여 박수라도 쳐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시간쯤 지나자 영인이의 특선 전골요리가 완성이 되었고,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에 모두
둘러 앉아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조금은 익숙치 못했던 영인과 응진도 서서히 친숙해 져 갔고, 동화도 응진에게 조금씩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누나 진짜 맛있게 먹었어.. 최고야^-^”
“맛있긴..”
“배도 부르고 술도 취하고..으.. 오늘 기분 최고다! 이제부터 신이 따라 자주 와야 겠다”
“응.. 그래 자주 와.. 오늘 보니깐 동화랑 잘 놀더라~”
“하하.. 나야 환영해 주면 매일 오지~”
“갈게..”
“응.. 집에 들어 가서 얼른 자.. 피곤해 보여..”
“너도 얼른 자라..”
“응.. 알았어..”
“누나 또 올게..!”
손을 흔드는 응진에게 똑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신이 그랬었다.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친구 녀석이라고..
뭐든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믿는 녀석이라고..
그런 신의 소중한 친구를 만나 본 영인은 기분이 좋았다. 멀어지는 신의 뒷모습을
없어질 때까지 지켜 보다 안으로 들어 갔다.
리젠시 술집으로 한 여자가 들어 갔다.
신화 조직의 큰 형님의 오른팔에서 고교 세력 보스로 새로이 등급 조정 된 한 필두의
여자.. 그녀 역시도 요즘은 화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형수님 오셨어요”
“정은이 어디 있어요?”
“대기실에 있습니다.”
지배인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쩔쩔 매자 수진은 웃으며 대기실로 들어 갔다. 수진이 안으로
들어 가자 대기실 안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여자가 웃으며 담배를 껐다.
“왔어?”
“야.. 이 가시네야.. 너 일 안 한다며?”
“나도 이 따위 짓 하고 싶지 않았어… 돈이 좀 필요해서..”
“돈? 왜?”
“그냥..”
“이거 때려 치우고 언니가 돈 많은 남자 소개 시켜 줄게”
“아냐..”
“신이가 그렇게 좋니?”
“후.. 아 참.. 몇 일전에 한국백화점 이사 왔었어..”
“어머.. 그래? 룸에 들어 갔었어??”
“응.. 또 온다고 하던데.. 쿡.. 그 사람만 잘 잡아도 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그렇다.. 이야.. 잘 만났네~ 한국백화점이 오죽 잘 나가니? 잘됐다~”
“그나 저나.. 나채빈은?”
“오늘 만나러 가려고.. 그 계집애가 아주 보통이 아니야”
“왜?”
“응진이가 왔었어……..”
“….그..래?”
“그 계집애 죽여 버리고 싶어..!! 진짜..”
“너무 서두르지마..”
정현은 어차피 지금 나설 생각은 아니었다. 현재는 수진이 먼저 앞서서 채빈에게 나가는
것이 더욱 현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늘따라 수진의 얼굴 표정 하나 하나에 악독함이
묻어 나고 있었다.
“오늘 또 한명 죽게 생겼어..쿡..”
“언니가 또 올게~ 일 열심히 해~”
“그래.. 요즘 학교를 통 안가서….”
“자퇴 할 생각은 마…”
“글세..”
걱정되는 듯 한참을 보다 나가는 수진을 보자.. 가슴속이 더욱 답답해 지는 정현이었다.
벌써 몇 일째 학교를 가지 않았다. 죽어도 연락하지 않을 거라던 성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냉정해 진다고 했으면서도 몇일 째 안 보이는 자신이 걱정되어 전화 한 것이
분명했다.
“김 성 길.. 미안한 말이지만.. 난 죽어도 너한테 안가.. 난.. 류신.. 잡고 말 거야.”
오래된 건물 지하실로 한명의 여자를 질질 끌고 남자들이 들어 가기 시작했다. 여자는
벌써 몇 대를 맞았는지 비명 조차 지르지 못하고 안으로 끌려 가야 했다.
두명의 남자들은 지하실 문을 열고 바닥으로 아무렇지 않게 던져 버리듯 내려 놓았다.
“데리고 왔습니다. 형님이 이 사실은 아시면 큰일납니다.”
“걱정 마요.. 이제 됐으니 가 보세요..”
“네..가보겠습니다.”
남자 두명의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다시 지하실에서 나갔다.
그들이 나가자 마자 구수진은 각목을 들어 쓰러져 있는 여자 옆 바닥을 내리 쳤다..
“악..”
“이것으로 널 때리지 않을 걸 감사하게 여겨”
“왜..왜 이래..”
“입까지 싼 년..”
“…왜 이래…..”
“응진이가 나를 찾아 오게 만들어? 너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나.. 얘기 한 적 없어..!!”
수진은 신고 있던 힐 끝으로 채빈의 팔을 내리 찍었다..
“악…”
“나 채 빈.. 까불지마..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같은 거 순식간에 없앨 수 있어”
“나.. 말한 적 없어.. 너 만났다고 말한 적 없어!!”
“…뭐.. 너?”
“..그래.. 너”
“하.. 너 많이 컸다.. 너라니?”
수진은 단단히 화가 나 채빈의 머리카락을 잡아 끌어 내렸다. 극도로 화가 난 수진은
쓰러진 채빈을 발로 걷어 차기 시작했다..
#신화
똑똑..
“형님.. 저 중후입니다”
“들어와”
김 중후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 가자 검정 색 정장으로 한 껏 멋을 부린 한 필두가 폼을
내며 앉아 있었다. 겨우 얻은.. 3년 만에 갖게 된 중간 보스급인 고교세력 보스였다.
이제야 숨통이 풀리는 것처럼 가슴이 확 틔었다.
“수진이는?”
“예상대로 나 채빈을 잡아서 구타하고 있습니다.”
“그래? 좋군.. 나 채빈 그년을 패고 나면 뜻밖의 인물을 만날 수 있겠군.. 쥐 새끼 같이
이리 저리도 잘 숨어 다녔지.. 역시 재벌 2세라는 타이틀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어..”
“예. 형님이 이 날을 얼마나 고대하셨습니까?”
“그래.. 중후야.. 나는 철철 하게 밟아 줄 것이다. 나를 개 같은 기분을 맛 보게 해준
류신.. 그 자식.. 절대로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지.. 훗..”
“없어진 줄 알았더니.. 용케 다시 나타났군요”
“그 자식은 너무 잘났어.. 훗.. 그래서 마음에 안 들지.. 어린 새끼가 너무 겉 멋에
빠져서 잘난 척을 해 댔어..!! 빌어먹을 자식! 그 자식만 없었어도 이 자리쯤은 애초부터
내 거였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쩌긴.. 류 신.. 그 자식은 최대한 비참하게 만들어 줘야지. 내가 겪었던 두 배의
수모를 줘야 하지 않겠어?”
“하지만.. 형님.. 류 신 주변에는 아직도 장 응 진이 있습니다.”
“장응진.. 그 자식.. 훗.. 그 자식도 알고 보니 별거 아니더군.. 하하..”
“무슨..?”
“장응진 제거하는 일은 무척 쉬울 거야.. 그 새끼한테는 아킬레스건이 딱 두 가지 있지”
“뭐죠?”
“하나는 류신이고.. 또 하나는…”
“…”
“나채빈이지…!”
한 필두의 얼굴이 비웃음을 띄며 점점 잔인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한 필두의 생각을 알아 첸 김 중후는 왜 구수진 그녀가 나채빈을 구타한다고
했을때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홍조를 띄며 좋아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나채빈을 치고 나면 가장 흥분하게 될 사람이 장응진일 테고.. 그 다음 장응진을 치면
유일한 친구 류신이 거의 반은 미쳐서 날 뛰겠군요?”
“그렇지!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거야! 한번에 두 마리의 호랑이 새끼들을 잡는 거지.”
신과 응진이 사라진 후 일년 간 조용하던 신화 조직이었다.
조직에서는 신과 응진을 찾으러 다녔지만 어디에도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고,
학교에서도 다시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허비한 시간이 일년이었고,
이제야 그들을 서로 다른 학교에서 찾아 낼 수가 있었다. 한명은 하 정현이란 여자에게서
한명은 김 성길이라는 강운고 흑마 회 대가리에게서 말이다.
한 필두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 것은 김 성길의 이유와 하 정현의 이유가 같은 인물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여자는 사랑해서.. 남자는 증오해서의.. 이유..
정현이 응진의 상태를 보고 하러 갈 무렵.. 다음 날 김 성길이라는 고등학생이 그를 찾아
왔었다.
“흑표범 찾으신다 해서 왔습니다”
“어떻게 알지?”
“몰랐는데 흑표범 후배가 떠들어 대는 바람에 알았습니다.”
“후배?”
“제일 고.. 영강회 후배들 말입니다”
“아.. 그렇군..”
“강운 고에 있습니다.”
“류신에 관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나에게 보고 해 올 수 있겠나?”
“네.. 무엇이든지요”
“고맙군..”
“대신..”
“대신?”
“류신을 철저하게 밟아 주십시오.. 다시는 일어 서지 못하도록..”
“..약속하지”
한필두는 3년전 류신이라는 인물을 처음 알았던 그 기억이 되살아나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지었다.
-The Past(과거)
1999년 제일 고등학교.
“이 새끼.. 벌써 몇 명을 팼는지 몰라요. 선생님 정말 아무런 처벌도 내리지 않을 겁니까?”
“제길.. 나도 하고 싶어도 못 낸다고!!! 젠장”
“도대체 어떤 집안 새끼길래!”
“안 선생.. 한국그룹 알아?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그룹 아들이야! 함부로 했다간
오히려 우리가 깨지는 것이 쉽상이라구!!”
지도실 문 밖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주임과 안 구연 체육 담당이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듯
답답해 하고 있었다. 주임이 녀석에게 손을 못 대는 이유 중에는 얼마 전 그의 어머니에게
건네 받은 고액의 돈 때문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
생각하면 참 어의 없는 일이었다. 학년 초기 땐 무척이나 얌전했던 녀석이었다.
조용하고 차라리 교실에 없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알맞을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확연하게 뒤 바뀌어 있었다. 지금은 제일 고를 발칵 뒤집을 만큼
시끄럽게 만드는 블랙리스트로 변질되어 있었다.
주임은 다시 안으로 들어 갔다. 오늘은 반성문이라도 받고 보낼 생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 간 주임의 눈이 커졌다.
“너.. .. 어디서 담배를 피고 있는 거야!!! 당장 못 꿔?”
“훗..”
하얀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차가운 표정이었다.
“이 학교에서 가장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누굽니까?”
“…담배 꿔!!!!”
“차라리 저를 때리시죠?”
“너!!!”
주임은 높이 손을 올렸다.
-때려서 나에게 처벌을 내리십시오.. 그것도 아주 엄중한 처벌을 내리십시오-
하지만.. 주임은 무엇이 생각이라도 났는지 올린 손을 다시 내려 놓았다.
그가 손을 내릴 때.. 그를 지켜 보고 있던 아이는 단 하나 남겨 있었던 희망 마저 도
돈과 함께 명예와 함께 땅으로 깊숙이 추락했다.
“류신! 반으로 돌아 가!”
-결국은 당신도 돈을 선택하는 군…… 결국은…….. 훗….
두고 봐.. 더욱 망가져 주겠어.. 보란 듯이-
신은 반으로 올라 가다 말고 옥상으로 향했다.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어떤 짓을 해도..
사고를 쳐도.. 사람을 패서 경찰서에 가도.. 다음날이면 언제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했다. 그것은 자신의 어머니의 흔적이기도 했다. 항상 돈으로 매수해 버리는 그녀..
지겨웠다.
옥상으로 올라 가자 싸움이 일어 나고 있었다. 5명의 선배와 1학년 자신과 같은 나이..
신은 불리 한 쪽을 돕기로 했다.
싸움이 끝나고 도망치듯 옥상을 빠져 나가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도움을 받은 아이는
신을 향해 웃었다.
“너 누군데 날 돕냐?”
“불쌍해서 도왔다”
“하하..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나 뒤질 뻔 했다. 난 장응진이라고 한다. 넌?”
“류신”
“아.. 그 부잣집 사고뭉치?”
“쿡..”
“왜 사고를 치냐? 그냥 곱게 살지.. 뭣하러 선생님들 눈 밖에 나는 짓을 하냐?
난 애초부터 글러 먹은 새끼지만.. 나는 곱게 살려고 하려다 주변에서 놔 두질 않아서
그냥 포기했다!”
“쿡.. 그렇군…”
“너 선배들 두명 팼다면서? 간도 크다?”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
“나 같은 분류의 사람도 힘든 것 만큼 너 같은 분류의 사람도 힘든 게 있겠지? 난 돈 많은
사람들은 다 행복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널 보면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널 보면 왜 힘들어 보일까? 이게 하고 싶은 말이었어”
“너도 모든 걸 잃어 봐..”
“모든 걸 잃다니..??”
“그러면.. 사는 게 원망스러울 거야…..”
응진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신이라는 아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픈 표정도..
어떠한 표정도 짖지 않았다. 다만 아무런 표정 없이 아픔을 추수 리고 있었다.
응진과 신은 약속이 없어도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만났다. 그것은 무언의 약속
이기도 했다. 사실은.. 신이 옥상으로 자주 간다는 소리를 들은 응진은 옥상에서 그를
또 만나기 위해 늘 서성거렸던 것이다. 이유는 신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오늘도 싸웠다며? 처벌 안 내렸어?”
“….”
“나 이제부터 아마 학교 오기 힘들 것 같다”
“왜”
“그냥..”
“….”
“사실은 신화 조직에서 일하기로 했어.. 돈 많이 준대.. 그래서.. 깡패 짓도 한번 해 보려고”
“깡패?”
“응.. 하하.. 웃기지?”
“…나도………… 간다………”
“뭐?”
-학교가 안된 다면 세상을 상대로 그 따위 명예. 부셔 버리겠어…………-
“신아.. 신화 조직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한 곳이 아니야.. 학교와는 달라..
그 사람들 아무리 네가 재벌이라고 해도 그런 타이틀 씨도 안 먹혀..”
“만만한 곳이라는 건 내가 증명해 보이면 돼.”
17살 여름이 올 무렵 신과 응진은 신화라는 조직으로 들어 가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수업이 끝나면 새벽이 넘도록 혹독한 훈련이 있었다. 칼을 잡는 법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찔러야 단 한번에 죽일 수 있는지..
주먹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고 어디를 쳐야 급소를 맞출 수 있는지 그 방법들에 대한
훈련을 맹렬히 받아 냈다.
하지만 신은 칼을 사용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신이 18살 되는 해였다. 아무도 그가 급 성장을 할 줄은 그때 당시
아무도 몰랐다. 응진 조차 몰랐다..
신은 신화의 우두머리 거장 장채덕을 찾아 갔다.
“어떻게 하면 중간 보스가 될 수 있습니까?”
장채덕의 눈동자가 커졌다. 대관절 하는 말이 중간 보스가 되고 싶다는 말에 웃을 수도
없었고 그렇게 말한 아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장채덕도 싸움이라도
지긋지긋하도록 해 봤을 터였다. 아이의 눈동자를 본 순간.. 그에겐 뭐라 형용 할 수
없을 만큼의 전율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저 아이는 타고 난 것이라고 그는 그렇게 받아
들였다.
“너 신입이지?”
“예.. 그렇습니다.”
“몇 살?”
“열 여덟입니다”
“음.. 뭐 좋아.. 나도 신화로 들어 왔을 때 나이가 10살.. 너보다 더 어렸으니까..
나이는 상관하지 않겠다.. 다만.. 우리 조직의 중간 보스급은 대단한 관찰력과 행동력을
가지고 있지.. 싸움에도 힘만이 아닌 기술을 사용해. 너한테 그런 능력이 과연 있을까?”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하.. 좋아.. 너를 시험해 봐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음………”
장채덕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신에게 어떤 일을 만들어 줘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떠 오른 그는 피식 웃으며 신에게 말했다.
“이 지역 고등학생 일진들을 평정해봐”
“….”
“녀석들이 너무 날 뛰어.. 지들끼리 일진그룹을 만들어 연합회를 구성하고 탄탄하게
만든 다음 우리 같은 거물들에게 성가시게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협상을 제의 하지..
아주 골치가 다 아프다구..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런 애송이들 상대 해 봤자, 학생들
건들였다는 이유로 우리만 개 박살 날게 분명하지.. 그런 새끼들 네가 평정 할 수 있겠나?”
“이 지역 일진 그룹이 있는 학교가 모두 몇 군데입니까?”
“모두 합해서 12군데”
“그렇다면 12명만 치면 되는 군요”
“뭐?”
“찌꺼기들은 필요 없습니다. 저는 건더기만 상대합니다”
장채덕이 눈동자가 크게 커지었고, 다시 한번 아이의 대해서 놀라기 시작했다.
뭔가가 다른 녀석이었다.
“이름이 뭐지?”
“류.신입니다.”
“지원군은 필요 없나?”
“지원군 필요 없습니다. 저 혼자 합니다.”
“필요할 텐데.. 그 녀석들 얕봤다간 큰일 나.. 사시미도 들고 다니는 녀석들도 있어”
“칼은 돌을 이기지 못합니다”
“…!!!”
장채덕이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네 주먹이 돌이라는 건가?”
“….”
“대단한 자신감이군.. 좋아. 네 녀석이 이 지역 고교 일진 그룹들을 평정해 온다면 너에게
새로이 생기게 될 고교 세력 보스 자리를 주겠다. 단, 너 혼자 그 일을 성사 시켜야 한다.
단 한명도 너를 도와선 안돼”
“한번 내 뱉은 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킵니다.”
장채덕은 신이 사무실에서 나가자 마자 흥분된 마음을 억제 시키지 못했다.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저런 배짱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조직에 있다는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만약 성공해서 돌아 온다면 장채덕은 무조건 고교 세력 보스자리를 줄
것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실패를 한다고 해도 자신의 바로 밑으로 둘 생각이었다. 그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너 혼자 그 일을 어떻게 처리 하겠다는 거야? 말도 안돼!”
“할 수 있어”
“야! 아무리 고등학생이라도 우습게 보면 안돼..!! 몇 명인데 네가 12개의 일진 그룹을
평정하겠다는 거야!!!”
“난 우두머리만 상대해”
“야! 그게 말이 돼? 졸개들이 널 그냥 지켜봐 줄 것 같아?”
“장 응 진.. 내가 그랬지.. 만만한 곳이라는 거 증명해 보이겠다고”
“…그..게”
“우리 학교만 일진 그룹이 없지?”
“응..”
“잘됐군..”
“그런데 요즘 너와 나를 중심으로 해서 몰려 드는 아이들이 있어..”
“누구?”
“신입생인데.. 조성하, 한승태, 김시원이라고 하더라.. 조성하는 한번 보긴 봤는데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졌어.. 모두 중학교때 한닥거리 하다 들어 온 녀석들이야.. 우리학교에 일진
그룹이 없는 걸 아쉬워 하지….녀석들이 찾고 있는 건 최고의 강자야…”
“무엇이든 되어 주겠어. 최고의 강자? 아니야… 영원한 강자야! 똑바로 전해”
장채덕에게 임무를 받은 신은 그로부터 삼일이 지났지만 조용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이면
항상 어디를 가곤 했고, 더 이상 큰 움직임이 없었다. 장채덕의 오른팔 한필두가 신을
지켜보다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늘도 정확히 4시에 숙소에서 나갔습니다.”
“오늘은 어디를 가던가?”
“오늘은 상경 고등학교로 갔습니다.”
“어제는 정일고에 그 전에는 세현고에.. 하지만 아무런 일도 처리 하지 않고 그냥 왔다..
음….”
“아무래도 너무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조용하게 처리하고 오는 게”
“넌 나서지 마라.. 그 녀석은 대단한 녀석이야.. 하하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뭣하러 그 학교를 간다고 생각하나?”
“..글쎄요…”
“단 시간에 12명을 헤치울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있지.. 바로 혼자 있을 때 치는 거야.
그러기 위해선 대가리들이 혼자 있는 시간이 언제쯤이고, 간부들이 흩어 지는 시간이 정확히
언제쯤인지 알아야 하지.. 류신.. 그 녀석은 분명히 그걸 알아 보고 있는 중 일거야
대단한 관찰력이야… 고교 보스감으로는 손색이 없는 녀석이다.”
“형..형님.. 그 자리는 분명.. 저한테..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필두.. 넌 내 옆 자리가 싫은 것이냐?”
“그..그런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자리는 꿈도 꾸지마.. 신화엔 새로운 영웅이 태어 날 것이다.. 분명히”
장채덕 그가 말하는 영웅..
그것은 최연소 가장 어린 영웅이었다….
그로부터 12일이 지났다.
신은 이번엔 밤 10시가 되자 숙소에서 나갔다.
정일고의 일진 채신훈을 치기 위해 그의 집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0시 반이 되자 흥얼거리며 집으로 가는 채신훈을 뒤쫓았다.
“채신훈..”
“뭐..뭐야?”
어떠한 방어를 취하기 전에 이미 벌써 신의 주먹이 신훈의 얼굴을 강타했다. 수 없이
날아 오는 강철 같은 주먹에 정신을 차릴 수 조차 없었다. 애써 정신을 차려 주먹을 처
들어 올렸지만 쉴 틈을 줄 그가 아니었다. 신훈의 팔목을 맹렬하게 잡았다.
신훈은 가만히 있다간 팔목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른 손을 쳐들어 올렸다.
그것을 못 볼 위인이 아니었고, 금세 머리를 돌려 주먹을 피했다.
애초에 덤빌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손목을 비틀어 버린 다음 바로 주먹을 날렸다.
신훈은 코를 잡고 뒹굴기 시작했다.
“다신 신화조직에 까불지 마라. 너희 같은 애송이들 장난 놀이 한가하게 봐 줄 시간이
없어..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너..너 뭐야”
“불만이 생기면 제일 고로 찾아 와”
“제일 고에는 일진그룹이 없잖아.. 너.. 어디서 굴러 들어 온 새끼야!!”
“없다고? 찾아 와.. 찾아 오면 알게 될 거야”
“나한테 이렇게 함부로 나오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넌 죽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듯이 보복에는 보복이다. 절대 명심하도록”
코가 뭉그러진 신훈은 바닥에 주저 앉아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더 이상 어쩔지를 못했다. 한바탕 회오리가 지나 간 듯했다. 엄청난 속독의 강한 바람..
그가 일으키고 가는 무서운 태풍이었다.
장채덕의 사무실 앞에서 비참한 듯 안으로 들어 가지 못하는 필두가 분해 하고 있었다.
하루 만에 4군데의 학교 대가리들이 비참하게 무너졌다. 한명은 코가 으스러졌고, 둘은
팔의 인대가 나가 전치 4주가 나와 병원 신세를 졌고, 또 다른 한명은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4군데의 학교의 일진 서클들은 모두 난리가 났고, 어떡해서든 주동자를 잡으러
혈안이 되었다. 모두 말하길.. 그는 흑 표범 같았다고 했다. 아주 성이 난 흑 표범..
그리고 하나 같이 제일 고로 가라고 했다. 제일 고등학교….
하지만 모두 무방비 상태로 쳐들어 갔다 당하고만 들어 왔다. 아무런 세력이 없었던 터라
누가 누군지도 몰랐을 뿐더러 아무런 대책 없이 감정만을 갖고 간 것이 문제였다.
장응진을 비롯해 열명으로 구성 된 블랙 군단..
눈으로 만 배온 주먹과 실질적인 훈련을 토대로 아무리 단 시간이라도 받은 그들과는
엄연히 싸우는 방식이 달랐다. 이것이 류신.. 흑 표범 그가 말한 보복이었다.
아무도 그를 제어할 자신이 없었다. 그를 제어하러 제일 고등학교를 찾아 갔다간 블랙에
의해 또 다시 무너 질 것이 진배했다.
이틀이 지났다. 이틀동안 모두 10개의 학교 일진이 무너졌고, 다음 날이 되자 나머지
두 학교 일진그룹은 알아서 무릎을 꿇었다. 고교 세력을 평정한 새로운 일인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바로 2000년 초기에 떠들 썩 했던 일진 신드롬이었다.
이후, 류신과 동참해 보복에 참가했던 자들이 장응진, 조성하, 김시원, 한승태였다.
그들은 류신을 도와 전 지역 신화조직에 제어를 걸어 왔던 조직에게 맞붙어 보복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신화조직에게 맞붙는 조직은 거의 드물었다. 그것을 세운 사람이 바로
최초의 고교 세력 보스 류신.. 그였다.
“제일고에는 영강회가 생긴다. 아무도 우리 제일 고등학교를 통제 못할 것이다.”
#신화
“이번에 새로 고교 세력 보스로 올라 온 류신 말야.. 대단한 놈인 거 같지 않아?”
중간 보스를 돕는 강교식은 한필두를 보며 신의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어리지만 타고난
싸움꾼이다. 뭐다 하며 이야기를 하자 필두의 화를 조금씩 돋우기에 충분했다.
“닥쳐.. 그 따위 새끼 칭찬하는 말 듣고 싶지 않아”
“한필두..! 너 지금!”
“강교식.. 함부로 내 앞에서 주둥이 놀리지마”
어의 없는 일이 벌어 지기 시작했다. 필두는 교식에게 주먹을 날렸다.
보스의 오른팔이었던 필두는 그 당시 눈에 뵈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자연히 중간보습
밑에 있던 교식이 얕본 것은 사실이었다.
그것을 알게 된 신은 필두를 찾아 갔다.
“뭐야”
“교식 형님께 처하신 일은 잘못 된 것이라고 봅니다”
“뭐?”
“아무리 큰형님 직속이라고 하셔도 이거는 잘못 된 처사입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한 순간 창피를 당해야 했다. 필두는 자존심이 몹시도 상했고,
신에게 대결을 신청했다.
“같은 조직내에서 싸우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헛소리 하지마! 너 같은 새끼가 고교 세력 보스자리에 있다는 것이 황당할 뿐이야”
“그렇다면 어떤 수모가 와도 혼자서 이겨내십시오”
“훗.. 잘난 척 하지마!”
필두는 발을 펴 신의 턱을 내리 쳤다. 조금 뒤로 물러 서게 된 신은 다시 가까이 필두의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이었다. 다시 필두는 주먹을 들어 신의
정면을 뚫어 줄 생각이었지만 신의 팔에 의하여 저지 된 체 내려 져야만 했다.
신은 필두의 팔을 잡았다. 힘을 전혀 쓸 수 없을 정도로 꽉 지었다.
“헉..”
“그만하시죠. 이런 식으로 당신을 쓰러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은 우리 조직 기둥의
오른 팔입니다.”
“그만하지.. 필두. 형님이 아셨다간 크게 진노 하실 거야. 류신.. 이자도 싸우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은데 자네 혼자 그러면 쓰나?”
부산을 관리하고 있던 중간 보스에 의하여 다행히도 싸움을 끝이 났다.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신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은 분개할 만한 일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신은 필두를 볼 때마다 깍듯이 인사를 했고, 예의를 갖췄다. 그런 모습이 장채덕의
눈에는 더 없이 좋게 보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에 대한 필두의 증오는 더할 나이 없이
커져 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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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신과 응진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신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신아.. 류신!!”
신은 긴 머리를 늘어 뜰인 여자를 잡았다.. 도대체.. 왜..
“영인아!”
“어머.. 왜 이래요”
“….아… 죄송합니다……..”
여자가 가자 신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 앉았다..
“신아.. 왜.. 그래….”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응진이었다. 한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를 처음 본 날…
모든걸 잃었다던 신의 말.. 그것.. 그 이유 조차 묻지도 않았고, 들을 수 조차도 없었다.
“영인인줄 알았어……… 조금만 닮은 사람만 보아도.. 다리가 움직여져.. 숨통이 미칠 만큼
조여 와.. 영인이가 어서 나타나.. 나를 구원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영인인 어디에도 없어
아무리 찾아 다녀도 없어..
그 사람..나를 왜 이렇게 절망적이게 만들어 버리는지.. ..
단 한번이라도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
그의 아픔을 응진은 2년만에 그에게서 들을 수가 있었다..
그가 19살이 되는 해에 그의 집안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조직전쟁에서 뉴스로
보도 대다 신이 그 일에 개입 된 것을 안 류 회장과 장 여사는 거의 실신 직전이었고,
어떡해서든 빼 내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했다. 하지만 신은 스스로 조직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사라지는 것을 택했다.
신은 그러했다.
바람처럼 커다란 태풍을 몰고 와.. 다시 바람처럼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났다.
그가 떠나는 동시에 그에게 붙은 흑 표범이란 수식어도 함께 끝이 났다……..
강운 고등학교의 운동장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여기저기에는 풍선들이 줄기차게 날아 다니고 있었고, 작은 태극기 모형들이 운동장 하늘을
몇 가닥의 선을 따라 걸리어 있었다.
9시가 되자, 학생들은 검정 반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운동장으로 하나 둘씩 나왔다.
체육부장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간단한 체조를 마치고 이어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이어졌다.
5반 열에서 가장 끝에 서 있는 신은 자꾸만 교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영인과 동화를
찾는 중이었다. 올 수 있냐는 말에 영인은 마침 그날이 휴가였고, 가고 싶다고 해서
오기로 약속했었다.
조금 길어졌던 조회가 끝나고 잠시 시범 응원을 10분간 치렀다.
여기 저기에서는 예선을 거쳐 올라 온 반들에 대한 본선 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신의 농구 시합은 점심시간이 끝나는 바로 다음이었다.
상건과 가영, 철균은 신의 옆에 앉아서 열심히 응원 중이었다.
오랜만에 상건에게 서인덕이 찾아 왔다.
“예상건.. 요즘 아주 살맛 났네?”
“어? 서인덕~ 야.. 그런데 네 표정 왜 그러냐?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요즘 성길이가 아주 다운이야..”
“그래?”
“정현이가 학교에 몇일 째 계속 안 와.. 오늘도 안 왔어..”
“그랬구나.. 하정현 개는 뭐 한데냐?”
“모르지.. 난..”
신은 인덕이 하는 말을 옆에서 들었다. 하정현이 학교를 안 나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고,
약간은 아쉬웠다. 오늘에야 말로 내게서 마음을 떼라는 심정으로 영인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안 나왔다니.. 하지만 신은 지금 정현이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신은 다시 교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동화의 모습이 보였다. 신은 얼른 일어나 교문쪽으로 뛰어 갔다.
“동화야~~”
“와~ 삼촌~~~~~~~”
“우쌰~”
동화는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키도 작은데 멜빵바지를 입혀 놓으니 꼭 강아지처럼
아주 귀여웠다. 짧은 다리가 어쩐지 더 짧아 보여 신은 계속 쿡쿡 웃었다.
“동화 오늘 너무 귀엽다~”
신이 동화를 보며 좋아하자 영인도 같이 좋아했다. 그러다 신과 눈이 마주쳤고, 조금은
쑥스러운 듯 운동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아.. 이거 봐라~”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영인은 들고 온 종이가방을 신에게 보여 주었다.
“뭐야?”
“우리 점심^-^”
“정말? 준비 한 거야?”
“응.. 그래서 조금 늦었어… 네 친구들이랑 같이 먹으려고 일부로 대땅 많이 준비했어~”
“안 그래도 됐는데.. 힘들게… 이러다 내일 몸살 나는 거 아니니?”
“신이.. 너도 참.. 이 정도로 무슨 몸살이야.. 괜찮아..”
“삼촌~ 삼촌~ 얼른 안 뛰어요?”
“삼촌은 조금 있다 농구시합 있어~ 그때 동화 삼촌 응원 열심히 해야 돼~”
“넷!!!!!!!!!!!!!”
“하하..”
동화는 두 주먹을 불끈 지고 대답을 우렁차게 했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끝나고 3학년 농구부 결승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들리었다.
신과 상건, 철균, 그리고 두 명은 농구 골대로 갔고, 치열한 응원전이 시작되었다.
영인은 가영과 함께 있다 덩달아 응원을 하기 시작했고, 동화는 꺄악 소리를 계속 지르며
풍성 야구 방망이 두개를 잡아 요란하게 치며 신의 이름을 불렀다.
“꺄약~ 삼촌~~ 삼촌~~~ 우리 삼촌~ 짱앙~”
동화가 옆에서 자꾸 귀여운 짓을 하자 단번에 5반의 인기인이 되고 말았다.
모두 뒷자리로 한번씩 와 동화를 만져 보기도 하고, 안아 보기도 하며 예쁘게 생겼다고
이것 저것 먹을 것을 주고 가기도 했다. 이런 자리가 처음인 동화는 마냥 즐거웠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점프볼에서 5반이 선취를 하자 5반이며, 5반을 응원하던 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연실 쳤다.
신과 상건, 철균은 마음이 잘 맞았다.
상건의 정확한 패스와, 철균의 빠른 스피드, 점수로 이어지는 신의 멋진 3점 슛..
농구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전, 후반 10분씩을 하여 20분 동안 경기를 한 결과 50대 32로 5반이 우승을 했다.
농구의 우승에 가장 흥분하며 좋아했던 사람은 5반 반장과 동화였다..
“엄마!!!!! 삼촌이 이겼지요??? 네???”
“응.. 삼촌이 이겼어~”
“우와~~~~!!!! 우리 삼촌 멋져!!!!!”
반장은 물이 가득 담긴 주전자를 가져가 농구에 참가했던 선수들에게 주었다.
신은 동화와 영인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좋아라 웃고 있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 페이퍼 릴레이 경주가 시작되었다.
이 경기는 각 반의 선수들이 5명씩 나와 릴레이를 하는 것이고, 마지막 주자는 지문이
적혀 있는 종이를 하나 골라 그곳에 써 있는 대로 특정 인물을 데리고 골인지점까지
무사히 들어 와야 우승하는 경기였다.
현재 5반과 7반은 250점 동정 사항이었으므로, 어떡해서든 이번 경기를 일등 해야 우승을
할 수가 있었다. 모두 불타는 심정으로 운동장 라인 선까지 나와 목 터져라 응원했다.
5반의 마지막 릴레이 주자는 신이었다.
첫번째 주자들이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5반은 세 번째 순으로 뛰고 있었다.
“5반 파이팅!! 5반!! 5반!! 이긴다! 5반! 잘한다! 5반!”
5반의 3번 째 주자는 가영이었다.
가영이 뛰자 상건은 라인 밖에서 함께 뛰며 응원을 했다. 그런 상건 덕분에 가영은
힘이 났는지 역전을 했다. 이제 선두는 5반이었다.
급했던 마음 탓이었을까..
5반 네 번째 주자는 신에게 바톤을 넘겨 주는 과정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한순간 5반 모두의 얼굴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미안해..”
“걱정 마. 이길 거니깐”
신의 앞에는 두 명이 앞서 뛰고 있었다.
신은 절력 질주를 했다. 조금씩 간격이 좁아 지자 모두들 다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못 보겠다며 눈을 감고 있는 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신과
라인 밖에서 함께 뛰며 응원을 하기도 했다. 동화는 영인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거의 울상 직전이었다.
“와!!!!!!!!!!!”
드디어 상황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신이 앞서 가는 두 명을 앞 지른 것이다. 흥미 진진한 릴레이 경기에 선생님들은 물론
이거니와, 모든 학생들과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신은 지칠지를 몰랐다.
골인지점이 눈 앞에 있었고, 지문이 적힌 종이를 펼쳤다.
무언가가 적혀 있었는지 신은 종이를 다 읽자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류 신!! 지문 뭐야?? 우리가 도와줄게!!”
“그래 뭐야??”
신은 그들의 시선이 보이지 않았나 보다.. 무조건 그들을 비켜서 다른 곳으로 갔다..
그는 벌써 지문의 그 특정 인물에 대해서 찾았던 것이다..
“..신..아?? 왜..??”
신은 동화를 버쩍 올려 무등을 태웠다.
“동화야 삼촌 꼭 잡아”
“네~~~~!!!!”
“영인아 이리와”
“신..신아..!”
신은 동화를 무등에 태운 체 영인의 손을 잡고 골인 지점으로 향했다.
“와~~~~~!!!!! 우리가 일등이다~~~~~~~~!!!!”
신은 일등으로 골인지점으로 들어 왔고, 5반은 단체 우승을 했다.
신은 자신이 들고 뛰었던 지문이 적혀 있는 종이를 영인에게 슬쩍 주었다.. 영인은 종이를
펴 보았고, 그곳에 적혀 있는 지문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감격되어 눈물이 나왔다..
동화를 하늘 높이 안고 빙그르 돌리며 좋아하는 신을 보자 영인의 눈물은 그치질 못했다.
“동화야~ 우리가 일등 했다”
“삼촌 최고~!”
“하하”
종이에 적혀 있는 지문은… 바로……
가족
이라는 한 단어 였다…
신이 그토록 원하는 따뜻한 가족..
그것은 영인과 동화였던 것이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신과 영인, 동화, 그리고 가영을 비롯한 두명은 모두 근처 갈비 집으로
가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영인은 아직도 마지막 릴레이 경기 때의 그 감격이 마음속에 남아 자꾸만 콧등이 시큰
거렸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 너무 행복해서 불안한 마음....
너무 행복하기만 해서 그 행복이 활활 타다 꺼져 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집으로 돌아 온 신은 땀을 많이 흘린 탓에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가볍게 스킨을 바른 다음, 오랜만에 옷장을 정리 하기 시작했다.
정장 윗도리를 들추다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게 뭐지?”
꺼내 보니 약 봉지였다..
한달 전.. 박 기사의 차 안에서 주었던 것이었다..
갑자기 사라진 박 기사와, 이 약봉지는 어쩌면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저 신입니다. 윤 박사님 전화번호가 뭐죠?”
윤 박사는 류 회장의 절 친한 친구이자, 대림 병원 의사였다.
“갑자기 윤 박사는 왜?”
“궁금한 게 있어서요..”
류 회장이 가르쳐 준 번호를 전화를 해 윤 박사와 만날 시간을 정했다..
윤 박사와는 다음 날 오후 7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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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저게 점프볼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당..ㅠㅇㅠ
농구에서 처음에 양팀 두 선수가 점프를 해서 막 뭐 하는 거
있잖아요.. 그게 점프볼 맞나요??
워낙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어서...ㅠ-ㅠ
점프볼 아니면.. 이걸 우째나요... 창피해서..-0-;;
“윤 박사님.. 여기입니다”
“어.. 류 신군.. 어쩐 일로 나를 다 보자고 한 거야? 허허..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네”
“자주 못 찾아 뵈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요즘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소리 류 회장한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잘 듣고 있어
이번에는 좋은 대학 가서 부모님 마음 고생 좀 그만 시켜야지?”
“..네..”
“그나 저나 무슨 일이야?”
“박사님께 여쭤 볼 게 있어서.. .. 저 이것 좀 한번 봐 주시겠어요?”
신은 윤 박사 앞으로 약 봉지를 내밀었다.
윤 박사는 약 봉지를 개봉한 다음 이리 저리 살펴 보기 시작했다.
“무슨 약인가요?”
“이..런 약을 왜 류신 군이 가지고 있지?”
“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잘 아는 분의 것입니다..”
“흠.. 류 회장도 알고 있는 사람인가?”
“…..”
신은 윤 박사의 표정을 언뜻 보아서 약의 내용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류 회장도
알고 있는 인물이라 하면 윤 박사는 분명 류 회장에게로 알릴 것이다..
“아니에요. 아버지는 모르시는 분입니다.”
“..암 말기 환자들이 통증이 올 때 주로 먹는 약이야. 심한 통증이 오면 정신을 잃을 만큼
고통이 오지.. 이 약은 그런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거라네..”
“..암…..말………기요?”
“그러네…”
한순간 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암… 말기라니..
신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리고 자신의 본 집으로 서둘러 갔다.
-아저씨.. 아저씨… 저한테 이러시는 법이 어디 있어요..-
그의 행방이 모연해 진지도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 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신은 괴로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를 찾아야 했고, 만나야 했다.
“도련님 오셨어요?”
“어머니는요?”
“사모님.. 작은 도련님 오셨어요”
“어머.. 신아.. 웬 일이니?”
“어머니! 박 기사님 어디 계시는지 아시죠? 가르쳐 주세요”
“무..무슨 말을 하는 거니? 박 기사는 그만 뒀잖니..”
“어디 있는지 아시잖아요! 가르쳐 주세요..!! 네?”
“내가 그 양반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아니? 나는 모른다. 어떻게 일일이 그런 걸 알겠니?
우리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디 그 사람 뿐이니?”
“어머니!!!! 아저씨는 다르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계셨던 분이에요!”
장 여사의 심기가 갑자기 불편해 졌다. 박 기사가 어디 있는지 말하게 되면 신은 만나러
갈 것이 분명했고, 그렇다면 신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친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되면 그는 괜한 복수심으로 들끓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멀쩡했던 한 미정을 정신병원 수용소로 갇히게 한 장본인이 장 민주
자신이었기에.. 절대로 신이 알아선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사람 어디 있는지 정말 모른다”
“박 기사님 계신 곳 말 못하시는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군요”
“너..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왜 말씀을 못하시죠? 됐습니다. 제가 찾을 겁니다. 제가 찾아서 어머니가 말 못하는
이유까지 듣겠습니다”
“신아..신아!!!”
답답해진 신은 박 기사가 혼자 살던 주차장 뒤편에 있는 작은 방으로 가 보았다.
하지만 그 방은 이미 흔적도 없이 깔끔해져 있었다.
“제길..!”
장 여사가 말하지 않는 이상, 류 회장도 모른다고 할 것이 당연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정말 모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렇게 해야만 했다.
“뭐라구요? 신이가 학교를 오지 않는 다구요? 네.. 알겠습니다..”
신의 담임에게서 전화를 받은 장 여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집을 다녀간 뒤로 신이
학교를 나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신은 박 기사를 찾을 때까지 학교를 안 나갈 작정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수능시험이
걱정되는 장 여사였다. 그리고 신은 벌써 한달 째 학원을 다니지 않고 있었다.
장 여사는 어딘 가로 전화를 했다.
수화기에 흘러 나오는 희미한 목소리…
“장민주에요”
[사모님이.. 어쩐 일로..]
“몸은 좀 어떤가요?”
[괜찮습니다..]
“아직도 그곳에 있는 건가요?”
[여기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습니다. 미정이와 추억이 있는 곳은 여기 뿐이니까요]
“신이 당신의 병에 대해 안 눈치에요.. 당신의 행방을 찾고 있다구요..!”
[그럴 이가..]
“지금 학교도 가지 않은 체 당신을 찾고 있어요! 시험도 얼마 남지 않은 애가.. 그러고
있다구요!”
[죄..송합니다.. 뵐 면목이 없습니다..]
“당신의 거처를 말할 거에요.. 절대 신의 과거의 대해서 입밖에 꺼내지도 마세요!
알았어요?”
[지난 얘기를 이제 와서 꺼낸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한 미정씨.. 수용소로 몰게 한 것은 미안해요. 그땐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해합니다. 사모님.. 다 이해합니다.. 염려 놓으세요]
박 기사와의 전화를 끊은 장 여사는 매우 침울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지나쳤던 욕심과, 질투 욕이 불렀던 결과였다. 한미정을 그렇게 보내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신 앞에서도, 박 기사의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장 여사는 알고 있었다. 류 회장이 큰 아들 진우보다 신에게 남다른 애틋함이 더욱 깊다는
것을.. 그런 신을 그에게서 떼어 놓는 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장 여사는 다시 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용인으로 가 보 거라.. 박 기사 아마 거기 있을 거다”
장 여사는 안다.
박현중이란 남자는 절대로 신에게 어떠한 얘기도 하지 않을 사람이란 것을..
마지막 이란..
사람으로 하여금 작은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우스운 미련을 만들어 줍니다.
사실은 그 마지막이란 것을 이용해 한번만 더 보고 싶었습니다.
참 우스운 일 아닙니까….
사람들 말로 치자면.. 내 핏줄이 아닌 녀석이거늘….
그런 녀석이거늘…
품안에 자식도 아니었던 그런 녀석을……
그저 언제나 멀리 서서 바라만 봐야 했던 그런 녀석을…
이곳에 두고 가는 것이..
왜 이렇게도 목구멍에 가시라도 쳐 박힌 것 마냥 답답하고 아픈 건지 모르겠습니다.
통증이 오는 고통보다도..
그 녀석.... 혹시라도 내가 없어져 걱정이나 하며 지새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 탓에
더 아픕니다..
참 우스운 인생살이 아닙니까….
그 사람도.. 내 마음 같았겠죠… 이 심정 같았겠죠…….
왜 그렇게 원통해 했는지.. 이제는 잘 알 것 같습니다………
그럼요.. 이제는.. 잘 압니다………….
똑똑..
“아저씨!! 아저씨!!! 저에요!!! 저 신이에요!!!! 아저씨!!!!”
…어떡합니까…..
기어코 녀석이 왔습니다…….
녀석은 알고 있습니다..
내 병에 대하여 이미 알고 왔습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제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녀석을 맞이 할 수 있을는지.. 겁이 납니다..
현중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 났다.
장 여사에게 전화가 온지 한 시간만의 일이었다. 그는 먼저 욕실로 갔다.
가서 조금이라도 덜 아픈 얼굴로 맞이 하고 싶어.. 차가운 물을 틀어 세수를 했다…
하지만.. 차가운 물이 닿기도 전에 어느 세 뜨거운 액체가 두 뺨을 타고 흘러 내리었다.
“우..읍.. 우…”
사실은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다.
떠나는 날 지켜 보던 하교 길에 본 뒷모습이 현생에서의 마지막 일 거라 믿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신은 찾아 왔다..
“아저씨!!! 안에 계시는 거 다 알아요!!! 아저씨!!!”
원.. 녀석…
뭐가 그리 급하니…
뭐가 그리 급해서 목소리가 자꾸만 흔들리니…..
울지 마라.. 신아… … 우리.. 아가.. 울지 마라……..
그거 아니…
나이가 중반은 훨씬 넘은 나를 보면서 어머님은 항상 나에게 아가라 불렀지..
돌아 가시기 직전에도..
아가야.. 미안하다….. 그랬는데 말이지…
왜 그렇게 어리게만 보셨는지..
어떤 심정으로 그러셨는지… 이제는 알 수가 있단다…
너를 보며.. 나는 내 어미의 심정을 알아간단다…
현중은 다시 차가운 물에 거울을 담갔다. 그리고 거울을 바라 본다..
눈 밑은 어느 세 검정 빛으로 물들어 있고, 움푹 파진 데다 영 딴 사람 같았다.
안면 근육을 조금씩 움직여 웃어 본다.
“신아.. 오랜만이지?.. ..
흠.. 신이.. 왔구나..?”
현중은 욕실에서 나갔다.
현관문 쪽으로 가는 그 짧은 길이 오늘 따라 더 유난히 짧은 것 같았다.
한걸음 한 걸음 내딜때마다 현중의 쓴 한숨과 함께 걸음 소리도 파묻혀 버렸다.
..딸칵..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신은.. 얼굴이 온통 눈물 투성이었다..
“왔니..?”
겨우.. 웃었다.
하마터면 신과 함께 울어 버릴 뻔 했다.. 그를 안고 통곡이라도 할 뻔 했다..
“아저씨..!!!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저한테 이러시는 게 어디 있어요…….”
신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현중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하하.. 많이 놀랬구나..? 아저씨가 빨리 쉬고 싶어서 그냥 인사도 없이 왔어..
말하는 걸 깜빡 했지 뭐냐..”
“아저씨….!!! 왜…………. 왜………………………
저를 혼자 두고 가시려고 하셨어요……….. 아저씨 마저 없으면.. .. 저 안되잖아요……”
신은 주저 앉고 말았다.
가슴속에서 설움이 자꾸만 솟아나 더 괴롭게 만들었다.
녀석아..
이 바보 같은 녀석아…………
말 못하는 내 심정 네 녀석이 어찌 알겠니…………
난들.. 너를 두고 오는 길이 어디 편했는지 아니…….
하루 하루가 가시덤불을 걷는 심정이었어……….
발에 못이 박힌 것처럼 걷는 것 조차도 힘들었단다……
신아………
우리는 어떻게 이런 운명 속에서 만나야만 했니………….
현중은 주저 앉아 흐느끼는 신을 꼭 안아 주었다.
아들아….
내 아들아………………
너를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는 나를 용서해다오……….
죽어도 너를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는 나를 조금만 이해해다오…..
“몸은 괜찮으신 거에요?”
겨우 진정이 된 신은 현중은 방으로 들어 가게 한 후 눕게 했다. 한달 동안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그의 이불 주변에는 여러 개의 약 봉지가 그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대신
설명해 주었고, 여기 저기 휴지들이 방을 뒹굴고 다녔다.
신은 울지 않도록 자신의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저씨.. 저 아직도 많이 어린가 봐요………”
“왜 그런 생각을 하니…”
“겉으론 강한 척.. 힘센 척.. 하면서도…. 웃기지 않아요? 후…”
“영인이란 여자 참 좋은 사람 같더구나.. 역시 신이 네가.. 눈이 아주 높아.. 참해..”
“만나 보셨군요….”
“신이는.. 분명히 잘 할거야……. 사랑도 지키고.. 가족도 지키고.. 모두 잘 해 낼 거야…”
“그런 말 해주는 사람.. 아저씨 밖에 없어요……..”
“아니야.. 사람들이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류 회장님도……. 장 여사님도…
큰 도련님도….. 모두 그래……..”
“………”
점점 눈시울이 붉어 졌다.
이런 사람을.. 이렇게 좋은 분을.. 떠나 보내야 하는 신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다시 한번 이를 악 물 뿐이었다.
“아저씨.. 가족은 어디 있어요……? 아저씨 아픈 것은 알고 있는 거에요?”
순간 현중이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심장이 멎는 듯 하다..
신에게 들킨 것도 아닌데 그저 가족을 물었다는 이유로도 심장이 멎는 듯 했다.
“…..응.. 알지……. 다 알아…….. 다 아는데…….. 올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못 와……. 나중에…….. 나중에………. 오기로 했어…..”
“많이 보고 싶으시죠….”
“………..응.. 말할 수 없이 보고 싶었는데……………. 이젠 괜찮아 졌어……..”
..
이렇게 보고 있는데…….
더 이상 무엇이 보고 싶겠니……….
한참을 이야기 한 현중은 힘이 들었는지 잠이 들었다.
신은 수건을 적셔와 그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통증에 찌든 얼굴.. 지치게 웃는 표정..
죽음에 문 앞에 선 사람들의 낯선 모습이었다.
그의 절망에 함께 해주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신은 주변을 청소했다.
휴지들은 휴지통에 모두 넣고, 널려 있는 옷들은 욕실로 가져가 깨끗하게 빨았다.
욕실에서 나오다 욕실 옆에 있는 다른 방문들의 비해 작은 문이 하나 보였다. 그 문을
조심스럽게 당겨 보았다. 문은 쉽게 열리었다.
전기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 보니.. 여러 개의 액자들이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박 기사로 보이는 젊은 남자와 그 옆에는 아름답지만 전혀 웃고 있지
않은 여자의 사진들로 가득했다. 모두들 오랫동안 방치해 두기만 했는지 먼지들이 뽀얗게
쌓여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은 서랍 장 위의 있는 액자만은 먼지가 없었다.
아마 매일 닦고 보고 했나 보다..
그 사진 속에는 웃고 있는 여자와, 그리고 박 기사.. 그 가운데는 가난 아기가 있었다.
“…자식이 있었구나……… 어디 있길래 아버지가 아픈데도 오지 않는 걸까……..
같이 있어줘야 할 텐데….. 그래야.. 아저씨 마음이 덜 아프실 텐데……”
액자를 제 자리에 다시 놓았다.
놓고 다시 나가려는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액자 쪽으로 다시 시선이 갔다..
왜 이렇게 뭔가 놓고 온 것 마냥 허전한지.. 알 수 없었다.
다시 액자가 놓여 있는 서랍 앞으로 갔다. 액자를 들어 뒤에 있는 고리를 젖혔다.
작은 판넬을 걷어 보니 또 다른 사진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가운데 가난아기가 있는
또 다른 사진.. …참으로 이상했다. 왜 이렇게 마음이 가는지.. 신은 몰랐다..
다른 사진 한 장은 호주머니 깊숙한 곳으로 찔러 넣었다.
“아저씨.. 저 또 올게요.. 그러니까…. 아프지 마시고 조금만 건강해져 있으세요..
저 또 올게요…. 제가….. 아저씨 아들 찾아 올게요… 그러니까 아저씨.. 아프지 마세요”
하늘의 장난이었을까…
신은 박 기사가 가기 전까지만 이라 해도 그의 자식을 찾아 주고 싶었다.
그 사진 속 인물이.. 그 가난 아기가.. 자신이라는 것을 모른 체 그 아픔을 느끼지 못한 체..
신은 그곳에서 나왔다.
조원동 자택으로 온 신이었다.
류 회장은 서울 본사에서 오랫동안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신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박 기사의 집에서 가지고 온 사진을 꺼내 보았다. 가난아기가 낯설지가 않았다..
똑똑..
“박 기사는 만나 보았니?”
장 여사가 들어왔지만 신은 사진 속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신아.. 이것 좀..”
쨍그랑..
장 여사는 그만 들어 온 과일과 주스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신아.. 너.. 너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니..??”
“…어머니..”
신은 놀라 장 여사를 보았다.
장 여사의 얼굴은 새 파랗게 질려 있었다.
“왜 그러세요? 어머니.. 괜찮으세요?”
“…괜..괜찮다.. 그냥.. 좀.. 어지러워서…… 그.. 사진…… 뭐니….?”
“박 기사 아저씨 댁에 갔다가 우연히 가지고 온 거에요… 아저씨도 가족이 있으셨어요..
어머니는 알고 계셨죠? 저만 바보같이 몰랐네요.. 이.. 아기 아들 같죠? 어려서 분간은
잘 안 가지만.. 아들 같아요.. 어머니.. 혹시 아 아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장 여사는 피가 거꾸로 몰리는 것 같았다. 역시 박 기사를 만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를 만나게 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신의 어릴 적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 신은 백일 사진 마저도 없었다. 모두 장 여사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신은 자신의 어릴 적 모습 조차 몰랐던 것이다.
자신이 들고 있는 그 사진 속 아기가.. 그 가난아기가 자신이란 것을 알게 되는 그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장 여사는 부들 부 들 떨리는 심정을 안고 신의 방에서 나와 거실로 갔다.
“진우야.. 엄마다.. 어떡하니.. 신이가.. … 지금 심장이 떨려서 혼자선 못 있겠구나..
어서 집으로 오렴.. 어서.. 오렴…….”
“어머니.. 신이는요?”
“급한 볼일이 있다고.. 갔어… .. 진우야! 어쩌니?? 신이가 어릴 적 사진을 가지고 있었어!
어떡하니!!”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박 기사를 만나 볼게요. 어머니는 아무 걱정 마세요”
진우는 불안해 하고 있는 장여사의 손을 잡아 주었다. 아무래도 박 기사를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그만 조용해 준다면 신은 과거의 일에 대해 알 수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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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괜한 불안한 마음에 영인을 찾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영인의 얼굴을 봐야 마음이
편해 질 것 같았다. 이상했다. 사진을 가지고 온 후로 자꾸만 마음이 심란해졌다.
사진을 보고 있는 자신을 보자 놀라 그릇을 놓쳐 버린 장 여사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장 여사는 분명 박 기사의 행방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학교를 나가지 않자 겨우 말했던 그녀였다.
도대체 둘 사이의.. 무엇이 있길래.. 자신이 알아 선 안 되는 것인지.. 불안감만 강해졌다.
“신아..”
“너무 늦었지? 미안해..”
“괜찮아.. 어서 들어와..”
집으로 들어 선 신은 늦은 시간이라 조금은 어색해 했다. 거실 쇼파에 조금은 힘겹게 앉는
그였다. 왜 이렇게 지치듯 마음이 무거운 걸까…
“무슨..일 있었구나.. ..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여……”
“….나 박 기사님 만났다…”
“응?”
“매일같이 나를 학교까지.. 학원까지 바래다 주셨던 분이 계셨거든.. 아저씨가.. 갑자기
그만 두셔서.. 못 봤었는데.. 오늘.. 찾아서.. 만났어……”
한달 전 만났던 박 기사가 생각나는 영인이었다.
자신을 만났다는 것을 절대로 영인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던 사람..
사실 그것은 신의 대한 과거를 알아도, 알게 되도 모르는 척 해달라는 뜻이란 걸 영인도
잘 알았다. 다만 그에게 조금만 더 따뜻해 져 달라는 박 기사의 마지막 부탁일 것이라..
가엾은 그를 세상에서 내 버리지 말라는 그의 간곡한 부탁일 것이라..
그의 힘겨워 하는 표정으로 봐서..
벌써 박 기사의 병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박 기사만큼.. 신도 그 이상으로 정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너의 아버지라고..
너의 친 아버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분은 너의 아버지라고..
마지막 가는 길에.. 아버지라.. 한 마디만.. 그 분께 잊지 않고 편히 갈 수 있도록..
그 한마디 한번만 해주어 달라고..
하지만 영인은 참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전부 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이 어쩌면 신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었다. 비밀은.. 비밀로 간직한 체 살아야 그 슬픔이 더욱 작아지는
법이니까…..
“아저씨가.. 많이 아프셔.. 벌써 손 델 수 없을 만큼.. 아프신데.. .. 내가 해드릴 만한
일이 눈 씻고 찾아 봐도.. 없어.. 어떡하지… 나는 아저씨한테 받은 게 너무나도 많은데…
나는 하나도 드릴 게 없어….”
처음이다.
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는 것이..
영인은 그런 모습에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얼마나 힘들면.. 이럴까.. 얼마나 힘들길래.. 이렇게 고민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자..
더욱 아파졌다.
“아니야.. 그런 생각 말아… 너는 준 게 없다고 해도.. 아저씨는.. 너한테 받은 게 많으실
거야.. 아저씨는 아저씨 나름대로 너한테 해 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 하실 거야..
원래 좋은 사람한테 하는 일은.. 아무리 해주고.. 해줘도 한 없이 부족해 보이기만 하는
거래..”
영인은 신의 옆에 앉아 신을 꼭 안았다.
그의 머리부터 시작하여.. 어깨를.. 감싸 안 듯.. 꼭 안아 주었다..
“많이 힘들어 보여....”
“미안해.. 이런 모습 보여서.. ..”
“겨우 이 정도의 일에 미안해 하는 거야? 우리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자..
정말.. 정말 죽을 만큼 서로에게 실망을 시켰을 때.. 그때만.. 해.. 우리 그럴 때만..
미안해 하자..”
“….응…..”
“내가.. 네 줄에서 절대로 떨어 지지 않고 서 있을 게.. 너는 그러니까 아무런 걱정 말아.
내가 그 줄 끝에서 항상 너를 바라 보고 있을 테니까.. 너는 두려워 하지 말고.. 아파하지
말고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만큼.. 달려.. 네 말이면 나는 다 믿거든…
세상 사람.. 다 아니라도 말해도.. 네가 예라고 말하면.. 나는 그 말 믿을 거야….
너보다 작은 나지만… 그래도.. 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게…”
눈물 겹도록 가슴을 울리게 하는 영인의 말이었다.
어느 세부터 인가 그녀가 그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었다. 강하지 않아 보여도.. 실제로
그녀의 힘은 강했다. 신은 처음보다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편해 질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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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의 검정 체어맨이 허름해 보이는 주택 앞에 섰다.
진우는 조금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 갔다. 집 안으로 들어 서자 심한 기침
소리가 집안을 울려 대고 있었다.
“박 기사.. 저 류진우입니다”
현중은 느닷없이 나타나 진우의 모습에 당황해 자리에서 일어 섰다.
“큰 도련님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건강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시는군요”
“괜찮습니다.. 염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저희 어머니께서 그러지 못하시고 계십니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요양원으로 가시죠”
“…..됐…습니다. 전 여기 있겠습니다..”
진우의 생각을 아는 현중이었다.
“짐 챙기시죠. 요양원 벌써 알아 놓고 병실까지 예약했습니다.”
“도련님.. 걱정 마십시오.. 한번 지킨 약속은 지키는 사람입니다.”
현중의 말에 진우가 멈짓했다.
“신이가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아시면 박 기사님 이러지 못하실 겁니다”
“….무슨..무슨 일입니까? 신한테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여기를 다녀간 모양인데.. 박 기사님 아들을 찾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신이란
것을 알게 되는 날에..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뻔하지 않습니까? 뭣하러 아직도 이곳에
계셨던 겁니까? 사실은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어서 그러신 것 아닙니까?”
“그런 거 아닙니다..! 도련님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렇다면 요양원으로 가십시오. 그곳에서 남은 기간동안 편히 쉬십시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 무엇이 그렇게도 걸려 이곳에 있던 거냐…
도련님 말처럼.. 신에게 아버지란 말.. 듣고 싶어 욕심을 부린 거냐…
이 못난 놈아..-
현중은 솟구치는 설움을 토해 내지 못한 체 작은 여행용 가방을 들고.. 그리고 작은 방에
있던 액자를 챙기며 집에서 나왔다.
“내일 이 집은 철거 됩니다. 그렇게 알아 두십시오”
“….예……”
진우가 장 여사보다도 악독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현중이었다.
신에게 완벽하게 떼어 놓기 위하여 현중의 모든 흔적을 하나씩 지우고 있었다.
현중은 또 다시 한번 신과 이별을 하게 됐다.
어쩌면 세상과도.. 그리고 신과도.. 전부 마지막을 알리는 적색신호인지도 몰랐다.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너무 늦게 올렸죠?? 걸이 1박2일로 여행 다녀 오는 바람에..^-^;;
어제 12시 넘어서 와서.. 죄송해요..^-^;;
강원도 낙산해수욕장이랑, 화진포(가을동화 은서,준서 마지막씬)
다녀왔어요..ㅋㅋ 정말 재미있게 보내고 온 걸이랍니다..
사진두 대빵 많이 찍었어여~*
몇년만에 보는 바다인지.. 바다를 보면서 얼마나 소리를 많이 질렀는지..
너무 좋았던 걸이에요~
가슴이 확 틔이는 것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듯 했어요~
소설 늦게 올려서 죄송해용... 예쁘게 봐주세요~]
“신아.. 뭐 봐?”
점심시간 내내 뚫어져라 무언가를 보고 있는 신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상건은 신의 자리로
가 그의 시선이 가 있는 쪽을 보았다.
“어.. 사진이네? 뭐야.. 너 어릴 때 사진이야?”
“아..니..”
“그럼?”
“나 아는 분 가족사진이야.. 아들을 찾아 드리고 싶은데.. 역시 사진만으로는 찾기가
힘들다..”
“그래? 아들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글쎄.. 그건 나도 몰라..”
“사진 뒷 장 봐봐.. 년도 나와 있을 꺼 아니야?”
“1983년 10월로 되어 있는데…”
“그래? 음.. 그럼.. 한.. 20살에서 21살 정도 되려나? 어!! 신이 네 또래 겠다?”
“내.. 또래?”
“그래.. 사진으로 봐서.. 갓 태어난 것 같은데…태어나고 한 열흘정도 지난 거..같은데..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년도로 따지면 네 또래잖아”
상건의 말에 신은 아무런 말 없이 다시 사진만 응시하였다. 그러다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의 얼굴로 다시 시선이 옮겨졌다. 아무리 봐도.. 처음 봤을 때처럼 누군가와
많이 닮아 있었다..
“상건아.. 이 사람..말이야.. 좀..낯익지 않아?”
“누구? 이 여자분?”
“응..”
“글쎄.. 잘 모르겠어.. 표정 진짜 살벌하다..”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신의 머리 속은 온통 사진 생각으로 가득했다. 도대체 누구길래..
신의 머리 속을 온통 헤집고 다니는 건지.. 얼굴 하나만으로도 왜 이렇듯 무언가에 홀린 듯
마냥 신경이 쓰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신은 오랜만에 응진을 찾았다.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응진과 함께 했던 시간이 많았던 그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응진을
찾았다.
“무슨 일 있구나? 술 한잔 할래?”
“아니..”
“박 기사님 아들 찾는다더니.. 잘 안돼?”
“응.. 잘 안돼..”
“아저씨한테 자주 찾아 가 보는 거야?”
“아직 못 갔어.. 아직.. 못 찾았잖아.. 다음에 갈 때는 아저씨 아들.. 꼭 찾아서 같이 가려
했는데.. 아저씨.. 많이 좋아하실 텐데..”
“…그러게. 말이다.. 어디 있는 걸까…?”
“내가 가는 것보다.. 아들 오는 걸 더 기다리실 텐데….”
“오늘.. 나랑 같이 가 볼래? 아저씨 보고 싶잖아.. 내가 너 모를 까봐?”
신과 응진은 함께 박 기사의 집으로 찾아 갔다. 박 기사를 만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불현듯 신은 이유없이 불안해 졌다. 신의 그런 불안감은 박 기사의 집 앞을 가 고서야
비로서 이유를 알았다.
“이게.. 어떻게 된 입니까?”
“이 건물 철거 됩니다. 그래서 공사 중입니다”
“철거라뇨? 그럼 이곳에 사시는 분은요?”
“그거야 저희가 어떻게 압니까?”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멀쩡했던 건물을 왜 갑자기 철거하는 겁니까?”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저희야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죠..”
“담당하는 건설회사가 어디입니까?”
“한국 건설입니다”
“한국 건설이라구요?”
“네”
신은 기가 찼다. 한국 건설이라면 자신의 아버지 부속 회사였다.
분명 무언가 있었다.
처음 박 기사의 행방을 감추려 했던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찾아 오자 그 후로 또 다시
행방이 모연해진 박 기사와, 건물을 철거 시키는 아버지.. 이것은 분명 무언가 있다는
결정을 내린 신이였다.
“괜찮아?”
조금 전부터 차를 탄 후부터 아무런 말도 안 하는 신이 자꾸만 걱정되는 응진이었다.
“응진아.. 내가 모르는 일들이 있는 것 같아.. 가족들이 나한테 감추는 게 많아..
어떡해야 하는 거야..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아”
“….걱정 마.. ..”
신은 교복 주머니에서 다시 사진을 꺼내 보았다.
이렇게 사진을 보고 있을 때.. 그의 어머니는 그 모습에 놀라 그릇을 놓치고 말았다.
분명.. 이 사진과.. 자신의 가족들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박 기사도.. 분명히
자신의 집과 관련이 있는 사람일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자꾸만 불안한지 모르겠다………”
“네가 너무 신경을 곤두 세워서 그런 걸 거야..”
“그래.. 내가 예민해져서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
-당신 누구입니까.. 누구길래.. 저를 이렇게 불안하게 하는 겁니까.. ..
아저씨와.. 당신.. 도대체.. 어떤 과거 속에 있었던 것이 길래.. 저희 가족이 이런 행동들을
하는 겁니까.. 왜죠.. 왜…-
조원동 자택을 다시 찾은 신..
문 앞에 선 신은 조금 찹찹해 보였다.
“응진아.. 여기 있어.. 금방 나올 게”
“그래.. 얘기 잘 하고 나와.. 욱해서 화 내지 말고…”
“…그래.. 알았다”
“어떻게 된 거니? 철거라니?”
“그 건물 철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 곳엔 한 미정 이라는 여자의 과거가
물들여져 있잖아요..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게 좋지 않아요”
“그리고.. 철거도 모자라서.. 박 기사를 요양원으로 보냈다는 건.. ..”
“박 기사.. 이제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뿐이 남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알아 보니
더 빨라 질 수도 있다는 군요. 워낙 몸이 허약해진 상태라..”
“…박 기사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어서 빨리 세상을 떠나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 사람만 없어진다면.. 과거에서 해방될 수가 있어…”
“걱정 마세요. 어머니.. 신이 녀석이 이제 박 기사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자연히
잊게 될 거에요”
“그래도.. 신이가 그 사진을 가지고 있는 게.. 영 불안해…”
“괜찮아요. 아무도 신이한테 과거를 얘기 해 줄 만한 사람이 이젠 없잖아요”
“두 분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두 분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화를 억 누르며 신은 말했다.
갑작스러운 신의 모습에 당황한 장 여사는 그만 주저 앉고 말았고, 진우도 할말을 잊은 듯
보였다. 신은 장 여사와 진우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은 것 같았다.
“신..신아..”
“어머니.. 아니.. 형.. 형이 말해 봐. 형 지금 어머니랑 무슨 말 한 거야? 이번 박 기사님
집 철거.. 형이 개입 된 거야? 뭐야?”
“그..그게.. 말이다..”
“내 과거가 어땠다는 거야.. 말해.. 봐. 도대체 나 어떤 인간이야”
“….”
“왜 말 못해? 왜 말 못하는 거야? 나한테 말 못하는 것이 있었어? 나만 빼고 모두 다
아는 비밀이 있는 거야?”
“비..비밀.. 같은 거 아니다…”
“그런데 왜 말 못해.. 형 말해 봐”
“미안하다.. 신아”
“미안하다고? 뭐가? 뭐가 미안해?”
“…..”
신은 사진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장 여사가 앉아 있는 곳으로 가 사진을 내밀었다.
“어머니가 말씀해 보세요. 이 아기 누구에요”
“..신아..”
“아시죠? 이……..아기…………누구에요……………”
“….그..그때는 어쩔 수가 없었어…….”
“뭐가요.. 도대체 뭐가 어쩔 수 없었다는 거에요!!!!”
“으…으…흑…”
“……형!! 형 알지? 이 아기 누구고.. 이 여자는 누구야.. 왜 박 기사님이랑 있는 거야..
형.. 왜 내가 박 기사님이랑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말해 봐.. 말 좀 해봐!”
신.. 그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렸다.
진우의 시선이 땅으로 내려 졌다..
“………..그 사진 속……..”
“안돼! 진우야.. 안돼!!”
“아기.. 너야……………………………….”
..
-그 사진 속 아기……..너야…………..-
신의 손에서 사진이 힘없이 떨어 졌다.
신은 할 말을 잃은 체 바닥으로 힘 없이 무릎을 꿇고 주저 앉았다.
“내 부모는………누구야………………지금 이야……. 아니면 저 사진 속 두분 이야…………”
“…………지금의 아버지가 친 아버지야……”
“그럼……어머니는”
“….사진..속에 있는.. 사람이 네 친 어머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이 순간이 꿈이라면.. 지금이라도 얼른 일어나 고개를 세 차게
흔들고 싶을 뿐이었다.
“어머니……”
신의 시선이 힘 없이 장 여사에게로 흘렀다.
“…그래서.. 저를 그렇게 미워 하신 건가요…”
장 여사의 심장이 멎는 듯 했다.
“제가 어머니.. 친 아들이 아니어서.. 어린 저를 그렇게 때리 신 건가요…?”
신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어릴 적 그 구타의 흔적을 잊지 않고 있었다.
어릴 적.. 그는 때려도 울지 않았다. 한번도 울지 않았다. 그리고 구타가 끝나고 나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행동했다. 그랬기에 장 여사는 자폐증의 일환으로 보았고,
때린다 할지라도 신은 그 당시만 기억할 뿐 지나고 나면 기억을 못하는 걸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울면서.. 저를 때리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제가 큰 죄를 지은 줄 알았습니다…
제가 어머니 속을 썩여 드려서.. 죄송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어머니가
이러시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건.. 잘못한 일을 기억을 해 내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겁니다.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 겁니다…..그땐.. 그게 제 병 인줄..
알았습니다………..”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그때는.. 네가 정말… 미웠다…..”
“저의 출생은 어머니에게 지옥이었겠죠……. … 큰 죄 맞군요………
저 같이 더러운 인생이..…태어나.. 어머니.. 마음.. 아프게 한 건.. 정말 큰 죄 맞군요…”
“으.. 다 내 죄야....…….”
“박 기사님..은 어떤 분이신가요…….그것도 말씀 안 하실 건가요”
“박 현중.. 그 사람은.. .. 네 엄마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어….. .. 지금까지 네 엄마로
인해 인생을 버텨 온 사람이었어… .. 너를.. ..”
“….”
신은 부들 거리는 두 팔과.. 두 다리를 애써 모르는 척 외면했다.
“너를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아들이라 여겼어………”
“박 기사님 어..디.. 있어요..”
그의 차가운 얼굴 위로.. 힘겨운 눈물이 한 줄기 타고 내렸다.
“어디 있냐구요!!!!!”
“청주에 있는 재원요양원에 계신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진우가 신의 시선을 차마 바라보지 못한 체 조용히 말했다.
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절대로.. 모두 용서하지 않습니다. 전 제 과거.. 그리고.. 모두..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용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친 어머니라 가리켰던 사진 속 여자도.. 그리고 친 아버지도.. 현재의 어머니도..
모두 용서가 되지 않았다. 신은 자신 또한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모든 것이 추락하는 느낌이었다. 손에 지고 있었던 마지막 끈 하나 마저 도 땅으로 깊숙이
추락하는 것 같았다. 가슴속이 텅 막혀 숨 조차 쉴 수 없을 만큼 절박했다.
자택에서 나온 신을 보자 걱정하고 있었던 응진이 달려 왔다. 응진은 신의 표정으로 보아
좋지 못한 소식을 듣고 온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신과 응진은 아무런 말 없이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조원동 자택에서 많이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 걷기만 하였다.
아무도 없는 공터를 지나갈 때 즘이었다.
“나.. 좀 죽을 만큼 때릴래…?”
생동감 없는 눈빛으로 신이 말했다.
“…류..신.. 너.. 왜 그래… ..”
“때려..!! 장응진! 나 좀 실컷 패!!!”
“이러지 말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류신! 이러지마”
신의 그런 모습을 보자 안타까운 응진이었다.
쨍그랑..
신은 공터에 누가 버리고 간 거울을 있는 힘을 다해 주먹으로 쳤다. 깨진 유리 사이로
신의 빨간 피가 묻어 나고 있었다. 그는 아픔 조차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야..야..!! 임마!!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러니까 니가 나 좀 때려!!!!! 때려!!! 때리라구!!!!”
“정신차려! 이러는 건 너 답지 않아!”
신은 힘 없이 바닥으로 주저 앉았다. 응진은 자신의 윗 도리를 벗어 그것으로 신의 손을
감쌌다. 옷은 피로 금방 얼룩이 지고 있었다.
“전에는……….”
공허해진 신의 눈동자가 그의 아픔을 더욱 선명하게 말해 주고 있었다.
“혼자이고 싶었어.. 이 세상에서 나 혼자 였다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막상 이렇게 혼자인 것을 알게 되니까.. 이상하게 힘이 빠져..
내 자신이 한심해.. 응진아.. 글쎄 말이다.. 알고 보니까.. 내가 20년 동안 어머니라고
부른 사람이 내 친 어머니가 아니야.. 나를 낳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그런데 참 우스운 건.. 나를 20년 동안 기사 노릇하면서.. 지켰다는 거야…….”
“….그..그럼.. 박 기사님이 친 아버지야?”
“아니.. 그 분은.. 날 낳아준 사람을.. 바보같이 평생 사랑하신 분이야… 어떡해 이럴 수가
있는 거지? 내 친 아버지는 버렸는데.. ……..버렸는데… 왜 그분은 바보같이..
지금까지 사랑하신 거지…….. 왜…. 왜…!”
신은 절규했다.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살아온 시간만큼 믿어 온 사람들이 한 순간 거짓이란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 절망.. 그것은 겪어 보지 못한 이는 모를 것이라..
응진은.. 신에게 말해 주었다…
“너.. 바보구나………
이 바보야…….”
응진은 이상하게 자꾸만 서러워 졌다. 신의 모습에 자꾸만 서러워 눈물이 흘렀다.
“너…도.. 너도.. 그런 사랑을 하고 있잖아…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박 기사님 마음..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신은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가 생각났다.
자신의 사랑이 생각났다.
“나.. 가 봐야 할 곳이 있어……. 오늘… 오늘 꼭 가봐야 할 것 같다……”
#재원요양원..
세 시간만의 일이었다.
응진과 함께 찾아 온 요양원 앞..
요양원이라 그런지 주변은 온통 나무와 산 뿐이고, 매우 한적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지 모르겠다..
“입원하고 계신 분 중에.. 박현중씨라고 계십니까…”
“박현중씨요?”
“예…”
“잠시만요..”
간호사는 컴퓨터로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에 들어 오신 분 찾으시나요? 암 말기 환자요?”
“….예… 맞습니다…”
“510호로 가보세요..”
510호…
계단을 밟고 올라 서는데 그 한 계단.. 한 계단이 이렇듯 힘겨운 일인지 예전에는 미쳐
몰랐다. 눈에 보이는 계단 층 수가..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 줄은 예전에는 미쳐 몰랐다.
조금만 더 멀었으면.. 멀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올라섰다.
[그 사람 많이 사랑하니?]
[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이요….]
[그렇구나.. 그럼 신아.. 각오는 되어 있는 거냐?]
[네.. 당연하죠.. 전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함께 할 거에요….]
[그래.. 그래.. 그러면 됐다…..]
[거 봐요.. 박 기사님 한 테 그 말 들을 것 같아서 꼭 하고 싶었어요….]
[허나.. 신아……]
[아주 힘들 게야.. 너무 힘들어서 우는 날도 많을 거야….
사랑해도.. 사랑해도.. 내 사랑이 그 사람한테는 부족해서.. 더 힘들 거야..
그래도.. 네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래도.. 그 사람을 버릴 수가 없다면..
네 평생을.. 줘도 아깝지 않을 사람이라면……
참고.. 또 참아라.. 꼭.. 그래야 상처가 들 온다……….]
얼마나 많이 참으셨습니까…
그 고통 속에서.. 당신은 얼마나 견디어 내신 겁니까…
그래서 제게 늘 따뜻했던 겁니까…
그래서… 못난 제가 걱정되어 한시도 제 곁을 떠나시지 않은 겁니까…
왜 당신의 인생을.. 그렇게 버리고 제게 온 겁니까……..
모두가 외면한.. 이런 못난 놈이 뭐가 그리도 밟히셨습니까…..
[신이는.. 분명히 잘 할거야……. 사랑도 지키고.. 가족도 지키고.. 모두 잘 해 낼 거야…]
[그런 말 해주는 사람.. 아저씨 밖에 없어요……..]
[아니야.. 사람들이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류 회장님도……. 장 여사님도…
큰 도련님도….. 모두 그래……..]
아니요..
정말 아닙니다…..
저를 믿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잘 이겨내리라고 단정짓고 믿은 사람은.. 당신 뿐입니다…
참고 또 참았건만.. 주체 할 수 없는 설움 속에서 눈물이 터져 버렸다.
신은 이미 한계를 벗어나 견딜 수가 없었다.
[아저씨.. 가족은 어디 있어요……? 아저씨 아픈 것은 알고 있는 거에요?]
[…..응.. 알지……. 다 알아…….. 다 아는데…….. 올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못 와……. 나중에…….. 나중에………. 오기로 했어…..]
[많이 보고 싶으시죠…]
[………..응.. 말할 수 없이 보고 싶었는데……………. 이젠 괜찮아 졌어……]
“으….. 으…흑….흑….”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찾아 온 못난 아들을 용서하십시오…
신은 510호 앞에 섰다..
병실은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안에 간호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박현중씨! 자꾸 약 안 먹으면 어떡해요!! 이러다가 더 나빠지면 어쩌려구요!”
“허허.. 괜찮다니까.. 그러네.. 간호사.. 걱정말고.. 그만 나가 봐.. 난 정말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거에요! 매일 아프셔서 잠도 못 주무시잖아요!”
“하하.. 내가 잠을 얼마나 많이 자는데.. 모르는 구만..”
“안돼요! 저 보는 앞에서 얼른 드세요! 얼른요!”
“간호사..아가씨.. 제발 부탁인데.. 나 그냥 약 먹지 않는 거 좀 봐 주면 안될까?
나 얼른 가야 돼.. 얼른.. 가야 되는데.. 이 따위 약을 먹으면.. 얼른 갈 수가 없잖아…
좀 봐줘.. 그럼 내가 나중에 하늘 가서 아가씨 잊지 않을 게”
딸칵..
병실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현중과 간호사가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중의 가슴이 또 다시 막막해 짐과.. 동시에 답답해 졌다…. 어찌해야 할까.. 어찌해야
하는 걸까… ..
“……..아저씨……..”
다행이었다.. 신은 아직 자신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 표정으로 보아서 모두 알고 온 듯
했지만.. 아직은 몰랐다.. 어떻게 또 둘러 대야 하는지.. 현중은 막막하기만 했다.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왔니? 잘도 찾아 오는 구나.. 허허”
“제가 모를 까 봐요? 아저씨 숨은 곳은 다 찾을 수 있어요”
“하하.. 이제 더 이상 숨을 곳도 없는데.. 다 찾아 버리면 어쩌나?”
“…..얼른.. 약…………”
신은 마른 침을 삼켰다..
목구멍으로 넘기며.. 눈물도 함께 삼켰다…
“드세요..”
“아.. 그래.. 약 먹어야지.. 간호사 나 약 먹을 테니까.. 걱정말고 나가 봐.. 먹을게”
현중은 너털웃음을 자아내며 약 봉지를 입에 털어 넣었다.
“어떻게 알고 왔니?”
“말했잖아요.. 아저씨 있는 곳은 어디든지 다 안다고…”
“…그래..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 구나..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겠구나..”
“아저씨.. 아저씨.. 아들은 진짜 나쁘네요… 아버지가 이렇게 아픈데.. 왜 안 오죠? 정말..
정말.. 나쁘네요..”
“아니야.. 내 아들은.. 나쁜 사람 아니야.. 그건 신이 네가 오해 한 거야..”
“왜요.. 왜 나쁘지 않다는 ………..거에요…….이렇게나 나쁜데…”
“얼마나 착한지 몰라.. 예의도 바르고.. 그리고 인물은 오죽 잘났을까.. 내가 봐도.. 우리
아들은 얼굴 하나는 잘났어.. 성격도 모 난 것 하나도 없고, 어찌나 고운 심성을 가졌는지..”
“아니요.. 절대 착하지 않아요.. 성격도 나쁘구요.. 예의도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또..
못났어요.. 아저씨 아들은 그런 사람이에요”
“…나한테는.. 최고의 녀석이란다…….”
“으………..으….”
“신아..신아.. 왜 우니? 무슨 일 있었던 게냐?”
현중은 침대에 두 팔을 언져 고개를 숙인 체 우는 신을 보자 마음이 급해졌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신아.. 뭐가 죄송하다는 거니? 도대체 왜 그러니? 내가 불안해 죽겠구나..”
“이제까지 몰라 봐서 죄송해요………
이제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남처럼 대해서.. 죄송해요………………………….”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남처럼 대해서 죄송하다니… 왜 그러니.. 신아..”
“아들 찾았어요…”
“응?”
“못난 아들………………이제서야 왔어요…………….”
현중의 손이 멈췄다.
방금.. 신이 한 말이..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이제서야 왔다니.. 이제서야.. 왔다니…….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아버지…………..”
“……….으……….흐……….흐…흐엉…………..”
믿을 수가 없어 울었다..
도저히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라.. 꿈처럼 생각되어 울었다..
울고 있는 신을 품에 안고.. 지난 20년 동안의 설움을 모두 뱉어 내었다..
얼마나 부르고 싶었던 이름인지..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지…
늘 욕심이라 품어선 안될 금기라.. 평생 있어선 안될 일 이라고 만 생각 했었다.
“뭐라고? 신아.. 신아……… 너 지금 뭐라고 했니? 미안한데.. 다시 한번만.. 말해 줄 수
있겠니?”
“…….아버지………………..아버지………”
“…….고맙다……. 정말 고맙다………..나 같은 사람을 그렇게 불러 주어서 정말 고맙다.
나 같은 사람을 그렇게 불러 주어서… ……….정말 고맙다……………”
나 같은 사람이라뇨….
나 같은 사람이라뇨……………………………..
당신이 가여워서 미칠 것 같습니다..
당신의 아픔이 훨씬 커서..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병까지 얻어 아프신 겁니까….
안 그래도 나날이 괴로우셨을 텐데.. 힘드셨을 텐데…
몸까지 아파.. 어떡하면 좋습니까…
“저.. 용서하지 마세요……..”
“자식에겐.. 용서란 것이 없단다….. ……………자식을 용서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니..
평생 사랑만 주어도 모자란 것이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거늘….”
“전에.. 저를 데리고 갔던 묘지가.. 어머니의 묘 맞….나요…….”
“……미안하구나.. 살아 생전.. 네 어미를 보이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아니요.. 괜찮아요.. .. 아버지가 있잖아요.. 가지나 마세요.. 이제 두고 가지나 마세요..
저를 두고 가지나 마세요………………….”
이런 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현실로 모두 이루고 보니 현중은 살고 싶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살아서.. 조금만 더 이 세상에 남아서 신과 함께 많은 날들을
하고 싶었다. 지쳐 잠들어 있는 신을 보며 현중은 어느 때 보다도 더 행복했다.
이런 것이 행복이란 거란 걸.. 그 동안 모르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무 의미하게 하루를 보내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들은… 그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세상보다 더 커다란 단 하나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으….”
현중은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허나 자고 있는 신이 깰까.. 걱정 되.. 자신의 아픔을 보고
아파할 것이 걱정 되.. 입을 틀어 막았다.
뒤를 돌아 누웠다. 베개 속으로 얼굴을 묻고 두 다리를 모아 엎드렸다.
아픔이 서러운 것보다.. 아들을 찾은 이 현실이 더욱 서러웠다. 이제는 가야 하기에..
세상에 남겨져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 이기에..
“무심한 하늘아…………..
나를 데려 가지 말아 다오……. 나를 살려 다오……….
이 무심한 하늘아…………………………………………………….
이 녀석이랑.. 나를 부디 갈라 놓지 말아 다오……………..
지난 20년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
지난 20년 만으로도.. 충분히.. 내 죄 값을 치르지 않았더냐…..
어찌.. 간단 말이냐…..
이 녀석을.. 이 아픔 많은 이 녀석을.. 어찌 혼자 두고 내 편히 갈 수 있겠느냐………..
녀석이.. 나를 아버지라 부르는데.. 내가 어찌 간단 말이냐…..
난 못 간다.. .. 난 못 가…………………..”
자고 있던 신의 눈에서도 눈물이 비 오듯 흘러 내렸다.
조용히 침대에 엎드려 울며 슬픈 절규를 하고 있는 현중의 모습에.. 너무나 가슴이 아파
울었다. 현중의 침대를 바라 보고 있던 몸을 비틀어 반대편으로 돌리고 난 후..
신도.. 현중과 마찬가지로 입을 틀어 막고 하염없이 울었다. 그저 울기만 하였다.
보내야 하고.. 떠나야 만 하는 이들의 심정은 죽을 만치 안타까웠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만났더라면……………….
아니.. 20년 전.. 그때.. 그렇게 헤어지지만 않았어도………………..
이런 아픔 많은 이별은 하지 않았을 텐데…. 어찌하여 이런 괴로움 속에서 다시 만나야
했느냐고… 그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미안해야 했다..
영인은 계속하여 물끄러미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바라 본다. 벌써 몇 일째 신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하여도 받지 않고, 늘 부재중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녀였다. 오늘도 그녀는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출근을 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
“저.. 누나”
“어.. 응진아?”
뒤를 돌아 보니 응진이었다. 응진 역시 피곤한 기색이었다.
“웬일이야?”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서… 시간 내 줄 수 있어?”
직감적으로 영인은 신에 관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잠깐만.. 동화.. 데리고 올게…”
“응..”
아직 유치원을 갈 시간이 안된 동화를 데리러 다시 집으로 들어 갔다.
“엄마.. 왜 다시 왔어요?”
“동화야.. 오늘은 유치원 가지 말고 엄마랑 어디 가자”
“어디요?”
“…우리 동화 신이 삼촌 보고 싶지?”
“네~ 엄청 보고 싶어요~”
“응.. 그러니까.. 우리 삼촌 보러 가자..”
“와~ 그럼 엄마 오늘 백화점 안가요?”
“응.. 어서 가자”
영인은 동화의 손을 잡고 다시 집 밖으로 나서 응진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응진을 따라
가는 길에 왜 이렇듯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왜 인지 모르게 그녀의 가슴 속은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
-무슨 일 있는 거구나……… 너한테.. 무슨 일 있는 거구나………….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몰라…
연락이 없을 때부터.. 너를 찾아야 했던 건 아닌지 몰라…
..힘들어 하고 있는 거니………
나 없이 많이 힘들어 하는 건 아니니….-
응진이 간 곳은 버스 터미널이었다.
응진은 영인을 향해 씁쓸한 웃음을 대신 한 후 동화와 함께 버스에 올라 탔다. 물을 수
조차 없었다. 혹시 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차마 물을 수 조차 없었다.
그녀의 짐작대로라면 응진은 신.. 그 몰래 자신에게로 왔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람은.. 아픔을 혼자 이겨내는 사람이니까……언제나 그랬듯…
버스 안은 고요했다. 간혹 동화가 재잘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정적만이 흘렀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또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렸다. 긴 시간에 지친 동화는 잠들어
버렸고, 영인은 긴 한숨만은 다시 내 쉬었다.
“헉…헉….”
“…아버지..!! 왜 그러세요? 네? 약 좀 드릴 까요?”
“헉.. ….”
“간호사..!! 간호사!!! 여기요!!! 여기 좀 빨리 와주세요!!!”
신이 다급하게 소리를 쳤다.
신의 고함에 놀란 간호사 몇 명이 뛰어 왔고, 급하게 현중의 상태를 진찰했다.
그러다 자신들의 능력으로선 부족했는지 담당 의사한테 급하게 호출을 해 불렀다.
“박현중씨! 정신 차리세요! 박현중씨! 제 말 들리세요?”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현중의 모습에 신은 더 더욱 절망했다.
-아직은.. 아니잖아요……… 그쵸? 아버지……….. 아직은 아니에요….
벌써부터 이러시면 안돼요………..
설령………… 누군가 아버지 보러 가자고 손 내밀어도………..
안된 다고 하세요……… 못 간다고 하세요……………….
못난.. 제게 아들 노릇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
“큰 병원으로 옮겨야 겠습니다.”
현중은 구급차에 실려 시내에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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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못해서 어떡해?”
“괜찮아….”
영인은 짧게 미소 지었다.
그에 관한 일이라면.. 난 괜찮아.. 라고 말하려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린 후 산 비탈길을 걸어 나무 숲이 울창한 곳으로 들어 갔다. 잠에서 깬 동화는
영인의 손을 꼭 잡은 체 나무들이 신기 한 듯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리며 장난을 피웠다.
응진의 걸음이 멈춘 곳은.. 한 요양원 앞이었다.
“…여긴…”
영인이 의외라는 듯 응진을 보았다. 그러자 응진이 아까 전 영인처럼 짧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에……”
“…”
“신이.. 아버지가 계셔…….”
응진의 말에 영인은 놀랐다.
아버지면.. 아버지라면….. 아버지라면…….
영인은 자신도 모르게 몇 달 전 자신을 만나러 왔던 박 기사의 모습을 기억했다.
“……박 기사님.. 말이니………..”
“응… 그 녀석.. 내색은 안 하지만.. 지금.. 죽을 만큼 힘들 꺼야… 누나가 그 녀석.. 옆에
좀 있어 줘..”
“……..고마워.. 응진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응진이 나이었으면 영인.. 그녀는 신의 아픔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결과가 남겨져 버린 후에야 알았으면 알았지 응진이 아니었으면 까마득히 모르며
연락이 없는 신을 시간이 지나매 따라 조금씩 원망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저씨.. 신이.. 그 사람.. 모든 걸 알았나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아저씨는 그 사람의 얼굴 보고 계시나요?
그 사람..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나요…
지난 날로 인해 얼마나 큰 상처를 받고 아파하고 있나요..
저도.. 그거 잘 알거든요….
상처.. 란 거.. 저도 지독하게 받아 봐서.. 얼마나 아픈지 알거든요…-
비어 있는 병실을 보자 응진은 간호사를 불러 물었다.
한 시간 전 시내 큰 병원으로 옮겨 졌다는 현중.. 그것으로 서 그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인과 응진은 또 다시 요양원에서 나와 간호사가 설명 해준 병원으로
급하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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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앞에 벌써 2시간 째 앉아 있는 신이었다.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간호사와
의사는 어쩐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더욱 불안해 지는 신이었다.
그때 응급실에 문이 열리고, 현중의 담당 의사가 나왔다.
“박현중씨 보호자 되십니까?”
“..아..예… 상태는..”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만약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신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됩니다.”
신은 의사의 말에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겨우 만났는데.. 오늘 밤이 고비라고.. 넘기지 못하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의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무나 짧은 만남인데 이렇듯 서둘러 이별이
찾아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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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온 그들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 갔고, 영인은 응진에게 동화를
맡긴 후 응급실로 뛰어 갔다. 그가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인은 다급했다.
저만치 신이 보인다.. . 의사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의 모습이 영인의 눈에 비쳤다.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만약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신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됩니다.”
영인은 의사의 말에 걸음을 멈췄다.
의사가 스치듯 다시 안으로 들어 가자.. 신이 그만 바닥에 주저 앉고 만다…
그가 힘없이 주저 앉고 만다…..
금방이라도 폭포수 같이 눈물이 터질 듯 했다. 영인은 겨우.. 겨 우..
그 눈물을 참는다.
안 그래도 힘들어 하는 그에게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
그녀의 눈물로 인해 그는 아픔을 호소치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
그를 위해서 그녀는 울어선 안되었다..
-그래도 사랑해………..-
신의 첫 고백……….
아직도 생생하게 영인의 귓전에서 울리는 듯 했다.
-신아.. 이젠 내 차례야…………. 내가 너를 사랑해 줄 차례야………………….-
“신아…….”
신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라 보았다..
신은.. 갑작스러운 영인의 모습에 조금은 놀랐다.. 하지만 신은.. 그녀를 보자.. 살짝
미소를 진다.. 바보 같은 사람………그의 그런 모습에 영인은 그만 눈물을 보인다..
“왔구나…?”
영인은 주저 앉아 있는 신을 향해 뛰어 가 제 빨리 안아 주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은 그대로 쓰러 질 것만 같아 보였다.
“나 왔어……… 많이 기다렸지……. 미안해.. 늦게 와서……………..
… 나 왔으니까………….. 신아……. 나 왔으니까………………… 바보같이…….
웃지 않아도 돼……………….. 나 왔잖아…………”
모두가 잠든 늦은 밤..
병실로 옮겨져 있는 현중을 애타게 바라보는 신과, 영인, 그리고 응진…
오늘 밤이 고비라고 하였다. 오늘 밤만 무사히 넘기며 어떡해서든 괜찮아 진다고 하였다.
하지만..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한다면.. 그것이 마지막 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였다..
신은 현중의 손을 두 손으로 어루만졌다.
“기억 나요…….. 고등학교 때 싸우고 들어 왔던 날……. 찢겨진 이마를 보며…… 갑자기
집을 뛰어 나가시던 아버지 모습…… 기억 나요…… 그러다 한 시간이 지나고………
땀을 많이 흘리며…….. 급하게 제방을 들어 왔던 거…. 저 기억 나요…. 아버지 손에는
한 가득 약들이 지어져 있었어요…. 참을 수 있었는데… 아버지는 다친 저보다 더 아픈
표정을 지으며 저를 보셨죠……. 그거 아세요….. 아버지……. 그때가 새벽 한시였어요…
새벽 한시에…. 아버지는 닫혀져 있는 약국들을 얼마나 뛰어 다니며… 애타게 문을
두드리셨어요….. …….
아버지……….저도………….저도 아버지한테 그런 사랑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아직은 가시면 안돼요………………..”
신의 애처로운 말에 영인은 가슴이 쓰리듯 아파온다. 현중을 바라 보며 다시 한번
되새긴다… 아직은 가지 말라고….. 당신의 아들에게 한번의 기회만 주고 가라고…….
신이 잡고 있는 현중의 손이 조금씩 움직였다.
“아..버지? 아버지.. 정신 드세요?”
그러자 현중이 힘없이 눈을 뜬다. 그는 눈 뜨기 조차도 매우 힘들어 보였다.
“신아……영인씨도 왔구나……..”
“잠깐만요… 의사선생님 모시고 올게요”
신이 나가자, 응진은 자리를 비켜 주었다. 현중의 시선이 영인으로 맞혀졌다.
“녀석이 아버지라 네요”
“네.. 너무 잘됐어요…. 신이 아버님…”
“고마워요……”
“힘내세요….”
“영인씨……..”
“네…”
“우리 신이를 지켜 줘요”
“…….네……..걱정 마세요………. 아버님.. 걱정 시키지 않도록 잘할게요”
“저 녀석……. ……….한테……… 전해 줄 수 있겠소………….”
신은 당직실로 뛰어 갔다.
“1203호 환자 일어 나셨거든요? 체크 좀 해주세요”
“아.. 네.. 김 간호사 갑시다”
너무 급하게 뛰어 왔던 탓이었을까………
쨍그랑…
모서리 부분에 놓여져 있던 작은 화분이 신의 손에 걸려 땅으로 떨어져 깨져 버렸다.
신의 시선이 자꾸만 화분으로 닿았다……. 왜 이렇게 불안 한 걸까………
신은 걸음을 재촉해 병실로 갔다.
“신아!! 빨리!! 의사선생님!!! 빨리요!!!”
1203호의 문이 갑자기 열리며 영인이 재촉했다. 예감이 맞아 떨어 진 것일까………
신은 급하게 병실 안으로 들어 갔다. 현중이 거친 호흡을 하며 힘겨워 하고 있었다.
“김 간호사 혈압 체크”
“아버지!! 아버지…!!!”
현중은 신을 보았다….
그의 눈 속에는 눈물이 맺혀 나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내가 너무나 미안하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약이라도 꼬박 먹었을 것을……………. 미안하다……….-
“의사양반”
희미하게 들려 오는 현중의 목소리에 의사가 고개를 숙여 귀에 갖다 댄다.
“그만 해도 되오… 내 갈 길을 애써 잡지는.. 마시오..… …….나………..내 아들한테……..
할 말이나 실컷 하고 가게 해주구려…….”
현중의 말뜻을 이해한 의사는 간호사에게 눈짓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다시는 싸우지 말 거라…………”
“…..네……….다시는 싸우지 않을 게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꼭 가거라…………”
“….네……공부 열심히 해서…. ..꼭.. 좋은 대학 갈 게요……”
“…….죄를 미워 하대, 사람을 미워하지는 말 거라………..”
“네………아버지처럼……. 살게요……….”
“…….내게 효도 하지 못한 거 마음 아파 하지 말고.. 그것으로 회장님과 사모님께
꼭 효도 하렴……..”
“………아버지……..왜 가실 분처럼 자꾸 그렇게 말씀하세요…….. 이러지 마세요….
저…. 이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가기는 어디를 가니….. 너를 두고…….. 그냥…… 내일하면 잊어 버릴 것 같아서…
생각 난 김에 말해 두는 거야…….. 어서.. 대답하렴……..”
“……………..”
“신아……….어서………….”
“…..네……그럴게요……..”
“그리고……..말이다…………”
“네……말씀하세요….뭐든지요……..”
“만약에……..내가 죽거든….”
“아버지!”
“만약이란다……. 만약에……. 그렇게 되거든….. 나를… 꼭 내 어미 옆에 묻어 주렴…
그 사람 많이 외로웠을 꺼야….. 네 엄마….. 혼자 있는 것을 싫어 했거든…..
아마… 지금쯤 많이 화가 났을 거야….. ……. 들어 줄 수 있겠니…..”
“……………………네…..”
“…….고맙다…………”
“아버지………”
“………그래…………”
“아버지도….. 이제는 힘든 일 하지 마세요”
“….응….그래….. 하지 않으마…..”
“아버지….. 이제 기사 일 하지 마시고, 저랑 같이 살아요……..”
“그래……. 그렇게 하마……..”
“형한테 도련님이라…….고……부르지도 마시구요………… 어머니한테 사모님…이라고도
하지 마세요…… 아버지한테 회장님이라고도…….. 하지 마세요………”
“……”
“왜 우세요……… 울지…….마세요………….”
“……너……도.. 울지 말 거라………”
“아버지가…… 우시니까…… 저도 울고 싶잖아요……..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신은 현중의 두 뺨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러자, 현중도 손을 뻗어 신의 뺨에 덧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신아…………..”
현중의 목소리가 더욱 작아지고, 숨소리가 거칠어 지기 시작했다.
“우리……….우리 말이다……………”
참아야 하는데……… 울면 안 되는데…….. 하며 스스로를 탓해 보지만 그것은 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면………..또 다시 내가….. 너의 아버지고,
또 다시 네가 나의 아들로 다시 만난다면……….
우리 그때는………………………..행복하게…………살자…………………”
다른 말도 아닌…….. ………그 어떤 말도 아닌… 그저 행복하게 살자고 했다.
아픔 없이.. 다른 가정처럼 그리 살자고 했다. 현중.. 그가 평생 원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아내와, 아들과… 가진 것이 없어도.. 세상을 원망하지 않으며.. 소중함을 느끼며 사는..
작은 여유로움 속에서 시작되는 그런 행복…….
그는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네…….꼭…….행복하게 살아요….. 우리…. 꼭 그렇게 해요………”
…..
“헉………”
“아버지…………………아버지………..”
“……..미안………하다…………………..우리 아기……………”
“아버지……..”
“……오래 있어 주지 못……해서…………미안해……………….”
삐익……………………..
요란한 기계 소리가 병실을 가득 메웠다……… 소름 끼칠 만큼 듣기 싫은 소리였다….
“아버지!!!!!!!!!!!!!!!!!!!”
“아버님…..!!!!!!!!!!”
현중은 세상에 대한 미련을 남긴 체…. 아들을 두고 가는 말로 다 표현 하지 못할 아픔만을
남긴 체 조용히 세상과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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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의 장례식은 조용했다. 아무도 찾아 오지 않았다……..
현중의 사진 앞에 얼굴을 묻고 하염없이 울기 만 하는 신을 아픈 듯 영인과, 응진…
동화가 바라 보았다. 동화는 신이 울자, 같이 따라 울어 버렸다.
“삼촌…..삼촌………..울지 마요………….”
“아버지…….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죄송해요……………”
동화가 자꾸만 울자 영인은 동화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영인이 나가고, 현중의 장례식을 찾아 오는 이들이 있었다…
“신아…”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류 회장과, 장 여사, 그리고 진우였다. 그들을 보자 신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터지기 시작했다.
“당장 가요!! 당장 가요!!!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요!!!! 여기가 어디라고 오는 거냐구요!!
한 발 자국도 오지 말고 나가세요! 절대로 오지 마세요! 당신들이 죽인 거에요!
두 분… 모두 당신들이 죽인 거라구요! 용서하지 않습니다! 절대!
당장 나가세요!!!!”
생각보다 신의 아픔을 더욱 큰 듯 했다.
그 아픔에 어떤 말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류 회장과, 장 여사였기에
다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틀이 지나, 현중을 묻어 주기 위하여 지난 번에 왔던 곳을 다시 찾았다.
하늘도 현중의 죽음을 슬퍼 했던 탓 일까…… 하늘에서는 수 많은 빗줄기가 쏟아 졌다.
신…….영인…..응진…… 세명.. 모두 비를 피하지 않았다.
신은 현중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 앉았다. 흐르는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이다.
“조심해서 가세요…….. 하늘까지 가려면…….. 강 하나를 건너야 한대요……
그곳에 가셔서는….. 편하게 사세요……… 저같이 못난 아들 만나지 마세요……..
아버지도 못 알아 보는.. 나쁜 아들 절대…. 다시는 만나지 마세요……
이렇게 못나고… 나쁜 아들이……… 또 필요하실 적엔…….. 다른 사람 찾지 마시고….
저한테 오시기에요………. 아셨죠……………….
아버지……………… 그리고 말에요…………………”
…
“아버지…….부탁이어서………… 어머니 옆에 모셨지만………….
사실은 이곳에다 모시고 싶지 않았어요…………
어머니도…. 아버지를 힘들게 했잖아요…………. 그런 사람이 뭐가 그리 좋으셔서….
다시 또 그 곁으로 가세요….. 뭐가 그리 걱정 되세요……
……..아버지………… 그곳에 가서는……… 어머니 사랑하지 마세요……
어머니 같은 사람 만나지 마세요……….. 평생 다른 사랑에 상처를 짊어 지고 가는 그런
사람 사랑하지 마세요…………………………”
하늘을 두고 통곡이라고 하고 싶었다.
하늘이 원망 되어 울부 짓기라도 하고 싶었다.
어째서 이리도 빠르게 떠나게 해야 했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원망을 하고 싶어도…… 이제는 늦어 버렸다…..
그가 없다………
이 세상 어디에도………. 이제는 그가 없어 아무런 원망도…… 통곡도 할 수 없다……
“이……..말 한번도 한 적 없는데…………………….”
이별은 언제나 슬픕니다.
이별은 언제나….. 잦은 후회로 상처를 더욱 짙게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은……
이 세상 어디에도…. 그 사람을 볼 수도.. 만질 수 조차 없는 이별입니다.
세상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하는 작은 희망도.. 여유도 모두 할 수 없는…
완전한 이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구요………….
제가…………………… 아버지 무척 사랑합니다………………….
편하게……….. 쉬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나의 아버지였습니다………”
신은 길을 헤매고 있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낯선 곳이었고, 빛이 오지 않아 그저 어둡기만
한 길이었다. 그곳에 현중이 보였다.
“아버지!! 아버지!! 어디 가세요!!”
신이 현중을 따라가 보지만 어쩐지 잡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
“신아.. 신아.. 괜찮아?? 응???”
꿈이었던 모양이다. 영인이 초췌한 모습으로 신을 바라 보고 있었다.
현중을 산에 묻고 사흘동안 물 한 잔도 잘 마시지 않은 신이 결국은 탈진해 그녀가 보는
앞에서 쓰러졌고 놀란 영인은 기겁을 하고, 잠들어 있는 그의 옆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신의 옆에는 칭얼대다 잠든 동화가 보였다.
“괜찮아? 신아.. 괜찮은 거야?”
영인의 눈에 금세 눈물이 가득 고였다.
신은 영인의 얼굴을 보자 또 다시 아픔이 밀려 온다. 영인과 동화를 위해서라도…
이러면 안된 다고.. 다짐하는 신이지만.. 어쩐지 현중의 죽음 앞에선 자꾸만 무너져 버린다.
“미안해…영인아…… 못난 모습만 보여서 미안하다……..”
“아니..괜찮아…. 못나지 않아.. 당연한 거야…. 괜찮아……..”
영인은 두 팔을 뻗어 조용히 신을 안아 본다..
오늘따라 그의 큰 어깨가 작아 보여 가슴이 아프다..
초인종 소리가 나 영인이 거실로 나갔다. 문을 열자 상건과, 가영, 철균이 있었다.
“엇.. 언니!”
“아.. 안녕하세요…”
“몇일 째 신이가 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걱정돼서 찾아 왔어요”
“네.. 신이가.. 몸이 안 좋아서…”
“정말요???”
놀란 상건이 신이 아프다는 소리를 듣자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열자, 침대에 누워 동화를 꼭 안고 있는 신이 보였다.
“류신!”
신은 인기척에 놀라 몸을 돌려 바라 보았다.
“왔구나……”
“많이 안 좋은 거야? 연락도 없고.. 무단으로 학교 안 나오길래.. 걱정했어.. 임마”
“미안하다.. 연락 할 틈이 없었어…”
가영과 철균도 보였다.
“오랜만이다…”
신은 조금은 힘을 찾아 웃어 보지만 여전히 웃고 있어도 괴로움만 더해갔다.
신과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다 그들은 다시 돌아 갔다.
“신아.. 뭐 좀 먹자…..”
“…….응…”
“동화야.. 밥 먹자.. 일어나..”
영인이 동화를 흔들어 깨워 보지만 동화는 깊게 잠든 건지 일어 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좀 더 자게 둬…”
“이상하네.. 깨우면 일어나는데……”
“동화도 피곤할거야..”
영인과 신은 부엌으로 가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천천히 밥을 먹고 있는 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보는 영인이었다.
또 다시 그가 울까 봐 걱정이 된다. 또 다시 그가 마음 아파 할까 봐 가슴이 시리다..
“신아.. 나 슈퍼에 가서 반찬거리 좀 사올게.. 누워 있어…”
“같이 가자..”
“아니야.. 동화랑 둘이 있어…..”
“….조심히 다녀와…”
“응…”
영인은 근처 큰 마켓으로 가 신을 위해 만들어 줄 반찬거리를 넉넉히 샀다.
몇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그가 또 다시 안쓰러워 졌다.
안쓰러운 마음에 이것 저것 사 보니 짐이 두개나 되어 버렸다. 마켓에서 나와 신의
아파트를 가던 중.. 큰 교회가 눈에 보였다.
영인의 걸음이 멈췄다. 무슨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영인은 조심스럽게 교회 문을 열고
2층 본당으로 들어 갔다. 텅빈 본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문득 옛 생각이 났다.
그녀가 집을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일요일 날이면 항상 어김없이 가던 곳이 교회였다.
그리고 괴롭거나, 힘든 일이 있을 적엔 조용히 하나님의 이름을 불러 기도했었다.
동화가 생기고, 사는 것에 지쳐 멀리 했던 하나님이었다. 하지만 영인은 또 다시 하나님
앞에 선다.. 참으로 오랜만에…..
본당 맨 앞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주님…..도와주세요….
그 사람한테 더 이상의 상처가 없도록 해주세요…….
만약이라도… 그가 또 아파 할 일이 생긴다면……
하늘이시여……….. 그 대신…….. 저를…………. 울게 하소서………………”
눈물이 난다..
그의 아픔에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났다.
아버지를 잃은 마음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잘하고 싶은 마음도 이제는 부질없는
욕심이기에 얼마나 허망한지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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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린 응진은 신처럼 학교를 나가지 못했다.
잠에서 깬 응진은 꺼져 있는 휴대폰을 켰다. 키자 마자 부리나케 문자가 오고 있었다.
“이런…”
그 중 반이 성하한테서 온 문자였다.
“젠장… 또 잔소리 들어 먹겠군…..”
마침 성하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 놀래라! 임마! 어떻게 키자 마자 전화를 하냐!”
“형”
“어..”
“큰일났어”
“왜?”
“채빈이가 없어졌어”
“뭐라고? 채빈이가 없어 졌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시원이가 일주일전에 그랬거든…. 채빈이가 어떤 남자들이랑 학교 끝나고 같이
가는 거..봤다고..”
“그런데?”
“그 뒤로 채빈이가 학교를 안 나와”
“젠장…. 진짜야?????”
-채빈아…..무슨 일이 있는 거야………… 무슨 일이야……..-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젖어 드는 응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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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악랄한 웃음을 머금고 채빈을 바라 보았다.
“하정현….. 구수진…….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이유? 없어! 그냥.. 굳이 이유를 찾으라면 하나 있지! 니가 무척 마음에 안 들거든?
이유 됐지?”
수진이 손 가락으로 채빈의 이마를 툭툭 건드렸다.
“하정현! 이런다고 신이 오빠가 너한테 갈 것 같아? 웃기는 소리 하지마!
오빠는 너란 계집애한테 털끝 만큼의 관심도 없어!”
찰싹..
정현의 손이 채빈에 뺨에 닿았다.
“싸가지 없는 년.. 터진 입이라고 해서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야…..”
“한가지만 묻겠어.. 나를 이렇게 하자고 한 사람이 누구야! 구수진 너야. 아니면 하정현
너야?”
“대답할 필요성을 못 느껴.. 수진언니 그 사람들 불러”
“응.. 알았어.. 훗.. 나채빈…. 넌 이제 다시는 류신한테 못 갈걸?”
수진이 나가자 채빈은 정현을 쏘아 보았다.
그런 채빈이 재미있다는 듯 정현은 피식 웃었다.
다시 수진이 돌아 왔고, 수진은 세 명의 남자들과 함께 나타났다.
“너희 뭐..뭐 하려고 그러는 거야…..?”
채빈이 불안한 듯 떨었다.
아무래도 함께 나타난 남자들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너 예전에 술집 다녔다며? 끝내줬다며? 재미 좀 보라고~”
수진과 정현은 비웃음을 머금고 돌아 섰다.
그리고 정현이 다시 걸음을 멈추고 채빈의 가슴을 무너지게 하는 말을 했다.
“더러워진 모습으로 류신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니?”
“나..쁜년.. 용서하지 않을 거야!!!!!”
“훗.. 네 용서 바라지도 않아”
“죽여 버릴 거야!!! 내가 죽여 버릴 거라고!!!!!”
“류신한테 말하지 않는 것이 네 신상에도.. 류신 신상에도 좋을 거야….
니가 모를 까봐 말해 주는 건데.. 수진 언니 남편이 신화조직 중간 보스야.. 알지?
신화조직이 전국구에서 얼마나 알아 주는 조직인지? 몸 조심해 나채빈..
이 일이 끝나면 조용히 사라져.. 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내 주변에 있는 것..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말야”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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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인은 교회에서 나와 서둘러 아파트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 가니 신이 급하게 동화를 안고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신아.. 왜?”
“동화가 이상해…. 이 녀석… 어디 아픈 거 같다.. 아무래도 병원 가 봐야 할 것 같아..”
영인은 들고 있던 짐들을 그만 놓쳐 버리고 말았다.
“동화야.. 동화야….”
동화의 이름을 불러 보지만 동화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없다..
온 몸에서는 고열로 인해 땀이 베어 나고 있었다.
신과 영인은 근처 병원 응급실로 갔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걱정 마.. 괜찮을 거야…. 걱정 마……. 영인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영인은 극도로 불안해 하고 있었다.
잔병 치레 한적이 한번도 없었던 동화였다. 감기도 한번도 걸리지 않아 아픈 적도 없던
동화였다.. 잠도 그리 많은 편도 아닌 동화가 계속 잠들어 있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었다..
“서동화.. 보호자 되십니까?”
“네.. 제가 동화 엄마에요.. 선생님.. 우리 동화 왜 그래요? 네?”
“걱정 마십시오.. 단순한 감기입니다..”
“정말이요? 정말 괜찮은 거죠?”
“예.. 고열로 인해서 의식을 잃었던 것 뿐입니다. 몇일 안정을 취하면 괜찮을 겁니다”
이제야 마음을 놓는 영인이었다.
영인의 손을 꼭 잡아 주는 신……. 꼭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이 느껴 졌다.
-동화야….
다행이야……… 동화야……… 그치……. 엄마 너무 놀랬잖아…….
우리 동화……. 많이 아픈 줄 알았잖아……………
다행이야… 동화야…… 단순한 감기래…… 다행이지… 우리 애기.. 아프지마….응…?-
“하하.. 드디어 우리 뜻대로 되어 가는 군..”
“그러게요.. 형님”
한 필두가 사무실 창가에 서서 팔짱을 낀 채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부하 김중후에게 수진과 정현이 꾸미고 있는 일들을 전부 건네 받았다.
현재는 제일 상가 지하실에서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 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된 이상
응진을 불러 들이는 일은 아주 식은 죽 먹기였다.
“지금쯤 아주 애타게 찾고 있겠군?”
“그렇겠죠? 전화기 좀 줘 봐”
“예.. 번호 눌러 드리겠습니다”
김중후에게서 전화기를 건네 받은 필두는 신호음을 들으며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여보세요!”
“꽤나 급하게 받으시는 군..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누구야!!!”
“누구긴… 벌써 나를 잊어 버린 건가? 장응진?”
“채빈이 어디 있어!!!”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아는 녀석들이 나 몰래 일을 저질렀지 뭐야.. 알고 보니
나채빈이라는 군”
“개새끼!! 채빈이 손끝 하나라도 건들 기만 해봐!! 가만 두지 않는다!!!!”
“이봐.. 제일상가 지하실로 가봐. 나채빈이 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거다”
뚝..
“중후야.. 애들 풀어서 제일상가 지하실로 가 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끊겨진 전화기를 보며 응진은 이를 악 물었다. 분명 무언가 꼬이고 있었다.
“구수진.. 네 년 짓이군.. 가만 두지 않겠어”
응진을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채빈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며…. 그는 또 다시 아파 할 것이다.
또 한번 지켜 주지 못한 죄책감에 말이다..
“채빈아… 기다려….. 오빠가…….. 갈게….. 오빠가 지금……. 가………”
왜 이리도 가슴이 숨 막힐 것 마냥 뛰는 것인지 모르겠다.
응진은 지하실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 문을 열었다..
“뭐야? 한참 재미 보고 있는데..!!”
문을 열은 응진은 안의 상황을 보자 할 말을 잃은 듯 온 몸에 기운이 빠졌다….
남자들 틈 새로 보이는 작은 체구…….한 없이 울고 있는 한 사람……
“죽여 버린다!!!!!!!!!!!!!”
정신 없이 주먹을 쳤다. 네 명이 달겨 들었지만 응진에게 네 명은 숫자 일 뿐 대적 할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채빈은 고개를 숙인 체 슬피 울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큰 절망을 맛 보았다.
“말해! 누가 시켰어!!!”
“윽.. 우리 몰라.. 지시가 내려와 그냥 한 것 뿐이야”
“구수진인가?”
“모른다고 했다”
퍽..
“한명이 죽어야 말한 건가 보군”
응진은 떨어져 있는 쇠파이프를 잡아 들었다. 내리치려 할 때였다.
“구…구수진이야……”
“어디 있어!!!!!!”
“몰…몰라…”
순간 문이 열리었고, 열명쯤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안으로 들어 왔다.
그중 가장 키가 큰 사내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우리 형수님 찾아서 뭐하게”
“니들은 뭐야”
“니 새끼가 감히 우리 형수님 협박했다며? 네 놈 찾느라 고생 좀 했지”
“뭐?”
“오늘 좀 맞아 줘야 겠어”
이건 틀림없는 함정이었다.
이 일에는 구수진 외에 다른 자들도 개입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 응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밟아!!!!!”
한 사내가 크게 외치자 열명도 넘는 육중한 사내들이 응진에게 덤벼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싸움의 고수라 할지라도 이번 만큼은 달랐다. 처음에 선방을 날렸던 응진은
뒤에서 친 쇠파이프에 그만 주저 앉고 말았다.
“젠장….”
응진이 주저 앉자 수도 없는 주먹들과 발길질이 시작됐다. 그들은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머리며, 등.. 다리, 팔.. 눈에 보이는 곳은 전부 쳐 댔다.
응진은 이마 윗부분이 찢어 졌고, 그 틈새로 붉은 피가 흘러 내려 눈을 뒤 덮였다.
채빈은 구석에서 엉망 진창이 된 모습으로 응진을 보고 있었다.
응진도.. 마찬가지로 수 많은 주먹 사이로 채빈.. 그녀만을 시선에 담았다.
“………”
응진은 입 모양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해..
채빈의 큰 눈망울에서 한줄기 폭포수가 흘러 내렸다…
정말.. 미..안…해…
사실은 응진을 미워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녀 역시 그에게 고마웠다.. 그녀를 사랑해 주는 유일한 남자니까……..
알고 있지만….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수진 앞에서 무너 지는 한심한 자신의 모습을
그의 탓으로 돌리고 싶었던 것이다…….
-왜 왔니……. 오빠………. 왜 왔니……………………
나 같은 계집애 뭐가 그렇게 걱정 돼서 왔니……….. 바보같이……………
이제 우리 어떡하니…………
우리 정말 어떡하니…………………………………..
미안해 하지마…………
나한테 미안해 하지마………………………..-
“계집애랑 이 새끼 끌고 가!”
“네!”
한 사내가 채빈 쪽으로 걸어 갔다.
“가………..지마………………”
응진은 겨우 입을 열어 간신히 말했다.
“저 아이…….. 건들 지마…… 부탁한다………………. 그냥……… 돌려 보내 줘……..”
“안돼.. 우리 네 놈이랑 저 계집이 꼭 필요하거든! 빨리 차에 태워!!”
“왜…………………… 이러는 거냐………………”
“후.. 차차 알게 될 거다…..”
응진과 채빈은 검정 승용차에 실려졌다. 응진 옆으로 채빈이 들어 왔다..
채빈이 오자 응진은 있는 힘을 다해 꼭 안아 주었다…….
“너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마………..”
“오빠……….. 오빠도…………………. 내 걱정 하지마……………..”
“괜찮아………….오빠가…… 일찍 못 와서 미안해…………….”
“…………..으…..으…흑……..”
“울지마………………………….끝까지 지켜 줄게………………..”
채빈은 응진의 품안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오지 않았으면….. 나만 이렇게 되고 끝나는 거잖아…………. 왜 왔어……………
오빠 정말…. 왜 왔니…………..-
-채빈아……….
그때는 내가 너를 지키지 못했지만…. 이제는 달라………….
내가…… 꼭 지켜 줄게…………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너는 꼭 지켜 줄게……………….
……
……
사랑해……………………………………………………………-
차마 그녀에게……. 그에게…………… 전할 수 없는 말들을.. 그들은 가슴 속으로
조용히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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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를 치고 내려 오는 성하와, 승태, 시원.. 게임에 진 시원이 인상을 쓰며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아!! 열받네!!! 내가 술 쏴야 하는 거잖아!! 아!!!"
"쿡.. 당구 실력이 좀 늘은 줄 알았더니.. 여전히.."
"우씨.. 조성하 죽을래!!!"
계단 창가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승태는 무언가를 발견하자 얼굴을 창가로 빼어
다시 확인했다.
“야!!! 씨발… 저거 응진형 아니야???”
“응진형?”
“끌려 가 잖아!!!!!!”
“뭐????? 젠장!!!!!!!! 야 뛰어!!!!!!!!”
성하의 외침에 승태와 시원은 건물 밖으로 뛰어 나왔다. 마지막으로 가는 승용차를
뒤 따라 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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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드립니다....ㅠ-ㅠ
님들의 사랑앞에 부족한 제가 너무나도 숙연해집니다..
너무 죄송하고 또 감사드리는 제 마음 표현할 길이 없네요..
약간의 슬럼프 속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제게 과분한 사랑을 보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하늘바라기님.. 괜찮아요..^-^
님 때문이 아닌거 아시잖아요~ 그런 생각마세요..
제게 주어지는 고충이라 여기고 앞으로 그것으로 발판을 삼아
더욱더 열심히 해볼게요...
정말로 감상방에 글과, 메일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게 한없는 응원을 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어린엄마' 연재 열심히 해서 완결을 내겠습니다...
러브리걸! 다시 부활했습니다^ㅇ^
정말 감사해요..!!! 그리구요~ 사랑합니당~♡
성하와 승태, 시원은 줄 이어 가는 검정 승용차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분명 그들에 손에 끌려 차 속으로 들어 간 사람은 응진이었다. 성하는 그 전에 채빈의
일을 말한 것이 생각났고, 그 일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짐작을 했다.
갑자기 한대가 멈췄고, 검정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밖으로 나왔다. 할 수 없이 성하는
오토바이를 멈췄다.
“뭐야.. 니들은”
“그건 우리쪽이 더 묻고 싶은데?”
“뭐야! 이것들 고삐리 아니야?”
“댁들은 누군데 우리 형을 데리고 가시나?”
“우리 형?”
“알 텐데?”
“좋은 말로 할 때 꺼져. 우리는 고삐리 상대하고 싶지 않아”
“웃기는 군. 댁들이 지금 데려간 사람도 고삐리야!”
“훗.. 말로 해서는 안될 놈들이군! 얘들아!!!”
순식간에 성하 외의 두명을 가운데로 놓고 5명의 사내들이 포위를 했다.
사내들은 성하를 비롯한 시원, 승태의 모습을 보며 비웃음을 머금고 달려 들었다.
#창고
응진과 채빈은 대형 창고로 끌려 갔다.
채빈은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혔다. 그녀의 손은 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고, 다리 또한
묶여서 꼼짝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누가 시켰어!!!!!!!! 구수진 외에 다른 배후의 인물이 있는 거지? 말해!!!!”
퍽!
“병신새끼! 닥쳐”
“구수진!!!!!!! 어디 있어!!!!!!!!! 구수진!!!!!! 나와!!!!!!!!”
“허허….. 남의 여자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부르면 쓰나? 장응진?”
창고문이 열리었고, 햇빛의 반사되어 들어 오는 한 남자……..
“오랜만이야? 한 일년 만인가?”
“당…당신은…….”
“나 알지? 그 동안 잘도 숨어 다녔어? 그치?”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내가 말이지. 이번에 고교세력 보스가 됐지.. 훗.. 원래부터 내가 됐어야 했던 자리가
어떤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 덕분에 이제서야 가졌지..
그 새끼 좀 단단히 혼내 주려고 하는데 필요한 사람이 너라서 말이지.. 쿡..”
“한필두..!!! 당신!!!!”
퍽..퍽
“이 새끼가 어디서 형님 존함을 함부로 부르고 지랄이야!”
김중후가 응진을 걷어 찼다.
“이봐.. 장응진.. 류신.. 어디 있어!”
“모른다”
“후.. 순순히 말하는 게 너와 저 년 신상에 좋을 거다”
“한필두! 당신은 조직 중간 보스고, 류신은 평범한 고등 학생일 뿐이다. 비겁한 짓
하지마.. 건달이면 건달답게 놀아. 양아치 새끼야!”
“이..이 새끼가!!!!!!!”
퍽..
필두의 오른 손 주먹이 응진의 배 중앙을 강타했고, 그러자 응진의 입 밖으로 붉은 혈이
터져 나왔다.
“말해! 류신 그 자식 지금 어디 있어!!!!!”
“모른다고 했다.”
“훗.. 니들이 말하는 가짢은 우정이냐? 웃기는 군”
“양아치 같은 네 새끼는 모르지”
퍽..
“까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필두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부하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부하는 채빈 쪽으로 걸어가
채빈을 걷어 차기 시작했다.
“악..”
“그만 둬!!!!! 그만 둬!!!!!!! 개새끼들아!!!!! 그만 두란 말야!!!!”
“하하하.. 열렬하군.. 그러니까 장응진.. 류신 어디 있어..!!”
“여자는 그냥 두자! 어차피 남자들끼리 싸워야 하는 문제 아니야? 비겁하게 연약한 여자를
상대로 뭐 하는 짓거리야!!! 네가 그러고도 중간 보스냐!!!!!!!!!”
응진의 말에 필두는 채빈이 있는 쪽을 바라 보더니 손을 다시 휘저었다. 그러자 채빈을
걷어 차던 사내가 멈추었다.
“음.. 그렇다면.. 좀 바꿔 줘야 겠군.. 후후..”
필두는 채빈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채빈이 두려움에 움찔 거렸다.
“나채빈.. 예쁜 얼굴에 금이 많이 가서 이를 어쩌지?”
“상..상관 마세요…. 어서 오빠랑 저를 풀어 주…세요….”
“으음… 그렇게는 안돼.. 아직 원하는 걸 손에 못 얻어서 말야”
“원하는 게 뭐에요”
“원하는 거? 간단해.. 류신 그 자식의 파멸이야”
“이러지 마세요.. 우리는 그저 평범한 고등 학생일 뿐이라구요”
“그래.. 아주 잘 알고 있지.. 그렇다면 네가 어디 말해 봐. 류신 어디 있나?”
“……..몰라요……… 정말 몰라요……”
“하하.. 이런.. 둘 다 너무 어리석군……. 얘들아!!!!!!”
필두의 고함이 떨어 지자 마자 수 많은 쇠파이프가 응진의 몸 위로 떨어 졌다.
“윽..윽… 악..윽..”
“하하하.. 류신!!!!!!! 큭.. 네 친구가 다 죽어 간다.. 큭.. 그 새끼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상상만 해도 힘이 나는 군.. 하하!!”
그들은 잔인할 정도로 응진을 쳤다.
응진은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몸을 움츠려 보지만 수 많은 매질을 당해 낼 길이 없었다.
“오..오빠…….!!!!!!!!”
“나채빈.. 어서 말해…… 저러다 장응진 죽겠군”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발요!!!!!!”
“그러니까 어디 있어”
“……..오…오빠는…….”
“채빈아!!!!!!!!!!!!!!!!!!”
응진이 소리 질렀다.
응진이 애타게 채빈을 바라 보았다. 응진의 두 눈에서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 내렸다.
채빈이 응진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가 얼굴을 세차게 흔들었다.
-채빈아…. 안돼……… 안돼………. 말하지마……. 말하지마………..
말하면 안돼…………………-
-오빠……. 그러면 오빠가 죽어…………….. 오빠가 죽는 단 말야……………-
-나는 괜찮아…………………………………
채빈아………….. 그 녀석은 안돼…………………. 알겠지…………….. 안돼…….
설사…. 내가 죽는다 해도…..…………………………….-
“이 새끼가 죽으려고 작정 했나!!! 말해!!!!”
쇠파이프가 하나씩 하나 씩 몸에 닿을 때마다 소름 끼칠 만큼 충격이 왔던 아픔도 장 시간
지나자 감각이 없어 졌다. 조금씩 의식을 잃어 가는 응진은 오로지 채빈과 신의 생각 뿐..
어떤 생각도 나지 않는다. 이 곳을 빠져 나가 살아야 한다는 희망보다는 자신이 죽어도
지켜 내야 한다는 그런 의지만 있을 뿐이었다.
“한…….필……..두……. 나는 절….대…로…….말하지……….않……..는다……………..”
격분한 필두는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세차게 들었다.
“죽어버려!!!!!!!”
탁….
정확히 응진의 뒷 머리를 쳤다.
심한 충격이 온 응진은 주저 앉다 다시 앞으로 넘어 갔다..
“악!!!!!!!!!!! 오빠!!!!!!!!!”
탕!!
마침 창고 문이 열렸다.
“형!!!!!!!”
오토바이에서 내린 세명…..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오던 수 많은 무리들…..
영강회였다…..
“미친 새끼들!!!! 가만 두지 안겠어!!!!!! 가자!!!!!!!!!!!”
조성하, 한승태, 김시원을 선두로 격렬한 싸움이 또 다시 한번 시작되었다.
채빈은 아픈 몸을 간신히 일으켜 응진 쪽으로 갔다.
“오빠… 오빠…….오빠……….”
응진은 가물대는 의식 속에서 겨우 채빈을 바라 보았다.
“오빠……………………..죽지마………………………..”
“채빈아………………………만약에……………………이 싸움에서…………..성하가 져도….
신이 녀석…… 말하면……..안된다………..”
채빈은 알 수 있었다.
응진이 이렇게 까지 무너지면서 지켜 내야 하는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응… 그럴게……..”
“그 녀석………. 지금 많이 힘들거든……………”
“응…..응… 알았어……”
“우리까지 힘들게…….하면………. 버티기…….힘들어져……..”
“응………”
“신이한텐…………절대………..알리지……………마…………”
“응….”
“그 녀석.. 가엾은 녀석이야……….”
-신아…..
이것이 만약 너와의 이별이라면…….
너……. 들을 수는 없겠지만…………… 나의 이런 행동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아버지를 잃은 너에게 또 다시 이런 슬픔을 안겨 주기는 싫었다…..
너…………..
싸우는 거 무척 싫어하잖아……………….
….내가 아픈 거 보다……. 네가 힘든 게 더 싫어…… 임마…………..
나한테……… 친구 너 밖에 없잖아…………………………
나한테…… 친구 너 밖에 없어………
어떡해서든…….. 너와 채빈이 지키고 싶었어…………..
미안해……… 신아…………
이런 나를 용서해줘..........-
“오빠.. 오빠!!!!!!! 죽지마!!!!!!!!! 오빠!!!!!!!!! 제발.. 제발……”
“……..걱정……하지마……….. 죽지…….않아………”
“흑..흑.. 오빠… 내가 다 잘못했어…. 나 이제 오빠 마음 아프게 하지 않을 게………
오빠……. 정말 잘못했어……..내가 잘못했어…….”
채빈은 응진을 꼭 안았다.
끝까지 그녀를 지키려고 했다. 응진은 끝까지 그녀를 지키려고 했다.
그 사랑에 가슴이 저려….. 채빈은 고통스러웠다.
채빈은 오래도록 응진을 놓지 않았다..
“오빠…가………날………지켜 줬어…….”
-만약에…..
내가 다시 너를 보게 된다면…….
채빈아…. 그때는 말하고 싶다….
지금은 너에게 말할 수가 없구나….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내 말이 너에 가슴에 영원히 남아 너는 나를 잊지 못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가 다시 너를 보게 된다면….
그때는 말할게..
꼭 말할게……
……사랑한다고……………………..
죽도록……….사랑한다고……………..-
싸움이 끝났다. 수적으로 밀린 필두는 금세 달아 나 버렸다.
성하는 응진이 있는 쪽으로 뛰어 갔다.
“형.. 나 성하야..!! 형!!!”
“………….괜찮…………….”
“형…….!!!!!!!”
“병원으로 빨리 가자!!!! 조성하!!! 형 업어!!!! 어서!!!!!!!”
시원에 말에 성하는 응진을 업었다..
성하는 자꾸만 눈물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의식을 놓쳐 가고 있는 응진의 모습에
자꾸만 억울해서 눈물이 나왔다.
“………..잘했다…………….성하야…………..”
“형…….형……”
“하나만…………….약속…..해라………”
“응..형… 뭐든지 말해… 형 말이면 뭐든지 다 들을 게….”
“……………그래………. 역시……… 내 동생이다…………”
“형……..”
“말하지마……..신이 녀석에게 무덤까지 비밀로 지켜…….줘………”
“형……..!! 그건…….”
“다……들어 준다고 했지……………”
“형…..!!”
“신이가…… 나 찾으면………….. 나 잠깐………… 여행…….갔다고 말해 줘……………”
“형……………….”
“..너.... 그녀석... 잘 알잖아..........그러니까.....…………….. 성하야……………..말하지 마라……….”
“혀엉!!!!!!!”
성하의 울부 짓는 목소리가.. 시원의 애타는 마음이……. 승태의 한 없이 땅을 치는
모습이…….. 채빈이 지친 듯 우는 모습이……… 응진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응진은 점점 의식을 놓쳐 가고 있었다……..
수화기를 내려 놓은 수진은 치를 떨었다.
이제 이 일을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필두의 부하 김중후에게서 방금 전 전화가 왔었다.
수진과 정현은 일단 피신을 해 르네상스 호텔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중후의 말로는 응진이 거의 반은 죽어 간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수진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가슴 속을 뒤 흔들었다.
“어쩌지.. 이 일을 어쩌지…..”
“언니.. 왜 그래”
“응진이가 다쳤대… 너무 많이 다쳤대…… 어떡해…..”
“왜.. 이 일에 장응진까지 개입이 된 거야? 그리고 왜 형부까지.. 그러는 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정현아.. 우리 뭔가 큰 실수를 저지른 거 아니니?”
“이상해.. 왜.. 형부가…? 뭔가가 있는 거야……. 형부는 뭔가를 노리고 있는 거야…”
“필두씨가?”
“나채빈 일은 조용히 마무리 될 수 있었다고..! 그런데 왜 그게 장응진 귀까지 들어 가냔
말이야.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 보다 그걸 알린 거야”
“…왜? 그럴 이유가 없잖아”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 어떡하지…………….그 사람한테 피해가 가면 안돼…….!”
“그 사람이라니…….”
“류신.. 그 사람….. 난 그 사람한테 피해 가게 하려고 이런 일 꾸미지 않았어”
“설마.. 조용히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휴”
정현은 자꾸만 한필두가 이 일에 개입이 되어 있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여보세요”
[나.. 진우야..]
“아..진우씨..”
[지금 만날 수 있을까……]
“어디에요?”
[항상 만나던.. 곳…]
“갈게요.. 기다려요..”
전화를 끊은 정현은 핸드백을 들고 일어 섰다.
“어디..가려고? 위험해..”
“괜찮아.. 언니 눈이나 붙여.. 피곤해 보여”
“어쩌려고?”
“난 괜찮아.. 진우씨랑 있으면 더 안전해. 걱정 마”
“그래.. 몇일 여행이라도 다녀 와..”
“응..”
“저..정현아……”
“응?”
“만약에…. 만약에 네 말대로 필두씨가 류신을 치기 위해서 이 일을 꾸민 거라면…
어떡해 되는 거야..또 만약에……류신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어떡해 되는 거지..”
“………………….피…..바람이 몰겠지………”
“….조심히…… 다녀와……”
“응……나중에 봐….”
정현은 르네상스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 탔다.
겁만 주려고 꾸몄던 모든 일이 전부 뜻밖으로 커지고야 말았다. 류신.. 그가 아끼는 사람
장응진이 중상이라고 했다. 전부 꼬이고야 말았다.
-류신…… 네가 나를 받아 주기만 했어도….. 이 일이 이렇게 크게 되지 않았을 거야..
네가 나한테 그런 말 따위 하지만 않았어도 나채빈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 거야..
죽도록 사랑한다는 그런 말 따위…… 그 향에 취해 버리면 나 까짓 껀 보이지도 않는다는
그런 말 따위….. 내 키스에도 우습다며 비웃었던…… 그런 행동 따위…. 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나채빈을 이렇게 싫어 하지 않았을 거야……………네 잘못이야………
류신……. 네 잘못이야………..-
#SS빌딩 스카이라운지….
정현은 빌딩의 맨 꼭대기 층 스카이라운지로 들어 섰다.
안으로 들어 서자 정현은 진우를 찾기에 바빴다.
“진우씨….”
“응.. 정은이 왔구나? 앉아…..”
“무슨 일 있었어요?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여요….”
“…요새…. 처리 할 일들이 많아서.. 좀 피곤해서 그래……”
“술 많이 마셨어요?”
“아니.. 별로…..”
“저기……. 나랑 몇일 간만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
“응? 같이 있어 달라니? 여행이라고 가자는 말이야?”
“…왜.. 안돼요?”
“여행이라…… 마침 쉬고 싶었는데.. 아주 잘 됐어…….. 그러자”
“고마워요.. 진우씨..”
진우의 얼굴이 무척 어두워 보였다.
늘 만나던 때의 자상한 웃음은 어디에도 없었다. 술을 한잔씩 비어 낼 때 마다 어쩐지
더욱 어두워 보였다.
“사실은……… 동생 녀석이 있는데………..”
“네…….”
“내가… 동생을 실망 시켰거든…… 가서 어떡해서든 용서를 구하고 싶은데……
못하겠어………..”
“….가족인데……. 실망을 해도… 용서하지 못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그러지 말고..
만나 봐요..”
“아니야.. 그 녀석은 아마 나를 용서 하지 않을 거야.. 나도.. 부모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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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강운고
“김성길.. 너 요즘 뭐하고 다니 길래 학교를 안 오냐? 너 진짜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성길을 학교에서 본 인덕은 반가워 했다.
하지만 성길은 전혀 반가워 하지 않는 듯 시선을 피했다.
“인덕아..”
“그래”
“상건이는 아직도 류신 그 자식과 잘 지내냐?”
“응.. 당연한걸 왜 묻냐.. 상건이나 철균이.. 친구잖아”
“훗.. 적이 또 늘었군…..”
“응??”
“아니야.. 신경 쓸 것 없다.”
성길은 비웃음을 머금고 의자에 앉았다.
한필두의 말로는 오늘 응진을 친다고 했다. 구수진과, 하정현이 만들어 놓은 합작
나채빈 사건 이후로 바로 터진 장응진..
성길은 작은 실소를 터트렸다.
“아마.. 마음 고생 좀 할거야.. 나처럼…….큭.. 똑 같은 배신 만들어 주겠다..
네 놈에게도”
성길은 인덕이 들리지 않게 금 조용하게 혼잣말로 말했다.
“정현이한테는 연락 와?”
“……….오지 않아…….. 하지만.. 정현이도 곧 내게 돌아 올 거야”
“무슨 말이야? 요즘 잘 되기라도 하는 거야?”
“응.. 곧…. 잘될 거야”
-이봐.. 김성길.. 하정현이 류신에게 넘어 갔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후.. 이런.. 역시 버릇이 없다니까.. 예전부터 남의 잿밥에 관심이 많은 놈이라서..후..-
-정현이 저를 다시 찾게 할 방법은 없습니까-
-걱정 마.. 나채빈과 장응진 일로 인해 분명 하정현은 너를 찾을 것이다.-
-과연.. 그럴 까요?-
-류신.. 그 자식이 이번 사건의 일을 알게 된다면 뭐부터 하겠나?-
-….꾸민 자들을 찾겠죠?-
-그렇지! 구수진은 내가 구해주고, 넌 하정현을 암흑에서 구해 주면 되는 거야-
-알겠습니다.-
성길은 다시 학교에서 나왔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다.
[…….왜…….전화했어……]
휴대폰에서 흘러 나오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정현의 목소리 였다.
“지금쯤 도망이라고 칠 궁리를 하겠군”
[무슨 말이야]
“나채빈일 네가 꾸민 짓인 거 다 알고 있어”
[…!!!!!!!!!..]
“걱정 마.. 류신한테 일러 받칠 일은 없어”
[김성길.. 허튼 수작 부리지마]
“2000년도에 일어 났던 보복사건 잘 알고 있지?”
[…….]
“류신은 네가 아는 것 보다 훨씬 무섭고 잔인한 사람이야.. 감당 할 수 있겠어?”
[협박이라도 하는 거야? 너 지금?]
“이런.. 협박이라니…. 지금도 늦지 않았어. 다시 나에게 와”
[그런데.. 어떻게 김성길 네가 이 일의 대해서 알고 있는 거지?]
“후…..”
[너….설마……]
“그래.. 한필두를 뒤에서 도운 게 나다. 류신은 틀림없이 파멸된다.”
[…김..김성길…어떻게 이럴 수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와. 기다리고 있을게”
성길은 자신했다. 정현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란 걸…..
#한성병원
몇일 고열로 앓았던 동화는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몇일 있다 보니 예전처럼 건강하게
나아 있었다. 동화 때문에 백화점 일을 하지 못한 영인은 편치 못한 마음으로 신에게
동화를 맡기고 아침에 출근했다. 신은 침대 앞에 보조 침대에 앉아서 동화의 재롱 피는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웃어 본다.
“그래서?”
“그래서 동화가요.. 까불지마.. 그랬어요..^-^”
“하하.. 우리 동화도 그런 말 할 줄 알아?”
“넵!”
“하하.. 동화야..”
“넹~”
“동화.. 아프지마…”
“삼촌두 아푸지 말아요”
“그래.. 삼촌도 아프지 않을 테니까.. 동화도 이제 아프기 없기다.. 알겠지?”
“넹~”
동화의 통통했던 두 볼이 홀쭉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속상하게 했다. 신은 동화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삼촌..”
“응?”
“응진이 삼촌은 동화 아픈데 안 와요?”
“응진이 보고 싶어?”
“넵! 동화 이뻐해 주니까 좋아요~ 그래도 동화는 우리 삼촌이 제일 좋아요!!!”
“풋.. 그래.. 삼촌도 동화가 젤 좋아”
“피이.. 엄마가 젤 좋으면서…”
“하하.. 아니야.. 동화도 젤 좋아…”
“히히..”
“응진이 삼촌한테 전화 한번 해 볼까?”
“네~”
“잠깐만”
신은 휴대폰을 꺼내 응진의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신호음만 길게 가고 음성으로 넘어 가기만 할뿐 전화는 받지 않았다.
“이상하네..”
“왜요?”
“응진이 삼촌이 많이 바쁜 가봐”
한 시간쯤 지나자 동화는 점심 식사를 마친 후 피곤했는지 금세 잠에 들었다.
그런 동화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신은 다시 휴대폰을 꺼내 응진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뚜………………”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응진과 같은 학교인 성하에게로 전화를 걸어 보기로 했다.
“고객이 전화를”
“이런..”
하지만 성하 조차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신은 나중에 한번 찾아 가봐야 겠다고 생각하며 피곤했는지 보조 침대에 누워 잠시 자기로
했다.
#한국백화점..
똑똑..
“이사님.. 황실장입니다”
“들어와요”
황태준 실장은 공손히 인사를 한 후 쇼파에 앉았다. 그러자 진우도 의자에서 일어나
황 실장이 앉아 있는 맞은 편에 앉았다.
“스마실 행사는 잘 추진되고 있습니까?”
“예.. 오늘 추천을 통해서 각 층마다 두 명씩 올라와, 전부 14명입니다”
“그렇군요..”
“14명 중에서 가장 추천이 많이 들어온 사원이 있는데 다른 사원들의 지지가 정말로
대단합니다”
“그래요? 이름이 뭔가요?”
“2층 숙녀복 담당 서영인씨 입니다.”
“서영인?”
“예.. 한번 만나 보시는 건 어떨런지요.. 만나서 사원의 사기도 충족 시켜 주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됩니다.”
“음.. 14명을 우선 스마일 뱃지를 만들어 이번 달 베스트로 선정합시다. 그리고
1위한 서영인씨는 만나 봐야 겠군요”
“예..”
“스마일 뱃지는 완료 된 겁니까?”
“예.. 오늘 도착했습니다.”
“그렇다면.. 내친김에 14명의 얼굴도 볼 겸 각층 매장을 돕시다.”
“예.. 알겠습니다… 가시죠..”
진우는 이사실에서 나와 황실장과 함께 식료품 층으로 내려 왔다. 지하 1층에서 뽑힌
두 명의 사원에게 스마일 뱃지를 전달하고 앞으로도 더욱 열성을 다하여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다른 층으로 올라 왔다.
1층을 마친 진우와 황실장은 2층 숙녀복 매장을 찾았다.
“이 매장이 서영인씨가 있는 곳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찾으시는 것 있으세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
진우는 명찰을 보았다.
역시 명랑하고, 밝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모습으로 서영인일거라 생각했던 짐작이
맞아 떨어 졌다.
“서영인씨.. 우리 백화점 류 이사님입니다.”
황실장이 웃으며 소개를 하자 영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이며 황급히 인사를 했다.
“어머..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무척 친절하시군요.. 이번에 스마일 사원 중 최고의 사원으로 뽑히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네? 제가요?”
“네.. 자 뱃지 받으세요”
“아.. 감사합니다.”
“스마실 사원은 6박 7일간의 휴일이 주어 지는 거 알고 있죠?”
“어머.. 정말요??”
“모르셨군요.. 일주일간의 특별 휴가가 지급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건 오히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군요.. 잘 부탁 드립니다.”
“……아…..아….예…….”
백화점의 대표가 이렇듯 예의 바르고 친절한 것은 류 이사가 처음인 영인이었다.
어쩜 이렇게도 예의가 바르며, 친절한지 영인은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자상하고 세련된 미소에 더욱 좋은 인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네..”
진우와, 황실장이 가자 매장에 있었던 동료들은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다. 영인은
스마일 1위 사원보다도 특별 휴가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아픈 동화가 걱정이 되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던 그녀였는데.. 6박 7일의 특별 휴가는 너무나도 좋은 선물이었다.
“류.. 이사님이라고 했지… 류..씨가.. 흔하지 않은 성인데… 내 주위에는 많네…”
#공항
수 많은 사람들 사이로 사이 좋은 두 남녀가 보였다.
진우는 일을 마치고 3박 4일로 정현.. 아니 정은과 함께 제주도로 휴식차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진우는 정은이 도피차 떠나는 것임을 까마득히 모른 체 여행 길에 올랐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
벌써 3일째 였다. 이제 신은 조금씩 답답해져 가고 있었다.
병원 복도 벽에 기대어 한숨을 길게 내 쉬어 본다.
-장응진.. 어디 있는 거냐…….-
백화점 일이 끝나고 서둘러 병원으로 오는 영인은 멀리 서 보이는 신의 모습에 반가워
하지만 이내 웃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신은 너무나도 지쳐 보였다.
“신아…”
“…왔어? 끝나고 오는 거야?”
“응…”
“피곤하지 않아?”
“괜찮아…..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냥.. 응진이 녀석이 몇일 째 계속 연락이 되지가 않아…”
“정말이야? 학교에는 가 봤어?”
“아직.. 내일이라도 한번 가보게.. 한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 조금 불안해”
“걱정 마.. 아무런 일도 없을 꺼야…”
“응.. 그래야지..”
무수히 많은 일들이 신에겐 겹쳐 있었다. 집안 일이라든지, 자신의 과거 속에서도
아직 헤어나지 못한 그인데.. 연달아 이어졌던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동화의 입원..
마지막으로 응진의 잠적..
영인은 오늘따라 작게 느껴지는 그의 모습에 가슴 한 구석이 저려 온다..
영인은 먼저 걸어 가는 신의 발에 맞혀 가까이에 섰다. 그리고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활짝 웃으며 힘든 그에게 환해지려 노력했다.
“우리..말야.. 동화 퇴원하면 몇일 여행가… 응?”
“…그래.. 그러자..”
“나 특별휴가도 있으니까..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너도 일주일간은 방학이잖아..”
“응…응진이 연락 되면.... 그때 가자…..”
“……응………”
“저..기…”
영인은 힘들게 말을 꺼냈다..
아직 그에게 자신이 해결해 주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응..”
“부모님.. 만나야지…..”
“…..”
신도 알고 있다. 영인이 얼마나 힘겹게 이 말을 꺼냈을지.. 짐작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 만나지 않아.. 가능한 오래도록 만나고 싶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해란 거.. 너도 해줬으면 좋겠어…….
이거……”
영인은 가방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신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아버님…… 마지막 가시기 전에 너한테 남긴 편지야…..”
“뭐?”
“아버님은 너를 아주 잘 아셨어…. 너 이런 줄 아시고.. 이런 편지 남겨 두셨어… 그 만큼..
너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너를 아끼고 사랑 한 거야.. 그분 부탁이셔..”
-영인씨……-
-네…-
-우리 신이를 지켜 줘요-
-…….네……..걱정 마세요………. 아버님.. 걱정 시키지 않도록 잘할게요-
-저 녀석……. ……….한테……… 전해 줄 수 있겠소…………-
-…네… 전할게요….-
-대신.. 녀석이 나 가고도 제 부모를 멀리하고 방황할 때.. 그때 주시오..
꼭 그때.. 주셔야 하오………..-
현중이 떠나기 전 영인에게 주었던 바래진 편지..
펜을 잡기 조차 힘들었을 텐데.. 그는 남기고 가는 아들에 대한 마지막 사랑으로 아픔을
머금고 남겼던 것이었다…
나의 아들에게..
아직도 방황을 하고 있는 거니..
그래서 이 편지를 보는 거구나.. 사실은 보지 않기를 바랬단다..
내가 가고도 너에게 원망이 남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많이.. 어려워 하고 있겠구나…
네 고통에 함께 해주지 못하고 나 먼저 가서 미안하구나..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
이 하얀 종이에 그 모든 말을 적으려니 턱 없이 부족한 것 같구나..
신아..
나는 20년 전 너의 엄마를 병원에 두고 이 집으로 들어 오는 날.. 그날..
모든 것을 용서했단다..
내가 용서를 했던 이유는 너의 엄마때문도 아닌.. 순전히.. .. 너 때문이었단다..
나와 네 엄마는 모두를 용서했단다..
그러니 더 이상 괴로움에 원망 할 필요가 없단다..
과정이 어찌 되었건.. 무슨 일이 있었건..
마지막은 이렇게 행복하단다..
나는 행복에 겨워 떠난다..
더 이상 괴로워 하지 않아도 된다..
용서하렴….
나처럼.. 네 엄마처럼 용서하렴…..
행복하단다……
너를 만나서 행복했단다…….
사랑한다..
아버지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너의 아버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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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흡.. 흑………아버지……..아버지!!!”
고통으로 일그러진 신의 얼굴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 지고 있었다.
“용서요..? 아버지.. 저한테도 용서 할 자격이 있을까요…
아버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갑자기 어떻게 살아 가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어요.. 도무지 모르겠어요…….”
다음날 아침이 되자 신은 병원에서 나와 현중의 묘소로 향했다.
헤어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그립고 보고 싶었다.
두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언덕을 걸어 산을 타고 올라 갔다.
묘소에 도착하였을 때.. 신은 그만 경직 되고 말았다..
두 묘소를 사이에 두고 신이 끔찍이도 보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이 서 있었기 때문에..
“현중.. 미안하네.. 내가 자네한테 몹쓸 짓만 했구려.. 정말 미안하네..
나 용서 하지 말게나…”
“아버지는 벌써 용서하시고 떠났습니다”
류 회장과 장 여사는 뒤를 돌아 보았다.
신의 모습을 보자 둘은 아무런 말도 못한 체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하구나.. 내가 잘못했다…”
“신아..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해……”
엄마…
엄마라……..
신의 가슴이 또 다시 아픔으로 물들어 진다…
“내려가세요.. 저 아버지한테 할말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 그러렴… 아래서 기다리고 있으마…..”
류 회장과 장 여사가 돌아 가자 신은 현중의 묘소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사 들고 온 소주 한 병을 잔 한잔에 부어 조금씩 뿌렸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에요…? 아버지 이렇게 그냥 없었던 일처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살면 되는 거에요..? 그러면 아버지 마음이 편하시겠어요…?
그러면.. 그렇게 할게요……..
아버지가 원하는 만큼.. 그렇게 살게요………
이게 아버지를 위하는 것이라면.. 죽어도.. 싫어도.. 할게요…………..
제 못다한 효도를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두 이해하고 용사하며 살겠습니다………
아버지…………..”
수원으로 내려 가는 내내 류 회장은 신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그것은 한번도 그가 내색하지 못했던 신을 향한, 부모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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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고교..
현중의 묘소에서 돌아 온 신은 가장 먼저 제일 고교를 찾았다.
다행히도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5시가 되었을까.. 수업이 끝난 듯 학생들이 앞 다투어 교문으로 나오고 있었다.
저 만치도 성하, 승태, 시원의 모습이 보였다..
세 명의 얼굴에는 잔뜩.. 그늘이 져 있었다………
“조성하”
“…아…. 선..선배님…..”
성하가 시선을 올바로 신에게 두지 못했다..
“응진이 어디 있어….”
“응진이형.. 여행 간다고 했습니다.. 몇 일 쉬고 온다고 했는데…”
“여행 갔다고?”
“예.. 머리가 복잡하다고 조금 쉬고 싶다고 하길래..”
“그랬구나.. 나는 또.. 사라진 줄 알고 걱정 돼서 왔다.. 전화도 받지도 않길래..”
“아..네.. 밧데리가 없나 보죠.. 뭐…”
성하는 웃으려고 웃어 보였지만 그 웃음은 신이 받아 들이기엔 무척이나 어색했다..
“가봐라..”
“선배님..어디 가세요?”
“동화가 입원했어.. 내일 퇴원하거든.. 가 봐야지..”
“아…네….. 조심해서 가세요..”
“그래”
“선배님 조심해서 가세요”
“그래.. 승태랑, 시원이 다음에 보자”
“예..”
신은 골목으로 들어 갔고, 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세 명은 어디론 가로 가기
시작했다..
“여행이라…… 뭔가가 정말 있군…… 장응진.. 그 자식은 여태껏 혼자 가는 여행 따윈
즐기지 않았어….. 그런 놈이 벌써 삼일째.. 여행 같은 거 갔을 위인이 아니라구..”
신은 조심스럽게 세 명의 뒤를 밟았다…
성하와 승태, 시원은 택시를 탔다. 신도 제 빨리 뛰 따라 오던 빈 택시를 잡아 탔다.
“기사님.. 앞에 가는 노란 택시 무조건 따라 가 주세요..”
택시 안에서 신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생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성하가 응진의 행방에 대해 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여행 갔다는 응진.. 하지만 그것은 절대적으로 거짓이라고 신은 믿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응진에 대한 강한 믿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서 가던 택시가 멈춘 곳은 강연대학 병원이었다..
생각치도 못했던 병원 앞이라 신은 순간 가슴 속이 답답해졌다.
-설마.......-
애써 아닐 거라는 작은 희망을 걸어 본다.
병원 안으로 들어 가는 세 명 모두의 표정은 조금 전 보다 훨씬 안 좋게 어두워져 있었다.
세 명의 무거운 발걸음이 멈춘 곳은 한 병실 앞이었다.
병실 이름을 보자 신은 그만 아찔해 지고 말았다…
1307호
장응진..
순간 눈 앞이 캄캄해 지는 느낌 마저 들었다..
-응진아………………-
성하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병실 안에는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그저
눈을 감고 있는 응진의 모습이 보였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체 무수한 기계들이 응진의 몸 여기 저기를 누비고 있었다..
창백하리 만치 하얀 응진의 얼굴 위로.. 같은 병원 가운을 입고 있는 채빈의 눈물이
하염없이 슬픔을 타고 흘러 내렸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무 나쁘고 모질게 굴어서… 오빠 이러는 거라면…… 나…….. 평생 빌 것.. 다
빌었으니까……. 오빠… 이러지 말어……… 응…? 내가 다 잘못했어……
오빠.. 나 좀.. 용서 해줘.. … 제발…….제발…..”
성하와 승태, 시원은 콧등이 시큰거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못한 체.. 침묵만을 지켰다.
다만 마음속으로 비는 말은.. 세상에 많은 기적 중에.. 아니, 몇 되지 않을 기적 중에..
하나만 우리에게 주시어.. 제발 살려 만.. 달라고.. 그렇게 빌고 또 빌었다..
신은.. 앞에 펼쳐 지는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와 함께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의 슬픔에 같이 울어 주던
사람이었다… 꿈이라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면.. 어서 깼으면 좋겠다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죽을 만큼 빌었다…..
“………조성하…………..”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아니 할 말을 잃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성하는 당황했다.. 그의 이름을 부른 것은 다름 아닌 신이였기에.. 그 곳에 있던 모두가
놀라 신을 바라 보지만.. 금세 땅으로 시선이 내려 갔다…
“선배님……”
찰싹..
신의 손이 성하에게로 떨어 졌다..
“다시는 그 따위 거짓말 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무너지는 가슴 위로.. 신은 천천히 발을 떼어.. 응진 곁으로 옮겼다……..
그 순간도 신은…….. 꿈이길 바라고 있었다………
이건.. 응진의 모습이 아닌데……….
이러고 있는 것은 장응진이 아닐 텐데……. 이건 정말 아닐 텐데.. 하며 말이다….
“오빠……흡…흐…흑…..”
“….장……..응…….진……….”
겨우 그의 이름을 불렀을 뿐이다..
겨우 힘을 내어 그의 이름을 불러 봤을 뿐이다……
하지만 그 이름 뒤로 수 많은 눈물이 교차 대며 아픔을 치고 있었다…
“너 지금…….뭐하냐…………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연기 하는 거지.
너 지금……..엄살 피우는 거지……… 그치….? 맞지…..? 내 말 맞지………?
임마..! 눈 떠… 어서 눈 떠……….. 왜….. 이 따위……. 호흡기를 달고….. 멍청하게 있는
거냐……… 어서 일어나………….! 응진아……. 이 새끼야! 일어나!
나 왔어…….!! 나………. 네 친구……………류신이 왔어!!!
일어나… 장응진 일어나!!!!!!”
아무리 소리쳐도.. 응진은 일어 나지 않는다…
아무리 깊은 잠에 빠져도 신의 목소리 하나면 금방 잠에서 깨며 웃는 사람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고함을 질러도….. 울어도….. 일어나지 않는다….
“응진아……… 임마………………..
너까지……………………………..이러지마………………………
응…………………. 제발…………….. 이러지마………… 이러지 말아라……………..”
응진이.. 그런 신의 애타는 마음을.. 심정을 조금이라도 들어 줄 수만 있다면…
이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이해를 해야 하는 건지…
“누구야…………… 조성하……… 아니…………나채빈…….. 네가 말해…………
너랑………. 응진이……. 이렇게 만든 사람 누구야…………..”
하지만….. 채빈은 말할 수가 없다…..
신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응진의 부탁을 위해서라도….
죽음을 무릎 쓰고 지켰던 그의 애절한 부탁을 위해서라도.. 말할 수가 없었다..
[채빈아………………………만약에……………………이 싸움에서…………..성하가 져도….
신이 녀석…… 말하면……..안된다………]
[응… 그럴게……]
[그 녀석………. 지금 많이 힘들거든……………]
[응…..응… 알았어……]
[우리까지 힘들게…….하면………. 버티기…….힘들어져……]
[응………]
[신이한텐…………절대………..알리지……………마…………]
[그 녀석.. 가엾은 녀석이야………]
“말해……채빈아…….. 누구야….. 누가 이렇게 만들었어..!!!”
“….몰…라……. 오빠……..나는 몰라……..”
“모른다고..? 네가 모른 다는 게 말이나 돼? 누구야..!! 말해!! 말하란 말야!!”
“정말 모르겠어…….. 나.. 정말 모르겠어……흡…흑…”
신은 채빈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렸다..
“그럼.. 채빈이가 말 못할게 있어서 그런가 본데.. 그럼.. 성하.. 네가 말해 봐..
누구야..”
[하나만…………….약속…..해라………]
[말하지마……..신이 녀석에게 무덤까지 비밀로 지켜…….줘………]
[신이가…… 나 찾으면………….. 나 잠깐………… 여행…….갔다고 말해 줘……………]
[..너.... 그녀석... 잘 알잖아..........그러니까....…….. 성하야……………..말하지 마라…]
“죄송합니다.. 저도 누군지 알지 못합니다.. 모르겠습니다…”
“하.. 너희 단단히 짰어? 하.. 기가 막히는 군…! 그럼 당연히 한승태, 김시원.. 너희도
모르겠군… 그렇지?”
-선배님…… 용서하십시오……
저의 불충을 조금만 용서해주십시오……
목숨을 걸고 지킨 사람입니다……
죽는 것에 두려움을 버리고.. 그는 당신을 지키기 위해 고통을 선택했습니다…
힘겨우시더라도……
괴로우시더라도……..
부디………. 찾지 말아 주십시오……..
알아도…… 누군지 알아도…….. 못 가는.. 어리석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디……….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꼭…….. 돌아옵니다………
형은… 꼭… 돌아 올 겁니다…………..-
신은 미칠 것만 같았다..
질실 할 것 같이 답답해져 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너구나…….. 장응진…… 네가 애들 이렇게 만들고….. 너만……. 입 다물고 있는 구나…?
이 자식아…… 네 뜻대로 될 것 같아? 가만두지 않는다……. 반드시……. 반드시……..
찾아 낸다………….. 너 이렇게 만든 사람들…… 모두…. 찾아 내서…… 반드시…….
두 배로 갚아 준다…………………”
“선배님…!! 그러시면 안됩니다…”
“조성하 닥쳐”
“선배님………”
“닥쳐!!!”
신의 눈동자가 아주 차가운 빛을 내고 있었다..
전과 같은 눈동자………..
사늘한 무 표정에.. 그만 질식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구수진이냐…….”
신의 말에 채빈은 그만 숨이 멎어 버릴 것 같은 숨막힘을 느껴야 했다..
“아…니야…”
“그래? 그럼 구수진을 만나서 물어 보면 되겠군”
[류신한테 말하지 않는 것이 네 신상에도.. 류신 신상에도 좋을 거야….
니가 모를 까봐 말해 주는 건데.. 수진 언니 남편이 신화조직 중간 보스야.. 알지?
신화조직이 전국구에서 얼마나 알아 주는 조직인지?]
“오빠…”
채빈을 스쳐 나가는 신을 꼭 붙들었다..
“오빠..!! 가지마……………응? 가지마…!!”
“이거 놔……”
“오빠….!! 제발…….. 가지마…. 우리랑 그냥 여기 같이 있어……. 응?”
“놓으라고 했다..”
“싫어…….. 못 놔….. 놓치 않을 꺼야…….”
“너를 때려야 하겠어?”
“오빠……”
“그러니까.. 당장 이거 놔”
“………흐…흡….”
“너도……. 응진이도……. 모두…….. 내가…… 갚아 주고 온다………….
더 이상……. 날뛰지 못하게 해 주고 온다………….”
“오빠!!!!!!”
병실에서 나가는 신의 모습에 채빈은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무지함을 탓해 본다..
뛰어 나가는 신을 성하와 승태, 시원이 빠르게 쫓아 갔다.
-응진아….
기다려라…………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임마………………….. 너 죽으면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일 같은 거 만들지 마라….
죽고 싶어도 넌 죽으면 안돼.. 알겠어…?
너.. 만약에라도……………….정말……. 죽어 버리면……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 버리면..
그때는 너 평생토록 원망하고 미워한다……
나 한번 하면 하는 성격인 거 너 알지………………….? 그치…………………
그러니까……………….제발…….. 죽지마………….
죽으면 안돼……………..
내가 모두 갚아 줄게…………………. 꼭………………….. 나만 믿어………….
응진아……… 나만 믿고 있어……………………
곧 돌아 올게……..
그러니까…………………
그때는………… 너도 ……………… 나 반겨줘야 한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곧 돌아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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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리걸* 어린엄마 [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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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