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본사 건물인 그린팩토리가 요즘 화사합니다. 봄이 온 탓이겠지만, 1층에 새로 일하게 된 사람 덕분인 것만 같습니다. 네이버는 2013년 11월 1층 한켠에 외부인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차렸습니다. 이름은 ‘카페&스토어’입니다. 아침에 잠 깰 때 마시면 좋을 ‘비몽자몽’이나 커피를 파는 곳입니다. 빵과 쿠키 등 간단한 요깃거리와 네이버와 밴드, 주니버, 라인 브랜드 제품을 같이 팝니다. 그런데 이곳에 일하는 분들이 특별하다고 합니다.
네이버 카페&스토어는 ‘베어베터’라는 외부 회사가 운영합니다. 올해로 2년된 회사인데, 장애인 직원만 80명이 있습니다. 이 말인즉슨 네이버 카페&스토어에서 일하는 사람 중 일부가 장애인이란 얘기입니다. 주로 발달장애인이 일합니다.
▲네이버 직원 사이에서는 ‘굳이 일하는 사람이 발달장애인이라는 걸 알려야 하느냐’라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심예원 네이버 홍보실 과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리면 직원만 알게 돼 부득이 공지했다”라면서 이렇게 알리는 게 더 이해를 돕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포함해 이르는 말입니다. 지적장애는 3급부터 있는데요. 아이큐 70 이하이면 3급 판정을 받습니다. 자폐성장애는 종종 드라마나 영화에 소재로 나오는 때가 있지요. 영화 ‘말아톤’이나 연극 ‘레인맨’처럼 말이죠.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이 카페는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저녁 6시에 문을 닫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종일 일하는 것은 아니고요. 오전과 오후 4시간씩 시간을 나눠서 일합니다. 주문을 받거나 커피 내리기, 카페와 연결된 네이버 도서관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등이 이분들의 주요 업무입니다.
이 카페가 처음 생긴 2013년 11월부터 일한 하모세 씨는 이곳의 터줏대감입니다. 중간에 오고가는 동료가 있었지만, 본인은 줄곧 이곳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이곳으로 출근한 지 5개월째. 그 사이에 이 카페에 단골이 생겼고, 단골을 알아보고 눈인사를 나눈다고 합니다.
▲베어베터 소속으로 네이버 ‘카페&스토어’에서 일하는 하모세 씨
하모세 씨는 손님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짬을 내주었는데요. “1시50분부터 업무를 시작하는데 1분에 10명이 온다”라며 카페의 인기를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직원은 4층에 직원 전용 카페가 있지만, 아침 9시 카페가 문을 연 시각부터 이곳을 찾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네이버 1층을 찾는 주민뿐 아니라 네이버 직원으로 카페는 쉴 틈이 없는데요. 점심시간이 되면 더 몰립니다. 근처에 카페가 몇 곳 있고, 직원 전용 카페와 층마다 커피 기계가 있는데도 네이버 직원들이 이곳을 찾더군요. 하모세 씨는 “내가 일하는 시간만 쳐도 250명이 온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오후 1시반께. 음료를 주문하는 줄이 밖으로 이어집니다.
일이 고되지 않은지 궁금했는데요. 하모세 씨는 그런 얘기보다 “소울메이트를 만나고 싶다”라며 요즘 생활을 들려줬습니다. 과천에서 사는데 강남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네이버 본사까지 일주일에 5일 출근합니다. 평일에만 나오는데, 하루에 4시간 근무합니다. 취미로 검도를 하고, 소설가가 꿈이어서 글도 끄적인다고 했습니다. 장애인인식개선 글짓기에 ‘탄 빵’이란 작품을 내서 입선한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전 직장에서 어땠는지를 물으니 ‘처음에 기계를 만나고, 다음으로 밥그릇을 만나고, 월급을 만난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중간에 밥그릇을 만난다는 건 점심식사 얘기입니다. 아,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고도 했는데요. ‘네이버에 아마 웹툰 작가들이 방문할지 모른다’라고 귀띔했더니 금세 미소를 지었습니다.
▲하모세 씨를 비롯해 베어베터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은 네이버 ‘카페&스토어’와 도서관 잡지 부문 공간을 관리합니다.
하모세 씨를 고용한 베어베터는 올해로 2년 된 회사입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이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곳이지요. 옛 NHN 한게임 전 대표인 김정호 대표와 이진희 대표가 공동대표로 있습니다. 이진희 대표도 네이버 출신인데, 김정호 대표가 상사였다고 합니다.
김정호·이진희 대표는 자폐성 장애인을 고용하려고 베어베터를 설립했습니다. 네이버뿐 아니라 다음커뮤니케이션, 한국IBM,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림산업 등 50여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명함이나 안내서와 같은 인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네이버 사례처럼 건물 내 카페 운영을 대행하거나 원두를 대기도 합니다.
▲베어베터와 연계고용하는 기업은 네이버, 다음, IBM뿐이 아닙니다.
이렇게 베어베터와 계약한 기업은 장애인을 연계 고용한 것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실제로 장애인을 고용한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표준사업장과 도급계약을 맺으면 장애인을 고용한 셈치는 거지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은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전체 직원의 2~3%를 고용해야 합니다. 기업은 2.7%입니다. 이를 채우지 않으면 규모에 따라 부담금을 내야 합니다. 베어베터의 고객사는 이 부담금을 일정 부분 감면받습니다.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는 “자폐성 장애인 고용률은 1%도 안 된다”라며 그동안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에서 발달장애인은 소외됐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베어베터를 세운 까닭입니다.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으면 해요. 어느 대기업 콜센터는 신체장애인을 스카우트해서 뽑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경증 장애인의 고용률은 45%나 돼요.”
전국민 고용률 70%로 높이기가 정부 목표인 것과 비교하면 생각보다 장애인 고용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진희 대표는 여기에서 발달장애인은 빠졌다고 말합니다. 이진희 대표가 발달장애인의 고용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에는 자폐성장애인 아들을 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장애인의무고용제도 자세히 알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쟁환경에서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성장애인에게 줄 직무가 없어요. 자폐성장애인은 의사소통이 일반적이지 않고 지적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죠. 이런 사람을 고용하지 않았다고 기업을 비난할 순 없어요. 줄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베어베터는 기업이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연계고용을 하는 것으로 풀어보자는 거지요. 그래서 주로 발달장애인을 채용합니다.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자 소비재시장보다 기업 간 거래에 주목했고요. 장애인을 연계 고용해 부담금을 감면받는 조건이 ’1년 이상 거래’랍니다. 이렇게 하면 고객사와 베어베터가 서로 도움이 되는 거지요.
이진희 대표는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시장으로 가려면 마케팅, 영업 등 다른 방면으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라면서 “기업 간 거래가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도움을 받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옛 글과 기사를 찾아보니 김정호 대표는 직원 250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면서 그보다 더 크길 바라지 않는다는 말을 했습니다. 베어베터가 성장하는 것보다 베어베터와 같은 회사가 늘어나는 게 더 좋기 때문이랍니다.
평소 커피숍에 가면 주문받는 직원에게 눈인사도 건네지 않는데요. 하모세 씨를 만난 걸 계기로 눈인사 건네기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꼭 베어베터 직원에게만 인사하는 게 아니라도요. 덕분에 제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지 돌아보고요.
▲네이버 ‘카페&스토어’는 주말에도 문을 엽니다. 주말에 문을 열면서 근무하는 발달장애인이 4명에서 5명으로 늘었습니다. 네이버 ‘카페&스토어’가 문을 연 지 5개월째. 그동안 수익 2500만원이 생겼는데요. 네이버는 이 돈을 발달장애인 직업 교육 사업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첫댓글 ㅇㅇ
추천좀,, 어캐 걍 나가실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