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토바이 사고 이야기
(부제 : 까불면, 인생 한방에 골로 간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쯤 되었나.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아파트 앞을 지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검찰청에 근무하던 사람인데 그날 아침 출근길에 나의 택시에 그를 우연히 태우게 된 것이다.
한창 무더울 때인 여름날이었다.
그가 탑승한 문현동 D아파트에서 검찰청 쪽으로 가기 위해 U턴을 하여 전포동 방면으로 막 진입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때 도시고속도로를 타고 일반도로로 세차게 부왕 왕 왕― ― - - - -- 굉음소리를 내면서 오토바이 한대가 나의 택시를 스치듯 앞질러갔다.
그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은 여자의 찰랑찰랑한 긴 머리가 바람에 날려 차창 쪽으로 날아오는 가 싶더니 어느새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이때 뒷좌석의 승객이 “저 씹땡이들, 디질려고 시나”라고 외쳤다.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나는 심호흡을 가다듬으며, 보름 전에도 저 같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두 사람 모두 죽었을 거요, 아마도 . . . . .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자, 승객은 “앞질러 가다가 그랬던 모양이지요” ,
예, , . 보름전 일인데, 새벽 5시쯤 되었을 겁니다. 그때도 나는 문현동 방면에서 손님을 태우려 여기저기 돌고 있었는데, 동래 방면으로 급히 와달라는 콜(call)전화를 받고, 문현동에서 차를 도시고속도로에 올려가지고 막 달리고 있는 중이었지요.
그때 20대 남자 두 명이 탄 폭주족 오토바이가 광― ― ― - - -- 하며 나의 택시를 들이받을 듯이 S곡선을 그리며 쏜살같이 지나갔지요.
아차 했으면 그대로 쳤을 겁니다.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저 씹새끼들 미쳤나, 차에 받혀 꽥 뒤지뿌라”라는 저주의 말을 퍼부었습니다.
그러자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은 녀석이 내 말을 들었는지 뒤로 홱 돌아보더니 중간 손가락을 길게 내밀며 뭐라고 욕지거리를 해 댔지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를 멀뚱히 쳐다보는데, 그들은 어느새 그 앞의 문현동 터널1) 안으로 쏜살같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지요.
나도 터널 속으로 들어가 10여초 간 달리니 저 터널 너머로 여명이 다가 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터널 끝을 막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이었을까요.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광경이 저 바로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참혹했습니다.
나에게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하던 녀석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습니다.
도로 바닥에 나 뒹굴어 진채, 머리에서 퍽퍽 솟구치는 검붉고 뜨거운 피가 노면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한눈에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약 20초전, 약을 살살 올리며 팔팔하게 살아 있던 그 젊은 친구가 노면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있다는 것을 상상을 해 보세요.
그곳에서 5-6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또 다른 친구가 개구리처럼 두 다리를 벌린 채 달달달 떨면서 깊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아 ―,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 버린 것입니다.
도로 저 건너편에서는 대형 트레일러를 갓길에 세워 놓고 이쪽으로 몸이 땅땅한 한 남자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를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분명히 똥 씹은 얼굴이었을 겁니다.
얼마나 황당해겠습니까?
두 젊은이는 나에게 그랬듯이 트레일러에게도 그런 곡예를 하다가 제대로 걸려든 셈이지요.
그 트레일러 앞에 받혀, 그 충격으로 오토바이와 함께 몇십 미터를 날아 간 것입니다.
내가 알기론 말입니다.
20톤에서 30톤 되는 대형 트레일러에 받히면, 거의 갑니다.
그것도 달리는 오토바이가 갖다 박히면 백 프로 죽습니다.
아마도 개구리처럼 뻗은 친구도 죽었을 겁니다.
무슨 재간에 살아남겠습니까?
그 장면을 보고난 후, 일주일 내내 헛구역질에다 그 장면이 눈앞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나의 저주가 두 젊은이에게 날아간 것이라는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지요.
만일 저주를 퍼붓지 않았다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들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왜 그런 심한 저주의 말을 퍼부었는지. . . 너무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때 뒤좌석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승객은 “아닙니다. 두 젊은이는 기사님의 저주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그 친구들은 그 트레일러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차에 받혀서 죽을 운명이었을 겁니다, 이 나이가 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까불면 한방에 골로 간다는 것입니다”
그 승객은 자신을 P고검의 K계장이라고 소개하였다.
몇 년 전 그가 수사한 오토바이 사고 사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몇 년 전 어느 날 40대 후반의 남자(C)가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나는 ○○○사건의 고소 대리인인데, 너무 억울해서 찾아왔습니다”
당시 K계장은 그 사건 기록을 검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C가 갑자기 예정도 없이 찾아 왔던 관계로 일단 그를 자리에 앉게 한 다음, 그 사건 기록을 살펴보았다.
그 사건을 살펴보니, 그 사건은 이러하였다.
두 명의 20대 남자A와 여자B가 여름날, 광안리 부근의 도시고속도로상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급속으로 달리다 빗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 사고로 뒤에 탄 B가 6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었고, 앞에서 운전을 하던 A는 4주의 상해를 입었다.
A와 B는 서로 결혼을 하기로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다.
그런데, 여자B측이 남자A를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를 하였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내막에 대하여 C가 K계장에게 소상하게 진술하였다.
A가족들은 B를 만족스럽게 생각했으나 B부모는 결사반대를 하였다.
그 이유는 A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변변한 직장이 없이 부모로부터 용돈을 타 쓰는 건달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C부부는 딸에게 "너 정도 인물이면 좋은 직장을 가진 사람에게 얼마든지 시집갈 수 있는데, 그 많은 남자들 중에 왜 백수건달에게 갈려고 하느냐“고 하며, 한사코 반대를 하였다.
그러나 B는 C부부의 반대에도 A와 결혼을 하겠다고 완강하게 버텼기 때문에 ‘자식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며, 어쩔 수 없이 A와의 결혼을 승낙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C는 “결혼을 말리지 못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며 말문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글썽였다.
자신이 결혼승낙을 하지 않았더라면, 딸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쳤을 것이기 때문이리라.
C부부가 A와 B와의 결혼을 승낙한 그 다음날 새벽에 사고가 났다고 한다.
사고전날 A는 C의 집에 찾아와서, C부부에게 큰절을 하면서 “따님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꼭 따님을 호강 시키겠습니다”라고 하여, C부부를 잠시나마 흡족케 했다고 한다.
그 다음날, 아침 사고 소식을 접하고, C부부는 A와 B가 입원해 있는 광안리에 있는 Y병원에 갔더니, B는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눈도 제대로 뜨지를 못하고 있었다.
마침 A부모들도 찾아온지라 야속하기도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해서, 그들의 손을 잡으려고 했으나 마지못해 손을 잡더라는 것이다.
당시는 하도 경황이 없어서 그들의 피하는 듯한 행위를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한달이 지나자, B는 식물인간처럼 여전히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는데, A는 퇴원을 해 버리고, 그 후 목발을 짚고 몇 차례 방문을 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연락을 끊어버리더라는 것이다.
C는 K계장에게 “(A가 B와)평생을 같이 하기로 약조해놓고,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하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K계장이 C에게 “그 오토바이 사고사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러자, C는 “오토바이 운전자인 A가 가해자이고, B는 피해자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교통사고가 나면, 일단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고가 난 날인가 그 다음날 인가 오후에 경찰 2명이 Y병원에 와서 조사를 해 가지고 갔습니다,
저희 부부는 A와 B가 결혼을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위를 처벌받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합의서를 써 주고,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 선처를 해주십시오라는 탄원서까지 제출하여 사건을 잘 처리해 주려고 했지요,
그런데, 합의서2)와 탄원서3)가 제출되자, A와 그 부모의 태도가 서서히 바뀌더군요.
병원을 찾아오는 회수가 차츰 뜸해지는 가 싶더니 나중에는 아예 찾아오지를 않아 A부모를 찾아가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라고 항변을 하였습니다만, 그들은 당신집안과는 이제 아무런 관계도 없지 않으냐, 나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소라는 말까지 하더라고요, 제가 화가 난 나머지 당신 아들 때문에 내 딸이 병신이 되어 누워 있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하니까, 오히려,
A부모는 당신 딸이 오히려 우리 아들을 부추겨서 빗길에 속도를 내게 하는 바람에 사고를 낸 것이다라고 적반하장4)격으로 나오더라는 것이다,
인간 같잖은 사람들의 집에서 그들과 다퉈 보았자, 자신도 더러워지는 것 같아서 병원에 와서 딸에게 정말 니가 A에게 속도를 내라고 부추겼느냐고 하니까, 딸은 울기만 하고, 이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습디다, 그래도 딸년은 여전히 A를 사랑하고 있었던지 A를 탓하지 않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더군요“
K계장은 C에게 “따님의 병세가 그 후 호전되었습니까?”라고 묻자,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C는 “담당의사는 딸의 허리가 개미허리같이 겨우 상반신과 하반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몸의 상하를 받히고 있는 척추가 실날같이 붙어 있습니다. 신경세포가 없는데 인공척추나 굵은 철심을 박아도, 그 인공척추나 철심에 신경이 없기 때문에 안하느니 보다는 못하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권고를 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부부는 평생 딸년 옆에 붙어서 똥오줌을 받아 내어야할 판입니다”,
K계장은 “병원비 때문이라도 A를 사기죄로 고소를 할 수 밖에 없었군요”라는 질문에,
C는 “내 딸의 인생을 망친 놈을 용서할 수 없지요, 그 새끼가 합의서와 탄원서를 써주고 나니까 완전히 돌변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교통사건의 합의서를 철회하고 난리를 쳤지만, 그 놈을 구속시킬 수는 없더라고요,
몇 차례 진정을 넣고 했는데도, 그 놈 부모가 워낙 탄탄한 변호사를 선임해서 인지 구속이 되지 않더라고요”,
“아니 합의가 철회되고, 진단이 6개월 이상이나 나왔고, 장애인이 되었는데도 구속이 되지 않았다는 말 인가요“라고 K계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반문을 하였다.
C는 입에 거품을 물고, ”그 새끼 부모가 변호인의 코치를 받아서 공탁 금 1,200만원을 걸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1심과 2심 재판부에서는 그 놈을 법정구속5)을 시키지 않더라고요, 저희들이 공탁금6)을 아직 찾지도 않았는데도 어찌된 심판인지 구속을 시키지 않습디다“
K계장은 “그럼,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C는 “대법원에서 원심(항소심)법원의 선고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여 그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K계장이 다시 “그런데, 왜 사기죄로 고소를 하게 된 것입니까”,
C는 “첫째는 A가 합의금을 주지 않은 점, 둘째는 처음부터 결혼할 생각이 없이 B를 속이고 결혼하자고 하여, B를 농락했으니 사기결혼 또는 혼인빙자간음죄가 되지 않습니까?”,
그러자 K계장은 “따님이 그 지경까지 된 점에 대하여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 사건 기록을 검토하지 않은 단계에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 기록을 찬찬히 살펴보고 검토한 후, 판단할 것입니다, 필요한 증거자료가 있으면, 언제든지 제출하십시오”,
그러자, C는 “앞날이 구만리 같은 딸년이 병신이 되어 누워 있는 것을 보니 속이 터질 것 같아서 찾아 왔습니다, 내 딸을 봐서라도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십시오”라는 말로 두 손을 K계장 앞에 모우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더라는 것이다.
그 승객(K계장)이 말을 마치자,
내가 그에게 “그 사기 사건은 어떻게 되었지요"하고 묻었다.
그 승객은 조금 뜸을 들이더니 “그 사건은 처음부터 사기죄가 될 수 없는 사건이었지요.
이미 경찰서와 검찰에서 A에 대하여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이었습니다.
C가 병석에 있는 B를 대신하여 P고검에 항고를 하였지만, 그때 저는 C가 있는 앞에서 사건이 잘 안 된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C가 실망할까봐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수사기관은 수사 중에 사건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C는 P고검의 결정에 불만을 품고, 대검찰청에 재항고를 했지만, 기각이 되었을 것이고, 다시 헌법재판소에 소원7)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역시 결과가 C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다시 그 승객에게 “그러면, B가족에게 너무 가혹하잖습니까, 그래도 A측으로부터 돈이라도 좀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었나요”하고 물었다.
그 승객은 그 사건이 마치 자신이 사건을 잘못 처리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듯이, “그러니까, 지금도 그 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이 많이 아픈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가 그 사건을 처리하더라도 똑 같은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그 사기 사건을 처리할 때, 이미 B측은 A와 그 부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민사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A가 재산이나 뚜렷한 직장이 없는데, A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도 경제적 능력이 없는 A로부터 받을 돈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A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한들, A부모는 그 교통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 않습니까,
또 A가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에 A부모는 민사상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이지요.
단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양심이라는 것인데, A부모가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도의적으로 B측에 병원비를 도와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럴 위인들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C도 잠자코 있지 않았을 것 겁니다.
왜냐하면, C도 보통사람이 아니었거던요,
내 짐작인데, 아마 A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승소를 하면, A를 압박해서 A부모로부터 돈을 받아 낼려고 하였을 것입니다.
아무튼, 두 집안은 평생 철천지원수가 되어서 싸울 것입니다.
B부모는 침대에 누워 있는 딸만 보면, 그녀를 껴안고 임당수8)에 팍 빠져 죽고 싶은 심정일겁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 승객의 말을 들으며 묵묵히 운전을 하던 나는 그 승객의 말에 뭐라고 대꾸를 하고 싶었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다시 그 승객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까불면 인생은 한방에 골로 간다는 것입니다,
기사님!! 혹시 빠비용이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스티븐 맥퀸9)과 더스틴 호프만’이 출연한 영화 말입니다”,
“봤는데, 워낙 오래되어서 가물가물합니다만, . . 주인공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유형지에서 수차례 탈출극을 벌이는 그런 영화 아닙니까?”
승객은 “예, 맞습니다. 제가 가장 감명 있게 본 영화였지요, 누가 최고의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저는 주저 없이 빠비용을 꼽을 겁니다”,
“아니, 왜 그렇지요?, 그리 대단한 영화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늗데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빠삐용10)은 불어데요, 나비’라는 뜻입니다,
주인공의 가슴 중앙에 나비를 문신으로 새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을 빠비용이라는 부릅니다.
빠비용은 나비 문신 이외에도 그의 몸에는 잡다한 해골 문양의 장난스러운 문신, 헌팅캡10)을 쓰고 건들거리는 동작을 보면, 영락없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보이지요, 이러한 요소들은 살인죄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 않은가요, 그런데 기이하게도 연결된다는 것이 운명이지요.
빠비용은, 죽은 자의 현장에 나비 문신을 한 사람이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 때문에 살인죄의 누명을 덮어 썼지요.
세상과 격리된 먼, 외딴 섬, 유형지로 끌려가게 되었고, 수차례 탈출을 시도하지만, 끝내는 또 잡히지요,
그리하여 두 차례에 걸쳐 7년간의 독방에 수용되고, 바퀴벌레와 지네를 잡아먹지요.
그 속에서 주인공은 꿈을 꾸게 되는데, 조물주에게 심판을 받기 위해 끌려갑니다. 살인을 하지 않았는데도, 왜 이런 고통을 주느냐며 조물주에게 거세게 항의를 합니다.
그러자 조물주는
‘너는 인생을 탕진한 죄’, ‘젊음을 헛되이 보낸 죄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고만장하던 주인공은 고개를 숙이며 돌아섭니다.
왜 일까요, 아까, 기사님이 말한 20대 남자 2명이 사고로 죽은 것이나 내가 말한 사건의 20대 남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순간이라도 자신을 위험한 순간으로 내 몰거나 방치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범죄가 아닐까요,
다시 말해 자살행위지요,
그러 인해, 자신만 파멸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게 준다는 것 이지요”
“까불락 거리며 팔팔하던 몸 덩어리가 검붉은 시체로 변하는데 단 몇 초 밖에 걸리지 않지요, 백년해로를 약속했던 남녀가 원수로 변하는 것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빠비용이 평생 자신을 저주하였듯이, 죽어간 자나 죽을 때까지 침대에서 누워 지내야 할 젊은 여자는 얼마나 자신이 저주스럽겠습니까?”
그 승객은 스스로 격분하여 더 말을 잇을려고 하는데, 차는 이미 P검찰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승객은 “오늘 기사님이 말한 사건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차문을 열었다.
“저 역시, 승객을 평생 못 잊을 겁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를 마치고, 검찰청사 밖으로 나왔다.
< 끝 >
2010. 12. 17. 22:10 완성
1) 문현동 터널 길이가 약 750미터 이다.
2) 합의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더 이상 민사 또는 형사상의 다툼을 하지 않는다는 확약의 서면이다.
3) 탄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더 이상의 처벌 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선처에 대한 서면이다.
4) 적반하장(賊反荷杖) 똥뀐 놈이 화를 낸다는 뜻
5) 불구속으로 기소된 상태에서, 법원(판사)이 피고인을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하면서 구속시키는 경우이다.
6) 변제자(채무자)가 변제의 목적물을 채권자를 위하여 공탁소(공탁공무소/주로 법원 이다)에 임치하여 채무를 면하는 제도이다. 변제대용의 공탁에는 일정한 조건하에서 채권자의 청구에 의하여 하게 되는 공탁과 채권자가 변제의 수령을 거절하거나, 수령이 불가능할 때, 혹은 변제자가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을 때, 그 이외 형사상 피해자(채권자)와 가해자(채무자)간에 합의가 되지 않을 때 채무자가 피해액에 대신하여 법원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7) 통상 일반 형사 사건의 경우, 경찰===>지청, 또는 지방검찰청(직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경찰을 경유하지 않는다)===>고등검찰청(항고청)===>대검찰청(재항고청)===>헌법재판소(헌법소원)
그러나 최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어 경찰===>지청, 또는 지방검찰청(직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경찰을 경유하지 않는다)===>고등검찰청(항고청)===>고등법원===>대법원을 경유한다.
8) 심청전에 나오는 바다, 황해도 부근이다.
9) 1930년 3월 24일 미국 인디애나주 비치 그로브(Beech Grove)에서 출생하였으며 본명은 테렌스 스티븐 맥퀸 (Terence Steven Mcqueen)이다. 아버지는 곡예비행을 하는 서커스단원으로 그가 태어난 지 6개월 후 그의 어머니와 그를 버렸으며 어머니마저 그를 농장을 운영하는 삼촌에게 맡기고 떠나버렸다. 12살까지 그곳에서 외롭게 성장했으며 이후 18개월간 비행 청소년 수용 시설인 소년원에서 소년기를 보냈다. 한때 유조선을 타는 선원생활도 했으나 1947년 해병대에 입대하였고 북극에서 훈련 중 동료 군인들을 구해낸 공로로 대통령으로부터 무공 훈장을 받기도 하였다. 해병대를 제대한 이후부터 연기공부를 시작해 1958년 《물방울 The Blob》로 처음 주연을 맡았으며 TV시리즈《원티드 데드 오 얼라이브 Wanted: Dead or Alive》(1958~1961)와 영화《전운》(1959), 《황야의 7인 The Magnificent Seven》(1960)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그는 모터바이커, 카레이서 매니아였으며 모터사이클 대회에도 출전하였다. 그가 스턴트맨 없이 직접 연기한 《불리트 Bullitt》(1968년) 는 지금까지도 자동차 추격신의 원조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그가 출연한 영화로 《대탈주 The Great Escape》(1963), 《지옥의 영웅들 Hell Is for Heroes》(1962),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The Thomas Crown Affair 》(1968), 《빠삐용 Papillon》(1973), 《타워링 The Towering Inferno 》(1974), 《헌터 The Hunter》(1980) 등이 있다. 그는 1980년 11월 7일 50세의 나이에중피종으로 사망하였다
10) papillon(1972년작)
11) 헌팅캡(hunting cap) 차양이 아주 짧고 둥글 넓적하게 만든 모자, 사냥할 때 많이 쓴다.
첫댓글 칭구야! 까불면 인생 한방에 가는 것이 아니고 추리 소설이 와이래 이해하기 어렵노 그러니깐 니나네나 머리가 없는갑데이```
소설 잘 읽었습니다.정말 현실성 있는 소설이네요 마음만 착하면 머합니까 생각조차도 그마음에 따라 가야 겠지요 항상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면 이런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지 모르죠 ㅡ 젊은날의 내청춘 아름답게 그리고 사랑가득담아 세월을 담아가면서 살아야죠- 정말로 까불면 인생 한방에 훅~~~ 가는건 맞네요-
정말그러네요인생이란한치앞을알수없는일인지라양보하고늘마음만은배려하면서좋은날에좋은사람과한잔하면서좋은이야기하면서더불어잘살아으면좋겠네요긴~~~글쓰씨느라고수고가많으셨습니다빨간내복님정말정말頭が本当に良いですよ。`
여기에 댓글을 남기신, 님들께에게 행복, 큰 행운이 있으실 겁니다. 스마일님께서는 그날(두번째 산행하던날)광안리 음악 카페에서의 율동이 현란해서 지금도 그 움직임이 눈앞에 선합니다. 그리고 일본어 글 솜씨도 대단하시네요, 팔방 미인이시군요. 육질은 말할 것도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