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3토(12월 16일)는 지난 번 낙동정맥 완주의 울림이 매우 컸기에 이를 기념하는 산행을 조금 오르기 편하고 서울을 대표하는 산으로 가기로 하여 청계산을 택하였다.(그 동안 낙동정맥을 가는 동안 험하고 긴 코스가 많았기에 마음 편하게 평범한 산행을 하고 싶은 심정도 있었다.)
갑자기 떨어진 서울의 기온(영하 10도 육박)을 무릅쓰고 아침 10시 청계산입구 역에서 12인이 모였다. 10시 10분이 조금 지나 산행을 시작하였다.
집에서 나올 때에는 눈이 아주 약하게 날리고 있었는데 산 입구(원터골)에서 등산을 시작하며 눈을 들어보니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 나무들이 희게 반짝이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 했던 축복이었다. 낙동정맥을 무사히 완주하고 돌아온 용사들을 위해 일부러 하늘이 준비해준 상서로운 눈이었다고 생각되어 마음이 기뻤다.
길 위에 옅게 쌓인 눈에 미끄러질 새라 조심하며 여러 개의 계단을 거쳐 계속 올라가서 경사가 완만한 지대의 쉼터에서 한번 쉰 다음 계단을 또 올라 정자에 도착하여 다시 한 번 쉬었다. 정자에서 왼쪽 완만한 길로 가지 않고 직진하여 가파른 계단 길을 올라갔다. 헬기장에 도착하여 다시 한 번 올라가면 돌문바위라서 삼각형으로 된 돌문을 통과하며 세 바퀴를 시계방향으로 돌며 소원을 빌었다.
돌문바위에서 한 피치 더 올라가면 매바위이다. 매바위는 서울 시내를 잘 바라볼 수 있는 전망처이어서 그 위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동영상도 하나 찍었다.(11:45) 매바위에서 오늘의 최고점인 매봉은 지척인지라 쉽게 매봉 정상석 앞에 설 수 있었다.(11:51) 기념사진을 찍고 식사자리를 찾다가 날이 추워 좀 더 가보기로 하고 매봉을 떠났다.
매봉에서 남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 걷다가 잠시 아랫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올라가니 조선 초기 무오사화 때 이 산으로 피신한 정여창선생이 울며 넘었다는 혈읍재이다.(12:14) 잠시 일행을 기다려 팀을 구성한 다음 계단을 올라 언덕을 넘어 이수봉 쪽으로 넘어가서 휴식처에 도착했다. 시야가 확 트이고 망경대로 올라가는 아스팔트길이 지나가는 곳인데 벤치와 나무 덱크, 사진찍기용 사각형 나무액자틀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12:36)
마침 덱크 위에서 식사를 끝낸 산객들이 떠나고 있어서 덱크 위의 자리를 물려받아 자리를 잡았다.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내가 와인 한 병을 준비했고, 조준희 선배가 매실주, 양장근 후배가 중국 백주, 김대휴 후배가 위스키를 내놓아 조금씩 맛보며 축배를 들었다.(지난 5년간의 낙동정맥 추억을 소환해 보는 순간이었다.)
식사 후 이수봉으로 가지 않고 큰 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하여 아스팔트길을 한참 내려오다가 큰길을 떠나 우측의 계단으로 급하게 내려와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서 철망이 쳐진 시설물의 무인정문(군부대?)을 지나 다시 좁은 길로 내려가다가 길은 굽어진 다음 시내를 건너서 조금 더 넓어지더니 옛골 마을을 통과하여 계속되었다. 길에서 약간 떨어진 정토사 경내로 들어가 사진을 찍고(14:27) 마을 가운데를 통과하여 연회가 예약된 “매봉산장”에 도착했다.(14:33)
14시 반, 연회 장소에 도착할 계획이었는데 약 반시간 늦게 도착한 셈이었다. 토종오리백숙을 시켜서 안주로 하고 막걸리와 맥주를 시켜서 산 위에서 한 것처럼 다시 한 번 축배를 들었다.(한 사람이 산에서 조기 귀가하고, 다른 한 사람이 연회장소로 합류하여 12인이 모였다.)
15시 반경, 잔치를 끝냈다. 다행히도 기념산행에 낙동의 최초 단장이었던 박우철님과 초기에 기획과 실행을 맡았던 배창수님이 참석하여 뜻 깊은 잔치가 되었다.
- 후기 -
백두대간 완주 성공 후, 모교의 이름하에 낙동정맥의 험준하고 긴 산줄기 걷기를 동문산악인들이 끈끈한 정과 강인한 의지로 뭉쳐서 마침내 끝낼 수 있었다. 한국의 산을 지키는 산신령의 도우심이자 각자가 믿는 신의 가호라고 하겠다. 우리가 쌓은 금자탑, 벌써 추억 속의 이미지가 되어 저 멀리서 환하게 빛나고 있다. 마음이 흐뭇하고 보기에 좋다.(같이 한 동문 여러분에게 감사한다.)
기념 산행을 축하하며 시를 한 수 썼다.
낙동정맥 완주를 청계산에서 기념하다
오, 상서로운 눈
산 위로 오를수록 진해지네
백색의 나뭇가지
한 차원 높은 미학
용사들을 반긴다
정맥을 밟던 힘찬 발걸음
청계산의 순한 결을 따라
끊임없는 대화 속에
막히지 않고 오른다
돌문바위 세 바퀴 돌며
고운산 오래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더니
매바위에서 펼쳐지는
서울 경치 감상하며
내일의 산행도
매진하리라 다짐한다
매봉에서 기념사진
필수 항목이고
은백세계 찬탄하며
혈읍재 도착
무오사화 때
정여창선생
스승과 동료 선비들 참화 듣고
피눈물로 피신하며
넘었다는 혈읍재
이 산에 숨어서
두 번 목숨 구하니
이름하여 이수봉(二壽峰)
사람을 살리는 산
청계산이다
이수봉 바라보는 전망 덱크에
술과 안주 차려놓고 서로 권한다
우리가 이룬 것은 불멸의 금자탑
34번으로 쪼개어
420km를 걸었다.
단합된 의지가
상승작용했으니
이것이 삼각산 후예들
우리는 하나였다
(샤모니같은 마을
옛골로 내려와
축하잔지 열었는데
고승환 회장 금일봉과
이상묵님 식대 찬조가
우리를 호궤(犒饋)**했으니
이렇게도 우리는 하나다)
호궤* : 전쟁시 군사들을 배불리 먹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