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고전 교육봉사 전통을 자랑하는 대전 인문교육봉사 동대전중학교 이야깁니다.
‘전통’ 이라고 어깨에 힘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은 제가 맡은 아이 중에 논어 수업을 받은 지 3년째가 되는 학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 세 명을 맡았는데요. 두 명은 2년차이고 한명은 3년차로 세 명 모두 저보다 선배입니다.
아이들의 논어수업경력을 듣고 나니 대전에서 오랫동안 인문 고전 교육봉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수고하시는 선생님들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지금부터 저는 어깨를 풀지 않고 교육봉사 후기를 이야기 하겠습니다.
어깨에 쥐가 나더라도 자부심으로~~끝까지 힘주고~~
대전 인문고전 교육봉사 선생님들 파이팅입니다~~!!
첫날, 수업하기 전에 학생들과 교육봉사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생님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논어를 공부하면 예뻐진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들 관심사 중에서 외모가 가장 중요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선생님들이 각자 맡은 아이들과 함께 교실로 옮겨 수업을 했는데요.
나중에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영이가 “마음이 예뻐져도 되는 거죠?” 한마디 합니다.
나영이는 3년차. 역시 3년차는 다릅니다.
저랑 함께 공부하는 동대전중학교 여학생 세 명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아이들은 ‘되는 아이들’ 입니다. 오늘 네 번째 교육봉사를 마치고 선생님들 피드백 시간에 다른 선생님들께서 ‘되는 아이들’ 이라고 해주신 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아이들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앞으로 ‘되는 아이들’ 이라고 불러주세요. 무엇을 꿈꾸던지 되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불러주세요.
중학교 3학년 민수와 나영이, 지민이 입니다.
첫 번째 시간에는 자기소개를 하는 활동과 함께 이번 학기에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로 서먹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앞으로 함께 하는 시간을 좀 더 알차게 꾸며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제가 숙제로 받은 것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자세히 보니 미영이와 지민이는 친한 사이이고, 민수는 친하다고 할 수는 없는 친구였습니다. 중간 중간 다른 친구가 이야기를 할 때 듣는 것에 소홀한 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한가지는 야외수업입니다.
이번 논어 수업을 함께 하는 동안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야외수업이랍니다.
되는 아이들 아닙니까? 되게 해야지요.
두 번째 시간.
논어 학이편에서 우리가 야외수업을 해야 하는 마땅한 까닭을 찾아보고 친구들과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선생님을 설득 시키면 야외수업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1. 내가 먼저 찾은 구절과 까닭을 써보기
2. 친구들이 찾은 구절과 까닭을 듣고 요약해서 정리하기
3. 내 생각과 친구들의 생각을 견주어 보고 한편의 글로 완성하기
목적을 가지고 찾을 때만큼은 온 힘을 다해서 기를 쓰게 됩니다.
아이들 역시 그렇습니다.
지난 시간에 마무리 하면서 두 번째 시간에 나눠야 할 이야기에 대해 미리 알려 두어서 그런지 민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세 번째 시간.
민수가 들어서자마자 ‘토론에 대해 공부 좀 해왔어요~’ 합니다. 자신 있다고 합니다. 지난 시간에 야외수업을 하겠다는 확답을 안했으니 세 번째 시간에 아이들은 더 열심히 찾습니다.
저는 논어 위정에서 리인까지 범위를 정해주었습니다.
나영이가 그렇게 좁게 생각하지 말자더니 학이편 1장을 들고 나섰습니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번만 오시는데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한다면서 추억 하나 쌓지 못하고 교실에서만 수업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겁니다.
마음을 울리더군요.
이쯤 되면 저는 이미 다 넘어 간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아닌 척 버텼습니다.
민수는 정말 일초도 쉬지 않고 근거 찾고 주장 쓰느라 바빴고,
지민이는 영 재미가 없는 듯 딴청을 핍니다.
그러더니 한마디 거듭니다.
‘야외 수업이란 우리에게 신나는 것. 하지만 가기는 힘든 것’
캬~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짧은 시처럼 와닿습니다.
결국 중간고사가 끝나면 야외수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네 번째 시간.
민수는 봉사가고, 지민이는 가족행사가 있어서 못오고 나영이랑 둘이 토론을 했습니다.
나영이는 ‘어버이날, 스승의 날은 있어야한다’ 저는 ‘어버이날, 스승의 날은 없애야한다’ 는 주제를 맡았습니다.
근거를 찾을 범위는 공야장에서 태백까지입니다
각자 근거 세 개씩을 찾아 나누기를 했는데 나영이가 저보다 훨씬 빨리 찾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공야장 23장
‘누가 미생고를 정직하다 했는가? 어떤 사람이 그에게 식초를 얻으러 가자, 그는 이웃집에서 얻어다가 주었다고 한다’
제가 이 구절을 근거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은 거짓된 마음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느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영이가 바로 아니랍니다. 식초를 구하러 오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여 자기가 번거롭지만 식초를 구해다 준 것이랍니다. 그러니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도 부모님과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더 표현해야 한답니다.
피드백 시간에 선생님들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놀라며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몇 가지 근거를 더 이야기 하고 글 한편을 썼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밀리기 싫어서 열심히 생각하고, 수정테이프 써서 고쳐가며 글을 한 편 쓰고 서로 바꿔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중간고사 끝나고 다섯 번째 시간에 드디어 야외수업을 합니다.
다섯 번째 시간에는 자주 달라지는 입시제도에 대한 이야기와 그즈음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시사 문제를 다룰까 합니다. 아이들 만나기 전까지 신문 칼럼을 읽어둘 생각입니다.
되는 아이들은 점점 예뻐집니다.
함께 하는 동안 내내 아이들이 돋보이게 해주고 싶고, 아이들 덕분에 제가 돋보이게 되어 행복합니다.
곧 중간고사인데 되는 아이들이 원하는 성적이 되도록 응원해주세요~
되는 아이들 파이팅~!
첫댓글 저희팀은 아이들 중간고사 때문에 휴강중이에요 ㅠㅠ 후기를 보고 있으니 아이들이 더 보고 싶어지네요.
되는 아이드들 저도 응원할게요^^
저희도 중간고사랑 5월 여러 행사때문에 3주간 휴강이에요.
아이들이 5월 첫주에는 왜 안하냐고 하자고 졸라주어서 흐믓했네요.
응원 고맙습니다~
루루앤님 올리는 글은 잘 보고 있습니다. 낯가리느라 덧글을 못달았어요;;
열정이 굉장한 분 같습니다. 저도 응원할께요~
예쁘고 되는 아이들 화이팅 입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예쁘고 멋져요! 야외수업을 향해~^-^
샘 고맙습니다~~
저는 더 힘써야겠어요. 아이들 속도를 못따라 갑니다;;
날씨가 좋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멋진 후기 좋아요.ㅎㅎ
쌤의 말투가 느껴지는 생기있고 밝은 글입.니다.
저도 본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내일 또 애들 만나는 날이네요.
그사이 얼마나 성장했을지 기대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