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가 그린 최후의 자화상]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wga.hu%2Fart%2Fr%2Frembran%2Fpainting%2Fselfport%2Fsp1669a.jpg) 렘브란트 Rembrandt, [자화상] Self-Portrait, 1669 Oil on canvas, 59 x 51 cm, Mauritshuis, The Hague
이 작품은 진정한 인간성을 감동적으로 표현해 낸 작품이다. 그는 이제 홀로 남은 노인으로서, 그를 보살펴 주던 헨드리케(1642년 전처 사스키아가 죽고 1649년 그의 가정을 들어와 후반생의 좋은 반려자가 되어 준 헨드레케 스토펠스)도, 그가 사랑했던 아들 티투스도 죽었다. 이 자화상은 그 자신의 내적 삶을 투영한 것으로서, 고독한 한 사람의 초상이다. 색채들은 차분히 가라낮게 칠해지고, 격한 콘드라스트는 약화되었으며 성취와 평온, 초로의 분위기이다. 차분하지만 인물이 삼각형 구도 속에 뚜렷이 드러나 보인다. 터번은 희지만, 적색을 띄도록 칠해져 있다. 63년 동안 파란에 가득찬 삶을 딛고 자신만의 회화 양식을 밀고 나갔던 한 화가 렘브란트의 시선은 슬퍼 보인다. 그는 너무나 잦은 가족들의 죽음을 목도해야만 했다. 1635년 12월에는 장남이, 1638년 7월에는 장녀가 한 달도 못되어 죽었고, 1640년 7월에는 차녀가 죽었으며 모친마저 돌아가셨다. 1642년 6월에는 사스키아가 30세로 죽었으며, 1652년 11월 렘브란트의 막내동생이 죽고, 헨드리케와의 사이에 태어난 장남도 죽었고, 1663년 말년의 좋은 동반자였던 헨드리케가 죽었으며, 1668년 티투스가 27세로 죽었다. 이 마지막 자화상이 그려지던 1669년 로젠그라흐트의 집에서 렘브란트는 그의 딸인 15세의 코르네리아와 티투스의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한 개인의 심적 상태의 기록을 넘어선 오랜 삶 속에서 인간이 얻게 된 체념, 달관, 슬픔의 이미지와 고뇌의 흔적이 형상화되어 있다. 즉 개별성을 넘어선 보편성의 함축에 도달한 작품이다. 렘브란트의 인간 해석은 자화상을 통해서 나타난다. 자기 자신을 볼 때마다 기록해 가는 것은 과거에 집착하고 자의식이 강한 자에게 특히 나타난다. 렘브란트는 미켈란젤로와 같은 자학고, 라파엘과 같은 교양인으로서의 자부도, 벨라스케스와 같이 화가라는 직업에 대한 자긍심도, 루벤스나 반 다이크처럼 화가의 지위가 귀족에 뒤떨어지지 않음을 알리려는 의도도 찾기 어렵다. 렘브란트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았을까. 그는 자기를 문화인이나 귀족과 동등하게 보지 않았으며, 그 배경엔 17세기 네덜란드의 시민적 리얼리즘과 프로테스탄트적인 자부심이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곧 자화상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담히 사출해 낼 수 있는 화가의 자의식 발전의 일단계임이 분명하다. 렘브란트는 최고의 부르주아 화가였다. 이 점은 네덜란드 부르주아를 그린 초상화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그의 자화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렘브란트 이전에도 뒤러, 티치아노, 루벤스 등 많은 화가들이 개인적으로 자화상으 그렸다. 그러나 그 수는 많지 않았다. 렘브란트는 70점 이상의 자화상을 제작했다. 그는 인생의 매 굽이마다 자화상을 남겼다. 렘브란트 이전에는 그리고 반 고흐가 등장할 때까지 이후로도 어떤 화가도 작품생산에서 자화상을 중심에 두지 않았다. 렘브란트의 자화상들은 경이로운 세계 문화 유산의 하나다. 렘브란트는 바로 이 자화상을 통해, 개성, 자아, 영혼의 시각적 표현을 상상할 수 있는 극점까지 밀고 올라갔다. 그리고 이것은 부르주아 시대의 개막, 다시 말해 개인과 개인주의의 부상이라고 하는 중요한 사회적, 지적 테마와도 조응한다. 아르놀트 하우저는 이렇게 말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부르주아 예술의 시대가 도래하고 나서야 비로소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회화 개념이 탄생할 수 있었다. 렘브란트가 엄청난 자화상을 제작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wga.hu%2Fart%2Fr%2Frembran%2Fpainting%2Fselfport%2Fsp1669.jpg) [자화상] Self-Portrait 1669, Oil on canvas, 86 x 70.5 cm National Galle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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