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면서 시장에선 매수세력이 실종된 분위기다. 저가 매물 출시에도 거래가 쉽지 않다. 이런 시장 분위기 탓일까? 얼어붙은 재개발 시장 역시 수요자들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일부 구역의 급매물 위주로만 문의 전화만 간혹 있을 뿐이다.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한 건의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상대적으로 장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의 경우, 상대적으로 장기 투자수요가 많은 까닭에 급매물로 나오는 매물 역시 많지는 않다. 매도자들도 비교적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사업진척을 보이는 일부 구역의 경우에는 매도호가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우선 지난 4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구체적인 사업진척을 보인 주요 구역을 살펴보자. 가격 상승세가 나타난 구역은 어디일까?
관리처분계획 인가 받은 길음 제8구역 = 서울 성북구 길음동 602-1번지 일대에서 진행 중인 길음 제8구역 재개발은 길음뉴타운 내에 속한 사업지로 지난 4월 9일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총 1,6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으로 15~43평형대로 구성될 예정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부분 급매물만 찾는 편이고, 또 한 건의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한산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사업이 완료단계로 접어듦에 따라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있다. 감정평가 금액을 기준으로 형성된 프리미엄 가격을 살펴보면, 20평형대는 7,000~8,000만원, 30평형대는 1억 3,000~1억 5,000만원 가량, 40평형대는 2억 원~2억 5,0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40평형대가 지난 달 대비 약 2,000만원 가량 상한가가 올랐다. 주요 매물들은 이미 한차례 거래가 이뤄진 상황이고 대부분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많아 매물이 귀하기 때문이다.
구역 지정된 가재울뉴타운 4구역, 인접 재개발구역도 사업 활기 띄어 = 지난 3월 가재울뉴타운 1구역(가재울IPARK)이 일반분양을 한 이후 인근 구역들의 사업도 활기를 띄는 분위기다. 가재울뉴타운 2구역은 사업시행변경인가를 공람 중이며(3/20~4/30), 가재울뉴타운 3구역은 조합설립창립총회(2007.4.19)를 개최했다. 또한 4월 19일에는 가재울뉴타운 4구역의 구역 지정이 있었다. 구역지정고시가 있었던 가재울뉴타운 4구역을 살펴보면 약 4,000가구 이상이 건립될 예정이며 GS, SK, 현대산업개발 등이 컨소시엄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업진행이 활기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시장은 전반적으로 매우 한산하다. 구역지정 이후 매도인은 가격을 소폭 올려 내놓고 있지만 매수문의는 뚝 끊긴 상황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일대가 대부분 실수요자들로서 이뤄져 큰 변동은 없는 분위기" 라고 전한다.
조합원분양 신청 중인 성남 중동 3구역 = 성남시 중동 1500번지 일대에서 진행 중인 중동 3구역은 지난 3월 20일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5월 31일까지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고 있다. 총 62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며 15~43평형대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미 손 바뀜이 한번씩 진행되어 시장에 물건 자체가 귀하다. 성남 1차 사업 대상지로 사업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관심이 높은 구역이지만 최근 한산한 거래 분위기 영향으로 거래는 거의 없다.
나란히 사업시행인가 받은 부천 약대동 1,2구역 = 약대동 143번지 일대 약대동 1구역과 155번지 일대 약대동 2구역이 지난 4월 2일 나란히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1,2구역을 합쳐 총 1,8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소폭 가격 상승을 보임에 따라 거래 빈도수는 줄어들었다. 대지지분 큰 편이라 소액투자자들의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두 구역 모두 두산건설에서 시공을 맡고 1구역은 622가구, 2구역은 1,228가구 가량이 건립될 예정이다. 현재는 부천역에서 차량 약 2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사업이 완료되어 입주할 즈음엔 지하철 7호선 연장인, GS스퀘어(GS백화점) 사거리역(2010년 개통예정)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두 구역 중에서는 1구역에 비해 2구역에 소형 지분의 빌라들이 많아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또한 구역면적 또한 넓어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두 구역 모두 최근엔 거래가 전무한 상태다. 현지에선 "30평형 이상의 대형지분이 현재 1,200만원~1,400만원 수준으로 투자를 하기엔 총액 기준 비용이 높아 메리트가 낮다" 며 투자수요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약대주공아파트 외 주변에 이렇다 할 대단지 아파트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가격상승은 기대된다" 고 전했다. 인근 약대주공아파트는 재건축 단지로 정밀안전진단을 마치고 조합설립인가를 준비 중이다. 이에 약대동 일대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시장의 침체는 물론 토지거래허가제, 분양가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재개발 시장 또한 매수세가 크게 감소했다. 가시적인 사업 진행을 보이거나 분양이 임박한 구역도 특별한 가격 상승이나 수요 증가는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저가매물이 증가하고 매도 호가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아파트 시장에 비해 재개발 지분의 매도 호가는 강보합을 유지하거나 일부 상승세를 보이는 등 매도자들이 다소 여유로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지역 전반의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은 재개발 구역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강보합세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뉴타운이나 재개발 구역이 몰려있는 지역을 중심으로는 가격 보합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