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산책(13) : 옛숨결 찾아 경북 예천으로...용문사, 초간정, 금당실마을, 예천권씨 종택

[마중물]

지난 금요일(2일) 바람쐴겸 경북 예천을 찾아갔다.

(사)백제문화원이 매월 첫번째 금요일에 진행하는 '답사여행'에 편승한 길이었다.

이번 답사코스는 용문사, 권문해 선생의 '초간정', 금당실마을, 예천권씨 종가고택을 둘러보는 것으로 짜여져 있었다.

항상 답사에 나서는 마음은 설렌다. 출발하면서 '이번엔 무엇을 알고 돌아오게 될까'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이번엔 더욱 그랬다. 경북 북부지역을 갈 때면 웬지 들뜬 마음이 더욱 심해지는 것같다.

안동을 비롯, 영주, 상주, 문경, 예천 등지를 찾아가면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지역의 분위기가 무척 마음을 끌어당긴다. 그윽함이랄까. 편안함이랄까.

그 곳엔 옛정취가 잘 남아있다. 산지가 발달하다 보니, 독립된, 다양한 생활권이 형성되고 그 고유의 문화전통이 잘 보존돼 오고 있다. 그 곳을 찾아가면 뭔가 편안함을 얻어 돌아오는 기분이다. 그래서 자주 가고싶어진다.

다음달엔 영주지역 답사여행이 예정돼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 '소수서원', 그리고 외다리로 유명한 '무섬마을' 등등.

이미 그 여행이 기다려지고 있고, 웬만하면 따라나설 계획이다.

이날 첫번째 방문지는 용문사였다. 호남지역의 사찰은 상당수가 평지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경상도의 사찰은 그렇지가 않다. 산지가 많은 탓에, 대부분 산지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경사면을 따라 사찰건물을 배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선지, 장엄하고도 육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용문사에서의 느낌도 마찬가지였다. 용문사는 소백산 자락이 흘러내려 이룬 용문산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용문사에서 찬찬히 살펴볼 것은 대장전(大藏殿)이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전란이나 화재로 소실됐으나, 굳건히 오랜 세월을 견뎌냈다. 퇴락한 단청, 군데군데 삭아있는 기둥을 보고 있노라면, 천년사찰임을 금방 알게 된다. 대장전은 보물 제145호로 지정돼 있다.

특히, 용문사에서 빼놓을 수없는 볼거리는 대장전안에 있는 목각탱화다. 정교하며 표정이 살아있는 후불목각탱화다. 탱화는 보통 종이나 천에 그려 불상뒤에 걸어놓는 족자를 일컫는다. 그런데 목각탱화는 나무로 불상 등을 조각해 판대기모양으로 짜맞춰 만든 탱화다. 국내에는 7점만이 있는데, 모두 보물이었다가, 최근 문경 대승사의 목각탱화는 국보로 승격되었다. 대승사이외에 용문사 대장전 1점, 상주 남장사 2점 등 경북서북부지역에 4점이 집중돼 있고, 남원 실상사 수정암 1점, 서울 경국사 1점 등으로 분포돼 있다.

또한 아름다운 윤장대(輪藏臺)도 감상의 대상이다. 윤장대 내부에는 온갖 불경서적들이 들어차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윤장대의 손잡이를 잡고 한 바퀴 돌면 그 안에 있는 불경들을 모두 읽은 셈이 되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간주된다. 이 시설은 티벳불교의 영향이다. 불교 대중화의 일환일 것이다. 그리고 대장전 법당안의 장식물을 보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조각기술에 매료된다.

다음은 초간정(草澗停)을 찾아갔다. 초간(草澗) 권문해 선생(1534~1591)이 사화(士禍)에 염증을 느껴, 고향에 내려와 시냇물가에 지어 지냈던 별채 정자다. 자연을 누리는 멋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현재 고택에서 초간정이 이르는 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는 길이나, 원래는 고택 뒷산을 걸어 초간정에 이르렀다고 한다. 뒷동산 하나를 후원(後園)으로 삼은 선인(先人)의 멋스러움과 생각에 흠뻑 빠지게 된다.

지금은 기와지붕 정자다. 그러나 원래 시냇가 바위위에 초가지붕 정자로 지워졌는데, 시냇물이 정자주위를 휘돌아 나가고 정자 주위는 한국소나무들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었단다. 매봉과 국사봉 사이로 해서 동남방향의 예천읍으로 흐르는 금곡천가에 자리잡고 있다. 지금도 이 곳의 풍광이 너무도 아름다워 수많은 진사들이 해마다 몰려들고 있단다.

다음으로 옛정취가 잘 보존되고 있는 금당실마을로 향했다. 골목길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며 나가는데, 편안한 느낌이 절로 들었다. 시냇가 자연석으로 허리높이의 돌담을 쌓아놨는데, 집안을 들여다보며 나아가니 어느새 날머리다.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좀더 찬찬히 볼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행선지인 용문면 죽림리의 '예천권씨 종가고택'으로 갔다. 고택은 권문해 선생이 낙향해 살던 집이었다.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주택을 살펴보는 기회가 됐다. 400년이 넘은 고택이 한 가문의 유구함을 말해주고 있다. 종택의 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육간대청으로 된 사랑채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안채와 마루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매우 독립적인 편이라 별당채라고도 한다. 임진란 이전에 지은 주택건물로 남아 있는 것이 매우 드문데, 이 사랑채 건물은 15세기 말엽의 건물이다. 보존상태도 매우 좋은 편이어서 보물 제457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로써 이 날의 답사일정을 마무리했다.

소백산 용문사에 이르니, 장승이 젤먼저 반겨준다.

소백산 용문사 일주문. 지붕을 이고 있는 기둥나무가 매우 굵다.

퇴락의 기미가 완연해 연륜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소박한 맛이 마음을 끌었다.

우리가 아는 회전문은 한자어(漢字語)로 '回轉門'인데...그리고 사천왕들이 지키는 문을 '천왕문'이라 하는데...

이 문의 의미는? 윤회(輪廻)의 뜻을 담고 있는 걸까?

절 마당에 들어서니, 주건물인 '보광명전'이 눈안에 들어온다.

보광명전에서 본존불은 보통 '석가모니불'인데...여기선 '비로자나불'이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법당의 현판명은 '대적광전, 대광보전'이라 한다. '비로자나불'은 화엄경을 집약한 부처이기에, 이 절은 화엄사상을 신봉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됨과 동시에 화엄사상도 함께 들어왔다. 이 사상은 왕실불교, 호국불교를 표방했기에, 불교가 어렵지 않게 공인되는 계기가 되었다. 용문사의 역사도 호국의 길을 걸어왔기에, 오랫동안 왕실의 후원을 받았다. 특히 고려때 융성했으며, 조선 세조때는 나라로부터 승려의 잡역을 면해주는 교지를 받기도 했다. 그 교지는 현재 보물 제729호로 지정돼 있다.

대광전. 그동안 대부분의 절건물들은 전란이나 화재로 소실됐으나, 대광전은 굳굳히 살아남아 천년사찰임을 증명하고 있다.

대장전안엔 본존불인 석가여래, 좌우협시불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자리하고 있다.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후불목각탱화'가 화려함을 드러내고 있다.

보통 탱화는 종이나 천에 그려 불상뒤에 족자로 걸어놓는다.

목각탱화는 국내에 7점만이 남아 있다. 모두 보물로 지정됐으나, 최근 '문경 대승사 목각탱화'는 국보로 승격됐다.

불상위 천장엔 '닫집'이 조성돼 있다. 보통 우물천장이라 한다. 용들이 익살스럽게 조각돼 있다.

윤장대(輪藏臺). 윤장대안에는 수많은 불경서적들을 넣어놨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윤장대를 한 바퀴 돌리면 그 안에 있는 불경들을 모두 읽은 것과 같고 깨우침을 얻게 된다고 한다. 티벳불교의 영향을 받은 기구다.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고안된 것이다. 

윤장대안에 수많은 서적들이 꽉차 있었다.

대장전의 건축양식을 알아보려 옆면을 살펴봤다. 1고주(高柱)2평주(平柱)형식이다. 고주위에 대들보, 그 위엔 종보가 있고, 그 위에 대공이 종도리를 받치고 있다. 이 건물의 크기는 5량(樑)집이다. 그동안 고건축에 관해 배웠던 지식을 들이대니, 눈에 들어온다. '배움은 희열(喜悅)'을 가져다 준다.

베품을 즐거워했던 포대화상. 인도에서 실제 있었던, 역사적 인물이라 한다. 어떤 이는 '미륵불'이라고 했다.

대장전 옆건물은 진영당이다. 답사왔던 여인들이 마물에 앉아 따사로운 봄햇살에 취한 탓인지, 일어날 줄 모른다.

진영당에는 두운선사, 청허당 대선사 등 용문사에 주석했던 고승들의 진영이 모셔져 있다.

절 아래를 내려다봤다. 오른편 산능선이 왼쪽으로 뻗어내리고, 왼편 산능선이 오른편 산능선에 걸치는 형상이다.

풍수가 적용된 절의 위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절은 통일신라말이후 고려때 창건됐음을 짐작해 볼 수있다.

풍수사상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통일신라말이후부터이기때문이다. 관련서적은 도선국사의 '도선비기'가 대표적이다.

자역석을 가지고, 돌형상을 최대한 살려 경사진 길의 축대를 비롯, 주변의 축대 쌓은 것을 보고 있노라니,

장인의 노하우에 감탄이 절로 난다.

절에서 나물비빔밥을 먹었다. 꿀맛이었다.

장독대의 풍경이 아름다워 한 컷!

초간(草澗) 권문해 선생의 별당

초간정을 상당한 수령의 한국소나무들이 감싸고 있다. '원림(園林)'이라 하는데, 명승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나무마다 관리번호가 매겨져 있다.

초간정사(草澗精舍). 간(澗)자는 대전의 남간정사(南澗精舍)와 같다.

물과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사는 학문을 닦거나 후학을 가르치는 곳이다.

해마다 진사(眞士)들이 이 자리에서 초간정을 앵글에 담는다.

옛향수가 어린 금당실마을.

정미소

용문면은 조선 최대의 예언서인 정감록에서 말하는 십승지의 하나다. 한국의 천하명당이란다.

십승지는 땅의 기운이 좋아 3재(災), 즉 전쟁, 흉년, 전염병이 들어올 수없는 곳을 말한다.

대전에서 가까운 십승지로는 충남 공주 유구읍,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전북 무주군 무풍면 등을 꼽고 있다.

예천 죽림리 향나무(향목, 香木). 이 곳에서는 이 향나무를 '울향(鬱香)'이라 한다. 무오사화때 울릉도로 유배갔던 권오상(權五常)이 돌아올 때, 가져와 심은 향나무란다. 지금의 향나무는 그 때 그 나무는 아닐 것이고, 아들 내지 손자뻘될 성싶다.

현재 이 나무의 나이를 300여년으로 가늠하고 있다.

예천 권씨 권문해 선생의 사랑채를 비롯, 종가고택. 사화(士禍)때문에 낙향해 지은 집이다. 

권문해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격인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을 편찬했다.

또한 1580~1591년까지 11년동안 일상생활에서 국정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일들을 기록한『초간일기』(보물제879호)도 남겼다. 이『초간일기』에는 당시 사대부들의 생활상이 비교적 소상히 기술돼 있으며, 지방관으로서 겪은 관아의 일이나 당쟁에 관한 일 등도 씌여 있다. 임진왜란 이전의 것으로 전하는 몇 안되는 일기 가운데 하나이다.

이 건물안에는 보물인 '초간일기'를 비롯, 예천권씨 종가문적 등이 보관돼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비상벨이 울린다.

[파란하늘]

글을 읽다보니 직접보고 싶은 맘에 심한 갈증을 느낌니다
알지는 못하지만 찾아보고 픈 맘이 들게 만드는 맛깔스러운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