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관한 시모음 34)
춘삼월속에 피어나는 희망참 /은파 오애숙
나목 위로 돋아난 꽃봉오리
바라만 보고서도 생기 속에 빠져들어
생명참 가슴에 담아 날개 활짝 펼치어
나르샤 하고픈 맘에 피는 이 향기
봄햇살 가슴에 품고서 도전 향해
푸르른 꿈의 전당 입성에 새론 질주
성실로 꽃 피우려 새희망 맘에 품고서
기대로 가득 부푼 마음의 향기여
내님의 향기로 어려움 속에서
소망의 당참으로 수행하려 나래 펼쳐
희망의 꽃 핀다우 꽃샘바람 휘몰아쳐와
새론 꿈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게해도
춘 삼월 희망의 햇살 마음 속에
가득 품고 수미진 숲속에 있다해도
새꿈 향해 나래 펴치려 매의 눈 되어
불밝혀 새 도전 향해 전진하네
3월의 노래 /천숙녀
겨우내 가난했던 침묵沈黙 지루하였지만
갈잎이 푸른 물에 스며드는 노래있어
수목의 혈관血管이 터져 야산을 풀고 있다
씨앗도 함께 터져 재잘거리는 골목을 풀듯
동토凍土마저 풀려 골짜기로 흐르는 물
울 대목 간지럽다며 쏟아내는 기침소리
햇살 털고 일어서는 손짓 발짓 몸짓 보아
바람 만나 돋아나는 무성한 갈망의 촉
한여름 축제를 그리며 돗자리를 펼친다
3월 /안재동
양지바른 산등성, 고이 쌓인 눈 위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애써 남기고라도 싶었던 듯
화석처럼 단단하고 선명하게
수많은 발자국을 굳혀 놓았다.
눈이 녹자, 발자국들이
흔적조차 없이 일제히 지워지고
온 산야가 들풀로
파름파름 덧칠되면서
길벗도 없이 오래도록 걸어왔던
기찻길처럼 길고
산길처럼 꾸불꾸불한 길 하나
무상이 사라져가고 있다.
어느 강나루,
사방에 갑자기 불어난 새떼며
겨울잠 깬 들짐승들의
부르짖음과 눈빛이 대기를 흔드는데
제법 멋스럽게 자란
키 큰 수양버들 한 그루,
벌쭘하니 하늘보고 선 모습
어쩐지 외로워 보이는데
겨우내 외돌아간, 씁쓸한
사랑의 보푸라기를 하얀 강물에
훌훌 털어버리고 싶음인지
매서운 꽃샘바람 앞에서
온몸에 보송보송 돋은 새순잎을
새떼의 날갯짓처럼 힘차게
흔들고 있다.
3월속에 피어나는 희망 날개 /오애숙
3월에는 나 그대에게
희망날개 잡아 쓰고픈 편지속에
새들의 노래소리 가슴에 담금질 해
봄 오는 언덕 위에서 버들피리 불면서
그대에게 옛 사랑을 노래 하고하요
기억속의 가버린 날들 생각하며
그 푸르던 꿈의 전당 입성치 못한
마음속 구슬픈 응어리진 그 추억의
옹이 탈탈 털어 버리고 싶기에
그 옛날 아름다운 홍빛 맘에 새겨
춘삼월 새생명의 새희망 노래하며
연초록 향그럼으로 편지하고 싶어요
희망날개 부여잡고 내 그대에게
3월 /박상현
계곡마다 녹아내리는 꽃눈 소리
곤 한잠 속에 등이 가려워 일어나 앉는다
짧은 팔에 가려운 부위는 손이 닿지 않는다
옻을 닮은 봄이 등에 붙어 잠을 깨우고 있다
긁으면 긁을수록 번져가는 가려움처럼
3월이 흑백의 대지 위에서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3월의 봄 /김희경
결코 무게로만 가늠할 수 없던 침묵을 벗고
깊게 묻어둔 영혼을 깨우는 일이
별무리만 심었던 몹쓸 고독을 풀어내는 일이
이다지도 쉽지 않다고
아직도 지난 잔해 같던 바람은
파성의 울림처럼 흔들고 있다
세상이 호락하지 않음은
연습이란 세월 바람의 일깨움으로 알았음에도
이미 벙글어 꽃피운 여린 가슴에게
거친 땅속을 헤쳐낸 연둣빛 옥타브에게
시작될 시련이 아픈 3월은
잠들지 못하고 생채기는 바람녘에서
그들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꽃을 피우는 일...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는 일...
얼마나 절실한 기다림이었던가
지독한 바람이 흔든다 해도 견뎌야 한다
아픈 비가 밀어내려 해도 물러나면 안된다
청초를 여밀 햇살은 이윽고 온다
사랑의 힘으로 반드시 온다
3월의 봄은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다시 희망하는 법을 피우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말하기 시작했다
삼월 /문태준
얼음덩어리는 물이 되어가네
아주 아주 얇아지네
잔물결에서 하모니카 소리가 나네
그리고
너의
각막인 풀잎 위로
봄은
청개구리처럼 뛰어오르네
춘삼월 /이덕규
볕 좋은 툇마루 기둥에 기대어
무심코 소매 끝에 붙은
마른 밥풀 한 개를
입속에 넣고 불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멀리
들판 끝에서 알몸의
한 여자가 아른아른 일어섰다가
설탕처럼 녹아내리는 오후
잠결에도 입안이 달다
시애틀의 삼월 /김영호
황금 햇살이
가난한 사람의 눈 속으로 들어가
마른 눈물을 수선화로 피워 올린다.
파란 빗방울이
아픈 사람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
마른 상처를 팬지꽃으로 피워 올린다.
새벽종소리의 바람이
이명환자의 귓속으로 들어가
울고 있는 매미들을 달래어
그들이 찬송을 부르게 한다.
활짝 핀 미나리아재비꽃이
슬픈 사람의 가슴속으로 들어가
그와 손을 잡고 푸른 풀밭을 걷는다.
활짝 핀 민들레꽃이
소외된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놀랜 어린아이를 업고나와
흰머리독수리로 날아오르게 한다.
시애틀의 삼월은
가장 비통한 사람이
가장 먼저 신(神)을 만나는 계절이다.
삼월의 노래 /은파 오애숙
(삼월의 길섶에서)
설원 위로
경칩 날개 펼치니
잔설도 녹아내려 가고
처마 끝 수정빛 고드름
봄햇살에 낙숫물 되어
잔인한 겨울에게
작별 고하매
춘삼월 길섶에
산과 들녁 봄비 내리어
갈한 목 촉촉히 축이고나면
청보리 들녘 옹알이는 새순
봄햇살 가득한 미소 속에
살포시 스미어 들어
설레이는 심연
동지섣달
동면에 갇힌 늪 속
희망의 파랑새 한 마리
생명찬 생그러움 날개 펴
휘파람의 희망찬 노래로
창공에 솟아 오르며
윙크 합니다
늦은 삼월의 꽃비 /정찬열
엘이디 하얀 불빛에
늦잠 든 새벽이 온화한 시간
투영된 분위기를 뒤집어쓴
신비하게 비춰주며 요요하다
눈을 뒤집어쓴
광야 廣野가 무색하리만큼
아무도 흔들지 않은 고요함이
가로등 불빛에 마음을 붙잡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포효의 악마처럼 내둘림이
가슴 아프게 했었던 꽃비의 봄
독촉하는 봄비에도 고요함이 스밉니다
한없는 소망은
그대로 있어 주기를 소망하지만
밀어내는 초록에
조용히 자리를 양보합니다
초봄의 하얀 밀어
백설 白雪 같은 벚꽃의 자태
더 나은 결실과 초록을 위해
소복단장 꽃비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자갈치의 3월. /장수남
어둠내리는 삼월초저녁.
길 잃은 꽃샘추위 녀석들이 허둥지둥 거리로 뛰쳐나와
줄줄이 서있는 자갈치 포장마차 한편에 자리를 잡고
생선 굽는 향에 취해 모두 정신을 잃고 있다.
언제부터 누가 누구를 기다렸을까.
먼 곳 손님 가물가물 좀 더 가깝도록 파도가 손짓한다.
낯익은 발걸음들이 어둠을 등에 메고 하나씩 둘씩
포장마차 긴 의자에 덥석덥석 자리를 깐다.
이쯤 되면.
검게 타오르는 밤바다.
야!! 취한다. 삼월 바다가 취한다.
자갈치 봄 바다가 취한다.
연탄불위에 산 곰장어들이 이리저리 제 몸을 태워가며
이글이글 짙은 연기를 내뱉는다.
향에 젖은 파도가 술렁술렁 담을 넘는다.
혀끝이 안돌아간다. 막소주 한잔 캭.~~ 또 한잔 캭~~
너도 나도 한잔 캭.~~~
우리 모두위하여 한잔 캭~~우린 모두 자갈치포장마차
한식구가 되었다.
경사 났네. 겹경사 났네. 우리자갈치마당
내가 한잔 권하면 파도가 덥석 마시고
파도가 한잔 권하면 언제부터 내가 취했는지 벌써
아랫도리가 휘청 밤바다가 깔깔댄다.
빌딩숲의 네온불이 오선지를 그린다.
쾌락의 전주곡 심장이 칼라로 박동한다.
저녁밥상 차려놓고 혼자 기다리는 마누라 생각은 전혀.
딴 세상에서 언제까지 머물고 있을지도 나는 모른다.
검게 타들어가는 밤바다
남포동 뱃사나이들이 바지 끈을 푼다.
가로등이 살짝 엽 눈질 한 모텔 커튼사이 침대위에선
투명 인간들이 불태운다. 쾌락의 비명 밤은 언제까지
춤을 추고 있을까.
새벽 뱃고동 기상소리
자갈치는 어젯밤 일들을 하나하나 왜 기억하고 있을까.
아니다 어젯밤 일은 나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래. 오늘은 또 다른 세계 다시 시작하는 거야.
아침부터 자갈치는 분주하게 새 빗장을 열 것이다.
3월의 강 /김덕성
강물은
누굴 만나로 흘러가는가
시끄러운 이 땅이 싫어서인가
햇살은 촉촉이 적시는 봄날
새싹들 눈 틔우며
벌 나비 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임이여 내 말 좀 들어 보소
봄엔 임이 오신다 했는데
어찌 더디 오시나요
어서 오셔서
계곡의 맑은 물이
그대로 강으로 흘러가듯이
진실 그대로 흐르는
3월의 강이 되게 하소서 임이여
삼월의 전화 /조영래
어둠이 담을 넘어오는 저녁
퇴근 시간의 전화에 덜컥 놀랐습니다
사십일 전 갑작스레 하늘로 떠난
고교 동창의 또렷한 목소리였습니다
내가 삽질 같은 월급쟁이 할 때
포클레인 몇 대로 땅과 물줄기를 바꾸던 친구
내게 빌려간 돈, 못 갚고 가서
미안하다는 말하려나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반 말투로 몇 번이나 내 이름 확인하더니
아흐레 뒤에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49제가 떠올라 더듬거리자
-야, 이 친구야
나 초등 동창 박용수인데, 알겠나
-아, 그래? 내 고교 동창 목소리하고 똑 같네
-3월의 모교 모임에서 얼굴 좀 보자
그때 비로소 정신이 들었습니다
창가 가로등에
목련 봉오리의 솜털이 빛나는 저녁
낮에 동백나무 가지에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보던 동박새의
동그란 눈동자가 생각나는 시간
하얀 블라우스 목련 같은 첫사랑은 소식이 없고
봄이 옛 친구 둘을 데리고 창밖에 서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