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연애
"나 타성에 젖었어."
"작가님 타성에 젖었어?"
"큽.. 응."
"그럼 말려!"
김준면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6세 어린이다운 노란빛을 띠는 발상이었다.
젖은 타성을 말리라니.
분명 웃는데, 자꾸만 얼굴 위로 손이 갔다.
낙엽처럼 줄지어 떨어지는 눈물을 티슈에 꾹 찍었다.
그냥 두면 언제 울었냐는 듯 마를 자국이었다.
우울한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위스키'면 얼마나 좋아.
"나 오늘 위스키해."
말하면서 입이 웃잖아. 나 위스키해. 위-스-키.
「죽음에서 두 발자국」 / 수호
「사계절」 / 시인 도경수.
아무 장이나 펼쳤는데 여백이 나왔다.
중간 페이지가 비었으니 파본이 분명했다.
출판사 직원답게 덕이는 편집장이 얼마나 화를 낼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경수가 사흘 밤낮으로 고민한 시였다.
"제목이 서정시잖아. 그래서 비웠어."
"왜?"
"시인이 사랑을 말로 하니."
"말로 못 채울 사랑이 있는 거야. "
"작가님. 엠마는 남편을 사랑했을까요?"
"저는 그랬다고 생각해요."
김준면이 자신의 찻잔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진실을 말할 때 상대의 새끼손가락을 잡았잖아요."
".... ...."
"엠마는 남편의 손을 잡았어요."
"그것도 거짓이면요?"
"속아야죠."
"네?"
"저는 속아줄 거예요. 사랑한다면."
그녀의 말은 사랑은 미안의 동의어였다.
나는 죄인처럼 살기로 했다.
"사랑해요." 사과일까 진심일까.
"정말 사랑해요." 진심일까 아닐까.
내 대답은 엠마처럼 손을 붙드는 것이었다.
「습작 1」 / 수호
상우는 늘 바르게 앉으려고 노력했다.
'우리 아들은 자세가 곧아서 예뻐.'
'아니야 엄마. 나는 의자인간이야.'
의자에 등을 붙이고 앉는 것은 자국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상우의 등에는 무수한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교복을 안고 울었다.
「여자 울음소리」 / 수호
아버지는 구원의 빛이었다.
상우는 그 빛을 좇아 불나방처럼 달려 들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찢어진 가방이 상우의 팔에 걸려있었다.
아버지는 너덜너덜한 아들을 무심히 보았다.
'도와주세요. 친구들이 저를 괴롭혀요.'
'약해 빠진 것.'
'... ...'
'그 가방 버려라. 약한 걸 자랑할 일 있니.'
일평생 군인으로 산 그는 엄격한 가장이었다.
군복을 다리는 다림질 소리에 아들의 울음이 묻혔다.
'... 저는 이제 눈 먼 불나방이에요.'
상우가 그날 버린 것은 가방만이 아니었다.
「얼음 가족」 / 수호
"김준면씨. 저는 아주 밝은 사람이에요."
김준면이 대답했다.
"잘 됐군요. 저는 불나방입니다."
착한 사람, 멋진 아빠, 존경 받는 위인.
한때 꿈꾸던 인간상을 포기했다.
눈 먼 불나방이나 의자인간이 되어도 상관없다.
나는 배덕한 인간만 아니면 된다.
「습작 2」 / 김준면
**배덕 : 도덕에 어긋남
"준면아."
덕이는 문득 묻고 싶었다.
"행복하지?"
김준면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 난 행복한 사람이야."
여주 이름 = 도덕
배덕 : 도덕에 어긋남
배덕한 인간만 아니면 된다. = 도덕에 어긋난 인간만 아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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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ㅠㅠㅠㅠㅠㅠㅠ 미치겠다
잘쓴연애 도덕이 진짜ㅠㅠㅠㅠ미쳐ㅠㅠ
덕준덕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