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문틈으로 노크하기 시작할 때 만난 이아현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했다. KBS ‘남자의 자격’ 세 번째 패밀리 합창단에 참여해 연습과 녹화가 한창 진행될 무렵의 만남이었다.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처음 본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그녀는 씩씩할 뿐 아니라 무척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 패밀리 합창단 오디션에서 형부와 함께 성시경과 아이유가 부른 ‘그대네요’를 부를 때,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 위문공연에서 뮤지컬 캣츠의 ‘메모리’를 소프라노 김혜은, 김미숙과 함께 부를 때도 시청자들은 편안하고 행복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그녀가 먼저 행복하기 때문이었으리라.
탤런트 이아현은 원래 성악도였다. 특유의 귀여운 외모에 지적인 이미지가 조화된 덕분인지 MBC의 MC로 방송생활을 시작했는데, 지인의 부탁으로 어떤 자리에서 노래를 했던 것이 연예계 진출의 계기였다고 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의 둘째언니 김이영으로,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장녀 역으로,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장실장 역 등으로 시청자와 익숙해졌다. 동계올림픽 이후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에서 피겨스케이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습도 보여주더니, 이어 ‘엄마, 영어에 미치다’에서는 진행까지 도맡아 똑소리 난다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최근 방송에서 수줍게 공개한, 유주와 유라 두 딸을 입양한 싱글맘으로서 사랑과 행복의 비밀은 과연 무얼까 궁금했는데, 인사를 나누자마자 기자가 선물한 최근 신간을 보더니 그 큰 눈이 순간 더 크게 동그래지는 게 아닌가!
“아, 이 분, 제가 힘들어 미국 가 있을 때 집회에서 봤어요. 미국 집회 오실 때 친구 따라 갔다가 은혜 많이 받았거든요. 그때 본 책은 <고맙습니다 성령님>이었는데….” 갓피플 매거진팀이 커버스토리 인터뷰를 할 때마다 기독 신간 1,2권을 선물하곤 하는데, 그날 이아현 씨에게 준 선물은 손기철 장로가 쓴 <알고 싶어요 성령님>이었다. 인터뷰는 준비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소재로 시작되고 말았다.
그 집회와 책을 통해 ‘성령님’을 체험한 이아현은 사실 모태신앙인이었다.
부모님을 떠나 독립생활을 하는 동안 잠시 신앙과 담을 쌓고 지냈던 그녀가, 유주가 9개월일 때 미국에 갔다가 참석한 부흥 집회에서 성령님을 만나고 신앙의 도약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그분을 향한 사랑은 현재진행형이고, 요즘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주님이 나와 함께하심을 1분만이라도 제대로 느끼면 그것으로 하루를 행복하게 살 수 있거든요.” 그녀가 만난 하나님을 함께 만나, 그 벅찬 행복을 같이 누려보기로 하자.
글 김경미 / 사진 주명규
사람에게는 하나님을 만난 후에 이전과 이후에 달라지는 변화가 저마다 있잖아요.
5년 전 미국에 있을 때, 손기철 장로님, 한홍 목사님 등이 LA집회에 오셨거든요. 그곳에 사는 친구가 자기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제가 꼭 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만 해도 전 크리스천이라는 명분만 있었지, 정말 손 장로님 같은 분을 알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그 집회를 다녀와서 많이 변했어요. <고맙습니다 성령님>을 바로 읽었거든요. 손 장로님이 어떻게 기도하셨는지 나와 있더라고요. 저도 성령님을 알고 싶어서 기도했거든요. 그때 개인적으로 힘든 때였는데, 너무 좋고, 그 후로 마음이 편해지고 생각이 차분해졌어요.
그 전에는 불편하거나 불안한 마음 때문에 힘드셨어요?
그럼요, 마음이 무척 힘들었던 시기였으니까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부터 시작해서 큰 아이한테 엄마로써 미안해지기까지 하던걸요. 그런데 그 집회를 다녀오고 마음이 편해져서 감사했어요. 한국에 들어와서도 그 믿음을 지키려고 발버둥 치듯 애를 썼어요.
그 때 집회에서 들었던 말씀 가운데 기억나는 게 있다면?
손 장로님이 자신이 겪은 경험을 많이 말씀해주셨어요. 자신이 어떻게 통성기도를 하게 됐고, 방언의 은사는 어떻게 받게 되셨고, 무엇을 포기하고 지금까지 공부하게 됐는지 등이요. 저렇게 대단한 분들도 나랑 똑같은 어려움을 겪으셨다니까 굉장한 위로가 됐어요. 가장 기억나는 일화로는, 어느 날 손 장로님이 어떤 영어 예배에 가셨데요. 그 때 설교하신 목사님이 “지금 여기에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이런 고민을 가지고 왔는데, 손을 들어보라”고 했대요. 하나님이 손 장로님을 지목해서 말씀하시니까 손들고 바로 나가서 기도 받았다고 하셨어요. 손 장로님의 간증을 들으면서, 저는 살아계신 주님을 진짜 영접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 함께 하시는 성령님이 삶을 어떻게 인도하고 계시는지 듣고 싶네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사는 게 녹록치는 않아요. 제가 일하면서 아이들까지 키우니까요, 저만을 위해 무언가 집중할 만한 여유 시간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주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고, 밤에 기도하고 아침에는 큐티 하면서 말씀 묵상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 심방을 받았거든요. 저희 교회(서울드림교회) 목사님이 기도해주시면서, 담당 목사님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면 어떻겠냐고 권면하시더라고요. 앞으론 그 시간이 제가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 가운데 나아가는 투자가 될 것 같아요.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로, 연예인, 방송인, 탤런트 이아현으로서의 제 삶이 말씀으로 가득 채워져 있네요.
두 아이의 엄마 이아현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무엇인가요?
만약에 큰 아이가 없었다면 아마 제 신앙의 회복은 없었을지도 몰라요. 저 모태신앙이거든요. 삼십 대 초반에 겪는 고민 가운데 ‘아, 하나님은 없어. 하나님이 있다면 나를 이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이렇게 망가지게 두시지 않을 걸’이라며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서 교회를 안 나가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꼭 주일 지키라고 압박하시잖아요. 안 가면 혼나니까 갈 수밖에 없는 보호 장치가 되는 거죠. 그런데 혼자 사니까 부모님의 간섭에서 자유롭잖아요. 그렇게 한참 신앙을 멀리 하다가 큰 아이를 입양하고, 손 장로님 부흥회에 참석한 후에는 “다시 저를 주님 곁으로 이끄소서”가 되었죠.
주님 곁으로 가까이 와보니 어떠세요?
그 마음의 평안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물론 24시간 내내 편한 적은 없어요. 아무리 내 자녀라도 24시간 동안 예쁠 수 없는 것처럼. 그래도 제가 깨어 있는 시간 가운데 같이 계시고, 내 안에 계시다는 걸 단 1분을 느끼면요. 그 이후 시간을 보낼 때 그분만이 줄 수 있는 평안함 때문에 그저 감사해요. 매순간 싸우고 전쟁 같고 힘겹고 머릿속이 터질 것 같은데요, 그분을 느낀 몇 분 때문에 제 하루가 평안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구나 살면서 슬럼프를 겪잖아요. 어떻게 극복하세요?
예전에는 저를 자꾸 닫았더니 극복 자체가 되질 않았어요. 시간이 흐르면 다 좋아진다고 무작정 믿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극복해야지’ 하는 생각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고요. 지난 일이긴 하지만, 제가 힘들었을 때 믿음이 좋은 친구에게 제가 하나님은 안 계신다고 말했을 때 가슴이 아팠대요. 요즘에는 그 친구가 저 때문에 위로를 받아서 새벽기도 하러 가고 그래요. 제 한마디가 하나님이 전해주는 말 같다고 할 정도로요. 지금은 ‘무언가 극복해야지’라고 하기보다 날마다 기도하면서 주변에 중보기도를 요청해요. 무슨 일이 생기면 믿음의 사람들과 교제를 나누며 이겨내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저희 아이 주일학교 선생님이 무슨 일 생기면 항상 문자를 넣으라고 해요. 그러면 선생님도 기도하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지금 빨리 기도하라고 문자를 전달하겠대요. 주변에서 그렇게 같이 기도해주는데, 그런 기도의 교제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주님 안에서 서로 위로하고 붙잡아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원래 성악을 전공하셨잖아요.
저희 아버지가 클래식을 워낙 좋아하셔서 자녀들에게 음악을 시키셨어요. 저희 언니는 피아노를 전공했어요. 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도 하다가 성악을 했거든요. 한 우물만 파지 못해 그런지 성악에 대한 미련이 없어요. 제가 하고 싶어 선택했다기보다 시켜서 시작하게 된 일이었잖아요. 그래서 전공과 상관없는 연기하는 쪽으로 오지 않았나 싶어요.
세네갈에 가셔서 전공과 관련된 봉사를 하셨지요?
1년 전이에요. 쉬운 여정이 결코 아니었어요. 사막 한가운데 오두막을 생각하시면 쉽게 상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화장실이 없어서 세면도 쉽지 않았어요. 물이 없어서 탄산음료를 먹는데요. 30도가 넘는 곳에서 탄산음료가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뚜껑을 열자마자 거품으로 바뀌면서 팍 퍼져 나오거든요. 밥도 없어 컵라면으로 때우면서, 아프리카는 진짜 올 때가 못 되는구나 싶었어요. 내 몸이 지치니까 제대로 봉사를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마지막에 학교를 지었거든요. 시간이 남을 때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미술 놀이도 하고. 저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쳤는데요. 학교 오픈식 행사 때 공연하려고 한 것이었어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한국 노래를 가르치기로 하고 ‘반짝반짝 작은별’, ‘생일 축하합니다’, ‘고향의 봄’을 가르쳤어요. 아이들이 외워서 불렀거든요. 노래를 곧잘 하는 세네갈 친구가 ‘고향의 봄’을 불렀는데 진짜 가슴이 뭉클했어요.
‘남자의 자격-패밀리합창단’ 하면서 탤런트 이광기 씨, 개그우먼 안선영 씨 등 합창단 안에 크리스천들이 꽤 많으신 것 같더군요.
90년 중반에만 해도 무슨 방송 제작한다고 가보면 크리스천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본인이 크리스천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연예인도 많지 않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보통 절반 이상, 어떤 때는 3분의 2가 전부 크리스천이에요. 주를 향해 열심히 신앙생활 하는 분들이에요. 어떤 드라마는 감독님이 크리스천이셔서 고사 대신 예배를 드리기도 하거든요. 가장 영적 싸움이 치열한 곳이라서 믿는 분들의 기도가 꼭 필요해요.
기도제목을 들려주시면 중보하겠습니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동일한 마음의 기도제목이 있는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도록 끊임없이 기도해요.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부터 힘들고 온 가족까지 전부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우리 아이들이 제 자식이기 이전에 ‘하나님 자녀’라는 인식을 시켜줘요. 저는 그저 주님이 맡기신 아이들을 길러주는 역할을 할 뿐이니까요.
아이들이 제가 갖고 있는 믿음보다 더 큰 믿음을 가졌으면 싶어요. 좋은 믿음, 튼튼한 믿음, 건강한 믿음을 가졌으면 하는 제 마음이에요. 아이들이 좋은 신앙인으로,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통로를 잘 감당할 수 있었으면 싶고요. 개인적으로는 저도 항상 엄마로써 건강하고요, 아이를 잘 키우는 엄마, 좋은 연예인, 믿음을 가진 크리스천 연예인으로 항상 그리스도의 향기를 날리기를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