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지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신의 찬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 뿐이다
* 인생은 여행이다 *
인생은 여행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는 여행자다. 그런데 우리는 도대체 어디를 여행하는 것일까.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본이 있는 곳을 향하여 인생이라는 여행을 해온 것일까. 아니다 . 우리는 결국 사람의 마음속을 향하여 여행해온 것이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슬픔과 기쁨, 미움과 증오, 상처와 분노, 절망과 희망 등 수만 가지가 존재하고, 다행히 연민과 사랑도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돈을 찾아서 인생이라는 여행을 해온 것 같지만 실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그 사랑을 찾아서 인생이라는 여행을 해온 것이다.
그것도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이 아니라 궁극에는 단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찾아서 여행해온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찾아가는 여행은 쉽지 않다 참으로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그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한때 그 사랑을 찾아가는 일이 너무 고통스러워 이제 찾아가지 말자, 좀 편하게 살자 하고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었다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인간은 결국 사랑의 존재였다. 내가 사랑받고 싶은 존재한테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 나 또한 아무도 진실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었다.
아무리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험난한 오지奧地라 할지라도, 설산의 독수리에게 쪼아 먹힌 내 심장이 먼지가되어 흩날린다 할지라도,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찾아 인생이라는 여행을 끊임없이 떠나야 했다.
그러나 모든 여행은 출발한 곳으로 돌아감으로써 완성된다.인생이라는 여행도 마찬가지다.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래서 인생에는 두 가지 여행이 있다. 삶이라는 여행과 죽음이라는 여행이 그것이다. 삶이 시작되는순간 죽음이 시작되듯이,빛이 나를 비추면 반드시 그림자가 내 뒤를 따라오듯이, 삶이라는 여행이 끝나면 누구나 죽음이라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어디로 떠나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죽음이라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근년에 내 가족이나 친구들이 병고로 또는 사고사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죽음이라는 여행 또한 잘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죽음이라는 여행을 잘 떠날 수 있을까.
대부분 자연사自然死라는 숙명 방법에 따르지만 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와 태어날 일시를 스스로 선택하자 않았듯이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그것이 선택의 조건은 되지 않는다.
인간은 자기의 자유의지로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죽음 또한 자기 의지로 결정할 자격이 없다. 나는 먼저 삶이라는 여행을 잘해야 죽음이라는 여행 또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삶이라는 여행을 잘할 수 있을 것일까. 그것은 사람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돈과 권력, 명예와 명성, 학문과 진리, 정의와 자유, 신앙과 건강 등 사람마다 처해진 조건과 환경에 따라 삶을 가치는 다 다르다. 그 다른 가치 중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삶을 사느냐에 따라서 죽음이라는 여행은 각기 달라진다.
우리는 대부분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는 이유로 자본과 소유의 가치 즉 물질과 돈의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고 있는 한 돈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까지 돈의 가치만을 숭상하며 살아온 것일까, 돈만이 내 삶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에 가장 으뜸이라고 섬기며 살아온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는 않다, 돈도 소중하지만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 돈보다 더 상위에 있는 가치가 있다.
그것은 내 존재의 가치, 바로 사랑의 가치다. 나는 지금까지 사랑의 가치를 찾아 인생이라는 여행을 해온 것이다. 사랑이 존재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을 여행하온 것이다. 다만 그 여행의 시작과 끝이 같을 뿐이다. 처음 태어나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난 곳과 죽어서 돌아가는 곳은 같다. 그곳은 어디일까. 그곳은 내 마믐속 사랑이 있는 곳이다.
- 정 호 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
첫댓글 삶이라는 여행을 잘해야
죽음이라는 여행 또한 잘할 수 있다는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네요
정호승 님의 글 감사합니다
주일 평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