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주말은 다들 잘들 보내셨는지? :-)
밑에 내공이 대단하신 분께서 깊이있고 좀 가라앉은 포스팅을 하셔서 전 가벼운 기분전환용? 포스팅을 해 봅니다.
한국분들에게 은근 만만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나 코타키나발루 외에는 은근 평가절하돼 있는 거 같아서
제가 다녀온 말레카, 카메론 하이랜드, 페르헨티엔 (쁘렌띠안) 섬 사진을 올려봐요.
개인적으로 킹콩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보르네오에서 제대로 열대우림 트레킹을,
그리고 키나발루 산 1박 2일 등정과 타만네가라 국립공원에서 정글 트레킹을 하고 싶은데 정작 그 곳들은 못 가 봤네요.
막상 가더라도 머리속에 생각하는 지대로 된 밀림 트레킹은 가능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식의 관광 트레킹만 가능하대서,
그냥 편하게 여러 번에 걸쳐 말레카와 카메론 하이랜드 등을 다녀왔습니다.
말레이시아 화교 친구들에 의하면 페낭에 음식이 그렇게 맛있고,
망그로브 크루즈?를 즐길 수 있는 랑카위 섬을 추천하는데 말레이시아가 은근 면적이 넓어서 커버가 쉽지 않음;;
인도, 말레이, 중국 화교권이 두루두루 멜팅팟 되고 열대 특유의 여유와 활기가 느껴지는 곳, 말레이시아.
구 영국 식민지 + 화교들의 자본이 시너지 효과를 내서 싱가폴 등과 함께 동남아에서 선진국 입지를 공고히 한 나라.
지금은 코딱지만한 싱가폴에게 완전 밀리는 형국이지만 콸라룸푸르는 워낙 현대적이라 몇 년 사는 것도 괜찮겠더라고요.
실제로 한국 교민들도 많고.
예전에 인도네시아 화교 학살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화교-말레이계 사이에 갈등이 상당하고,
제 친구들을 봐도 그런 갈등을 피해서 호주 등으로 이민 간 화교들도 많은데-
거주인이 아니고 며칠 다녀가는 관광객/여행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다양한 먹을 거리, 즐길 거리가 있어서 그건 좋더군요 ㅡㅡ;
암튼 바쁘고 귀찮아서 그냥 정돈 안 된 말레이시아 사진들입니다.
KL
그 아름답고 기이한 대칭과 조화를 이루는 페트로나스 타워.
아스팔트가 녹을 것만 같은 콸라룸푸르의 한낮.
에어컨 없으면 사망일 듯;;
영국 식민지 카먼웰스 국가답게 스탠다드 차터드,HSBC 등 한국에서는 진즉에 퇴출된? 영국계 금융자본 등이 많았는데,
역시 말레이시아 GDP가 그렇다 보니 물가도 싼 대신 페이는 시망;;;
KL 타워.
다문화 국가, 말레이시아.
그나마 말레이시아는 터키, 인도네시아(맞나?)처럼 세속 이슬람 국가라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운 듯 하네요.
그런데도 말레이시아 국적이면 이스라엘에 입국이 안 된다고 기억해서 재미있었음.
말레이어라곤 '안녕', '고마워' 달랑 두 마디 알고 이슬람은 아무 것도 모르는 화교 친구가 목전에서 입국 거부당하니 겁나 불쌍.
콸라룸푸르의 노천 룹탑바.
싱가폴에서라면 비슷한 분위기에 몇 배의 가격을 내야 할 텐데;
사시사철 해가 내리쬐는 KL답게 옥상 수영장은 필수.
동남아에선 이게 제일 부럽더라고요. 웬만한 아파트들도 옥외 옥상 수영장이 필수로 있음.
말레카 (멜라카?)
남서부의 한때 엄청난 번영을 누리던 항구입니다.
일찌감치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이 항로를 개척하고 (역시 진취적이고 대단한 서양 강소국들)
자카르타, 보르네오, 말레이 열도, 타이완에 이르기까지 커피 등 온갖 무역을 주도 or 착취해 온 역사를 지켜 본 산 증인이라 할까.
지금은 그냥 고만고만한 중소도시 분위기인데 언덕 전망대에서 바라다보이는 말레카 해협이며,
여전히 남아있는 포르투갈 건축 양식이며 네덜란드(?) 범선 모형이며 말레이, 화교 문화등이 혼재된 흔적등이 너무 생생해서,
엄청 코스모폴리탄적이고 활기찬 분위기에요.
내가 너무 좋아하는 ㅜㅜ
밤이면 활기찬 야시장이 열리고 먹거리도 다양하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변 산책로를 따라 크루즈도 하고 산책을 할 수 있어서,
여기서라면 몇 달씩 잡고 소일하고 한량 생활 즐기며 책도 읽고 책도 쓰고 하고 싶다는 상상을 하게 하던- 말레카.
의외로 유명세에 비해 잘 안 찾는 곳 같아서 강력 추천합니다.
네덜란드, 포르투갈, 중국 등 거쳐간 곳들도 많다;
강력하게 한국이 구린 일본 식민지만은 피했어야 했다고 생각;
실감나는 그래피티도 다국적적이고;
오후 네 시쯤 지나서 어둠이 내릴 때까지 저 아담한 길고 긴 강변 산책로를 거니노라면,
눈물 날 정도로 행복한 느낌이 @0@
과거 건축물들을 살린 멋진 까페, 레스토랑들도 많아요.
무슬림 아가씨.
말레카 해협을 바라보며.
왠지 북유럽의 아기자기한 동화마을 같은 해변가 집들을 보는 것 같네요.
몇 세기 전에 그렇게 먼 곳에서 찾아온 네덜란드, 포르투갈 상인들이 이 곳을 근거지로 삼아 무역을 했다죠.
인종차별이니 제국주의 규탄하기 전에 인정할 건 인정하고 중세 이후로 서양이 동양을 앞지른 이유를 파악하는 게 생산적일 듯.
말레카는 건축물 공부하는 재미로만도 오래도록 있고 싶은 곳.
다 길게는 몇백년 된 역사적 건축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음.
야시장의 등.
오묘한 맛의 말레카 누들과 유명한 아이스크림.
해가 지니 그나마 사람들이 하나 둘 기어나와 활보를 시작.
동남아와 남미의 문제는 당최 한낮엔 더워서 뒤지겠다는 거.
카메론 하이랜드
영국 식민지의 유산이 뚜렷이 엿보이는 곳.
위에 언급했듯 본토랑은 달라도 너무 다른 말레이시아, 인도 등의 기후에 적응을 못 했던 영국 등 서양 주재인들이,
더위를 참지 못 하고 휴가철마다 피신했던 그나마 서늘한 중부 고원지대의 카메론 하이랜드.
이름부터 고원입니다. 인도의 다르질링 홍차로도 유명한 시킴 지역을 떠올리면 비슷하겠네요.
여기도 영국 주재원들이 더위를 피해 휴양도 하고 그 좋아하는 홍차도 재배하고 했던 곳이니까.
카메론 하이랜드에도 그래서 보성 녹차밭 비슷한 온통 녹색의 향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무슨 슈렉의 고향마을에 온 기분이더군요.
상업화된 타만네가라 국립공원 정글 트레킹에 대한 실망섞인 후기를 듣고 카메론 하이랜드에 대신 갔는데,
일정이 빠듯해서 트레킹은 안 하고 그냥 푸른 차 밭 구경이나 하고 빠이빠이~
왠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 나올 것 같은 유럽풍 별장들?
페르헨티엔 아일랜드 (쁘렌띠안 섬)
태국과 가까운 말레이시아 동북부에 위치한 쁘렌띠안 섬은 스쿠버 다이빙 라이센스를 취득하러 간 곳입니다.
요새 말레이시아 항공 관련 사고가 많은데 최소한 저 때는 에어아시아 국내선으로 콸라룸푸르에서 한 시간이면 가는 곳이라,
태국이나 필리핀의 유명한 섬들에 비교해 그나마 한산하고 다이빙 / 스노클링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 선택한 곳.
태국의 유명한 코팡안 등의 풀문 파티 이런 걸 싫어해서 그나마 유명세가 덜한 곳을 찾아갔는데
(루저 히피들에 스무살 서양애들이 술 퍼마시고 약 처하고 사고치고 이런 편견 아닌 편견이 있어서)
웬걸 서양인들 널려있고 여기서도 메인 해변 반대편의 작은 해변에선 밤마다 몽롱한 디스코 파티가 열림;
메인 해변에선 조용하게 다이빙 교재나 읽고 그나마 점잖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로맨틱한 노천 바베큐나 먹고 하다가,
좀 떨어진 다른 해변 가 보고 밤하늘 아래 테크노 뮤직에 비치타월 위에 뒤엉켜 있는 서양남녀들 무리에 살짜기 뜨악함;
하지만 그래도 유명세 쩔고 따라서 부작용도 쩌는 태국, 필리핀 등 해변에 비하면 아직도 오붓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사랑스런 섬.
이름부터 사랑스러움 ㅎㅎ
낮엔 더워 뒤지겠다고;;;
오픈워터 라이센스를 취득한 현지의 다이빙 스쿨.
저는 굳이 한국인 인스트럭터를 고집하기 싫어 말레이 화교, 캐나다인 다이버가 운영하는 곳에서 등록했는데,
다이빙 마스터로 어시스턴트 겸 트레이닝 점수 채우는 핀란드-스페인 커플 직원들도 너무 친절하고 훈남훈녀였고 ㅜㅜ
마침 콸라룸푸르에서 단체로 휴가 온 파릇파릇한 SC 은행 직원 화교 친구들과 팀이 짜져서 다이빙 레슨 후에도 잘도 놀았습니다.
해변에서 맨날 술파티하고 그 중 한 남자애와는 콸라룸푸르 돌아갔을 때 다시 만나 페트로나스 타워 광장에서 같이 놀고
손수 자기 차로 모셔서 ㅜㅜ 룹탑 바 구경도 시켜줌;
해질녘의 저 구름이 점점 한 마리 거대한 새가 되어가는 이미지를 계속 바라보노라니 새삼 경탄하게 되더군요;
데미안의 아프락사스가 연상되면서 몽환적인 기분도 들고;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 '태어나려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웬만해선 일상에서 그런 데 오롯이 집중해 보는 게 쉽지 않으니깐요.
난 외롭지 않아~ 흨후윽ㅇ뭏큐
외롭지 않다고~
근데 진짜 안 외로웠는데. 쁘렌띠안 간 목적이 다이빙 레슨 받으러 간 거라서 누구랑 시간 맞추기도 그렇고;
사실 말레카에서 같은 숙소에 묵던 젊은 필리핀 남자 관광객과 우연히 엮였는데
(테라스에서 실컷 망고 먹던 중 우연히 옆에 있던 그에게 먼저 망고를 권한 내 친절 탓이었죠 ;; ㅜㅜ)
얘가 싱가폴에서도 IT 엔지니어로 일하고 은근 필리핀 부호 출신에 상당히 지적이고 사려깊은 사람 같았는데
(말하는 거나 지 얘기로 보면 집도 잘 살고 교육도 잘 받은 남자 같았음)
나는 그저 예의상 망고 권한 거밖에 없는데 그 후로 자기 일정까지 다 바꾸면서 은근 나를 스토킹;;하는 눈치라 식겁해 있었음;
얼마나 여자 관심을 못 받아봤으면 그놈의 망고 한 쪼가리 친절에 감동까지 먹었...나는 아니고;
나는 아무런 여지도 안 주고 행실을 잘못한 것도 없고 전혀 내 스타일도 아니고 필리핀에서 돈 털린 이후로 이미지도 별로인 판에,
너무 노골적으로 따라오는 게 보여서 나중에는 좀 무서워지더라고요; ㅡㅡ;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말레카에서 처음 며칠은 마침 사진 찍어줄 사람도 생기고 은근 짐도 들어주고 그래서 고마웠는데,
며칠 있다가는 식겁해서 쁘렌띠안에서 친구 만난다고 핑계대고 카메론 하이랜드에서도 단 하루 묵고 띵겨놓고 후딱 도망옴 ㄷㄷㄷ
그래서 지긋지긋한 껌딱지를 겨우 떼어내 버리고 애초에 원했던 오붓한 고독과 여유를 만끽하는 게 감사했더랍니다.
정말 별 사람 다 있음.
위험한 남자는 아닌 것 같은데 혼자 망상벽이 있는 건지 오골오골거리는 장문의 이메일 몇 번 보내와서 소름이 끼쳤네요 ㅎ
상당히 지적이고 고급인 영어 레벨과 표현으로 내용은 지 혼자 온갖 로맨스 망상을 쓰고 있는데 당최 뭐지;;;
암튼 지금까지 살면서 본 특이한 남자 TOP 10에 들 정도로 독특하고 연구가 필요한 참 요상한 필리핀 인텔리였슴다.
솔직히 얘가 막 모델 뺨치는 내 로망의 금발벽안 북유럽 훈남이어도 마찬가지로 무서웠을 거 같애요
여러분들도 괜한 예의상 친절은 그냥 고이 접어두시는...그러나 옆에 앉아 있는 사람한테 망고 한 쪼가리 권하는 건 인지상정 아님?;
페르헨티엔의 선착장.
해가 지면 로맨틱한 노천 레스토랑 바베큐가 시작됨.
흐규흑윽하윽흑;
난 외롭지 않아~ 망할 촛불까지 켜 주네; ㅜㅜ
근데 진짜 외롭지 않았네요.
외롭지 않았어요.
이 때는 보라카이 해변과는 다르게 다이빙 때문에 간 거라서!
그리고 혼자라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훈남은 아니어도 참하고 친절한 파릇파릇 다이빙 팀 화교 친구와 콸라룸푸르에서 드라이브에 룹탑바에서 칵테일도 했으니깐;
무엇보다 우리 다이빙 팀을 맡은 섹시한 화교 강사한테 반해 부러서 ㅡㅡ (진심으로 반해버렸다는 ㅎㅎ)
다이빙 레슨 끝난 후에도 저녁 대접한답시고 저 해변 레스토랑에서 오붓하게 둘이 데이트 아닌 데이트도 즐겼네요. :-)
'바닷가에 살고 바다에서 일하고 바다를 즐기고 바다에서 죽을지도 모르는데,
바다를 그렇게 사랑해도 때로는 바다가 두렵지 않아요?
너무 넓고 깊고, 또 예측하기 어려우니까.'
뭔가 진지한 질문 해 본답시고 진심으로 궁금해 물어봤는데 대답은 생각 안 나도 정말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음.
다이빙 인스트럭터로서의 자질이나 실력도 우수하고;
(호주에서 체험 다이빙 했을 때 담당 백인 강사한테 엄청 구박당해서 트라우마가 있었음이요 ㅜㅜ;;;)
물론 강렬한 열대의 햇볕과 바닷바람에 단련된 탄탄한 살갗과 섹시한 근육;;;에 살짜기 홀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ㅎ
혹시 쁘렌띠안 섬에서 다이빙 레슨 받으신다면 사진에 저 곳 찾아가서 세바스찬을 찾으셔요. 지금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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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잠깐 머리 식힐 겸 과거의 여유작작한 해변으로 떠났던 사진여행도 이만;
말레이시아 관광청이 엄청 광고를 때리고 예산을 쏟아붓는 듯 하는데,
태국 등의 아성을 이기지 못 해서 그렇지 개인적으론 굉장히 볼 것 많고 다양하고 매력적인 곳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코타키나발루나 키나발루 마운틴 등산하고 싶어요.
빡세게 키나발루 산 등산하고 내려와서 키나발루 해변에서 마사지도 받고 칵테일도 마시고 해수욕으로 풀어주는 거;
아, 상상만 해도 아득해집니다 ㅜㅜ
첫댓글 쁘렌티엔 가보고 싶네요...
에어아시아로 가면 접근성도 나쁘지 않습니다.
근처에 르당 등 다이빙으로 유명한 섬들도 있어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말레이시아가 또렷하게 생각나는 랜드마크가 없어서 그렇지 너무 과소평가돼 있는 거 같아요.
여러 번 다녀온 저도 이렇게 두리뭉실하거든요. ㅡㅡ;
부러워요~자유여행이
패키지 한 번 가 봤는데 확실히 너무 답답했어요. 그런데 그만큼 저렴하고 색다른 맛이 있으니까!
난 그렇게 친절한 남자였으면 아마 홀랑 넘어갔을것임 ㅋㅋㅋ 해서 난 혼자 아무데도 갈수없음 나를 못믿어 ㅋㅋ. 와! 노을 쥑이네요 멋져요
아... 친절한 남자라 함은 저 중에 어느 사람...? ㅎㅎ
껌딱지 필리핀 인텔리는 설마 아니시겠죠 ㄷㄷㄷ
말레지아의 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 너무 좋던데요. 이슬람사원에서 바라보는 강건너 풍경은 아주 풍요롭고 환상적...
행정수도라 함은 캔버라, 오타와 같은?
말레이시아 자연이아름다운나라 멋짐니다 언제가가보고싶은곳 꿈을갖어봅니다
가깝고 물가도 저렴해서 주말에라도 쉽게 갈 수 있어요.
와~정말 멋지네요. 말레이지아는 몇년 전에 콸라룸프 공항에서 비행이 갈아타면서 시내 잠간 돌아다닌 것이 다인지라...이렇게 멋진 곳인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가보고싶은 곳이 오늘 하나 더 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
스탑오버도 아닌 몇 시간 트랜짓으로 돌아보긴 은근 규모도 크고 볼 게 쏠쏠한 곳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