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Andalucia)<10>
<2> 알바이신(Albaicin) 언덕과 사크로몬테(Sacromonte) 언덕
성 니콜라스 성당 / 광장의 십자고상 / 알바이신 전망대에서 본 알람브라 궁전
그라나다는 종교로 나누면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누어지는데 가장 오래된 지역인 ‘알바이신(Albaicin)’ 지구는 이슬람(Islam) 문화권, 그라나다 대성당이 있는 구도심은 가톨릭(Catholic) 문화권, 그리고 남쪽으로 유대인(Jew) 문화권으로 나누어져 독특한 문화권을 이루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형적으로 세 개의 높은 언덕이 형성되어있는데 가장 오래된 지역인 알바이신언덕은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슬람왕국인 그라나다 왕국시절의 화려한 건물들이 있었다고 한다. 알바이신언덕 정상의 니콜라스(Nicolas)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맞은편 언덕 위에 있는 붉은색 알람브라 궁전이 한눈에 조망된다.
알람브라언덕은 이슬람 문화의 꽃이라 일컬어질뿐더러, 세계 최고의 건축물로 이름을 날리는 알람브라(Alhambra) 궁전과 나스르(Nasr) 궁, 알카사바(Alcázaba) 요새, 왕들의 정원이라 일컬어지는 헤네랄리페(Generalife) 궁, 카를 5세(Charles Ⅴ) 궁전 등이 들어서 있는 언덕이다.
또 하나의 언덕은 사크로몬테(Sacromonte) 언덕인데 이곳은 이슬람 문화와는 또 다른 이방인의 문화인정처 없는 떠돌이 집단인 집시(Gypsi/Gitano)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사벨 여왕은 떠돌이들이었던 집시들에게 이슬람을 내쫓는 전쟁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이 언덕에 정착하여 살도록 허락했다고 한다. 이곳 언덕에는 지금도 집시 후손들이 사는 동굴집인 쿠에바(Cuevas)가 있고 플라멩코(Flamenco) 공연도 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사크로몬테 언덕 / 집시(Gitano)들이 살던 동굴 / 집시 동굴박물관 내부
알바이신(Albaicin) 언덕과 알람브라 언덕 사이는 다로(Daro) 강의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 그윽한 계곡으로 주변 경관 또한 너무나 아름답다.
<3> 알람브라(Alhambra) 궁전과 헤네랄리페(Generalife) 정원
알람브라 궁전 관광을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하여 누에바(Nueva) 광장까지 차로 이동한 다음 걸어서 언덕을 오르기로 했다. 알카사바 성벽 밑 다로(Daro) 강변에 있는 아담한 산타아나 성당이 예쁘다.
다로(Daro) 강은 강이라기보다 계곡 개울물 정도인데 왼쪽으로는 알바이신과 사크로몬테 언덕을 오르는 골목길이 보이고 오른쪽 성벽 아래는 울창한 숲이다. 개울 가장자리로는 이름 모를 잡초들이 가지가지 야생화들을 피워내고 있다. 물풀들 사이로는 물오리들이 헤엄치고 산비탈 아래로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집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라나다는 수량이 풍부한 모양이다. 맑은 계곡물이 철철 넘쳐흐르고 알람브라 언덕 위에서도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린다. 그 뒤로는 멀리 시에라네바다 눈 덮인 산이 둘러서 있다. 한참 골짜기를 오르다 보니 오른쪽으로 다리를 건너 언덕을 오르는 숲길이 나오는데 호젓한 산길이 너무나 평화롭고, 맑은 공기가 가슴 가득 파고들어 기분이 상쾌해진다.
아~, 타레가(Tárrega)의 ‘알람브라의 추억’ 기타 선율이 귓전에 들린다. 잘 포장된 숲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정상부근의 매표소가 나오는데 우리가 올라온 반대편 넓은 도로로 관광차들이 몰려와서 매표소 앞 입구는 관광객들로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북적거린다. 혹시나 하고 매표소를 향하는데...
이미 예상은 했는데 매표(賣票)는 아예 하지 않고 오직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서성거리는데 30대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가슴에 가이드 팻말을 달고 오기에 붙잡고 사정을 얘기했더니 이곳 그라나다에 10년째 사는 한국인이라면서 보통 2~3개월 치는 매진이라서 적어도 5개월 전에 예매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친절한 여인은 자기가 인솔하는 단체관광객들로 바쁜데도 표 없이 최대한 보는 방법이 있다며 지도를 꺼내 들고 설명을 해 준다.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가면 호텔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그리로는 표가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데 알짜배기 알람브라 궁전과 헤네랄리페(Generalife) 정원은 보지 못하지만 카를 궁전과 심판의 문, 그리고 외부에서 알카사바 요새의 모습을 잘 볼 수 있고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경관도 훌륭하다.’며 상세히 설명을 해 준다. 이런 고마울 데가.... 그리하여 안내 받은 대로....
그라나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알람브라 궁전은 기독교와 이슬람 양식이 절묘하게 융합된 건축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9세기에 이미 알람브라 언덕에 작은 성이 있었는데, 1238년 무슬림(Muslim)인 나스르 왕조(Nasrid Dynasty)가 그라나다에 자리를 잡은 뒤 성안에 궁전을 건설하기 시작하여 1333년 7대 왕인 유수프 1세(Abu Ya`qub YusufⅠ) 때 화려한 현재 궁전의 모습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알람브라 중정(中庭) / 알람브라 심판의 문 / 알람브라 후문
알람브라(Alhambra)는 아랍어로 ‘붉은 성’이라는 뜻으로, 성벽을 붉은 벽돌로 쌓아 올려 붉은빛을 띠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성에 둘러싸인 폐쇄적인 형태의 궁전은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궁전 내의 아치(Arch)와 돔(Dome), 기둥에는 무어인의 뛰어난 손재주로 만들어 낸 아라베스크 무늬와 종유석 모양으로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으며 궁전 내부의 연못에 비치는 궁전의 모습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작곡가이며 기타 연주자였던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árrega)는 알람브라 성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혹되어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Recuerdos de la Alhambra)’ 이라는 기타 연주곡을 작곡했다.
트레몰로(Tremolo) 주법이 인상적인 이 기타(Guitar) 연주곡은 수많은 기타 꿈나무들을 좌절에 빠지게 하는, 연주기법이 특히 까다로운 연주곡이기도 하단다.
알람브라 궁전 인근의 헤네랄리페(Generalife)는 ‘건축가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14세기 초에 이슬람 군주들이 여름 궁전으로 삼기 위해 건축했던 곳이라고 한다. 13세기 말, 이베리아(Iberia)반도를 통치하던 나스르 왕조에 의해 조성되었는데 원래 알람브라 궁전과는 골짜기 형태의 좁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헤네랄리페에는 크게 2개의 정원이 있는데, 그중에서 페르시아 양식으로 지어진 아세키아(Patio de la Acequia) 정원이 특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