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凌霄花)-11번째
구중궁궐의 꽃
하늘을 능멸 하리만큼 담장을 넘어서려 하다
"거기 둘 지금 뭐하는 것이냐?"
"태자님."
비담과 천명이 나타나자 알천과 덕만은 서로에게서 떨어진다.
"혹시 우리를 뒤따라 온 것이냐?"
"아닙니다. 두 분께서 안 보이셔서 찾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둘이 왜 껴안고 있었던 거냐?"
"예? 그것이......"
"뭐 이상한 짓이라도 했어?"
"아닙니다."
당황하는 알천의 태도에 미심쩍어진 비담은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둘을 바라본다.
"오해하셨어요. 제가 계단에서 넘어 질 뻔한 것을 알천께서 잡아주시다가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이상한 말씀 마세요."
"덕만아. 그게 정말이니?"
"예."
"항상 조심하며 다니라 내 그리 말했거늘...... 다친 데는 없느냐?"
"괜찮아요. 공주님."
여전히 덕만과 알천을 향해 수상하다는 비담의 시선이 계속되자 둘은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결국 천명이 나서 비담을 제지한다.
"그만하세요. 그저 넘어진 것을 잡아주려다 그렇게 한 것이라는데 너무 놀리시니 덕만이와 알천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공주님께서 그리 말하시니 그만하겠습니다."
"오늘은 제게 가야에 대해 얘기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무척 궁금합니다."
"예. 물론 해드려야죠."
비담과 천명이 발걸음을 떼자 덕만과 알천도 그 뒤를 따른다. 조금 전의 일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도는 둘은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앞만 보며 걷는다.
월궁 안의 후원 주위에는 그리 크지 않은 연못이 있어 날이 좋을 때에는 황실 사람들이
작은 배를 띄어 타서 경치를 감상하고는 하였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포근하고 기분 좋은
날이어서 천명은 비담과 같이 배에 올라 둘 만의 시간을 보낸다.
물위에 둥둥 떠 있는 초록빛 잎사귀와 연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고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꽃잎이 그 운치를 더한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 아래 둘은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덕만과 알천은 후원에 서서 그 둘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무엇이 말입니까?"
"공주님이 저리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요. 가까이 보이지는 않지만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
"나라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원치도 않는 국혼이 결정 되었을 때 공주님은 애써 괜찮다며 참으셨지만
점점 웃음을 잃으셨는데 이상하게 태자님을 만나고 나서는 예전처럼 밝고 예쁜 모습으로 돌아오셨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알천은 덕만을 바라본다.
"신국에 와서 천명 공주님을 보고 나서 태자님은 조금씩 변하시고 계십니다. 한 번도 여인에게 마음을 주시지 않았는데
공주님께는 점점 자신의 마음을 내드리고 있습니다. 항상 차가우신 분이셨는데 공주님과 함께 있으면 저렇게 웃으시고
따뜻한 사람이 되십니다."
"............"
"저는 두 분이 만나게 된 것이 잘 된 일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어쩌면 비담 태자님과 천명 공주님은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고 원하는 것을 내어주고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당신의 말대로라면 두 분은 인연(因緣)으로 맺어진 사이겠네요."
바람결에 흩날려 떨어지는 꽃잎이 덕만의 어깨에 떨어지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떼어주면서 자상한 미소와 함께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인연(因緣)이겠군요."
비담과 천명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담이 얘기를 하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해맑은 웃음과 함께 천명은 귀를 기울여 듣는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따스한 미소가 그로 하여금 기쁘게 만든다.
"제 얘기가 그리 재미있으십니까?"
"예. 책에서 보는 것보다 비담께 얘기를 듣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정말이십니까?"
"예. 지금도 이렇게 비담과 둘이 있는 것도 좋아요."
좋다. 나와 있는 것이 좋다
그녀의 이 한 마디가 가슴 속을 파고든다.
미칠 것 같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내 마음을 가져가 버린다.
점점 더 설렌다.
바람에 흩날리는 비담의 머리를 천명이 손을 뻗어 만져주는데 그 손길에 전해져오는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그녀를 향한 두근거리는 마음은 멈추지 않는다.
비담은 자신의 얼굴에 닿는 천명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지긋이 바라보다
가늘고 하얀 그녀의 손등에 살며시 입을 맞춘다.
손등에 그의 입술에 부드럽게 닿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수줍음이 밀려와 손을
빼내려 하지만 강하게 쥐는 그의 힘에 붙잡히고 만다.
"저를 보세요."
".........."
부끄러움과 함께 홍조를 띈 천명이 수줍게 비담을 바라본다.
"당신의 웃는 모습도. 수줍어하는 모습도 다 좋습니다."
".............."
"당신의 모든 것이 다 좋습니다."
"............."
"그러니 저한테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세요."
"............"
"그래야 설레요."
첫댓글 으~~~ 부끄러워용 ^^... 이런 달달 비천명 너무너무 좋답니다 ~~~~
두근두근...ㅋㅋ 천명의 심장소리가 들리는든 '그래야 설레요' 덕만에게 했던 그 말이 자꾸 귀속에 리플레이되용. 두근두근...
아우~~~ "그렇다면 우리도 인연이겠군요." 달달 알덕!! " 그래야 설레요"달달 비천명!!!~~~ 격하게 사랑드리는 커플입니다
그래야 설레요 그래야 설레요 그래야 설레요 그래야 설레요 그래야 설레요 그래야 설레요 그래야 설레요 핡핡 비천명 완전 달달ㅠㅠㅠㅠ 역시 최고ㅠㅠㅠ♡ 담편 기대할게요>.<//
역시 비천명.... 둘이 달달함의 정점을 달리네요~ㅎㅎ 둘이 아주 천생연분이네요~!!! 알덕은 귀여워요~!!!
보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ㅠㅠㅠㅠㅠㅠ비천명은 진짜 진리네요ㅠㅠ
오오오~!!! 최고 닭살이자 정말 솔로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