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 생산량 424만1000t=통계청은 14일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의 423만t보다 0.3%, 1만1000t 많은 424만1000t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평년보다 4.9%(19만9000t) 많은 양이며 통계청이 10월14일 발표한 9월15일 기준 쌀 예상생산량인 418만4000t보다 5만7000t 많은 수치다.
벼 재배면적은 81만6000㏊로 지난해보다 2.1%(1만7000㏊) 감소했으나, 단위면적(10α)당 쌀 생산량이 전년(508㎏)보다 2.4% 늘어 520㎏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은 9·15 작황조사 때보다 실제 생산량이 늘어난 데 대해 “벼 낟알이 익는 시기(9월)의 일조시간이 늘어난데다 일교차가 벌어지는 등 후기 기상여건이 양호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별로는 충남이 83만5669t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80만9201t), 전북(67만9393t), 경북(57만82t)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통계청의 쌀 생산량 발표 직후 쌀 6만t을 추가 시장격리하겠다고 밝혔다. 10월21일 공급초과분 18만t을 시장격리하겠다고 밝힌 데 이은 두번째 시장격리 조치다.
이로써 정부가 공급과잉을 우려해 시장격리하는 물량은 24만t이 된다. 정부는 이외에도 공공비축 37만t, ‘아세안+3 비상 쌀 비축제(애프터·APTERR)’ 3만t을 매입해 비축한다는 방침이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올해 생산량 중 신곡수요량 400만t을 초과하는 물량을 시장격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추가적인 시장격리를 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추가 시장격리하는 6만t은 산지에서의 검사일정과 보관장소 등을 고려해 12월 중으로 물량을 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지 쌀값 하락세 지속=통계청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80㎏당 산지 쌀값은 열흘전(10월25일)보다 0.8%(1340원) 하락한 16만6748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31% 낮은 수준이다.
올해산 산지 쌀값은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구곡에서 신곡으로 전환된 10월5일자 가격이 17만784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1% 낮게 출발했다. 이후 열흘 단위의 가격조사에서 10월15일 4.6%, 10월25일 0.9%, 이달 5일 0.8%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18만t을 시장격리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10월25일 조사 때부터 하락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흐름이다.
산지 쌀값이 하락세를 거듭하는 직접적인 요인은 풍작이다. 통계청이 확정발표한 올 생산량 424만1000t은 평년(404만2000t)보다 4.9%나 높은 수치다.
여기에 지난해 벼를 사들여 손해를 본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양곡도매상들이 올해산 벼 매입에 소극적인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한동안 지속됐던 대형마트의 쌀 할인판매도 하락세를 부추긴 형국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달 25일 장관이 직접 나서 주요 대형유통업체 임원들에게 쌀 할인판매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산지 상황은=올해산 수확기 벼 매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12일 현재 농협 등 민간부문의 벼 매입량은 154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5만t보다 약간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농가의 원활한 벼 출하를 위해 10월 벼 매입 지원자금 1조2308억원을 RPC 등에 지원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사정은 좀 다르다. 농협은 지난해보다 많은 물량을 수매하고 있으나, 민간RPC의 벼 매입물량은 예년 수준에 못 미친다. 12일 현재 농협RPC 벼 매입실적은 85만3000여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5만9000여t보다 약 10만t이나 많다. 비RPC 농협도 43만5000t을 매입해 지난해 이맘때의 41만8000t 수준을 넘어섰다. 농협이 지난해보다 더 많은 벼를 사들인 만큼, 민간RPC가 상대적으로 벼 매입을 적게 한 셈이다. 민간RPC와 양곡도매상들이 풍작과 관세화 등의 변수를 고려해 소극적 자세로 관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벼를 매입한 RPC들은 지난해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충남의 한 RPC 대표는 “재고과잉과 역계절진폭으로 고생한 RPC들이 많아 조기에 출하하려는 곳이 꽤 있다”며 “그만큼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협RPC들은 벼 매입가격 결정에 한창이다. 경기·강원·충남은 이미 벼 매입가격을 결정한 상태이며,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서 벼 매입가격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별 벼 40㎏ 평균 수매가격은 경기 6만2786원, 강원 6만293원, 충남 5만5450원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농협별로 벼 매입가격 결정을 논의 중이거나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값 전망은=당분간 지난해 수확기 수준의 가격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쌀 관측 11월 수확기 속보’를 통해 올 수확기(10~12월) 쌀 가격을 지난해보다 4.4% 낮은 80㎏ 기준 16만7600원 내외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신곡 수요량 초과물량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인 시장격리로 하락폭이 둔화될 것이란 게 농경연의 관측이다.
하지만 올해산 쌀의 확정생산량이 통계청의 예상생산량을 웃도는 것으로 발표되면서 산지 쌀값이 농경연 관측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명환 GS&J 인스티튜트 농정전략연구원장은 “당초에 예상생산량 418만t 가운데 18만t을 정부가 시장격리하면 수확기 쌀가격이 80㎏ 기준 16만8000~16만9000원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생산량이 424만t으로 늘어남에 따라 수확기 쌀 가격은 이보다 1000~2000원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시장격리물량이 언제라도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으로 인식된다는 게 문제”라면서 “이런 인식이 RPC나 양곡도매상의 벼 매입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쌀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 쌀값이 크게 하락하면 정부가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물량부족에 따른 수급불안이나 가격급등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시장격리물량을 밥쌀용으로 방출하는 것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쌀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올 수확기 쌀시장 안정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풍작에다 관세화를 앞둔 시점이라, 쌀값 폭락 우려와 같은 심리적인 동요를 막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