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수 골든 글로브상 남우조연상 수상
- 한국배우로 첫 수상 -
배우 오영수(吳永洙:78)씨가 지난 1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 힐스 비버리 힐턴 호텔에서 열린 <제 79회 골든 글로브상(Golden Globe Awards) 시상식>에서 TV 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골든 글로브상은 1944년부터 미국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에서 영화, 티브이(TV) 부분에 주는 권위가 있는 상이다.
한국배우가 한국드라마에 출연하여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이번 수상은 2020년 2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최고권위인 작품상까지 무려 4관왕을 획득하였고, 작년 4월 25일 미국 로스엔젤리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 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상과 배우 윤여정(尹汝貞,74)씨가 여우조연상을 받은데 이어, 이번 남우조연상 수상은 한국 연극 영화계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오영수씨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서 이정재의 ‘깐부‘이자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으로 열연하였다. 깐부는 딱지나 구슬을 서로 나누는 짝꿍이란 뜻의 은어이다.
오 씨는 유년시절 가난한 집에서 어렵게 살았다. 1967년 극단 광장에 들어가서 연기생활을 시작하여 무대청소로부터 광고 포스트붙이기 등 잡일부터 시작하여 반세기 동안 200여 편의 연극무대에 섰다. 지난 1984년 국립극단 배우가 되면서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연극무대에서 < 파우스트, 리처드 3세, 베니스 상인, 템페스트 > 등의 대작(大作)에도 참가하였고, < 전원일기, 전우 > 같은 TV 드라마에도 단발성으로 출연하였으나 큰 배역은 맡지 못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의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을 수상했으나 세계적인 국제수상은 처음이다.
그는 이번 수상소감에서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면서, 이제 “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속의 세계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우연한 기회에 행운처럼 온 것이 아니라, 작은 내 몫 가운데서 지금까지 한 길을 흔들리지 않고 걸어온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길에서 그렇게 묵묵히 해온 사람이야말로 모두 자기 삶에 일등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다. “<오징어>게임 마지막에서 1등을 한 이정재의 공허한 뒷모습을 생각해보라.”며, “진정한 승자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면서 내공을 지니고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오징어게임>은 “승자가 승자가 아니고, 패자가 패자가 아니란 주제를 담고 있다.”고 했다.
오 씨의 이번 수상은 비영어권 배우와 작품에게 골든 글로브상이 수여됐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준비한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는 지난 해 12월 오 씨를 후보로 지명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연극배우 중의 한 명이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가장 놀라운 존재로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주요외신들도 오영수의 수상을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주요 장면으로 꼽았다. CNN방송은 “<오징어 게임> 스타 오영수가 새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으며, 로이터 통신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적인 유명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도 오영수를 가장 놀라운 수상자로 꼽았고, 포브스는 “극중 오영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으며, 그의 연기력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리라고 기대했다.
50여 년간 외길을 걸어온 오영수씨가 세계적인 상을 받자 연극계 안팎에서도 축하가 쏟아졌다. 함께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이병헌도 인스타 그램에 “프론트맨입니다. 보라보 !”라고 올렸고, 이정재도 “선생님과 함께 장면 모두가 영광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연극 <3월의 눈>을 작업한 어느 연출가는 “오영수는 조미료를 안치는 배우라 매 연기마다 설득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필자도 200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 노스님(老僧)으로 열연한 오영수씨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배우 오영수씨의 골든 그로브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TV드라마 <오징어 게임>를 제작한 제작진과 출연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