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 마을도서관에서
우리나라는 낮은 출산율로 장래에 국부 발전은 고사하고 국가 소멸 위기가 심심찮게 대두되는 현실이다. 미래세대가 활기 넘칠 국가 경영을 위한 명망가의 혜안과 정치권 노력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다. 여기다 인구 유입의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방 소멸도 머잖아 닥칠 현실이라 곳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출산율 제고와 함께 타지에서 옮겨오는 이들을 모시느라 묘수를 짜고 있다.
지방이 소외됨은 거주자의 문화생활에도 대도시와 차이가 난다. 농어촌에는 고령화로 인한 문화 충족 수요가 다소 적을지라도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병원이나 약국의 의료 혜택은 물론 영화관이나 도서관 같은 여가 문화 시설로 젊은이들의 머물고 싶은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 쾌적한 공기와 풍광을 살려 외지인이 현지를 찾으면 며칠 묵어도 불편하지 않을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올봄 스스로 선택에 의한 일상에 생긴 변화로 오후 시간대에 창원 근교 대산으로 나가 머물다 오고 있다. 시니어 일자리와 은퇴자 봉사활동을 겸한 일선 경찰서 치안 보조 인력이다. 근무지 발이 묶인 시간은 3시간이라도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 주변 풍광을 먼저 둘러보고 현지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두 사람이 한 조가 되는 순찰팀에서 나는 국도변 초등학교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삼월에 들어 열흘 남짓 지나면서 익히 아는 자연경관이지만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다. 들녘에 경상남도 화훼연구소 뜰엔 수선화가 예쁘게 피었다. “파릇한 새순 틈새 꽃대가 솟으면서 / 부풀던 봉오리는 통통히 살지더니 / 다섯 장 오므린 꽃잎 화사하게 펼친다 // 봄볕이 번져가자 샛노란 꽃송이들 / 다소곳 고개 숙여 세상을 환히 밝혀 / 따뜻함 덩달아 전해 풀꽃마저 반갑다”
앞 단락 인용절은 주중 목요일 이른 아침 가술로 가는 마을버스 안에서 며칠 전 화훼연구소 뜰에 피어나던 ‘수선화’를 소재로 엮어본 시조였다. 날이 밝아온 아침 현관을 나서 길을 떠나면 들녘 여기저기를 둘러본 뒤 현지 근무에 임한다. 어제는 안개가 자욱했던 구룡산 기슭으로 들어 엉겅퀴와 방가지똥을 캐서 배낭을 채워 가술로 가서 정해진 동선 순찰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내가 보내는 여가 활용에서 도서관으로 나가 머무는 시간이 제법 된다. 비가 오면 우선해서 도서관행이고, 그렇지 않은 날도 생활권에서 가까운 교육단지와 용지호수 도서관을 찾아 종일 책장을 넘겼다. 올봄에 치안 보조 역을 맡고 보니 시내 도서관은 주말이나 공휴일 아니면 찾을 수 없어, 집을 나서면서 현지 마을도서관에서 반나절 독서로 보낼 일정으로 마음에 그려둔 동선이다.
창원역을 출발해 신전 종점으로 가는 1번 마을버스로 가술 마을도서관을 찾으니 9시 전이었다. 출근한 직원과 같은 시간대 지난주 한 차례 머물다 간 도서관으로 들어 서가에서 몇 권 책을 골랐다. 역사소설로 이문열이 안중근을 다룬 ‘불멸’과 김별아 ‘논개’를 뽑아냈다. 이어 장유성 외 5인이 선정한 마음에 닿는 한시 해설 ‘하루 한시’와 현대시를 독자에게 소개한 평설집을 골랐다.
현대시 평설은 수년 전 중견 시인 김기택이 펴낸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였는데 부제가 ‘직장인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이었다. 선별한 시인의 작품을 저자가 유년기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사계절 경험을 떠올려 엮은 책이었다. 한 개인 시집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시인 작품을 한꺼번에 대면할 수 있어 좋았다. 이어 한시들에서도 옛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봤다.
점심때가 되어 도서관에서 나왔는데 반나절 열람석을 지킨 이는 나 혼자였다. 목요일은 대산파출소에서 아동안전지킴이 역을 수행하는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들기로 한 날이었다. 면사무소가 주민행정복지센터로 바뀐 신청사 앞에서 동료들을 만나 인근 진영 신도시 아파트단지 상가 한식 뷔페로 갔다. 마음에 내킨 몇 가지 찬과 채소 쌈을 곁들여 점심을 같이 먹은 후 찻집도 들렀다. 2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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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아름다운 움직임...
정말 대단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