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심각하고 부정적인 자료들만 접하다 보니 잠시라도 기분전환이 필요하네요.
그래서 성의없는 태국-싱가폴-호주 허접 사진 찾아봄.
여러 번 다녀온 곳인데다 태국, 싱가폴은 호주 다녀오는 길에 스탑오버로 며칠 묵은 거라 완전 허접임.
한 때 아시아-태평양 특히 중화-화교권 쪽에 관심이 많아서
날씨도 좋고 바다도 탁 트이고 물가도 싸고 중국어도 공부한다고 자주 다녔는데;
(유럽, 미국 다음으로 떠오르는 APEC이라고 90년대부터 언론에서 오도방정 떨어댔으니; 완전 착각이었죠)
요새 아시안컵 봐도 흐지부지하고 아시아 쪽 돌아가는 거 보면 역시 거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가 발전해도 아시아는 멘탈이나 문화가 기본적으로 수직적, 가부장적, 배타적이라 그걸 개선하지 않는 이상,
서양사람들이 아시아로 유학, 귀화, 이민오는 등의 역전 케이스는 극히 드물 거고 뭐 근데 내가 서양사람이라도 그래요.
근데 저 3요소는 죽어도 개선 안 될 거 같음. 특히 변방국에서 유교 종주국보다 더 받드는 한국은;
요새 멜버른 아시안컵 결승이랑 호주 오픈 테니스 결승 보면서 호주 생각이 나서 시드니랑 멜버른 사진 올려봐요.
호주도 멘탈이랑 오리진은 완전 유럽인데 북미랑은 또 달리 아시아-태평양에 뉴질랜드랑 덩그마니 끼어 있어서;
유구한 역사/문화를 좋아하는 저로선 유럽, 미국 제외하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같은 신생국은 뭔가 변방 이미지지만,
대신에 광대한 자연과 자연친화 액티비티,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인상적인 곳이었네요.
캐나다나 뉴질랜드에 비해 인종차별도 심하다고 하는데 최소 3-4년 꾸준히 살아본 게 아니면 딱히 단정적으로 말하긴 그렇고;
호주도 두 번인가 다녀왔는데 여기는 진짜 시드니-멜버른-캔버라 말고 광대한 동부해안을 따라 차를 렌트해 달리면서,
중심부 오지 사막의 에어즈락, 내륙의 어보리진 문화와 수많은 국립공원을 봐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캐나다나 미국 등 북미 대륙을 렌트카나 그레이하운드(ㄷㄷㄷ) 같은 버스로 제대로 횡단해야 제대로 여행했다고 하듯,
뉴욕이나 토론토, 시드니 등 몇몇 도시 찍고 왔다고 다녀왔다고 말하긴 워낙 대륙 자체가 어마어마한 곳들이니까요.
말은 그렇게 해도 귀차니즘으로 그나마 최근에 짧게 도시 위주로 다녀온 사진만 올립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후기랄 것도 없이 그냥 기분전환용 허접 사진, 허접 후기라 그냥 휙휙 넘기심이;
시드니
달링 하버 쪽인가.
시드니 자체는 태평양과 면해 탁 트이고 일단 연중 날씨가 쨍쨍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항상 밝은 분위기인데;
추위에 워낙 민감하지만 유럽의 음울한 고딕풍을 선호하는 저로선 사시사철 명랑한 축제 분위기라 별로 안 맞았음.
이러다가도 또 추운 캐나다나 겨울 우울한 북유럽 가면 추워 뒤지겠다고 불평이 장난 아닌데 그냥 이렇게 생겨먹었음;
오페라하우스
루브르의 투명 피라미드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자연친화적인 호주.
왜 씨티 투어 버스는 죄다 빨간색인지;
세계 공통 규약이라도 있는 건가요? 서울도 그런가?
하버브릿지
호주가 좋은 점이라면 날씨.
추위를 워낙 타는데다 만성 호흡기 질환이 있어서 고생이라 동남아 특유의 노천 까페 가득하고 해도 긴 활기찬 여름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하긴 누구나 그럴 듯) 시드니가 그런 분위기인 듯.
근데 워낙 국가가 커서 호주도 남쪽 멜버른이나 타즈매니아 쪽은 서늘하고 지적인 유럽 같은 분위기에 더 가까운 듯.
호주에서 만난 캐나다 친구가 자기는 캐나다 겨울이 춥긴 하다지만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도 한 두번이지,
눈과 스키 시즌이 없는 겨울을 상상할 수 없다며, 호주에 십여년 넘게 살라면 지루할 것 같다고 하는데,
저도 4계절이 없는 동남아나 호주 등지에 평생 살라면 편하긴 해도 좀 단조로울 것 같았음.
그래서 영국 등 카먼웰스 국가에서 은퇴 후에 많이들 온다고 하고;;
(근데 도로 역이민 하는 경우가 많다네요; 호주랑 캐나다도 이제 영국, 미국 등에 비해 그다지 싸지 않은 듯)
이건 왠지 캐나다 CN 타워나 토론토를 떠올리게 하는 스카이 라인.
이 때가 남반구 기준으로 가을이었나 시드니도 극지방에 가까운 은근 남쪽이라 단풍도 지고 꽤 유럽같은 분위기었음.
전 인도네시아에 가깝다는 북부 다윈이나 서부 퍼스 등은 안 가봐서 여름에 에어컨 없으면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그런 곳은 어떤지 상상이 안 가더군요. 말 그대로 '오지' (Outback) 아닐까요. 트레킹하고 탐험하고 놀러가긴 좋을 듯.
반짝반짝 불밝힌 오페라 하우스.
잠시 지내던 다운타운 아파트 테라스에서 내려다 본 시드니 시내.
한국에 와 있던 호주 친구한테 제일 그리운 게 뭐냐고 했더니 '지평선(horizon)'이랑 아웃도어 bush walking(트레킹?)이라고 했는데,
코딱지만한 나라에다 사방 쫙쫙 뻗은 지평선이고 수평선이고 보기 힘든 동아시아 대도시에선 하긴 이해가 가더군요.
옛날에 워킹홀리데이나 어학연수 등 호주 간 한국/중국/일본 사람들이 워낙 다운타운 아파트 집세가 비싸니 테라스에서도 자고
방 하나 쪼개서 도미토리처럼 쓰고 거실에서 자고 이런 거 보고 놀랐는데, 뭐 이건 사실 꼭 호주 뿐만 아니고 렌트 비싼 미국 동서부 대도시 등 세계 공통현상 아닌가요.
단지 호주가 워킹홀리데이 인원 제한에 제약조건도 없이 아무나 다 받고 알바 시급도 세다 보니까
(그래서 매춘녀에 조폭에 ABC도 몰라도 개나소나 다 지원하니 이미지는 점점 안 좋아지고 상당히 짜증나는;;)
유독 인원도 몰리고 초과 상태라 등쳐먹는 교민들도 많고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집중 조명되는 듯 하더군요.
개나 소나 왔다가 영어도 안 되고 돈 떨어지면 농장이나 가면 되지 하는 마인드니.
암튼 전 워홀이고 어학연수 이런 거 아니고 옛날에 한 달 쯤 동부해안 따라서 뉴질랜드랑 몰아서 여행했는데 정말 최고의 경험.
정작 유럽에서 공부하고 살면서는 친해지기 어려운 좋은 영국, 독일, 북유럽 등 친구들 많이 만났고 후에 다시 만나기도 하고;
다들 어리고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자유롭던 때라 오픈 마인드에 친해지기도 좋고 계획도 꿈도 야무지던;
역시 모든 건 이를수록 좋다는 게 지론입니다. 은퇴 후, 나이들어 여행은 투자나 즐거움보다는 선물, 위로 그 말이 맞는 듯.
멜버른
멜버른은 귀국 비행기 잡을 겸 몇 년 전에 만났던 친구 재회하러 이틀인가 들름.
그래서 도시 사진은 없습니다.
아시안컵, F1, 호주 오픈 테니스 등 열리지만 개인적으로 밴쿠버처럼 살기 좋을진 몰라도 별로 흥미로운 도시도 아니고;
화교 2세로 외모, 스펙, 집안, 매너 사 박자를 고루 갖춘 혼혈 분위기 물씬 나는 훈남 친구라 잿밥에 관심이 있었네요.
주말 내내 축구 보러 가고 하야트 호텔 칵테일바에 시내 클럽에 교외 드라이브에 은근 데이트하는 기분에 그 순간만큼은 즐거웠고,
나중에 한국에서 다시 만나 또 살짝 쿵쾅쿵쾅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 지난 얘기네요.
서구 마인드 가진 동양남자가 이상형이라고 했더니 '넌 아예 서양남자가 더 어울릴 거 같아' 잘라 말해서; 근데 너 보고 한 말 아닌데;;
맨날 아무 실속도 없는 부질없는 삽질만;
오지 풋볼(aussie football).
미국에서 수퍼볼, NBA, 야구가 인기듯 호주도 싸커나 월드컵보다 크리킷, 오지 축구, 럭비, 테니스 등이 더 인기임.
보기에 엄청 엉성하고 웃겨 보이는데 룰도 간단하고 아무튼 보는 내내 이해하기도 쉽고 즐거웠어요.
퍼핑 빌리 등으로 유명한 교외로 드라이브 가서.
당장 다음날 귀국 비행기까지 끊어놨는데 오붓이 둘이서 하루종일 드라이브까지 하다 보니 진짜 복잡행복우울심난 &##$%ㅊ^
그렇다고 혼자 설레발 치며 비행기표가지 버리는 짓할,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미친뇬은 아니기에 바늘로 찌르며 자제를;;
암튼 역시 로컬 친구가 있으니 편하고 즐겁고 좋더군요.
그게 아니면 가이드북 따라 단체투어나 대중교통 또는 뚜벅이로 수박 겉핥기 관광이나 할 텐데.
여기 풍경이 끝내주고 날씨도 좋았는데 훈남에 정신이 팔려서 사진은 이거 달랑 한 장입니다. 아직도 저돌적일 때였음;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내 옆에 훈남이 더 아름다워; 이런 수준.
좀 전에 써뒀던 건데 자동저장이 병신같이 돼 있어서 절반이 날라갔기에ㅜㅜ 억울함을 머금고 ;;
호주는 시드니, 멜버른 이런 데 말고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같은 동부 해안 루트나 에어즈 락 같은 중부 아웃백이 최고인 듯.
서북부랑 완전 남부는 안 가봐서 모르겠고;
아무튼 오래 전에 호주 동부 해안에서 본 남십자성은 잊혀지지 않네요. 별똥별도 그렇게 많이 본 곳.
이 때는 감정이 살아있을 때라 그랬는지 북반구에서는 볼 수 없는 남십자성 보고 엄청 감격했음.
(그러고 보니 그 때도 눈에 찍어둔 훈남이 마침 단 둘이 옆에 있었네요;; 얼씨구; 주책도 가지가지;;)
아일랜드에서 숱하게 (쌍)무지개를 보고도 행복하긴 했는데 감격까진 안 한 걸 보니 세월의 풍파인지도 모르겠네요.
싱가폴
스탑오버로 이틀 들른 데다 전에도 왔던 곳이라 사진 달랑 세 장;
어려서 와서는 콸라룸푸르로 이어지는 야간 열차 타며 설레도 보고,
영어와 중국어가 수준급인 또래 어린 학생들이나 비즈니스 피플들 보고 자극도 받고 꿈도 키우고,
서울이나 도쿄, 대만과는 또다른 분위기의 인터내셔널한 중화권 분위기에 호기심 느끼고 했는데 이번엔 뭐;
그래도 아시아에서 싱가폴이 그나마 제일 무난한 롤모델이란 생각은 들고 (홍콩은 모르겠음)
왜 서양 엘리트들도 홍콩이나 싱가폴, 도쿄 등에는 그나마 건전한(?) 관심 가지며 파견 근무 생각도 해 보는지 이해해요.
개인적으로 아시아에선 그나마 홍콩, 싱가폴 서양 주재원들이 질이 제일 나은 듯 (그러나 얘네들도 동양여자들 공세에 spoiled;;)
그 유명한 마리나 베이 호텔인가 룹탑 수영장 가 보는 것도 좋을 듯.
막상 달랑 이틀 묵는 동안 내가 한국인이란 거 알고는 엄청 반가워하며 내내 따발총 질문을 쏟아내는 (시망인 영어로)
한국 드라마에 미친 일본 아줌마 관광객한테 걸려서 울며 겨자먹기로 동행;
그냥 딱 잘라 거절하면 될 텐데 숙소가 같으니 그것도 힘들고 하여간 예의바르게 맞춰주느라 힘들고 실속없이 사는 내가 싫다;
머라이언
좀처럼 국제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힘든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자란 사람은 누구라도 동경할 만한,
아시아에서 드물게 홍콩과 같이 국제적인 싱가폴.
특히 사시사철 활기차고 후끈한 열대의 밤, 노천 까페, 이런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서 국가 이미지도 좋은 듯.
근데 너무 더워서 당최;
타일랜드 (방콕, 코따오)
태국도 비행기표가 꼬여서 티켓 구하면서 며칠 다시 묵어간 곳.
첫 해외여행지이기도 했고 워낙 여러 번 가서 새로울 게 없는데도 왠지 고향?같은 곳이더군요.
개인적으로 전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남부 해변보다는 라오스, 미얀마, 중국 남부랑 가까운 서정적인 북부가 더 마음에 들어서
(고산족 트레킹은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남부는 이 때 코따오가 처음이었음.
정작 아름다운 코 피피, 사무이, 푸켓, 하다 못해 코사멧이고 코창이고 못 가 봤는데 딱히 관심도 없는 듯 하고;
유구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지닌 곳인데 이게 히피 트레일에 엮여서 그런가 그냥 '물가 싸고 놀기 좋고 만만하고,
섹스 관광하기나 좋은' 곳으로나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서 딱히 국가 이미지가 좋지는 않네요.
태국 평범한 여성들도 이런 이미지에 상처도 많이 받고. (그럼 태국 남자들 너네는 당최 뭐하는 거냐? ;;;)
어쩌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태국 밤문화 목적으로 여행가는 인간들 보면 에고 꼴에 남자라고,
서양 남자들 휩쓸고 가니 이제는 망둥이도 뛴다고 뒤를 이어 일본, 한국, 중국 남자들도 GOGO~
근데 지금도 한국에도 일본 기생관광 등이 있다면서요?;
어려서 살짜기 종교적/바람직한 모범생활 지향 가정에서 좀 고지식하게 자란 탓에 (지나고 보면 본인에겐 쥐뿔 실속도 없는)
무슨 짓을 저지르던 양심의 가책이 가장 큰 죗값이니 억울해 할 거 없다, 이런 구절에 깊이 감화된 적이 있었는데,
머리 굵어지고 보니 이렇게 물타기 개소리가 없더군요. 용서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는 것과 동급으로 개소리.
근데 이걸 초딩 저학년 때까지 주일학교 영향으로 신주단지마냥 받들어 모시고 살았으니 너무 늦게 깨우친 듯.
양심의 가책이고 죄책감이고 아예 못 느끼는 소시오패스(도 아닌 그냥 좀 뻔뻔하 사람들)들이 암도 안 걸리고 스트레스도 안 받아,
노화도 느리고 오래오래 승승장구 잘만 삶.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쥐뿔도 없으니 그것도 힘들어서 이렇게 열폭중이라는 거 ㅉㅉㅉ
차오프라야 강.
배낭여행자와 루저 히피들의 메카, 카오산.
어려서 처음 잠깐 들렀을 때도 그 무지렁이들 널려있는 분위기에 별로 좋진 않았는데
(해이한 모랄?이라고 해도 암스테르담 홍등가와는 다른 정처없이 풀어지고 눈 풀어진 서양 루저들 널려있는 그런 게 싫달까)
그래도 놀고 먹고 노천 군것질하기는 딱이죠. 근데 딱 스물 몇 살 무렵 경험삼아 놀고 지내는 거기까지만.
코 따오
방콕의 번잡함, 매캐한 연기, 오염, 소음 등에 지치기도 했고 비행기 기다리면서 좀 한산한 데 가고 싶어서 찾은 코 따오.
피피나 푸켓은 너무 멀고 가격도 비싸서 무난하게 찾은 중간 지점.
간간이 물밑 연락은 하고 있었던 예전 ex랑 코 따오에서 몇 년 만에 재회할 겸 갔는데 해변은 구려도 은근 다이빙 스쿨도 많고,
스노클링 나갔더니 가시거리도 좋고 섬 자체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기대가 낮아 그랬는지도.
역시나 구리고 허접한 해변
배수 상태라 엉망에다 마침 우기라 폭우가 쏟아지면 금세 사방이 쓰나미.
알카자 쇼처럼 티파니쇼.
어려서는 꽤 재밌었다고 느꼈는데 그냥 싼맛에(?) 어설픈 거 감안하고 재미 삼아 보는 거죠.
물론 저 트랜스젠더들은 절박하겠지만 난 애초에 남자에서 여자가 되려는 것도 이해가 도통 안 되고 (나랑 바꾸던가),
태국은 워낙 성적으로 오픈된 분위기라 근데 그다지 삶이 힘들지만도 않은 듯.
다시 번잡한 방콕으로 돌아갈 걸 생각하니 한숨이.
장거리 버스를 기다리며.
다시 왔음.
카오산은 별로지만 람부뜨리 등 뒷골목에 놀 곳이 많아 자주 찾게 됨.
몇 년만에 재회한 화교 태국 여자사람친구와 (친구 말에 의하면 cheap but chic이라는) 호텔 룹탑 바에서 방콕 야경을 바라보며.
확실히 로컬 친구가 있으면 제대로 숨겨진 보석같은 곳을 찾게 돼서 좋음.
B52에 불도 붙여 마시고 건배하며 훈남 썰 풀고;; 지나고 보니 좋은 때였군요 ㅎ 당시엔 몰랐는데; ㅡㅡ
쓰다 보니 이건 뭐 썸도 아니여, 딱히 결과가 있는 실속있는 것도 아닌 스쳐가는 남자들 얘기가 나오는데,
원래 코따오에 한 때는 죽고 못 살 것 같았던 예전 남자 다시 만날 겸 남부로 향하면서 은근 궁금도 하고 어떤 기분일까 두려웠는데;
웬걸, 너무 아무렇지도 않고 몇 년만에 만났는데 그 모습 그대로라 오히려 허무하더군요.
세월이 지나 그런가 감정도 상황도 달라져 그런가 근데 너무 평상시랑 똑같이 편하고 감흥이 없어서 좀 달콤씁쓸.
좀 수다 떨다 보니 할 얘기도 공통 화제도 별로 없어서 테이블 사이에 두고 이내 각자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지는 게 익숙해져 버림.
사람한테 실망한 게 아니라, 내가 얘한테 이렇게 못 살고 죽을 뻔 했나 그 기억이 엄청 웃기고 아득하고 좀 묘하게 느껴짐.
누가 보면 금혼식 올린 부부인 줄 알 정도로 너무 편하고 감흥없고 권태가 풀풀 풍기는 분위기였을 듯;
그게 싫지만은 않아고 왠지 익숙하기도 해서 아무튼 재미있는 감정이었네요. 당시엔 약간 헷갈렸는데.
왓 아룬. 새벽 사원.
태국에 여러 번 가도 항상 다시 찾는 왓 아룬. 이름도 그렇고 별로 안 어울리지만 수많은 방콕의 사원 중 제일 좋아하는 곳.
어려서 처음 여행왔을 때의 순수, 어리버리(그다지;;), 추억 등이 떠올라서 그런가,
여기는 언제 가도 항상 똑같을 거 같네요.
오래 살면 꼬부랑 할머니 돼 다시 방문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
은근 순수하고 귀여운 고든.
코 따오에서 만난 보스턴 출신의 미국애인데 휴직하고 스코틀랜드에 외할머니 만날 겸 혼자 장기 세계여행 중이었음.
사진이랑 옷이 저 따위라 저렇게 나와도 은근 흔남-훈남 사이의 어중간한 분위기였음; 그러니 같이 다녔지;
미국남자 특유의 발랄하고 유쾌한 성격에 순수하고 진지한 면이 있어서 코따오랑 방콕에서 내내 즐거웠네요.
근데 이거 초상권 없이 올려도 되나 ㅎ IT 도사던데 ㄷㄷㄷ
아무튼 만만하고 착한 고든이라 그냥 올림
처음엔 코 따오에서 오픈워터 스쿠버 다이빙 라이센스 준비하며서 새벽에 일어나 로비에서 혼자 교재 읽고 하는 거 보고
'이거 완전 nerd 아닌가?' 했는데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정 출신답게 살짜기 어리버리한 면이 있는 순수하면서 똑똑한 남자였음.
덕분에 무려 몇 년만에 재회한 예전 남자 냅두고 얘랑 주로 노는 요상한 그림이 연출됐는데;; 나름 신선하고 괜찮더라고요.
고든한테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잡다한 이성 감정에서 초탈한 걸 보여주는 게 신선한 감정이었음.
역시 사랑이고 호감이고 유효기간 몇 년인 호르몬의 장난이고 바람에 휘날리는 새털같은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도 부질없다고,
내 오랜 지론을 새롭게 확인한 계기가 되기도 한 방콕-코따오에서의 며칠.
독자 일정으로 각자 방콕에 다시 온 다음, 예전 ex랑 다시 방콕에서 만나 시간 보내기로 약속해 놓고는 서로 씹음; ㅜㅜ
오히려 고든이 내가 묵는 호텔까지 매번 와 줘서 같이 영화도 보고 밥 먹고 관광다니고 내내 같이 보냈네요;
감성적인 걸 경계하는 터라 여행중에 잘 알지도 못 하는데 며칠 만나서 호감 품고,
스쳐가는 사이에 발전도 유지도 어려운데 로맨스 꿈꾸고 이런 거 너무 무지렁이 같아서 질색하는데
(비포 선라이즈-선셋- 이 시리즈는 영화인 데다 두 주인공이 다 선남선녀인데다 둘 다 지성과 의사소통이 수준급이잖아!)
한 번은 고든이랑 밥 먹다가 무심하게 물어봄.
'그렇게 오래 혼자 여행하면서 당연히 nice girl 많이 만났겠지?'
'음... 하룻밤을 같이 보낼 정도로 그런 사람은 못 만났어.'
'그런 거 떠나서 그냥 nice girl은?'
'you are a nice girl.
'으앗, 정말? 무지 고마워, 나 너무 우쭐하고 감동했어 ㅎㅎㅎㅎㅎ'
진지하게 얘기하는 게 너무 웃겨서 역시 후줄근한 흔녀는 아무한테나 맘에 없는 찔림을 당하는 만만한 대상이구나,
아무 감흥 없이 막 웃었는데 가끔 괜히 내가 너무 자신을 깎아내렸나? 이런 생각도 하네요.
바람둥이 스타일도 아니고 아시아에 관심 많은 (저질 오타쿠는 아니고) 꽤 순수한 면이 돋보이는 프로그래머였는데,
(근데 망할 쓰고 보니 빅뱅 이론이잖아;;)
왜, 잠시 진짜 나를 좋게 생각해 줬을 수도 있지? ㅡㅡ 너무 나를 비하한 듯도.
그다지 내 타입은 아니지만 무난하고 괜찮은 친구 스타일이었는데 당연히 나야 매력있는 NICE GIRL이지!
이러는 게 더 쿨했을 것도 싶고 ㅎㅎ
워낙 내가 먼저 남자를 쫓고 대시해야 한다는 주의로 오래 살아서 그랬나,
예상 못한 누군가 친구 이상의 호감을 먼저 표하면 순간 진의여부를 떠나 관계가 역전돼 쫓김을 당하는 듯한 느낌에,
약간은 불안한 점도 있었을 거고 아무튼 지나고 보니 꽤 괜찮은 남자였는데 뭔가 살짜기 아쉽군요.
딱히 뭘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이건 뭐랄까 자신감 탓도 있을 듯? 워낙 먼저 쫓김을 당해보지 못 해서 말입니다 ㅎㅎㅎ ㅜㅜ)
백만년만에 페이스북 휴면 계정 깨고 들어가 봤을 때는 도쿄에 와서 친구들과 스타트업 회사일하면서,
진지하게 일본어도 배워 서양인에게 어려운 그 일본어도 수준급에다 거의 약혼 수준까지 간 일본 여친도 있던데,
역시 저급한 아시아 판타지 가진 오타쿠가 아닌 진지하고 건강한 마인드 가진 사람 같아 보기 좋았음;
그냥 ATM 취급하면서 아시아에 와서 현지어는 배울 생각도 안 하고 수 년씩 살아도 언어 한 마디 못 하고,
그런 주제에 현지 여친이나 꿰고 다니는 서양남자들을 많이 봐서 어찌 보면 당연해야 할 것도 좋게 봐 주는 구질한 감이 있지만;
홍콩으로 향하는 고든을 차오프라야 강 페리로 먼저 보내고.
이런 감정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때만 해도 며칠씩 같이 보낸 터라 막상 작별인사 하고 나니 좀 싱숭생숭 아쉬웠네요.
그래서 강변 산책길을 좀 걸음.
사설에 밝힌대로 이건 그냥 허접, 특히 썸도 뭣도 아니여, 그렇고 그런 어설픈 에피소드 뭉텅이입니다.
지금 보니 다 아직은 어린;;? 남자들이었네요. 남자로서 아직은 어린 남자들. 그래서 뭔가 성이 안 찼나;;?
시간이 지나면 다 그렇게 미숙하고 왠지 순수하고 더 그렇게 밝게 보이려는지.
그게 바로 과거 지향 인간의 대책없는 추억의 이상화 아닐까요. 그나마 추억이라도 있길 망정인가;
왠지 이렇게 쓰니 세상 다 산 할머니 같네요; 이런 거 무지 싫어하는데 ㅆㅂ
아무튼 힐링이랑 명상 싫어하는 내가 티벳 불교, 인도 명상, ZEN 음악 들으면서 뽕 맞은 듯 힘겹게 쓸 정도로,
무언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추억의 되살림이든 잠시라도 기분전환이 절실해 나눠 쓴 허접 후기;;;
역시 정작 호주고 싱가폴이고 태국에 대한 실속있는 정보 따위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럼 이만~
첫댓글 관광이 아니라 진정한 여행을 한거죠. 낯선곳에서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여행의 추억은 더 깊어간다고 봐요. 그래서 당신의 글이 매력이 있구요 ㅎㅎ
감사합니다.
근데 이제는 누구 만나도 이메일 교환, 페북 추가도 안 해요 ;;
캐나다 CN타워 갔다. 엄청 겁났죠 ㅋㅋ 아래보니 장난이 아니였습니다, 밤의 오페라 하우스 너무 멋지네요 전 못갔어요. 저도 체질이 역마살 있어 돌아다닌것이 좋은데 ㅋㅋ 영어를 몰라 미국, 캐나다만 둘이서 여행했고 모두 줄서면서(ㅋㅋ) 다니는 여행만 했으니원 ....부럽다고만 하고 난 공부 할 생각은 안하고 (웃겨) .재미있고 즐겁게 보았습니다.
저도 살짜기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ㄷㄷㄷ
역마살은 풀어야 제격인데 안고 있으면 골병 들겠죠;; ㅜㅜ
호주의 시드니 하우스 야경사진이 정말 멋지네요
역시 저버리지않는 재치만점의 글들...잘 읽고 멋진사진 잘보았습니다
재치;;; 정말요? ㅡㅡ;;
오페라 하우스는 그냥 100 m 미인 같아요. 가까이서 보면 이런 @#$$%%66
호주 야경 너무 멋졌던 기억이나네요^^ 하버브릿지 걸었던 기억도^^ 너무 멋진 사진들이네요^^^^
진짜 제 눈에 안경인 거 같아요.
처음 마냥 즐겁고 희망에 부풀어서 시드니 갔을 때는 모든 게 아름다워 보였는데 우울할 때 두 번째 다시 가니 그냥 다 흐지부지 식상;;;
삭제된 댓글 입니다.
태국 맛사지 부럽네요.
팟타이보다는 노천 쌀국수 진짜 미쳐부림 ㅜㅜ
태국, 베트남 벗어나면 절대 그 맛이 안 나서 통째로 옮겨오고 싶음
일욜 아침,
호주여행 하고 나니 앓고 있는 방광염이 조금 나은 듯 ...
호주 정말 가 보고 싶은 나라인데, 완전 부럽사옵니다.
'북유럽의 음산한 분위기를 흠모하는 ..'제가 좀 그렇거던요. ㅎㅎ
님의 글을 읽다보니 제가 쓴 글을 읽는거 처럼 빠집니다요
섬세한감성,약간의 흥분도 적절히 하시공 ㅎ,
이번 여행얘기도 대리 만족하고 갑니다.감사요.
몸조리 잘 하시지 ㅜㅜ
저도 북유럽 분위기 좋아하는데 일단 추워서 뒤지겠,,, ㅡㅡ
사실은 물가가 더 문제니 그냥 무난하게 동유럽 정도로 하죠;;
흥분했나요? 아무래도 태국이랑 필리핀 매춘관광에 식상해서 그랬나 ㅎ
일단 참 재미있어요.
여행기 내지는, 소설을 쓰셔도 좋을듯 해요.
인간의 내면을 잘 표현 하실것 같아요.
역시 많이 보고, 느끼면, 명대사가 떠오르잖아요. 기대 됩니다.
넹. 결국 제 로망의 귀결은 픽션입니다.
여행을 테마로 한 단편이나 꽁트 아이디어는 항상 있는데 ㅋㅋ
이따위 훈남 타령 로맨스 말고 깊이와 촌철살인 재치를 원하다 보니 정작 개진은 쉽지 않아요 OTL
@r.s.v.p. 님.. 재기가 번득입니다.
그런데.. 다른 생각하지 마시고, 무조건
미친것처럼 진득하게 쓰시다 보면, 나도 모르게 좋은 소재, 신선한 글이 나올거에요.
이제 쓰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그냥 가볍게 쓴 글도, 물론, 남자에 대한, 관망도, 모두 무척 재미있고, 신선했습니다.
촌철살인의 웃음도 가득 보이더군요.. 화이팅입니다.
@스틸 번뜩이는... 재기...발랄이요?! 신선함...이요? ㄷㄷㄷ
너무 좋아서 덩실덩실 춤 추고 싶은 ㅎㅎㅎ
제가 제일 듣고 싶은 말입니다 ^^
그 무조건 철판 멘탈로 진득하게 쓴다는 자체가 엄청 어려운 거 같아요.
이게 평범과 비범의 차이인 듯. 내 안에 영감의 님프가 숨어있길 바래야죠, 뭐;;
아마 미적지근한 경험치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는 듯.
제가 작가도 아니지만서도 모든 일에 (특히 창의성에 있어서는) 유리 멘탈로는 이도 저도 안 되더군요 ㅜ
격려 감사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 그다지 자주, 여유롭게 여행하지 못 하는데;;
일생동안 다닌 거 모으고 모으다 영혼까지 모아보니 많아 보이는 것 뿐입니다 ㅜㅜ
재미보다는 깊이와 통찰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데 그러기엔 내공도 객관적 시각도 딸려서 슬퍼요;
호주 멋지네요
넹. 근데 호주는 도시보다는 아웃백.
사진이 잘나왔네여 잘보고 갑니다 .
네 ^^
님의 여행일기~~~
기다렸는데~~ㅎㅎ
감사합니다.
아까워서~~조금씩 봐야겟어요....ㅎㅎ^^*
감사해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 ^^
와~ 저도 같이 여행다녀온 느낌이네요, 잘 봤어요~ ^^
ㅎㅎ 감사합니다
아아아 글 정말 재미져요. 제가 얼마전에 김연수작가의 '소설가의 일'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글쓰기에 관한 글인데 사실 인생에 대한 얘기나 다름없어서 글쓰기에는 그닥 취미가 없는 저도 정말 재미나게 읽었는데요. 거기서 김연수 작가가 거품물고 강조하는게 미친듯이 써라! 였습니다. 좋은 문장 생각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 책 꼭 한번 읽어보세요^^
미친 듯이 써라... 쉬우면서도 제일 어려운 말이네요.
하긴 전업작가 그것도 소설가 분은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요. 진짜 힘들겠다... ㅜㅜ 왜 작가 중에 골초 주정뱅이가 많은지 알겠어요!
팁 감사합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같은 책 같은데 기대되네요 ㅎ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듯 합니다
늦게야 댓글 봤네요. 무슨 내용 썼는지 덕분에 기억도 안 나는; ㅋㅋ 과찬이십니다.
몇번씩 다녀와도 사진보니 또가고 싶어지네요^^
님도 역마살이 상당하시군요.
역시~~어디서많이본 글귀라 생각했는데.이렇게 필력이좋은, 멋진후기 남겨주신 님이 부럽습니다.
필력이 좋다니 ㄷㄷㄷㄷㄷ 감사합니다 ㅎ
오랜만에 멜번시티 야라강가를 사진에서 보니 반갑네요... 저 멜번에서 2년 있었거든요 갑자기 멜번 가고 싶은 충동이...
2년이나 계셨으면 와우... 워홀? 유학? 저는 멜번 저 남정네 확 잡아서 결혼해 버렸을 걸 이런 생각도 가~끔 ㅎㅎㅎ
멜번이랑 밴쿠버, 또 몇몇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 순위권 다투죠. 근데 정작 멜번에 태어나 20년 넘게 산 애들은 지겨워 죽을라고 함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