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로봇 트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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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안으로 닫혀 있었다.
대문을 만지작거리며 길동은 한숨을 쉬었다. 시뻘겋게 녹이 슨 부분을 세심히 어루만지는 손바닥 끝에서 아쉬움이 묻어 났다. 서산 봉우리에 걸려있는 해는 남겨두었던 마지막 빛을 길동에게 집중적으로 보내었다. 길동은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는 지고 있어도 더운 날씨였다. 길동은 열리지 않는 문을 툭툭 치다가 더위와 노곤함에 지쳐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지금쯤이면 '강철 로봇 트래져'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을 테다. 언제나 그랬듯이 마을은 위기에 빠진다. 늘 새로운 괴물이 등장해 아이들을 위협하고 경찰과 지구 방위대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결국 지구 방위대 사령관이 '안 되겠어. 어서, 김박사님께 연락을……!' 이라고 말하면, 초등학교 교사이지만 사실은 천재 과학자인 김박사가 '이번에도 너의 도움이 필요하구나'고 외치며 붉은 색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학교가 두 조각으로 갈라지고 우리들의 친구이자, 30미터 짜리 강철 로봇인 무적의 용사, 트래져가 기지개를 펴며 창공으로 솟아오른다. '가자, 우리들의 친구, 꿈을 안고 창공을 가르며 무지개 저 너머 찬란한 내일을 향해, 강철 로봇 트래져와 함께라면 그대는 언제나 멋진 영웅!' 이라는 근사한 주제가와 함께.
길동은 굳건히 버티고 있는 대문을 다시 바라보며 세상을 다 살아버린 듯한 한숨을 연거푸 내뱉었다.
다시 시계를 보았다. 이제는 정말 끝나갈 시간이었다. 이 시점에서 트래져는 슈퍼 울트라 파워 레이저빔으로 적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길동은 손을 들어 초인종을 누를까말까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길동은 손을 거두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대문이 열려 있었다면 단짝인 태수의 방 창문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버젓이 초인종을 누르고 만화를 보기 위해 방문했노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태수의 부모에게 길동은 블랙리스트 0순위로 찍혀 있었다. 툭하면 집으로 찾아와 만화를 보며 아들의 시간을 빼앗는 '나쁜 친구'로.
"너 앞으로 다시는 여기 오지마! 너 때문에 우리 태수가 공부를 못하고 있어. 텔레비전을 보려거든 너네 집에서 너 혼자 보란 말야. 왜 만날 여기까지 와서 물귀신처럼 태수를 물고 늘어지느냔 말야. 앞으로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는 날엔 꿀밤 백대다!"
태수 아버지는 황소처럼 커다란 눈을 부라리며 길동에게 그렇게 최후 통첩을 날렸었다.
길동은 무거워진 어깨를 늘어뜨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해는 이제 완전히 지고 없었으나 열기는 아직 남아 있었다.
"너 어디 갔다와?"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다가오며 물었다. 벌건 고무장갑들 끼고 부엌칼을 손에 든 모습이 공격적으로 느껴져 길동은 말이 혀끝에서 말렸다.
"예…… 저…… 저기 가……갔다…… 왔어요……."
"뭔 소리야, 그게? 알아듣게 말 안 할래?"
그러면서 엄마는 부엌칼의 손잡이 부분을 휙 치켜들었다. 손잡이 부분은 나무지만 맞으면 꽤 아팠다. 한 번 맞아 보면 두 번은 절대 맞고 싶지 않을 정도로. 경험자로서 길동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 친구 집에 공책 빌리러 갔다 왔어요."
"공책을 빌려?"
"아니…… 그게 아니라…… 빌려주러. 그러니까 친구가 필기 안 한 것이 있다고 해서…… 제 공책 빌려 줬어요……."
흡족한 대답이 되었을까 기대하며 길동은 마음을 다잡았다. 엄마는 잠깐 정지된 동작으로 길동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길동이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찰나 '콱'하고 아랫입술을 질끈 깨무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엄마가 자신을 때리기 직전에 늘 하는 동작이었던 것이다.
"콱- 이게 또 등신 짓하고 다니고 있어. 공책을 왜 빌려줘 공책을! 빌려주고 얼마 받았어? 엉?"
"예…… 에……?"
의기소침해진 길동은 더 이상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미 길동은 관자놀이부분을 한 대 맞은 상태였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엄마의 기세에 눌려 한 마디만 더 하려 했다가는 눈물부터 먼저 쏟아질 것 같았다.
"왜 남 좋은 일만 시키고 다니느냔 말이다! 엄마가 항상 말했지? 전쟁터에 나간 군인이 자기 무기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서는 안 된다고. 자기 무기는 자기가 챙겨야지! 남들에게 총알 다 빌려주고, 남들 좋은 일만 다 시키고, 너는 빈총으로 싸울래? 이제 내일 모레면 중학교 갈 녀석이 어째 하는 짓이 그 모양이야? 6학년씩이나 된 녀석이 지 동생보다 못해서 되겠냐고?"
엄마의 호된 꾸지람은 좀체 끝날 줄을 몰랐다. 길동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아내며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고개를 번쩍 번쩍 들었다. 고개를 드니 거실 저 너머 동생과 함께 사용하는 방이 보였다. 열린 방문 틈새로 길동보다 두 살 아래인 길호가 비스킷을 버적버적 씹으며 꾸중듣는 형의 모습이 아주 재미있다는 듯 감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얄밉기 그지없었다. 강철 로봇 트래져에 등장하는 그 어떤 괴물보다도 더.
영원할 것만 같던 엄마의 꾸지람은 마침내 끝이 났고 길동은 극적인 타결로 간신히 석방되는 포로처럼 안도와 허탈감을 동시에 느끼며 안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엄마는 마무리라도 하듯 길동의 등짝을 후려쳤다.
"그렇게 힘없이 걷지 말라 그랬지? 남자가 계집애처럼 그게 뭐야? 늘 어깨에 힘주고 당당하게 걸어다니란 말야!"
꾹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간신히 견뎌냈다. 등뒤에서 서거덩 서거덩, 엄마의 깍두기 써는 소리를 들으며 길동은 조용히 안방 문을 닫았다.
방에 들어오니 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쪼르르 달려왔다.
"아까 울었지?"
빙긋이 웃으며 묻는 동생에게서 순간적으로 대전 격투게임의 상대선수 같은 적대감이 밀려왔다. 길동은 동생의 머리통을 후려치며 연속으로 13단 콤보 공격을 날리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안 울었어."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길동은 책상 앞에 앉았다.
"에이- 아까 보니까 눈물 뚝뚝 흘리고 있던데 뭘!"
"아니라니까!"
"봐, 지금도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하잖아."
"이 자식이 정말!"
길동의 주먹은 동생의 머리 바로 위까지 내려오다 멈추었다.
때렸다가는 큰일나겠지!
길동은 폭발할 것만 같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흘렸다. 엄마가 모 퀴즈프로그램에 나가 경품으로 받은 대형 김치냉장고보다, 아버지가 모 홈런타자로부터 어렵게 선물 받은 사인볼보다, 더 애지중지하는 집안의 보석 같은 막내였다. 조그만 흠집 하나라도 내는 날에는 그 날로 집이 발칵 뒤집어진다.
길동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할 길이 없어 베란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베란다 난간에 팔을 괴고 13층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늦여름이라 날은 꽤 빨리 어두워졌다. 어둑어둑한 거리에는 개미 같은 사람들이 꼬물꼬물 기어다니고 있었다.
'트래져에게도 이렇게 보이겠지?'
그는 뜬금없이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30미터 크기의 거대 로봇이라면 13층 높이와 눈 높이가 비슷하겠지. 그런 생각은 답답한 길동의 가슴을 근사하게 풀어주는 맛좋은 아이스크림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트래져가 무지 보고싶었다. 아홉 살 때 잃어버린 강아지만큼이나 그리웠다.
'지금쯤 그 강아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때 길동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저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마을 공원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로 옹기종기 붙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언뜻 패싸움이라도 하고 있는 듯 해 보였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무언가를 중심으로 서로서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 무리의 중심에 무언가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있어서 모여드는 것처럼. 그러나 시간이 조금씩 흐를수록 길동은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 아니라 중심의 무언가가 주위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자석이 주위의 철가루들을 끌어당기듯이.
마침내 공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 덩이의 진흙처럼 똘똘 뭉쳐버렸다. 그리고 단단히 엉켜버린 실을 풀지 못해 끙끙대는 것처럼 그들은 잠시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더니 이내 그러한 부산함도 잠잠해졌다. 하나의 시커먼 덩어리로 합체가 된 그것은 이제 천천히 방향을 틀어 어딘 가로 구물구물 기어가기 시작했다.
길동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르 떨었다.
'저게 뭐지?'
공원 옆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었고 그곳에는 저녁을 맞아 배드민턴과 조깅을 하는 주민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그 옆으로 이차선 도로에는 차량들이 한가로이 달리고 있었고 형형 색색의 네온들이 하나 둘씩 눈을 뜨는 거리는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러기에 공원의 그 기이한 풍경은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모든 것이 평화로운 저녁인데 어딘가 한 구석에서는 부조리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길동이 다시 공원을 보았을 때 그것은 막 비대한 몸을 이끌고 수풀이 우거진 쪽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제 공원은 빗자루로 싹 쓸어버리기라도 한 모양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길동은 덩치가 몸을 숨긴 수풀 쪽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순간 심장이 멎을 듯한 한기가 전해졌다. 수풀 쪽에서도 이쪽을 가만히 응시하는 눈이 있었던 것이다. 붉고 커다란 두 눈이었다.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다 봤지?'하는 협박의 눈초리였다.
"아빠가 오래."
문득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동생이 베란다 문을 조금 열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길동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수풀 쪽을 보았다. 붉은 눈 같은 것은 없었다.
길동은 가슴을 쓸어 내리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다음 주에 시험이지?"
아버지는 거실에 서서 얼음물을 한잔 마시며 지친 기색으로 넥타이를 풀고 있었다.
"예……."
길동은 힘없이 대답했다.
"지난번에 몇 등이었지?"
"……24등……."
"그래- 한 반에 인원이 몇 명이지?"
"36명요……."
"음- 36명중에 24등- 3분의 2- 66퍼센트 선이라- 그래, 어떻게 생각하니?"
아버지는 넥타이를 완전히 풀어서 엄마에게 건네주며 남아 있던 얼음물을 마저 들이켰다.
"참고로- 네 형은 중학교 때까지 1퍼센트 선 밖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어. 그래서 지금은 우리 나라에서 최고로 좋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거야."
실제로 길동의 형 길용은 이름만 들어도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올만한 명문고에서 유학 중이었다. 그 국내 유학생활이 끝나면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MIT, 버클리 등의 진짜 유학생활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 이번에는 몇 퍼센트 안에 들 생각이니?"
아버지는 집요하게 물었다.
길동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10퍼센트……."
"10퍼센트? 그럼 1, 2, 3등 중 하나구나?"
길동은 흠칫 놀랐다. 자신으로서는 너무나 생경한 등수였기에.
"그래- 네가 그렇게 마음먹었다면 아버지는 너를 믿고 기다려보겠다. 네가 네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아버지는 말을 하다 말고 열어놓은 안방 안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장롱이 있었고 장롱 위에는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강철 로봇 트래져'와 관련된 스크랩, 딱지, 만화책, 고무인형, 그 외 여러 가지 추억의 잡동사니 등으로 가득한 일종의 길동만의 보물상자였다.
"저 장난감 상자도 다시 돌려주마. 그리고 텔레비전 금지령도 제한적으로 풀어주마."
꽤 근사한 거래였다.
보물상자를 돌려 받고 텔레비전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강철 로봇 트래져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할 수 있겠니?"
아버지는 얼굴을 쑥 내밀며 길동과 눈을 맞추었다. 그 '할 수 있겠니?' 라는 물음이 길동에겐 '형처럼 될 수 있겠지?' 하는 확답의 요구 같았다.
형처럼 될 자신은 도저히 없었지만 길동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야지."
아버지는 나름의 확답을 얻어낸 것에 안도를 느끼며 양복 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 네가 갈 만한 중학교들을 알아 봐 두었다."
아버지가 건넨 것은 학교 소개가 되어 있는 팜플렛이었다. 교육열 높은 학부형들 사이에서 무림비서처럼 은밀하게 전해지는 꽤 유명한 사립 중학교들이었다.
"어느 곳에 갈 것인지 목표를 정하고 남은 2학기동안 열심히 매진하도록 해라."
길동은 팜플렛을 만지작거리며 '네' 하고 짧게 대답했다.
"그래- 그만 가 봐라."
길동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길호는 두 다리가 아예 없는 것 모양 팔랑거리며 다가왔다.
"아빠, 이거!"
"뭐야, 그게?"
"쪽지 시험지."
"이런- 또 100점 맞았구나! 하하하!"
"100점 맞은 사람 우리 반에 나 말고 아무도 없었어요."
"그랬구나- 하하하!"
동생과 아버지, 그리고 엄마가 연합해서 만들어내는 '하하 호호 히히' 그 유쾌해 죽겠다는 웃음들이 못마땅해 길동은 참담한 기분이 되어 방으로 돌아갔다.
텅 빈 방안에 누운 길동은 왠지 서글퍼져 천장에 형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자신에게 가장 잘 대해주었던 형이었다. 그런 형과 멀리 떨어져서 지낸다는 것은 퍽 슬픈 일이었다. 강철 로봇 트래져를 못 보는 것만큼이나.
길동은 형과의 4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거미는 외계인이야."
형은 그렇게 말했다.
"진짜?"
아홉 살의 길동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열 세 살의 형을 바라보았다. 미풍이 불어 눈썹 밑까지 길게 내려온 형의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움직였다. 오뚝한 콧날이 그날 따라 유난히 날카로워 보였고 우윳빛 피부도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
형이 긴 목을 올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목의 파란 핏줄이 도드라져 보였다.
길동도 따라서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여름의 초원 같은 풀색을 띠고 있었다.
"저 하늘 멀리, 우주 어딘 가에서, 아주 오래 전에 지구로 떨어진 거야."
"거미가?"
길동이 물었다.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 손에 SF 잡지 한 권을 쥐고 있었다. 헌 책방의 구석 같은 곳에 먼지로 도배되어 있었을 법한 싸구려 공상 잡지였다.
길동이 그 책으로 시선을 돌리자 형은 그것을 펼쳐 보였다.
"여기에 다 나와있어. 외계 어딘가 자신들의 별이 파괴되자 우주의 시간을 건너서 지구로 떨어진 것이라고."
그런 책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길동은 형의 말이라면 충분히 신뢰가 갔다.
"그럼 외계 괴물이네?"
"응- 그런 셈이지!"
"하지만 괴물이라면 강철 로봇 트래져가 물리칠 거야!"
"멍청이! 트래져는 굉장히 바쁘단 말야! 때때론- 우리끼리 해결할 수도 있어야 해!"
형은 말을 하며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길동도 따라서 주위를 살폈다. 도처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길동과 형은 깜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다람쥐와 작은 새 몇 마리가 나무를 타는 소리였다.
"형……."
"쉿!"
길동이 뭐라고 말하려는데 형이 가로막았다. 그는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붙이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아무래도 이 근처에 온 것 같아."
"뭐가?"
길동도 따라서 목소리를 죽였다.
"마왕 거미."
"마왕 거미?"
형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주위를 경계했다. 문득 근거리 나뭇가지에 둥그렇게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 한 마리가 보였다. 형은 대단한 위험과 마주하기라도 한 것처럼 조심스레 다가갔다. 길동도 따라했다.
"자- 보라고."
형이 손가락으로 거미를 가리켰다.
"척 보기에도 지구인 같지는 않지?"
"응!"
"다리가 여덟 개 달린 지구인 본 적 있어?"
"아니!"
"이 거미줄 쳐 놓은 꼴을 보라고. 이게 뭔지 아니?"
"거미줄이잖아."
"그건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우는 거지. 그건 속임수야. 사실은 아냐."
"그럼 뭐야?"
형은 대답대신 심각하게 미간을 찌푸리더니 길동의 손을 들어올려 거미줄에 가져갔다. 형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긴 했지만 길동은 어쩐지 꺼림칙했다. 길동의 손가락이 거미줄에 닿자 놀란 거미는 부리나케 나뭇가지 위로 도망쳤다.
"어때?"
형이 물었다.
"뭐가?"
"끈끈하지?"
"응. 꼭 본드 같아."
"되게 기분 나쁘지?"
"응. 기분 나빠."
형은 씨익 웃으며 동생의 머리카락을 쓱쓱 만져주었다. 길동은 그럴 때 기분이 좋았다.
"사실 저건- 끈끈이 안테나야."
"끈끈이? 끈끈이는 바퀴벌레나 개미 잡을 때 쓰는 거 아냐?"
"맞아. 우리 집 싱크대 밑에도 몇 개 두었잖아. 오다가다 벌레 같은 게 걸려들게 하려고."
"응. 지난번에 보니까 되게 큰 집게벌레도 있었어."
"맞아. 지난번에는 아버지가 모르고 그걸 밟아서 찐득찐득하게 붙이고 다녔잖아."
"응. 기억나."
길동은 그 때 허둥대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킥킥거리며 웃었다. 형도 같이 웃었다.
"바보."
갑자기 형이 냉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지금 웃을 때가 아니잖아."
형은 나름대로 그윽한 폼을 잡으며 길동을 보았다.
"우린 지금 역사적인 사명을 띠고 이 자리에 서 있는 거야."
길동은 형의 진지한 모습에 감화되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형은 잠깐 시계를 보았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길동아."
"응?"
"사실 지금 형에게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
"왜?"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그렇기 때문에 우린 지금 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만 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길동아!"
형은 길동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강하게 힘주어 말했다.
"왜?"
"넌- 홍길동이야."
길동은 특별히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조선 광해군 때 혀균이 쓴 소설 '홍길동전' 속에 자신과 동명인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길동이었다.
"홍길동은 영웅이야!"
형은 그렇게 말하며 길동의 어깨를 꽉 잡았다.
어깨가 좀 아팠지만 영웅이라는 말에 기분이 한껏 고취되었다. 초등학교 6년간 줄곧 일등만 했던 똑똑한 형이 한 말이니 아마 다 맞는 말일 테지, 라고 길동은 생각했다.
"길-동-아-!"
갑자기 M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길동은 고개를 돌려 방문을 보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엄마가 부르는 소리였다.
"길동아, 뭐하고 있어? 어서 나와서 저녁 먹어!"
길동은 네, 하고 대답하며 천장에 잔뜩 그려놓았던 형과의 추억을 거두어버렸다.
거실로 나가보니 꽃게탕 냄새가 진동을 했다. 길호는 아버지와 엄마 사이에 끼어 재롱둥이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밥이 그득한 숟가락을 허공에 들고는 시선은 텔레비전의 야구 중계 방송에 고정되어 있었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밥덩이가 꽃게탕 속으로 풍덩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텔레비전에서는 '홈런, 홈런입니다' 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열띤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 선수 연봉 또 오르겠는데요' 하는 아나운서의 말이 이어졌고 아버지는 자신의 연봉이 오르기라도 한 모양 환호를 질렀다. 길동은 꽃게탕에 숟가락을 담그려다 말고 흠칫 놀랐다. 꽃게의 빽빽한 다리가 움찔 하고 움직인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길동은 내일 있을 영어 쪽지시험에 대비해서 늦게까지 공부를 했다.
"자전거, 바이시클, 풍선, 벌룬, 독서, 리딩, 휴가, 할러데이."
열심히 영어 단어를 외우던 길동은 목을 주무르며 일어섰다. 동생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 잠들어 있었다. 대자로 뻗어서 자는 모습이 '자는 모습도 당당한 나'라고 과시하고 있는 듯했다.
벽시계를 보니 열 한 시였다. 방문을 조금 열고 거실을 보니 불꺼진 거실은 어두웠고 아버지와 엄마가 있는 안방도 컴컴했다.
길동은 살금살금 거실로 나와 텔레비전을 켜 보았다. 갑자기 왕왕왕왕 하는 큰 소리가 흘러나와 길동은 급히 볼륨을 낮추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어떤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자신의 아들인 듯한 남자에게 며느리감으로 데려온 여자가 가난뱅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성화를 내고 있었다.
길동은 혹시나 싶어 '강철 로봇 트래져'가 하는 채널로 리모콘을 돌렸다. 웃통을 벗어 젖힌 남자가 물살을 가르며 뛰어가다가 파도 속에서 무언가를 탁 집어 올리는 데 그것은 병 맥주였다. 그는 그것을 벌컥벌컥 들이킨 후 '난 XX맥주만 마셔!'라고 말하며 길동을 홱 돌아보았다. '잘 받아 적었겠지, 자 내가 어떤 맥주만 마신다고?' 라고 확인하는 듯한 남자의 정지된 시선이 길동은 마음에 들지 않아 채널을 돌리려 했다. 바로 그 때 브라운관이 지지직 소리를 내며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화면 속의 남자의 얼굴이 엿가락처럼 제멋대로 일그러지더니 기괴한 모습으로 길동을 응시했다. 무서워진 길동이 리모콘의 off 버튼을 눌렀지만 텔레비전은 먹통이 된 것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면이 바뀌면서 이대 팔 가르마를 한 점잖게 생긴 남자가 나타났다.
"속보를 알려 드립니다! 지금 현재 XX시 XX구 XX동에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길동은 섬뜩해졌다. 아나운서가 언급한 곳은 자신이 사는 마을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괴물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합니다. 또 괴물에게 공격을 당했으나 완전히 죽지 않은 사람은 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미치광이가 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괴물은 사람들을 흡수하기도 해서 이미 사라진 사람들의 수가 백 여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뭐…… 뭐야 이게……?!
길동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면 무슨 오락 프로그램에서 하는 쇼인가?
길동은 리모콘으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았다. 그러나 어디를 돌려도 똑같은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대 팔 가르마의 아나운서는 상기된 얼굴로 계속 얘기했다.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괴물이 XX동 XX아파트 근처를 배회중이라고 합니다. 특히 그곳에 사는 분들은 이 속보를 듣는 즉시 가까운 대피소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뭐야?
XX아파트라면 우리 아파트인데?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길동은 혹시나 싶어 베란다로 달려갔다. 그의 머릿속에 오후에 잠깐 보았던 풍경이 그려졌다. 마을 공원에서 한 덩이의 진흙 같은 물질로 합체되어 버린 사람들. 그것은 비대한 몸을 이끌고 수풀 쪽으로 사라졌다. 다음 먹이감을 노리며.
베란다에서 내려다 본 거리는 어둠에 묻혀 고요했다. 차량 없는 사거리 도로 위에는 신호등만이 소리 없이 깜박이고 있었다. 바람이 휘잉 소리를 내며 쓰레기 몇 개와 비닐 봉지 몇 개를 싣고 왔다.
엄청난 속보가 터져 나온 것 치고 세상은 너무나 조용했다. 마치 모두 잠들어 그러한 사실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이내 서쪽 부근에서 둥실둥실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길동은 호흡을 멈추었다.
그것은 딱 4층 건물 크기 만한 것이었다. 시커먼 덩어리 같은 형체였지만 차츰 그것은 거대한 황소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마침내 4층 크기의 황소는 사거리 도로 위를 태연스레 걷고 있었다. 징그럽고 무서운 모습이었다.
길동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손등을 세게 꼬집어보았다. 눈물이 핑 돌만큼 아팠다.
길동이 다시 그 괴물을 보았을 때 괴물도 정지된 동작으로 길동을 보고 있었다. 집채만한 얼굴이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커다랗고 붉은 두 눈으로.
자세히 보니 황소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얼굴이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피조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더 자세히 보니 황소처럼 네 발 달린 짐승의 모습이 아니라 그 아래로 촉수 같은 것이 빽빽이 달린 모습이었다.
길동이 조금 머뭇거리는 사이 괴물은 목을 길게 늘어뜨리며 얼굴을 길동에게로 쭉 뻗었다. 거대한 얼굴이 성큼 다가오는 모습에 전율을 느낀 길동은 뒷걸음질치다가 베란다 문턱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길동이 일어서서 다시 거리를 보았을 때 괴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상상이 들어 베란다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괴물은 비대한 몸을 굼실거리며 아파트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우왁!"
길동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비명을 토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동시에 밀려들어 길동의 뇌를 괴롭게 했지만 길동의 다리 근육은 기계처럼 움직이며 현관으로 달음박질 쳤다.
아…… 가족들을 깨워서 알려야 하는데…… 괴물이 아파트 벽면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고……!
그러나 길동은 어느새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복도를 뛰고 있었다.
텅텅텅텅 울리는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한 박자씩 늦게 귀에 전달되는 듯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말고 길동은 잠시 생각했다.
'만약에 괴물이 촉수를 움직여서 아파트와 연결된 전기시설 같은 것을 파괴해버린다면?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그 속에 갇혀버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길동은 차라리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텅텅텅텅!
역시 한 박자 늦게 전달되는 자신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비상계단의 어둠 저 아래로, 아래로 쉴새없이 달렸다.
1층까지 내려온 길동은 우선 경비실을 두드렸다.
그러나 경비는 벽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죽은 것이 분명했다.
밖으로 나온 길동은 머리를 들어올려 아파트 벽면을 쳐다보았다.
10층 높이쯤에 괴물이 척 들러붙어 움직이고 있었다. 좀 전 보다 더 징그러운 것은 시커먼 촉수가 엄청나게 뻗어 나와 아파트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찔한 현기증이 느껴졌다.
길동은 괴물이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기 전에 서둘러 아파트에서 멀리 달아났다.
모두가 증발해 버린 듯한 텅 빈 거리를 달리고 또 달렸다. 일종의 유령의 도시나 다름없었다.
'지금쯤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엄마는? 아빠는? 동생은? 아무 것도 모르고 쿨쿨 잠들어 있다가 괴물에게 먹히는 것은 아닐까?'
어쩐지 아파트 방향에서 울부짖는 비명 소리 비슷한 것이 바람을 타고 흐르는 듯해 끔찍했다. 알 수 없는 공포와 죄책감에 가슴이 묵직하게 아려왔다.
'어떡하지? 우선 경찰에 알리자.'
길동은 정처 없이 달리던 발걸음을 가까운 파출소로 옮겼다.
불꺼진 거리는 파출소가 있는 부근에만 희미한 파란빛이 감돌았다.
길동은 그 빛에서 표류선의 등대 같은 희망을 느끼며 한 걸음에 달려갔다.
"아저씨 큰일 났어요. 저희 집에 괴물이 들어왔어요."
길동은 파출소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없이 소리쳤다.
그러자 쉰 살쯤 되어 보이는 대머리 아저씨가 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아저씨는 길동을 보자마자 방망이를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야 이 놈아, 쪼그만 게 어디서 고래고래 아우성을 치고 난리야! 방망이로 한 대 맞고 싶어?"
길동은 아저씨가 휘두르는 방망이를 간신히 피하며 다급하게 호소했다.
"아저씨, 큰일 났어요. 저희 집에 괴물이 들어왔어요. 빨리 도와주시지 않으면 저희 식구들이 모두 죽을 지 몰라요."
"너 지금 뭔 소릴 하는 거야? 너 약간 미친 거 아냐?"
"예?"
길동은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툭툭 쳤다.
"그게 아니라, 텔레비전 뉴스에 나왔잖아요. 정체불명의 괴물이 우리 마을에 있다고요! 그 괴물이 지금 우리 아파트에 있다니까요! 빨리 경찰 아저씨들 출동시켜야 해요!"
"그게 뭔 소리야? 야 임마 얘길 할 때는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게 얘길 해야지. 이 자식 이거 순 간첩 같은 놈 아냐. 너 대체 누구야?"
"예? 아니 지금 이럴 시간이……."
"누구냐니까?"
아저씨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방망이로 바닥을 위협적으로 탁탁 치면서.
"저요? 전 홍길동인데요."
"홍길동?!"
아저씨는 잠시 조소를 머금다가 갑자기 격분해서 소리질렀다.
"이 쥐새끼 만한 자식이 어른을 놀려? 야 이 자식아, 네가 홍길동이면 난 일지매다!"
아저씨는 성난 돼지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게 아니라, 전 정말 홍길동이에요."
"그래? 시발, 홍길동이가 지금 시대에 왜 나 다니는 거야? 조선시대로 썩 돌아가! 썩 돌아가란 말야!"
아저씨는 방망이를 크게 휘두르며 다가왔다. 길동은 하는 수 없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길동은 숨을 헐떡이며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았다. 별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던 차에 119구조대, 소방서 건물이 길동의 눈에 들어왔다. 파출소 옆 소방서였던 것이다.
길동은 소방서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저씨- 아저씨-!"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불이 났어요! 불이! 불이야! 불!"
길동은 그렇게 소리쳐보았다.
그래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상심한 길동이 돌아서려 할 때 저쪽에서 문이 열리고 여든은 되어 보이는 꼬부랑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니 누고?"
할아버지가 가래 끓는 목소리로 물었다.
"예? 저…… 저는……."
"누구냐카이?"
노인은 퀭한 눈을 부릅떴다.
"저는…… 홍길동이라고 합니다."
"홍길똥이? 니가 홍길똥이란 말가?"
"예- 홍길동-."
"그란데?"
"예?"
"그란데, 어짜라고?"
"그…… 그게 아니라, 지금 저희 집에…… 괴물이 들어왔어요. 도와주세요!"
길동은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기물? 기물이 뭐라? 기신 말가?"
"예-에- 귀신같은 거예요. 그 귀신이 지금 저희 가족을 다 죽이려고 해요."
"그랴? 기 정말이가?"
"예 정말이에요."
노인은 잠시 길동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카믄 함 가보자."
"예?"
길동은 구부러진 허리를 툭툭 치며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콜록콜록 기침을 할 때마다 누런 가래침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보니 다리도 한 쪽을 절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가실 거예요?"
"와?"
"아니……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요……."
"인마가 문 소리 하노? 어데 쌈을 몸띵이로만 하나?"
"예?"
"대갈빼기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느냐 말다!"
할아버지는 몹시 역정을 내며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그것으로 한 대 칠 모양이었다. 길동이 두 손으로 방어태세를 취해보았지만 한 발 늦은 상황이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수박처럼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그아아악!"
숨가쁜 탄성을 지르며 길동은 정신을 차렸다.
탁상시계가 아침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책상에 엎드려서 밤을 꼬박 샌 것이었다.
책상 위에는 어지럽게 펼쳐놓은 책과 공책으로 가득했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땀이 차츰 식어가며 한기로 돌변했다. 길동은 어깨를 움츠리며 뻣뻣한 목 고개를 돌렸다. 별안간 오싹한 기운이 느껴졌다.
바로 등뒤에서 동생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뭐…… 뭐야! 너 지금 거기서 뭐 하는 거야?"
"뭐가?"
동생은 커다란 눈을 치켜 뜨고 차분히 되물었다.
"아…… 아무 것도 아냐! 저리로 가!"
길동은 한숨을 쉬며 동생을 밀쳐냈다. 동생은 떠밀려 가며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동생이 방에서 사라진 후 길동은 조금 전 오싹했던 기운을 상기했다.
뭔가 차갑고 이상한 것이 자신의 목덜미를 슬쩍 어루만졌던 것 같았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돌아본 등뒤에 동생이 버티고 있었다는 것은 길동을 적잖게 당혹시켰다.
뭐지, 이 이상한 기분은!
동생은……
동생은…… 분명 등뒤에서 나에게 어떤 것을 하려고 했다!
나에게 들켜서 녀석도 꽤 당황했겠지. 둥그렇게 치켜 뜬 그 눈에서 '제길, 실패다' 하는 아쉬움을 작위적으로 감추려함을 읽을 수 있었다.
도대체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길동은 방금 깨어난 꿈속으로 되돌아온 듯한 불길한 느낌에 치를 떨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방문 너머 거실 쪽에서 나지막한 소리들이 두런두런 들려왔다.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낮추고 얘기하는 목소리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누구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저렇게 속삭이는 걸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이 금방 되돌아와 길동의 가슴에 박혔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길동은 방문을 소리나지 않게 조금 열어 밖의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거실 한 가운데에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동생이 모여 무슨 작전 회의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길동은 정신을 집중해서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를 알아내고자 했다. 나지막하게 이런 말들이 툭툭 들려왔다.
"조금 전…… 하려는데…… 깨어났어요…… 그래서…… 실패했어요."
"눈치챘을까요…… 아무래도…… 해야겠어요……."
"그래…… 그렇게 하자고…… 우유에…… 타서…… 먹여…… 그리고…… 해버리자……."
그 때 동생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와 함께 아버지와 엄마도 일제히 고개를 돌려 길동을 노려보았다.
세 사람 모두 눈동자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비명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길동은 간신히 참았다.
길동은 방문을 닫고 방 한가운데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끔찍한 악몽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괴물에게 공격을 당했으나 완전히 죽지 않은 사람은 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미치광이가 된다고 합니다."
어젯밤 꿈속의 아나운서는 그렇게 주의사항을 일러주었었다.
그렇다면 아버지와 엄마, 동생은 모두 괴물에게 물려 괴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치광이들인가! 그들도 괴물처럼 붉은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괴물인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꿈속에서처럼 도망을 쳐야 하나? 도망을 친다면 어떻게? 베란다를 타고 내려가 볼까? 13층이라 그 방법은 무리다! 그럼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들고 정면으로 거실을 돌파해야 하나? 과연 혼자서 세 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길동은 어찌할 바를 몰라 끙끙대기만 했다.
"길동아-!"
거실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나와서 씻고 아침 먹고 학교 가야지."
그 목소리에는 사냥꾼이 짐승을 잡기 위해 쳐 놓은 덫 같은 교활함이 담겨 있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길동은 천천히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동생이 파수꾼처럼 졸졸 따라다니며 눈알을 번득였지만 길동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동생의 머리를 쓱쓱 어루만졌다.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엄마는 차분하게 우유를 우윳병에 따르고 있었다.
지금이다!
허를 찌르듯이 길동은 동생을 발로 밀치며 총알같이 현관으로 달려갔다. 동생은 팔꿈치를 탁자 모서리에 부딪히며 아파했다.
잠깐 방심했던 엄마는 허겁지겁 길동을 불러 세웠다.
"길동아- 너 왜 그래?"
길동은 현관문을 반쯤 연 채 엄마를 보았다. 엄마는 거실 한가운데에 서서 한 손에 우유가 든 병을 들고 있었다.
엄마는 상냥하게 웃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자- 아무리 바빠도 우유는 한 잔 마시고 가야지!"
길동은 말없이 엄마의 손에 든 우유만 쳐다보았다.
"자, 어서 들어와서 마셔. 엄마 말 들어야지 응?"
엄마는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미소를 지었다.
길동은 계속해서 우유만 응시했다.
우유.
길동의 망막은 우유가 작은 기포를 몇 번 만들어 냈음을 포착했다.
부글, 부글!
분명 우유에 무언가를 탄 것이다!
길동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엄마의 얼굴이 순식간에 무섭게 돌변했다.
"빨리 와서 못 먹어? 차가운 우유를 얼굴에 들이붓기 전에!"
길동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만 저었다.
분노한 엄마의 눈이 서서히 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이 못된 녀석! 엄마 말 안 들을 거야?"
엄마는 얼른 한 손에 부엌칼을 쥐었다.
"이걸로 맞고 싶어? 이번에는 자루가 아니라 날로 맞아볼래?"
"엄마가 아닌 거 다 알아요!"
길동은 이를 악 물고 소리쳤다.
엄마의 눈이 비정상적으로 커졌다.
"뭐라고? 이런 버르장머리없는 녀석을 봤나! 감히 엄마한테 엄마가 아니라니! 너 같이 못된 녀석은 칼로 갈기갈기 썰어서 깍두기를 만들어 버릴 테다!"
"깍두기는 무로 담그는 거예요."
길동은 울분을 토해내듯 고함을 지른 후 현관 밖으로 냅다 달렸다. 그 때 복도로 난 창이 활짝 열리며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66퍼센트 안에도 못 드는 새끼! 너 잡히는 날엔 아주 죽을 줄 알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들어와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 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떳떳하게 용서를 빌고 죄 값을 달게 받을 줄 알아야해! 그럼 이 아버지도 어느 정도 정상참작을 해 줄 수 있어!"
"거짓말 마세요. 지금 들어가면 이상한 독이 든 우유를 제게 먹이려고요? 아까 다 들었어요. 당신들 모두 괴물이라는 걸!"
길동은 격분해서 소리질렀다.
"뭐야? 이 얍삽한 새끼! 몰래 다 엿들었단 말야? 너 이제 완전히 죽을 줄 알아!"
아버지는 두 눈을 붉게 빛내며 창문을 타고 넘어오려 했다. 긴박해진 길동은 급히 몸을 움직여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마냥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길동은 비상 계단으로 달렸다.
비상 계단을 내려오다 몇 번이고 난간 위를 확인했다. 그러나 뒤따라오는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미치자 길동은 2층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계단 중턱의 창문을 열고 아래를 보았다. 아래는 풀숲이었다. 길동은 풀숲으로 뛰어내렸다. 발목을 살짝 삐었지만 견딜만했다. 자세를 숙이고 아파트 1층 현관을 관찰했다. 과연 아버지는 엘리베이터로 내려와 1층 계단 앞에서 버티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문득 수위실 쪽을 보니 수위는 벽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 있었다. 꿈속에서와 같은 모습이었다.
거리로 나온 길동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거리에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저 멀리 어딘 가에서 군중들이 내뱉는 듯한 함성소리 같은 것은 희미하게 들려왔다. 길동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비로소 전복된 차량들이 눈에 들어왔고 부서진 건물, 불타는 거리의 모습이 펼쳐졌다. 꼭 무슨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았다.
길동은 달리다 말고 TV 전파상에서 흘러나오는 긴급 뉴스를 주시했다.
"지금 XX시 XX구 XX동은 완전 비상사태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거리를 활보하며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거나 흡수하고 있습니다. 괴물에게 공격을 당했으나 완전히 죽지 않은 사람은 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미치광이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한 미치광이 폭도들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어 XX동은 전시와도 같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곳에 계시는 분들은 괴물들의 공격을 받기 전에 속히 이웃 마을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이 속보를 전해듣는 즉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그 때 저쪽에서 우- 우- 소리를 지르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길동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식구들이 모두 괴물이 되었어요!"
그러나 길동을 향해 달려오는 이들은 모두 두 눈이 피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 놈을 잡아라! 저 놈은 우리와 다른 놈이다!"
광포한 폭도들은 광우병에 걸린 황소처럼 돌진해왔다.
길동은 발이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서 피하지 않고 뭐해?"
누군가 길동의 손을 붙잡고 달렸다.
길동은 깜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그리고 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손을 잡고 뛰고 있는 이는 형이었다!
"형! 여긴 어떻게……!"
길동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잔말 말고 빨리 뛰기나 해!"
길동과 형은 탁 트인 광장과 4차선 도로를 지나 좁은 골목길로 도주했다. 골목 코너에서 흥분한 폭도 한 명이 갑자기 나타났다. 앞서가던 형이 달려가던 가속을 실어 펀치를 날렸다. 폭도의 머리가 흐물흐물한 젤리처럼 뚝 떨어져 나가 벽에 부딪히며 팍 퍼졌다. 목 없는 괴물은 마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허공에 손을 휘젓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골목 끝에서 허름한 건물 하나를 발견했다. 형제는 그곳으로 몸을 숨겼다.
건물은 정확히 무엇을 했던 건물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중소기업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기 저기 사무실이 있었고 책상과 서류가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다. 사원들은 증발된 듯 사라지고 없었다.
사장실이라고 푯말이 붙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장실은 꽤 넓은 편이었고 삼면에 거대한 유리창들이 들어차 있어 마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형은 각 창의 커튼을 내렸다. 실내는 금세 어두워졌다.
"형-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길동이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형은 커튼 사이로 창 밖의 상황을 감시하고 있었다.
"일이 터지고 만 거야!"
형은 돌아서며 동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 기억나?"
"뭐?"
형의 비장미 넘치는 눈빛에 길동은 의아해했다.
"푸른 상자!"
형은 그렇게 말하며 동생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푸른 상자……?"
길동은 혀끝에 마약이 닿기라도 한 것 모양 그 말을 몽롱하게 되뇌었다.
무언가 잃어버린 시간 속의 빛 바랜 조각 하나가 아쉬움의 손짓을 실처럼 뽑아내어 길동을 어느 오후의 풍경으로 안내했다.
햇살의 입자들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을 지그시 어루만졌고 머리 위에서는 각종 사철나무가 우수수 소리를 내고 있었다. 길동은 사철나무 잎사귀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빛의 아우성을 한참 바라보다 바로 옆에서 열심히 흙을 파고 있는 형을 보았다. 형은 눈썹 밑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윽고 어느 정도 땅이 파헤쳐지고 구덩이가 생기자 형은 등뒤의 물건을 그곳에다 정성껏 묻었다. 푸른 상자! 형은 고개를 들어 동생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길동은 고개를 끄덕이며 야윈 형의 얼굴을 관통할 듯이 응시했다. 정말로 형의 모습은 햇살에 조금씩 증발이라도 되는 것처럼 희미해져 가는 것 같았다. 빛이 형의 몸을 통과하고 형의 목소리는 점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그런 형의 모습에 길동은 불안하고 애가 탔다. 그 다음 날 형은 집을 떠났다. 형이 입학하게 될 사립 중학교가 있는 먼 곳으로. 그 근처에 사는 친척집에 머물기 위해 영영 떠나버린 것이다. 그 오후의 햇살을 머금은 푸른 상자는 아직 숲 속 그곳에 고이 묻혀 있건만 형은 이제 그곳에 없었다.
"길동아!"
부르는 소리에 길동은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홍길동!"
형이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폭탄이 터지는 듯한 엄청난 파열음이 건물을 뒤흔들었다.
콰콰쾅!
삼면을 감싸고 있던 창문이 일제히 부서지며 괴물에 감염된 폭도들이 들이닥쳤다. 아연실색하는 길동의 몸을 떠미는 무언가가 있었다. 형이었다. 형은 동생을 책상위로 올려놓은 후 천장을 가리켰다.
"자- 빨리 그곳으로 도망쳐!"
길동은 형이 가리킨 자신의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환기통이 있었다.
"형은?"
"꾸물댈 시간 없어, 임마! 어서 그곳으로 도망쳐! 그리고……."
형은 책상 아래에 놓여진 골프채를 꺼내들며 길동을 쳐다보았다.
"고지로 가!"
"고지?"
"묻혀 있는 푸른 상자를 꺼내란 말야!"
길동은 형의 눈을 보았다.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듯 해 보였지만 사실 슬퍼 보이는 눈이었다. 그 눈은 동생에게 무언가를 간절히 호소하는 눈이었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갈구하는 애잔한 눈이었다. 놓쳐버린, 놓아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 퇴색되어 버린 시간 속에 잃어버린 조각 하나에 대한 그리움.
형은 그 조각을 전해주기 위해 동생을 찾아왔던 것이다.
환기통 속에서 길동은 형을 내려다보았다.
이제서야 안 사실이었다. 형은 4년 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4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이 아닌 길동의 기억 속에 마지막 추억으로 남아있던 그 때의 그 6학년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과 같은 또래의 모습을 하고 있는 형.
눈썹 밑까지 내려온 긴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형이 아주 잠깐 미소를 지었다. 길동도 따라서 미소지었다.
"바보!"
형이 조금은 장난기를 담아 소리쳤다.
"지금 웃을 때가 아니잖아."
"형……!"
"넌- 홍길동이야."
형은 웃음을 거두며 나직이 속삭였다.
"홍길동은 영웅이야!"
폭도들은 기이한 모습으로 변형을 시도하며 열 세 살 꼬마의 모습을 한 형 주위로 거리를 좁혀왔다. 겨울 가지처럼 비썩 마른 형의 두 손이 자신의 키보다 더 커 보이는 골프채를 힘있게 쥐고 있었다. 길동은 그 모습이 너무 마음에 걸려 차마 발길을 뗄 수가 없었다. 폭도들은 무시무시한 붉은 눈을 번쩍이며 오징어처럼 몸을 비틀었다. 그들이 몸을 비틀자 몸에서 촉수 같은 것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어떤 이들은 팔 다리가 껌처럼 길게 쭉 늘어지기도 했다. 심지어는 머리까지 엿가락처럼 쭉쭉 늘어져 징그러움을 배가시켰다. 촉수들을 찰랑거리며 공격태세를 마친 폭도들이 일제히 형을 덮치려 했다.
형은 재빨리 고개를 들어 마지막 외침을 했다.
"빨리 가란 말야 이 자식아!"
말을 마친 형은 골프채를 휘두르며 폭도들을 상대했다. 질퍽, 질퍽 소리를 내며 폭도들의 몸이 젤리처럼 흐물흐물 절단 나고 갈라지고 파괴되었다. 그러나 폭도들의 수는 점점 더 증가했고 형은 환기통으로 오르려는 폭도들을 우선적으로 막아내느라 사력을 다했다.
길동은 몸을 틀어 좁은 환기통을 성큼성큼 기어갔다. 등뒤에서 우당탕거리며 싸우는 소리가 점차 희미해져갔다. 한참을 기어가던 길동은 문득 형이 걱정되어 뒤를 돌아보았다. 너무 멀리 와서인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상황이 종료되어서인지 싸우는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았다. 얼음장같은 정적이 길동의 발목을 오랫동안 붙잡아 맸다.
'어떻게 된 것일까? 설마 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되돌아가 확인해보고픈 욕망을 간신히 달래며 길동은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길동은 옥상으로 연결된 환기통 문을 열고 나왔다.
옥상에서 바라본 거리는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길동은 옥상 난간을 왔다갔다하며 어떻게 이곳에서 내려갈 것인지를 궁리하느라 심란해했다.
그 때 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니…… 저것들이 벌써!"
붉은 눈의 폭도들이 옥상으로 꾸역꾸역 밀려들며 야수 같은 함성을 질러댔다.
"그럼…… 형은 어떻게 된 거지?"
그러나 길동이 형에 대한 걱정을 할 겨를도 없이 폭도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것들은 이제 아무 형체도 아닌 형체를 하고 있었다. 제 멋대로 뚝뚝 떼어낸 밀가루 반죽처럼 엉망진창의 모습들이었다.
구석으로 몰린 길동은 문득 어떤 생각 하나가 미쳐 난간 아래를 살폈다. 그리고 회심의 미소를 흘렸다.
"그래- 영화나 만화를 봐도 주인공들은 이 상황에서 꼭 이렇게 탈출했어."
길동은 건물 외벽에 길게 붙어 이어져 있는 파이프 관을 보며 중얼거렸다.
파이프 관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하강 중이던 길동은 끈끈한 무언가가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파이프 관에서 손을 놓을 뻔했다.
"우와악! 뭐야?"
시선을 들어보니 괴물들이 건물 외벽에 척 들러붙어서 기어 내려오고 있었다.
길동은 2층 높이에서 그냥 뛰어내렸다.
다행이 밑에는 쓰레기 봉투들이 가득히 있어 쿠션 역할을 해 주었다.
"그래. 영화나 만화를 봐도 주인공들이 떨어지면 꼭 이렇게 쓰레기 더미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어."
길동은 허리를 툭툭 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괴물들이 더 몰려들기 전에 길동은 마을 뒷산으로 향하는 지름길로 달렸다.
하늘에는 점점 먹구름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눈을 떴다.
낯익은 천장 무늬가 보였다. 천장을 둘러싸고 있는 벽면, 가구배치 모든 것이 낯익었다.
길동은 눈을 몇 번 끔벅거리다 몸을 일으켰다. 그곳은 틀림없는 자신의 집 방안이었다.
어찌된 일이지? 방바닥에 누워서 잠들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모든 것이 다 꿈속의 일이었단 말인가? 거대한 괴물, 작은 괴물들, 폐허가 된 거리, 그리고…… 형! 형이 나를 구해줬었는데……. 4년 전의 모습을 하고 있던 꼬마 형. 사실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이미지들!
뒤통수가 얼얼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때 문이 열리고 길호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길호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형. 이제 일어났어?"
"어떻게 된 거야?"
길동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얇은 이불을 걷어내며 물었다.
"형 기억 안나?"
"무슨 기억?"
길호는 길동을 유심히 살피며 나직이 말했다.
"어제 밤샘하더니 오늘 아침에 쓰러져서 못 일어났잖아."
"뭐? 내가?"
"정말 기억 안나? 아침부터 내내 누워있었어."
길동은 멍한 얼굴로 동생을 바라보다 벽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두 시.
길동은 혼란스러운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정말로 모든 것이 다 악몽에 불과했단 말인가! 아니면…… 아니면…… 지금 이것이 꿈인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비현실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형, 우선 이것 좀 마셔."
길호는 쟁반에 올려져 있던 유리컵을 내밀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것을 길동은 받아 들었다.
"따뜻한 녹차야."
동생은 무언가 애절한 눈빛으로 형을 쳐다보았다.
길동은 유리컵을 얼굴에 가져간 후 유리컵 너머로 동생을 관찰했다. 동생은 형이 자신을 관찰하는지도 모르고 어서 형이 녹차를 마시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동생의 반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꿈치에 시퍼런 피멍이 들어 있었다.
"팔꿈치는 괜찮니?"
"뭐?"
길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팔꿈치에 난 상처를 보았다.
"아깐 미안했어. 그렇게 세게 밀칠 생각은 없었는데."
길동이 그렇게 말하자 길호는 아차 하는 얼굴로 길동을 쳐다보았다.
"형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길동은 그제야 모든 것을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길호에게 속삭였다.
"아까부터 형형 하는데, 너 이제껏 나를 한 번도 형이라고 부른 적 없었잖아?"
당황해하던 길호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도, 지금 이것이 꿈인 것도 아니었다. 꿈같은 현실은 계속되고 있었을 뿐이었다.
"엄마! 아빠! 다 들켰어! 이제 어떻게 해?"
길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붉은 눈으로 길동을 노려보았다.
"사실 너 같은 것은 형도 아니지. 만날 만화나 보고 공부도 못하는 주제에!"
"시끄러워! 이 시건방진 녀석아!"
길동은 손에든 유리컵을 길호의 머리위로 내리치며 부서뜨렸다. 괴물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도 면죄 받을 수 있다고 길동은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유리조각이 머리에 박힌 길호는 엄청 듣기 거북한 울음소리를 빽빽 질러댔다.
"시끄럽다니까!"
길동은 홧김에 다시 길호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힘껏 내리쳤다. 이번에는 길호의 머리가 흐물흐물한 몸통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몸통에 파묻힌 머리는 '어- 어- 어- 어'하는 더 듣기 거북한 소음을 냈다. 내친김에 길동은 길호의 몸을 번쩍 들어서 벽에 힘껏 집어던졌다. 길호의 몸은 벽에 부딪히자마자 파삭 소리를 내며 죽처럼 터졌다. 그 때 방문이 열리고 붉은 눈의 아버지가 들어왔다.
"이런- 팍 퍼졌군!"
아버지는 벽에 넓게 퍼진 붉으죽죽한 무늬를 보며 말했다.
"결국 네 놈이 공부 잘하고 어른 말씀 잘 듣는 착한 네 동생을 저 모양 저 꼴로 만들어 놓았군! 이 살인마 녀석!"
아버지는 손에 채찍을 들고 있었다.
"넌 아무래도 이 채찍으로 좀 맞아야겠어."
길동은 채찍을 보자마자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와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것은 채찍이 아니라 아버지의 오른 검지손가락이 채찍처럼 길게 늘어난 것이었다.
"너 같은 놈은 이 세상의 99.99퍼센트 안에도 들지 못할 놈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아버지는 손가락 채찍을 리듬감 있게 휘둘렀다. 길동은 얼떨결에 주저앉았고 채찍은 머리 위를 스치며 수납장을 부서뜨렸다.
"그렇게 발악해봐야 소용없어. 죄를 지었으면 이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고 죄 값을 달게 받아! 동생을 저렇게 감 홍시 터뜨리듯 터뜨려 놓았으면 남자답게 네 목도 잘라서 내놓을 줄 알아야지!"
"당신은 진짜 내 아버지가 아니잖아요!"
길동은 두려움 속에서도 절규하듯 소리 질렀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을 다 봤나- 아버지에게 당신이라니? 너 같은 이단아는 천상 모가지를 비틀어 죽여야겠구먼-."
아버지는 껄껄껄 웃으며 변이를 시도했다. 열 손가락 모두가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는가 싶더니 코와 귀, 혀 심지어 두 눈동자까지 늘어났다. 그는 온 몸에서 뻗어 나온 촉수들을 찰랑거리며 공격해왔다. 길동은 정신없이 휘둘러지는 수십 개의 촉수 공격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등과 옆구리, 팔뚝과 다리에 칼로 벤 듯한 상처들이 죽죽 그어졌다. 차츰 정신이 가물가물해져 갔다.
"완전히 죽이면 안 되잖아요?"
문이 열리고 붉은 눈의 엄마가 들어오며 말했다.
"흐흐흐- 그야 그렇지만-."
아버지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좋아-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솔직히 답해라! 그럼 특별히 팔 다리와 눈알만 뽑아내고 목숨은 살려주마!"
아버지는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는 모양 눈동자에서 붉은 빛마저 거두고 인자한 척 미소를 지었다. 길동은 그 가식적인 표정이 조금 전 자신을 사납게 공격할 때보다 더 역겹고 징그러워 참을 수 없었다.
"뭐지?"
아버지는 뜬금없이 그렇게 물었다.
길동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자 아버지의 표정이 조금 싸늘하게 굳었다.
"그게 뭐냔 말이다? 어서 말하지 못해!"
길동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 어깨의 상처만 어루만졌다.
아버지는 팔짱을 끼고선 목을 돌렸다.
"네가 그렇게 독하게 나올 줄 알았어. 그래 끝내 입을 다물겠다 그거지? 어디 누가이기나 한번 해보자! 여보- 그 약 가져와."
엄마는 부엌으로 가서 파란 약이 찬 주사기를 들고 왔다.
아버지는 주사 바늘을 길동에게로 향하며 자신만만한 웃음을 흘렸다.
"넌 어차피 우리에게 협조하게 되어 있어. 이 약을 맞게 되면 무엇이든 바른 말만 하게 되지!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야!"
길동은 기가 막혔다. 영화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그런 이상한 약을 나에게 주사하려 하고 있다. 아니 그보다 도대체 저들이 나에게서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뭐란 말인가?
혹시 저들이 원하는 게 그 상자?
"그래 바로 그거야! 그게 뭐지?"
아버지가 길동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듯 소리쳤다.
상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일까?
"어서 말해! 그게 뭐며 어디에 숨겨져 있지?"
아버지는 금방이라도 찌를 듯이 주사바늘을 길동의 눈앞까지 들이밀었다.
"말해! 도대체 그게 뭐냔 말야?"
다그치는 아버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길동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쩍이는 느낌이 있었다. 그것은 섬광처럼 빠르게, 그러나 달구어진 쇠붙이처럼 뜨겁게 길동의 감정을 자극했다.
'홍길동은 영웅이야!'
귓가에 형의 외침이 울렸다.
그리고…… 노파의 가래 끓는 목소리!
'어데 쌈을 몸띵이로만 하나? 대갈빼기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느냐 말다!'
머리?
생각?
길동은 몇 가지 기억들을 떠올렸다. 상자를 손에 넣기 위해 뒷산으로 향하던 중 모퉁이 끝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뒤통수에 묵직한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아버지와 엄마와 동생의 모습을 한 괴물들의 짓이었을 테다.
그리고 이들은 나에게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어떤 답을 구하고자 한다. 그것 때문에 뭔지 모를 불안함과 조급함에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 그게 뭐냐고 내게 묻지만 과연 그게 뭘까? 그게 무엇이든 저들을 어떤 식으로든 위협하는 물건일 테다.
그리고…… 노파!
지팡이를 짚고 있던 꼬부랑 할아버지!
그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그는 노쇠한 몸으로 나를 도우려 했다.
대갈빼기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느냐 말다!
머리?
생각?
갑자기 길동의 눈앞에 별이 반짝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버지가 파리채로 자신의 뺨을 때리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것은 파리채가 아니라 파리채 모양으로 변모된 그의 한 쪽 팔이었다.
"어서 말하지 못해! 죽고 싶어, 엉?!"
길동은 손을 들어 파리채 모양의 팔을 잡았다. 당황한 아버지가 주사기를 든 손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길동은 그 팔도 잡아 비틀었다.
"당신 따위…… 무섭지 않아!"
그렇게 외치며 길동은 아버지의 몸을 빙빙 돌린 후 천장을 향해 집어 던졌다. 아버지의 몸은 퍼석 소리를 내며 붉은 색 페인트처럼 천장에 넓게 퍼졌다.
"이, 이 녀석…… 감히 아버지를 죽이다니……!"
"진짜 아버지가 아냐!"
길동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붉은 눈의 엄마를 향해 소리쳤다.
"네가 내 진짜 엄마가 아니듯이!"
길동은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노란 색 섬광이 폭발하듯 발사되었다. 엄마의 몸은 순식간에 젤리처럼 흐물흐물 파괴되었다.
길동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자신의 손바닥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상상하라!
노인이 자신에게 하고자 했던 말은 바로 그것이었다!
길동은 베란다 문을 열었다. 어쩐지 13층 아래로 떨어져도 다치거나 죽을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허공을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믿음이 들었고, 그렇게 상상했고, 정말로 날아올랐다.
검은 구름은 장대비를 쏟아내고 있었다.
세상은 종말을 고하듯 지상의 모든 것을 어둡고 음습하게 짓눌렀다.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온 길동은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몇 바퀴 돌며 근사하게 착륙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앞에 산봉우리들이 안개에 반쯤 가려 신비로운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길동은 서둘러 그 장소로 향했다. 4년 전, 형이 푸른 상자를 묻어 두었던 그곳으로.
그곳은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잘 봐둬! 저 옻나무와 저 아카시아 나무 중간 지점, 이 큰 바위 밑이야!"
초등학생 6학년의 길용은 어린 길동에게 그렇게 일러주며 상자를 묻은 구덩이 위로 금방 파내어 적갈색을 띠는 부드러운 흙을 덮었다. 그리고 그 위를 손으로 꼭꼭 누른 후 다시 발로 꼭꼭 눌렀다. 길동도 형을 따라 발로 꼭꼭 눌렀다.
"길동아."
형은 흙을 밟으며 조금 슬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너 말야……."
"뭔데?"
"……항상 1등만 해야 한다는 게…… 장남이라는 게…… 기대를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게…… 그런 게……."
형은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게, 사실은 얼마나…… 아니다! 관두자!"
"무슨 소리야 그게?"
길동은 머리만 긁적였다. 형은 그런 길동의 머리카락을 쓱쓱 만지며 밝게 웃었다.
"됐어! 그보다, 이 장소를 잘 기억해둬! 이제부터 이 장소를 '고지'라 부를 거야. 우리 둘 만의 암호야!"
"고지? 그게 뭔데?"
"그런 게 있어. 중요한 지점이라는 뜻이야."
"아까, 상자 속에 뭐가 들어 있었어?"
"말했잖아, 선물이라고."
형은 길동을 지그시 바라보며 좀더 과장된 투로 바꾸어 말했다.
"형의 마지막 여름이 너에게 주는 선물! 아니, 보물이야!"
형의 마지막 여름이 나에게 주는 보물!
길동은 그 보물이 묻혀있는 흙을 4년이 지난 지금 파헤치고 있었다. 빗줄기는 퉁퉁 불은 라면 면발보다 굵어졌다. 온 몸을 흠뻑 적시는 비의 맹공에도 아랑곳 않고 길동은 열심히 흙을 팠다. 마침내 비닐 봉투에 봉해져 있는 푸른 상자가 나타났다. 봉투를 뜯어내고 상자를 매만져보았다.
형의 마지막 여름이 나에게 주는 보물이란 과연 무엇일까!
길동은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그의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이내 만면에 금빛 미소가 번졌다.
정말로 그것은 보물이었다!
길동이 보물을 손에 막 넣었을 때 지축을 흔드는 기척이 전해졌다. 저 멀리 뒷산 봉우리 너머에서 시커멓고 거대한 얼굴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얼굴만 쳐도 뒷산 봉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컸다.
"저…… 괴물…… 엄청나게 커져버렸구나!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흡수해버렸기에……."
길동은 뒷걸음질을 치며 괴물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흡사 두 개의 붉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괴물은 산봉우리를 손으로 짚으며 계속해서 솟아올랐다.
괴물이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을 때 길동은 거의 수직으로 하늘을 응시해야 했다. 그것은 마치 하늘로 통하는 크고 검은 탑이 끝없이 뻗어 있는 모양이었다. 길동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괴물의 몸에서 수천 수만 개의 촉수들이 나와 하늘과 세상의 반을 검게 뒤덮였다. 길동의 눈에 괴물이 펼치는 촉수들이 무언가와 닮아 있었다.
"거미다리는 왜 저렇게 많아?"
아홉 살의 길동은 열 세 살의 형에게 물었다.
"먹이를 쉽게 덮치기 위해서야."
"그럼 지네는?"
"그런 하등 동물하고 틀리지. 자 저걸 보라고. 저 길고 유연한 다리들을. 저건 다리가 아니라 사실은 촉수인 거야!"
"촉수?"
"저건 틀림없는 외계인이야! 지구를 멸망시키러 온 괴물이지!"
열 세 살 형은 나무작대기를 들어올려 나뭇가지 사이를 기어가고 있는 왕거미를 때렸다. 정확히 가격했는지 알 순 없었으나 거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형은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거미줄을 작대기로 돌돌 말아서 완전히 파괴시켰다.
"이 끈끈이 안테나가 사실은 이 괴물들의 중요한 무기 중 하나야!"
"왜?"
"그걸 낚아채 가버리거든."
"그거?"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그것을 끈끈이처럼 낚아채서 가져가 버려!"
형은 작대기를 멀리 던진 후 길동의 머리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갔다.
"길동아-."
형은 길동의 머리를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사람의 머릿속- 이 속에는 사실 또 하나의 세계가 있어. 그 세계 속에는 또 하나의 네가 살고 있어."
그는 다시 손가락을 들어올려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그 또 하나의 나는 또 하나의 세계 속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하면서 살아가! 그 속에서는 소망하는 모든 게 다 이루어져! 세상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천하무적이 될 수도 있어."
"대단해!"
아홉 살의 길동이 감탄하자 형은 씩 웃었다.
"괴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거야! 우리들 머릿속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세계!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나!"
길동은 시를 읊듯이 근사한 말들을 쏟아내는 형이 너무 멋져 보였다.
"이야- 그런 말들은 모두 그 책에 다 나와 있는 거야?"
길동이 형의 손에 든 SF 잡지책을 보며 묻자 형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내 머릿속에 있는 또 하나의 세계, 그 속에 사는 또 하나의 내가 알려줬어."
"정말? 우와 신기해!"
"신기해 할 것 없어! 네 머릿속에도 있어! 원하는 것은 뭐든지 이룰 수 있는!"
형은 길동의 머리에 손을 얹어 놓았다.
"길동아! 넌 절대로 빼앗기지 마! 저 끈끈이 안테나에 걸려들지 말라고! 알겠지?"
형이 신중하게 물었지만 형의 말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길동은 그저 근성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 반응에도 형은 확신을 얻어낸 듯한 신뢰의 웃음을 보였다.
"그걸 빼앗기면 우린 지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형은 동생의 손을 잡고 숲 속 어딘가를 달렸다.
"형 어디가?"
"무슨 소리야? 이제부터 마왕 거미를 잡으러 가야지!"
"마왕 거미?"
"응! 괴물들의 두목이야! 그 놈을 물리쳐야만 세상이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정말?"
"그럼! 경찰도 군인들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지구 방위대도?"
"그네들도 감당 못해! 오직 우리 둘이서만 할 수 있는 일이야!"
태양은 작렬하듯 소년들의 머리를 비추었고 소년들은 시커멓게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더 깊숙이 달렸다. 마침내 햇빛마저 들지 않는 그늘진 어둠 깊은 곳, 그곳에 거대한 왕거미가 나타났다. 정말 큰놈이었다. 소년들의 주먹 네 개를 모두 합친 것보다 커 보였다. 굵고 긴 다리에는 털이 숭숭 나있었고 검은 몸통에는 시뻘건 점이 두 개 찍혀 있었다. 그 거대한 괴물은 오래된 소나무 둥치에 파인 큰 홈에 밧줄같이 질겨 보이는 거미줄을 두르고 진을 치고 있었다. 괴물은 마치 소년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모양 허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저 놈이야! 마왕거미!"
형은 돌멩이를 힘차게 던지며 외쳤다.
"죽여!"
형의 외침이 길동의 머릿속에서 긴 울림으로 되살아났다.
열 세 살의 길동은 눈에 힘을 주고 하늘을 응시했다.
휘몰아치는 폭우 속에 거대한 문어 같은 모습으로 변형한 괴물이 보였다. 뱀처럼 꿈틀대는 촉수들이 비처럼 쏟아지며 길동에게로 돌진해왔다.
길동은 침착하게 오른 손을 들어올렸다.
"넌- 나를 이길 수 없어!"
성난 괴물은 붉은 눈을 번쩍이며 발광을 했다.
"왜냐하면-."
길동은 손끝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난 강철 로봇 트래져니까!"
그와 함께 길동의 손끝에서 엄청난 기가 모아졌다.
다급해진 괴물이 촉수를 더 빠르게 움직였다. 이제 촉수들은 길동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길동이 울분을 토해내듯 있는 힘껏 소리쳤다.
"슈퍼 울트라 파워 레이저빔!"
어둠의 세상이 갑자기 환해졌다. 길동의 손끝에서 모아진 거대한 기의 기운이 빛의 기둥이 되어 발사되었다.
"됐어 끝났어!"
열 세 살의 길용은 동생의 손을 잡고 수풀을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숨을 몰아쉬며 땀을 닦아냈다.
"형, 마왕 거미를 처지 했으니 이제 세상은 평화로워진 거야?"
아홉 살의 길동이 형에게 물었다.
"응! 마왕 거미를 무찔렀으니 이제 세상의 모든 거미들은 보통 거미로 돌아가 있을 거야. 하지만……."
"하지만 뭐?"
"괴물은 또 나타날 거야. 지금은 힘이 없지만 다시 힘을 모으고 세력을 모아서 거대해지면 다시 공격을 해 올 거야."
"뭐? 그럼 어떡해?"
"걱정하지마!"
형은 불안해하는 길동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큰 바위가 있는 곳에서 멈추어 섰다.
"여기에 선물을 묻어 둘 거야."
"선물?"
"응- 만약 괴물이 다시 나타나면 이곳으로 와서 내가 묻어둔 선물을 꺼내."
형은 아까부터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서 지프를 열었다. 길동은 고개를 숙이고 가방 속을 훔쳐보았다. 두꺼운 수학 책과 영어 책이 보였다. 유명 사립 중학교의 팜플렛도 몇 장 보였다. 그 사이에서 비닐 봉투로 감싼 푸른 상자를 형은 끄집어냈다.
"뭐야 그게?"
길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상상해봐!"
형은 짧게 대답하며 웃었다.
괴물이 사라진 거리는 점차 밝아졌다. 빗방울도 걷히고 먹구름도 물러갔다. 희미한 무지개가 하늘에서부터 반원을 그리며 지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무지개의 끝자락에 형이 서 있었다.
"형!"
열 세 살의 길동은 열 세 살의 형을 불렀다.
"형, 무사했구나? 괴물은 내가 무찔렀어."
"그래- 길동아- 넌 영웅이야-."
형은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입술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형은 수증기처럼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형-!"
길동이 형에게로 달려갔으나 달려간 거리만큼 형은 멀어졌다.
"길동아-."
형이 더욱 희미해지며 말했다.
"네 안에 또 네가 있다는 것을 잊지마! 네가 아무리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네 안의 너는 언제까지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줘! 네 안의 네가 나이를 먹고 병든 할아버지의 모습이 되게 해서는 안돼! 언제까지 슈퍼 울트라 파워 레이저빔을 쏠 수 있는 지금의 모습으로 간직해주길 바래! 그게 내가 너에게 해주고픈 마지막 말이야!"
"마지막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길동은 희미하게 사라지는 형의 모습을 안타까이 지켜보며 소리쳤다.
이제 형은 완전히 증발되어 없어졌다.
"형-!"
길동은 길게 절규했다.
마치 형이 죽어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모양 서글프게.
"어- 길동이 아냐?"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낯익은 얼굴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여기서 뭐하냐? 왜 남의 집 앞에서 잠을 자고 그러냐?"
어쩐지 퉁명스러운 목소리였다. 길동은 뻣뻣한 뒷목을 주무르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대문 앞.
그는 태수 집 대문 앞에 주저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잠들었던 것이다.
"야- 너 또 '강철 로봇 트래져' 보러 왔지?"
태수가 조금 한심하다는 투로 물었다.
"어- 그게……."
길동은 눈을 비비며 비실비실 일어났다.
"그런데, 태수 넌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어디 긴- 학원이지-."
"학원? 너 학원 안 다녔잖아?"
"이제부터 다니라는데 어떡해-."
태수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며 길동을 쳐다보았다.
"야- 너 그만 돌아가라! 우리 엄마한테 들키면 너 되게 혼날지 몰라!"
"어- 그래…… 가야지……. 그런데 말야…… 나 금방 꿈을 꿨는데 정말 이상한……."
길동의 주절거림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대문이 소리내며 닫혔다. 성가시니 돌아가! 닫힌 대문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던 길동은 갑자기 형이 무척 보고 싶었다.
왠지 모를 벅찬 마음에 가까운 공중전화 부스로 달려가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길게 이어지는 신호음에 길동은 숨이 다 막혔다.
"여보세요."
형의 목소리였다.
"형, 나야!"
"누구야, 너?"
의외로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나라니까……"
"나가 누구야?"
"길동이……."
길동의 목소리에는 점점 들뜬 감정이 가시고 있었다.
"어- 그래. 길동이- 왜 전화했어?"
왜 전화했냐고 묻는데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너무 건조한 반응에 길동은 서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숨 넘어갈 듯 반가워 할 줄 알았건만.
"야- 특별히 할 말 없으면 전화 끊자! 지금 내가 되게 바쁘거든."
"저기- 형……!"
형이 전화를 끊으려하자 길동이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집에 무슨 일 생겼어?"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그럼 뭐야 임마! 바빠 죽겠는데 자꾸 왜 그래? 지금 스터디 중이니까 할말 있으면 빨리 해 임마, 쯧!"
형은 분명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굉장히 오랜만에 전화하는 건데 이렇게 신경질을 낼 것까지야…… 길동은 풀이 죽어 목구멍이 묵직하게 아려오는 기분이었다.
"아니 그냥 궁금한 게 있어서……."
"글쎄 뭐냐니까?"
"저번에…… 그러니까 형이 초등학교 6학년이고 내가 2학년일 때…… 왜 산 속에서 거대한 마왕 거미를 죽이고, 땅속에 상자를 묻은 적이 있잖아…… 그 때 형이 나더러 푸른 상자 속에 보물이 들어 있으니 이 세계가 위기에 빠졌을 때 열어보라고 했잖아…… 그 상자 속에 뭐가 들었나 궁금해서……."
길동이 쭈뼛쭈뼛 말을 하는 사이 수화기 너머로 형이 스터디 클럽 친구들과 영어로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공부하는 소리가 들렸다.
"형, 내 말 듣고 있어?"
"뭐? 그래- 그래- 알겠어. 길동아. 지금 형이 되게 바쁘거든. 다음에 다시 전화하자!"
"형- 그 상자 기억은 나는 거야?"
통화가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대답이 없었다.
"형이 그랬잖아. 우리 머릿속에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고. 그리고 그 속에는 또 하나의 자신이 살고 있다고. 그런 말했던 거 기억 나?"
역시 대답이 없었다.
"기억나냐고?"
길동은 무언가 억울해서 대답 없는 수화기 너머로 울부짖듯이 소리쳤다.
잠시 후 뚜- 하는 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어졌다. 길동은 힘없이 공중전화 부스를 나왔다. 바람에 심하게 불고 있었다.
길동아- 넌 영웅이야-!
바람결에 유령 같은 형의 환청이 들리는 것도 같았다. 길동은 꿈속의 기억을 더듬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지개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길동은 서러움에 복받쳐 강철 로봇 트래져의 주제가를 혀끝으로 중얼거렸다.
"가자, 우리들의 친구, 꿈을 안고 창공을 가르며 무지개 저 너머 찬란한 내일을 향해, 강철 로봇 트래져와 함께라면 그대는 언제나 멋진 영웅!"
희망찬 가사들이 여름날의 꿈처럼 허망하게 와 닿는 듯해 한없이 우울했다.
태양은 서산으로 지고 있었고 동쪽 하늘에는 시커먼 먹구름 때가 하늘을 조금씩 점령하고 있었다. 스산한 저녁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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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입니다.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공상 호러 소설' 정도... 삼 회 정도로 나누어 올리려다 그냥 한꺼번에 다 올렸는데 너무 길어 보기 힘드시진 않았는지... 중편이나 단편의 경우 제목 짓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핵심을 집어내는 제목이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형의 여름이 준 마지막 선물'과 최종 경합 끝에 '강철 로봇 트래져'로 지었습니다. 또 한 편 써 둔 중편이 있는데(좀 더 긴 중편) 이것은 차차 천천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중편이 사건 중심이라면 다음에 올릴 중편은 좀더 이미지적이고 사색적인 중편입니다. 아무쪼록 그 중편을 읽으시며 '귀신이 쓴 책'은 잠시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여름 다음 곧바로 찾아온 겨울 추위에 대한 가을의 아쉬움도 잊으시고~~
첫댓글 오홋 조회수 0 젤 먼저 읽네..^^ 간만에 왔는데 이런 행운이~~선 리플후 감상~~+_+ 제슨 친구님 글이라면 읽어보나 마나 므흣~~
피빛아름다움ㆀ 님 올리자마자 답변을 주셨군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아.....진짜 길동이는 영웅이네여^^
으흠- 뭔가 착잡한 마음이 드네요. 저 역시 언제부턴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글 너무 잘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고 있을께요-
하아...오랫만에 열심히 읽었습니다...
님 글이 올라온걸 볼때마다 넘 행복해요.;^ㅡ^정말 잘~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길동이 너무 귀여워요~^^*재미있게 읽었습니당^ ^*그리고 귀신이쓴책을 잠시 도 잊지 못하겠어요.-_=;; 건필하시와요^ ^*ㅎ ㅔㅎ ㅔ
오오,,,,,,,,, 잘읽었어요!
헐.. 제가 한번 써먹고 싶던 아이디어들 몇가지가 얄미울정도로 오돌차게 끼어들어 있네요...
아....마음이 짠해요....
크헉... 건필하세요^^
익... 내 건 빼앗기지 말아야지.
으아~너무 아쉬우면서도 안달나게 끝났네요!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ㅠㅠ(일못하고 있음;;)
답글 주신 모든 님들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괴물들을 다 물리치고 나서 영웅이 되지만, 그게 다 꿈이라... 저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기분은 뭐랄가... 높은 하늘에 뜬 구름 잡았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제목을 차라리 형이 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이름 짓으시지.. 강철 로봇 트래져 보단 낫은데요. ^^ 잘 읽었습니다. 다음 소설 기대할게요.
아... 정말 신나게 애니한편 본 기분이에요... 어쩜 이런 상상력이...>.<
우와;; 진짜 윗님말씀처럼 그런기분이 드네요; 대단하셔요..
^ ^* 완젼 상상력을..키워 주시는군요 ㅠ ㅋㅋ
굉장한 상상력이네요...잘 봤습니다!!
이 글 벌써 일곱 번째 읽어 보는데 질리지가 않네요...^^ 마지막에 허망하고 슬픈 듯한 여운을 남겨 주는 듯한 문장 하나 하나가 정말 멋있어요^^
와 재밋다 진자 ;;;
변해버린 형이 너무 아쉽네요.유일한 길동이의 정신적지주였는데...길긴했어도 지루하지않게 쭉 잘 읽혀지는 글이네요.^^
살짝 슬프고 아쉽지만, 나름 재밌었어요~
예전부터 본 글이지만 언제봐도 질리지않네요ㅎㅎ 역시 제이슨친구님의 글솜씨에 경의를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