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이 씨가 되다 ]
땀을 뻘뻘 흘리며, 아궁이에
장작넣으랴, 주걱으로 가마솥의
조청 저으랴, 바쁜 와중에도
추실댁의 머릿속은 선반 위의
엿가락 셈으로 가득 찼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그저께 팔다 남은 깨엿
서른세가락을 분명
선반 위에 얹어 뒀건만,
엿기름 내러 한나절 집을
비운 사이 스물다섯 가락밖에
남지 않았으니 이건 분명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방에는 열한살 난 아들밖에 없고,
그 아들은 앉은뱅이라서
손을 뻗쳐 봐야 겨우 문고리 밖에
잡을 수 없는데, 어떻게
엿가락이 축날 수 있단 말인가!
추실댁은 박복했다.
시집이라고 와 보니 초가삼간에
산비탈 밭 몇마지기뿐인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다
신랑이란게 골골거리더니
추실댁 뱃속에
씨만 뿌리고, 이듬해 덜컥
이승을 하직하고 말았다.
장사를 치르고 이어서
유복자를 낳았다.
유복자 하나만 믿고 악착같이
살아가는데, 두해가 지나고
세해가 지나도 유복자는
일어설 줄을 몰랐다.
앉은뱅이 유복자 다리를
고치려고 팔도강산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다니며
온갖 약재를 다 써 봤지만,
괜한 밭뙈기만 날렸다.
할 수 없이 추실댁은 엿장수를
시작했다. 깨엿을 만들어
소쿠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이집 저집 다니며, 엽전도 받고
곡식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왔다.
유복자는 걷지는 못해도
여간 똑똑한 게 아니었다.
여섯살 때 업어다
서당에 보냈더니 어찌나
총기가 있는지
천자문을 두달만에 떼고,
사자소학을 석달만에 뗐다.
추실댁이 엿장수를 하느라
서당에 못데려다 주자 집에서
독학한 글공부가 일취월장,
사서를 파기 시작했다.
추실댁은 먹고사는 게 급해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엿가락 수가 축난 건 그저께뿐이
아니다. 올여름 들어서 축나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부쩍 잦아졌다.
“나, 장에 갔다 올 테니
집 잘 보고 있거라.”
범인을 잡기 위해 추실댁은
삽짝을 나가 골목에서
발길을 돌려 열어 놓은
장지문을 통해 몰래 부엌으로
들어가 문구멍으로
안방의 동태를 살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앉은뱅이
유복자가 주머니에서 실에 묶인
사슴벌레를 꺼내더니
벽에 붙이자 이놈이
단 냄새를 맡고 엉금엉금
기어올라 엿바구니에서
엿 한가락을 붙잡자 아들 녀석이
실을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가...
그때 추실댁이 ‘쾅’ 문을 열고
“우와 머리 좋은 우리 아들
정승 판서 될 재주구나!”
고함치니, 깜짝 놀란 아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자지러졌다.
그날의 충격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복자는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고, 몇년 후
장원급제 해 판서를 거쳐
정승의 반열에 올랐다.
만약 그때 추실댁이
“에라, 이 도둑놈아” 그랬더라면
똑똑한 머리로 사기꾼
도둑놈이 되어 결국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자식은 못 마땅해도
덕담으로 욕을 해야 한다.
동절기 따뜻한 격려의 말들로
우리들 가슴에 훈훈한
사랑의 꽃이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함 속에 승리하시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나이가 들면,
건강한 사람이
가장 부자요,
건강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요
건강한 사람이
가장 성공한 사람이며,
건강한 사람이
세상을 가장 잘 살아온 사람입니다.
-지인이 보내준 옛이야기 하나-
덕담모음/편집 유현종
https://www.youtube.com/watch?v=QVbRxYb-Pr4
날씨
요상타
펄펄 내리던 눈
어느새 그치고
햇빛난다
하늘이 잔뜩 흐렸다
간혹 눈발도 날리고
아침에 추워 활동하기 싫다
톡보내고 다시 이불속으로
추우니까 몸이 얼어붙는 느낌
이젠 곧잘 추위를 탄다
청국장 데워 아침 한술
따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좀 훈훈해지는 느낌
언제나 이 추위가 가실까
동물들에게도 따뜻한 물을 떠다 주었다
쪼끄만 영웅인 그래도 잘 견디는 것같다
따끈한 국물에 밥 한술 말아 주었더니 잘 먹는다
뻥이에게도 어제 먹다 남은 떡국을 데워 주었더니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녀석을 불임수술해버려야 닭장에서 해방될 건데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
지금도 떠돌이 수캐가 매일 한번씩 우리집을 다녀간다
덩치가 작아 솔이완 교미를 하지 않아 그건 다행
시골에서 암캐를 키우는 게 힘들다
예전엔 새끼를 낳으면 서로 가져다 기르려고 했는데 개를 함부로 도살하지 못하고 보신탕 먹는 사람이 줄어들다 보니 개를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집은 산밑이라 개가 있어야 든든하지만 암캐를 키우고 있어 새끼 밸까 그게 걱정
우선은 수캐가 오지 못하도록 잘 지키는 수밖에 없다
싸락눈 내리더니 눈이 굵어진다
오늘 눈 꽤나 내릴려나?
이장이 집사람에게 톡으로 이장회의 공문을 보내왔다
살펴보니 개 중성화 수술을 하는데 사업기간이 1월에서 12월 사이로 우리 군에 등록된 반려견 중에 110마리만 선착순으로 한단다
자가 부담은 약 4만원정도
어? 우리 뻥이는 반려견 등록이 안되었는데...
먼저 반려견 등록을 한 뒤에 신청해야할까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 싶어 면에 전화해 보니 담당자가 받질 않는다
소득세 감면을 받기위해 신청한 교무금 영수증을 출력해 놓았단다
집사람이 성당 사무실에 가서 찾아오라고
눈이 펑펑 내려 더 쌓이기 전에 갔다 오는게 좋겠다
차를 가지고 가려했더니 빙판길엔 내가 운전을 잘못할거라며 집사람이 운전대를 잡는다
이런 정도는 할 수 있을건데...
내가 운전하는 걸 못믿어하니 어쩔 수 없지
성당사무실에 가니 사무보는 마르티나 씨가 영수증을 내어 주면서 톡에서도 출력할 수 있을건데 찾으러 오셨냐고
작은애가 직장에서 출력할 수도 있으련만 해보질 않아 별 수 없다고
이번주 일요일 미사엔 독서 봉사를 해야한다며 좀 일찍 나오시란다
요즘 몇 번 미사에 빠졌었는데 이번 일요일엔 꼭 참석해야겠다
함박눈이라 금방 쌓인다
웬 눈이 이리 내릴까?
도로가 결빙되어 미끄럽다
집사람이 안전하게 운전하여 무사히
집에 오니 눈이 그치고 해가 난다
하필 눈 많이 내릴 때 나갔다 왔다
입이 궁굼
난 군것질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선 꽤 군것질을 한다
가만 있으면 뱃속이 허전하고 입이 근질거려 뭘 먹고 싶다
난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술 이외에는 먹지 않았는데 이런 습관도 변해가는 것같다
오꼬시와 곶감을 먹었다
맛이 괜찮아 먹을만하다
점심을 지었다
집사람은 군것질해 생각 없다지만 그래도 난 한술 먹는게 좋겠다
갓 지은 밥을 김 싸서 청국장과 같이 먹으니 맛있다
오늘은 바둑 모임
집사람은 눈오고 길 미끄러울 땐 집에서 쉬란다
유일한 취미가 바둑인데...
나가서 한판 두어보아야지
바둑 수가 거기서 거기라도 자꾸 두다 보면 뇌라도 녹슬지 않겠지
김회장이 일찍 나온다고
나야 할 일 없으니 빨리 나가 한수 하면 좋겠다
바둑휴게실에 가니 김회장이 나와 있다
내가 흑
포석을 잘 짜 백대마가 곤마
공방이 시작됐는데 실수 연발
한쪽만 잡으면 끝날 바둑을 욕심이 넘쳐 전체를 엮어 잡으려다 역으로 내 돌이 잡혀 투석
아직 바둑 수가 그 뿐인걸
다시 한판 두었는데 마찬가지
지난번에도 두판을 졌는데...
이럼 난 김회장에게 선으로 두어야할까보다
내 바둑이 이렇게 줄었을까?
씁쓸하지만 별 수 없지
재봉동생 전총무도 나왔다
모두들 막걸리 한잔 하자고
난 이런 시간이 즐겁다
새해 건강하자며 건배
마셨으니 팀바둑 한판만 하고 가잔다
난 재봉동생과 두었다
내가 이긴걸로 알고 끝내기에서 신경쓰지 않고 마무리해버렸는데
계가해보니 반집 패
어 이럴수 있나
재봉동생은 가볍게 이길 수 있다 여겼는데...
바둑이 갑자기 삐뚤빠뚤
전체를 살피는 힘이 부족한가 보다
용석동생이 바둑 휴게실을 들렀다
오랜만이라며 막걸리 한잔하자며 술과 안주를 사 왔다
한잔 마시며 재봉동생과 다시 한판
이 판도 마찬가지
끝내기에서 30여집을 헌납하여 또 반집패
내 바둑이 왜 이러나?
다시 한판더
이판은 중후반에 뛰어 들어온 돌을 잡으러 들다 오히려 내 돌이 잡혀 도중에 투석
오늘은 한판도 이기지 못하고 모두 져 버렸다
내가 이렇게 질 바둑이 아닌데...
왜 이러지
술마셔서 그러나?
갑자기 눈이 펄펄
참 날씨 요상타
눈 더 쌓이기 전에 얼른 집에 가자며 모두들 일어섰다
재봉동생 차 타고 집으로
술이 꽤 취한다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
눈이 그쳤다
어둠속 동네 어귀 가로등만 졸고 있다
님이여!
영하의 날씨
건강관리 잘하시면서
오늘도 많이 웃는 하루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