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탤런트 이덕화씨가 나왔던 유명한 속옷 광고를 기억할까. 벽을 멋지게 치며 남성다운 이미지를 보여주려던 그 광고는 정작 다른 면으로 유명해졌다. 그 남자가 벽을 쳤던 이유는 작은 팬티가 엉덩이에 끼여 괴로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많은 이들이 이 같은 꽉 끼는 작은 속옷의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듯 싶다.
여자들이라면 브래지어로 인해 난처한 상황을 한두 번씩 겪었을 듯 싶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거나 브래지어가 가슴 위로 올라가 주위 눈치를 보며 제자리를 잡았던 기억이다. 이는 결국 자신에게 맞지 않는 속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코디네이터들은 몸에 맞는 속옷이 얼마나 멋진 변화를 가져오는지 느껴보라고 충고하고 있다.
·내 몸의 '황금비율'을 찾아라
중 2학년인 지연이(15)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가슴이 유난히 크다. 이런 지연이의 체형을 고려해 엄마는 85A사이즈의 브래지어를 골라주었다. 그러나 지연이는 자꾸만 브래지어가 가슴 위로 올라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엄마에게 "작다"고 하소연하니 "너무 설쳐서 그런 거 아니냐"며 여학생답게 조신하라는 핀잔만 들었다. 엄마는 브래지어는 원래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충고까지 덧붙였다.
그러다가 지연이는 백화점의 속옷 매장을 지나게 되었다. '내 몸의 황금 비율을 찾아라. 정확한 속옷 사이즈를 체크해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한 것이다.
와코루 패션 코디네이터 김영민 대리는 피팅룸에서 지연이의 몸을 실측해봤다. 결과는 85A사이즈가 아니라 75D사이즈의 브래지어가 지연이에게 맞는 속옷이었다. 밑가슴 둘레 사이즈를 뜻하는 숫자인 85는 지연이에게 너무 커서 브래지어가 계속 올라갔던 것이다. 또한 컵 사이즈는 A가 아니라 세 단계가 더 큰 D가 지연이에게 맞는 것이었다.
늘 뚱뚱하다는 열등감에 빠져 있었던 수정(28)씨. 부모님은 늘 허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그녀 역시 속옷 치수 이벤트에 참가했다. 코디네이터가 이야기해 준 속옷 사이즈는 의외였고 한 번도 입지 않은 니퍼(허리 부분을 조이는 속옷)나 올인원(브래지어와 거들을 하나로 만든 속옷)까지 추천하더란다. 피팅룸에 들어가 코디네이터가 추천한 팬티와 올인원, 거들을 입고 거울을 보니 허리선이 보이며 옷 맵시가 살아났다.
이처럼 많은 여성들이 정확한 속옷 사이즈를 알지 못하고 있다. 특히 브래지어의 경우 어릴 때 처음 착용했던 사이즈를 나이를 먹고 체형이 변해도 그대로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김 대리는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입으면 겉옷의 맵시가 살아날 뿐만 아니라 체형 보정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며 "요즘 속옷 매장에는 피팅룸이 모두 설치돼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확한 속옷 사이즈를 체크해 볼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와코루사는 7가지 몸의 수치를 입력, 고객에게 가장 멋진 속옷 몸매를 찾아주는 '황금 비율 찾기' 프로그램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 속옷 잘 입고 계시나요
자신에게 맞는 속옷 사이즈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옷을 제대로 입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우선 브래지어의 경우 어깨끈을 걸친 후 몸을 앞으로 숙여 가슴을 모아 후크를 잠근다.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서 모양을 잡은 후 어깨끈은 손가락이 두 개 정도 들어갈 만큼으로 조절한다. 올바르게 착용하면 가슴과 가슴 사이에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이며, 겨드랑이 살이나 등 쪽에 살이 튀어나오는 현상은 없다.
브래지어의 아래쪽 선은 앞쪽과 뒤쪽이 수평을 이루어야 하며 등 쪽이 앞쪽보다 더 올라갔다면 제대로 착용한 것이 아니다. 유두점이 정면으로 향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날씨가 더워지며 몸매가 드러나는 얇은 소재의 원피스를 입게 되는데 이 때는 몸매의 결점을 감춰주는 거들이나 바디 쉐이퍼가 적당하다. 과거 답답하고 쪼였던 거들이 최근 기능성 소재를 활용해 얇고 부드러우면서도 보정 효과가 큰 디자인으로 출시되고 있다.
몸매 보정의 대표주자였던 올인원은 여름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여름철에는 상의 부분만 있는 바디 쉐이퍼(올인원의 밑부분을 없앤 속옷)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노출이 많은 여름옷의 특성을 고려해 어깨끈을 쉽게 풀 수 있는 바디 쉐이퍼도 선보이고 있으며 팬티는 실루엣이 보이지 않는 햄라인 팬티가 여름철에 적당하다.
비비안 디자인실의 김희연 팀장은 "속옷을 구입할 때는 디자인보다는 치수와 체형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며 겉옷을 구매할 때처럼 속옷도 피팅룸에서 직접 착용한 후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