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모짜렐라치즈김밥
책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박완서> 149-152쪽
평범하게 키우고 있다.
공개해서 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애 기르기의 비결 같은 것도 전연 아는 바 없다.
그저 따뜻이 먹이고 입히고,
밤늦도록 과중한 숙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숙제를 좀 덜 해 가고
대신 선생님께 매를 맞는 게 어떻겠느냐고
심히 비교육적이고 주책없는 권고를 하기도 한다.
일전에 어떤 친구한테 지독한 소리를 들었다.
"너같이 애들을 막 키워서야
이다음에 무슨 낯으로 애들한테 큰소리를 치겠니?
그 흔한 과외 공부 하나 시켜봤니?
딸이 넷씩이나 있는데 피아노나 무용이나
미술 공부 같은 걸 따로 시켜봤니?"
그때 그 친구의 모멸의 시선이 지금 생각해도 따갑다.
아닌게 아니라
내 애들 중 예능 방면의 천재가 있을 지도 모르는데
부모를 알량하게 만나 묻혀 있는 게
아닌가 싶은 두려움이 간혹 들긴 하지만
이다음에 '큰소리' 치기 위해
지나친 극성을 떨 생각은 아예 없다.
아이들의 책가방은 무겁다.
그러나 단순히 책가방의 무게만으로
한창 나이의 아이들의 어깨가 그렇게 축 처진 것일까?
부모들의 지나친 사랑,
지나친 극성이 책가방의 몇 배의 무게로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거나 아닐지.
"내가 너한테 어떤 정성을 들였다구.
아마 들인 돈만 해도 네 몸무게의 몇 배는 될 거다.
그런데 학교를 떨어져 엄마의 평생소원을 저버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장가들자마자
네 계집만 알아. 이 불효막심한 놈아!“
이런 큰소리를 안 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꼭 그만큼만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리라는 게
내가 지키고자 하는 절도다.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이
결코 무게로 그들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집이, 부모의 슬하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은 예쁘다. 특히 내 애들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안 내고 바라볼수록 예쁘다.
제일 예쁜 건 아이들다운 애다.
그다음은 공부 잘하는 애지만 약은 애는 싫다.
차라리 우직하길 바란다.
활발한 건 좋지만 되바라진 애 또한 싫다.
특히 교육은 따로 못 시켰지만
애들이 자라면서 자연히 음악• 미술•문학 같은 걸
이해하고 거기 깊은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이기를.
대강 이런 것들이
내가 내 아이들에게 바라는 사람 됨됨이다.
그렇지만 이런 까다로운 주문을 아이들에게
말로 한 일은 전연 없고 앞으로도 할 것 같지 않다.
다만 깊이 사랑하는 모자 모녀끼리의 눈치로,
어느 날 내가 문득 길에서 어느 여인이 안고 가는 들국화
비슷한 홑겹의 가련한 보랏빛 국화를
속으로 몹시 탐내다가 집으로 돌아와 본즉
바로 내 딸이 엄마를 드리고파 샀다면서
똑같은 꽃을 내 방에 꽂아 놓고
나를 기다려 주었듯이,
그런 신비한 소망의 닮음, 소망의 냄새 맡기로
내 애들이 그렇게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기적인 진상 부모,
자식에게 보상받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많아진 요즘 때에
좋은 구절 같아서 적어왔어👀
첫댓글 좋은 글이야....
애키울수록 욕심을 내려놓는게 쉽지 않아.. 그때마다 꺼내 읽어봐야겠네
박완서 작가님 저 에세이 너무 좋아 힘들때 보고 정말 힘났던 글들..,, 작은것들의 감사함 소중함을 배워
무던하기를.멋쟁이이기를.
하아 여기 좋다....
글을 읽는것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박완서 선생님 아들 불의의 사고로 잃고 쓰신 에세이 읽었었는데 진짜 눈물남
제발 우리엄마였으면
이다음에 '큰소리' 치기 위해
지나친 극성을 떨 생각은 아예 없다.
아이들의 책가방은 무겁다.
그러나 단순히 책가방의 무게만으로
한창 나이의 아이들의 어깨가 그렇게 축 처 진 것일까?
부모들의 지나친 사랑,
지나친 극성이 책가방의 몇 배의 무게로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거나 아닐지.
와.......
눈물난다...
글 너무 좋다 진짜ㅠㅠ 잘읽고 가요
박완서 글은 언제나 따뜻하고 통찰력있는거 같아...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엥( ꒪⌓꒪) ???????ㅅㅂ
잉 나ㅡ박완서 작가 팬이라 그사람 기사랑 작품 다 챙겨봤는데 놓친게있나?? 어디서 그랬어??
이게 에세이에서 아들 대신 딸들 중 하나를 잃었다면 덜 애통했을까 하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다가 그런 생각을 떠올린 것 자체가 두려워서 급하게 용서를 비는 기도를 했다는 대목일텐데.. 물론 그것만으로도 작가에게 실망할 수도 있는거 맞음 다만 이걸 그냥 딸이 대신 갔으면 했다더라고만 남기면 조금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겠어서 댓글 남겨둬ㅎㅎ
이렇게만 쓰면 느낌이 이상한데 그글 전문보면 진짜로 딸이 대신 죽길 바래서 한 말이 아님ㅋㅋ 아들 유독 사랑했다는 것도 근거없는 얘기잖아
이렇게 루머가 퍼지는거구나..
글리 진짜…
글이 미쳤는데요….마지막 문단 읽고 눈물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