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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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예은이 역시 토익학원이라는 곳에 일주일에 2번 얼굴을 들이민다. 영어에 미친 나라를 얼마나 저주했던가. 세종대왕께서 집현전 학사들과 그토록 고뇌해서 만드신 거룩하고도 뭔가 있어 보이는 한글을 전 세계 공용어로 지정해얀다는 예은이의 주장은 해가 갈수록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두 손 두 발 다 들고 토익학원에 찾아간 지도 어느덧 몇 개월이 흘렀다. 재미없는 그 곳은 지루함 그 자체였다. 예은이는 고개를 파묻고 책을 뚫을 기세로 들여다보는 숱한 검은 머리들을 바라보다 선생님께서 강조하는 문장에 깨작깨작 밑줄을 긋다보면 어느덧 수업시간이 끝나 서둘러 짐을 싸서 그 곳을 빠져나가곤 했다. 수강료가 아까워서라도 할 수 없이 찾던 학원이었는데 오늘 아침 선생님의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휴강을 하게 됐다는 학원 측의 문자메시지를 보고선 한숨을 쉬게 되다니 예은이조차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 휴강을 하고 난리야, 라는 예은이의 말에 유빈이는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라는 표정으로 예은이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해가 지고 슬슬 학원 갈 시간이 다가오자 점점 더 짜증이 밀려와 술이나 한 잔 하자면서 친구인 유빈이를 불러낸 예은이었다. 평소 같으면 휴강이라는 말에 꺽꺽꺽 웃으며 이리저리 약속을 잡았을 예은이지만 오늘은 왠지 얼굴에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져있었다. 예은이는 "에이씨!" 라고 연신 중얼중얼 거리며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종업원이 가져다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원한 생맥주를 숨도 안 쉬고 꼴깍꼴깍 들이켰다.
"휴강이면 좋지 뭐가 그렇게 불만이래, 학원에 보물이라도 숨겨놨냐?" 라는 유빈이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그래! 보물 숨겨 놨다! 어쩔래?" 를 외치며 끊이지 않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러면서도 문득 이 감정은 뭐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 곳곳을 떠다녔다. 서비스 안주로 나온 쥐포를 어금니로 씹으면서도 이 복잡한 감정은 무얼까 하며 생각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 에단 호크도 울고 갈 멋진 주름이 아주 문신처럼 새겨지겠다며 놀려대는 유빈이의 말에도 불구하고 저 조차도 정의내릴 수 없는 오묘한 감정에 휩싸여 미간의 주름이 그대로 화석이 되어도 모를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
ㅡ내가 솔로생활한 지 얼마나 됐더라?
ㅡ풉, 너 뭐야? 그게 생각이 안 나서 그렇게 인상을 팍팍 쓴 거야? 와.. 그 머리로 공부는 어케 한대..
ㅡ야!!!!!!!!! 아후.... 말을 말자. 이 천하의 도움 안 되는 인간아.
ㅡ하여튼 박예은 소심한 거는 국보급이지. 알겠어. 알겠어. 음.. 한 1년 반?
ㅡ아...
ㅡ그 때 마지막으로 사귄 그 오빠가 헤어진 뒤 스토커로 돌변해서 이젠 애인같은 거 안 키운다며? 큭, 슬슬 외롭구나?
1년 하고도 6개월이라.. 예은이는 유빈이의 말대로 마지막에 사귀었던 오빠를 오래간만에 떠올려보았다. 마지막에 가선 좀 또라이 기질을 보였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했던 오빠였다. 그 때 당시 충격이 심해 다시는 연애 따위 하지 않겠다고 친구들에게 당당히 선언했던 예은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그 사건도 잊고 잘만 지냈는데 요즘 들어 그 충격의 잔해가 다시 보이는 건지 자꾸만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미쳤구나를 수 없이 반복하며 자꾸만 떠오르는 얼굴을 애써 흔들어 지워보려했다. 지워진 듯하면 다시 오뚝이처럼 번쩍하고 다시 일어나는 한 사람 때문에 이제는 어지러워 죽을 지경이다.
ㅡ내가 미쳤나보다.. 이상해..
사뭇 진지한 예은이의 표정에 유빈이도 더 이상은 장난을 칠 수 없었다. "무슨 일 있어?" 라며 조심스럽게 묻는 유빈이의 목소리를 얼굴을 감싼 채 듣고 있던 예은이는 차마 뒷말을 이을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가장 친한 친구라해도 과연 이해해 줄 수 있을지 겁이 났다. '자꾸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여자야' 턱까지 차오른 이 말을 결국 다시 꾹꾹 밀어 넣고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웃어보였다. 아직 자신조차 정의내릴 수 없기에 안 그래도 민감한 사항,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거기다 상대방의 이름도 모르는 상황에다가 그저 일주일에 2번 같은 공간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조명 아래서 춤추듯 사라지는 이 곳에 꽉 찬 담배연기마냥 그 사람 역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마음속에서 사라져주길 바랐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는데 뭔가 어긋나는 것만 같은 자신의 모습에 겁이 나 죽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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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을 옮겨야하나하는 심각한 고민 속에 몇날 며칠을 보낸 예은이는 정작 학원가는 날이 다가오자 하루 종일 수업이 시작하는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자신은 강의실에 들어서 그 아이를 찾고 있었다. 책 밑 부분에 M S Y 라고 써놓았던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허탈감에 빠진 예은이는 갑자기 무거워진 발을 이끌고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항상 그 아이의 바로 뒷자리에 앉았던 예은이는 섭섭한 마음을 달래려는지 원래 자신이 앉던 자리 앞자리에 허리를 기대고서 가방에서 교재를 꺼내 다른 학생들처럼 공부 하는 척을 했다. 그것도 잠시일 뿐 강의실로 들어올 수 있는 하나뿐인 입구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시간은 점점 수업시작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여전히 오지 않는 그 아이 때문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더 풀리지 않았다. 교재 한 구석탱이에 M S Y 라고 적어보았다. '성이 M 이겠지?' 엠으로 시작하는 성이 뭐가 있나, 하는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에 어느덧 수업이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기도하는 마음을 품고 간절하게 입구를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그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풀이 잔뜩 죽어 그 아이의 이니셜 옆에 자그마하게 자신의 이니셜 P Y E를 써보았다. 두 개의 나란한 이니셜에는 Y라는 공통집합이 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발견한 듯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번 주에 나눠준 프린트 물을 꺼내보라는 강사의 말에 모두가 부스럭 거리며 프린트 물을 꺼냈지만 예은이 혼자만은 두 개의 나란한 이니셜 사이에 수줍게 하트표시를 하느라 마이크를 타고 곳곳마다 배치된 스피커를 통해 크게 울렸을 선생님의 말을 듣지 못했다.
ㅡ거기 학생은 안 가져왔나요?
갑작스런 지적에 순간 정적이 흘렀고, 깨 끔찍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는 상황. 예은이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네에?" 라는 질문과 동시에 뭔가 알아차린 듯 가방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평소에 가방정리 좀 해놓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와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를 때쯤 들리는 수줍은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대체 언제 온 건지 그토록 기다리던 그 아이가 보였다.
ㅡ놓고 왔으면 같이 볼래요?
예은이는 곧바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 교재와 필통을 챙겨들고 날렵하게 그 아이의 옆자리에 안착했다. 그러자 교단 위에 서있던 선생님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 진도를 나가기 시작했고, 학생들도 언제나처럼 책 속에 고개를 묻었다.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휴우, 하고 안도의 숨이 저절로 나왔다.
'대체 언제 온 걸까? 내 모습도 지켜봤겠지? 아 쪽팔려' 여태껏 받은 프린트 물을 순서대로 정리했을 법한 정갈한 시험지 철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교재에 낙서나 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워졌다. 예은이는 붉어졌을 자신의 볼을 손으로 살짝 가린 채 프린트물 위에다 쉽게 지울 수 있는 샤프로 고마워요, 라고 적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는 그 아이의 덕분에 더욱 붉어져버린 얼굴을 가리느라 수업시간 내내 고개를 처박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이윽고 수업은 끝이 났고 최대한 슬로우모션으로 짐을 챙기던 예은이는 이대로 집에 가기는 아쉬워져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촌스러운 방법인 건 알지만 다른 방법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ㅡ저기.. 저번에 커피도 고맙고, 오늘도 그런데 같이 커피라도 한 잔...
ㅡ네?.. 아.. 그럼 잠시만 기다려줄래요?
예은이는 책을 들고 선생님에게로 다가가 질문을 던지는 그 아이를 바라보다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던 날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 날부터였지 않을까 싶다. 예은이의 마음속에 누군가가 하루 종일 머무르게 된 기이한 현상이 시작된 것도.
학원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던 예은이는 저번 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커피나 한 잔 할까 마음에 지갑에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뽑아들고 강의실 맞은편에 있는 휴게실을 향했다. 늘어져있는 줄에 자신의 두 발도 끼워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차례가 되어 아무생각없이 지폐를 밀어 넣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 밀어 넣으면 도로 나오고 다시 빳빳하게 펴서 밀어 넣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도로 뱉어내는 게 아닌가. 융통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멍청한 기계 때문에 화가 난 예은이는 점점 날카로워져가는 뒷사람들의 시선도 무시한 채 이제는 오기로 그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 '에이씨, 안 먹어!!' 라는 심정으로 네모난 자판기 앞을 벗어나려 할 때 누군가 예은이의 손에 동전을 쥐어주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라며 싱긋 웃어보이던 사람. 그 표정은 짜증으로 가득차 있던 예은이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기에 충분했다. 저렇게 예쁘게 웃는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아마 처음이었던 거 같다. 그 일이 있은 후로는 자연스레 학원에 들어서자마자 그 사람을 찾게 되고 또 자기도 모르게 가까이에 앉아 수업을 듣게 되었다. 뿔테를 쓰고서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 조그마한 등을 바로 뒤에서 바라보다 보면 지루했던 영어수업도 짧게만 느껴졌다. 자꾸 학원가는 날을 기다리게 되고 약속이 생기면 당연히 빠지던 수업을 빠지는 일도 없게 되었다. 학원에 마음에 드는 남자라도 생겼냐? 유빈이의 장난스런 말에 피식 웃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에이~ 설마, 라는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자꾸만 그 얘가 신경이 쓰였다. 선생님의 말에 알겠다는 듯이 작게 머리를 움직이는 모습도 귀여워 보였고, 문제가 안 풀릴 때 짓는 찡그리는 표정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필통 옆에 항상 놓여있는 17차를 보다보니 편의점에 가면 자연스럽게 17차를 집게 되었고 수업이 끝나면 언제나 질문을 하는 그 아이를 따라 난생 처음 학원 선생님께 질문이라는 것도 하게 되었다. 예은이 자신이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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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예. 그 아이의 이름은 민선예였다. "나는 박예은이야. 근데 너 혹시 문 씨야?" 라는 예은이의 말에 선예는 고개를 힘차게 저었고 곧이어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둘은 동갑이라는 말에 손쉽게 말을 놓았다.
밤에는 커피 안 마시는데, 라는 선예의 말에 예은이는 하는 수 없이 예정에 없던 "술이나 마실까요?" 라는 말을 건넸고 그렇게 해서 조금은 뻘줌한 관계의 두 사람은 조용한 술집을 피해 일부로 신나는 클럽음악이 끊임없이 흐르는 곳으로 들어서 벌써 포엑스와 하이네켄을 몇 병씩 마신 상태였다. 가장 궁금했던 이름과 나이 그리고 학교까지 알게 되자 생각보다 할 말이 없다는 걸 느꼈다. 세종대왕 예찬론을 꺼내볼까 하다가 그냥 닥치고 공부나 해. 꼭 공부 못하는 얘들이 핑계는 많더라 던 유빈이의 말이 떠올라 살짝 입을 떼려다 이내 곧 거두었다. 하는 수 없이 그저 고마웠어, 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벌써 몇 번이나 반복된 고마웠다는 말에 지겨워졌을 법도 한 선예이지만 선예 또한 취기가 올랐는지 돌림노래 같은 예은이의 말에 웃음까지 지어주며 꼬박꼬박 아니야, 뭘 이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예은이는 시간이 갈수록 입 안이 말라가는 거 같아 계속해서 맥주병을 비워댔고 그럼에 따라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횟수도 잦아졌다. 왔다 갔다 거리는 것도 귀찮아져 아쉽지만 오늘은 그만 마셔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다녀오자 어이없게도 선예는 테이블에 양손을 포개어 그 위에 머리를 댄 상태, 한마디로 잠이 들어 있었다.
"선예야!" 라고 이름도 불러보고 살짝 어깨를 흔들어도 봤지만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맥주 저거 몇 병 먹고도 잠들어 버리는 사람이 있다니 마냥 귀엽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만 했다면 그건 정말 거짓말이고 사실 짜증이 살짝 치밀어 올랐다. 유빈이 같았으면 확 버리고 갔을 테지만(하긴 유빈이는 저럴 위인도 아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된 사람이라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지금쯤 이 근처 어딘가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을 유빈이에게 연락을 취했다.
다짜고짜 "드디어 꼬셨냐? 하긴 아무리 힘 센 너라도 남자를 업긴 뭐하겠지. 쯧 사내새끼가 그렇게 주량이 약해서야.. 곧 출동하마!!" 예은이는 랩인지 내레이션인지 모를 유빈이의 독백을 맥없이 듣고있다가 장소를 말해주곤 곧 바로 닥칠 상황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해져 옴을 느꼈다.
ㅡ에? girl? 너 좀 맞을래? 아나.. 지금 클럽 물 한참 좋았거든!!
ㅡ둘이 마셨는데 업고 나가기 좀 쪽팔리잖아. 여기 사람도 많은데.. 미안!
예은이는 일단 신속하게 계산을 하고 유빈이와 양쪽에서 선예의 한 팔씩을 잡아 거의 질질 끌다시피해서 그 곳을 빠져 나왔다. "이 사람 집이 어딘 줄은 아냐?" 라는 유빈이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아무래도 업는 게 낫겠다 싶었는지 자신은 길가에 쭈그려 앉았다. 그렇게 해서 예은이는 선예를 등에 업고 자신의 자취방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유빈이는 두 사람의 가방을 짊어진 채로 예은이 곁을 따라 걸었다. 웬일인지 두 사람은 자취방에 도착할 때까지 말이 없었다.
예은이는 대학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자신의 자취방에 도착하자 무척이나 조심스레 싱글침대에 선예를 뉘여 놓았다. 그런 모습을 유빈이는 여전히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유빈이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우뚝 서서 넋이 나간 듯 한 예은이 모습을 바라보다 니가 쏴라, 라는 말을 남기고 그 곳을 나갔다. 예은이는 그 말에 힘없이 피식 웃음이 났다. '안 그래도 내가 쏘려고 했어, 인마'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선예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난 친구랑 한 잔 더 하고 올게' 라는 짤막한 글과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놓곤 밖에서 춥다고 투덜대고 있을 유빈이를 생각해 서둘러 자신의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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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좀 의왼데" 유빈이의 말에 예은이는 "뭐가?" 라는 말로 응수하며 애써 모르는 척을 해보았다. 거의 친자매나 다름없이 지내는 사이었기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조차 믿어지지 않는 상황인데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건 어떨지 차마 상상해볼 수도 없었다. 이 말 못할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과 아무에게도 털어 놓아선 안 된다는 상반된 감정이 믹서기 안을 정신없이 휘젓고 다니는 살아있는 과일마냥 온 몸에 퍼져있는 혈관을 따라 빠르게 흘러 다녔다. 하지만 결국 말 할 순 없을 거란 걸 예은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말 못할 비밀에도 등급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1등급 중에서도 특A 정도는 되고도 남겠지, 라는 생각에 말하고자 했던 욕망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예은이의 꺼져가는 눈빛을 슬며시 바라보고 있던 유빈이는 못 봐주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ㅡ세상의 근심, 걱정 다 니꺼냐? 세상 혼자 사냐? 한숨 좀 그만 쉬어. 땅 꺼져.
ㅡ차라리 땅이 꺼졌으면 좋겠네.
ㅡ지랄한다. 말하기 싫음 안 해도 좋아. 그리고 모른 척 해달라고 하면 그래줄 수도 있어. 근데, 너가 이상한 건 아니야. 그거나 알고 있어라.
ㅡ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도대체.. 나도 모르겠는데 니가 어떻게 안다고 아는 척이냐. 이제 보니 너 제대로 웃긴다.
ㅡ기껏 편들어 줬더니 말 꼬락서니하고는 쯧. 내가 고등학교를 미국서 다녔잖아. 처음에 적응 못하고 허우적댈 때 이것저것 많이 도와주고 그래서 가장 가깝게 지내게 된 미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얘가 어느 날 나에게 커밍아웃을 해오는 거야. 사실 그 때까지 나는 커밍아웃이라는 단어가 생소했을 정도라 지금 이 친구가 뭐라는 건지 잘 이해하지도 못했어. 근데 훗날 알아듣고 그 친굴 찾아가서 나는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해줬지. 사실은 그런 사실 자체를 이해한 다기 보다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잃는 게 싫어서 그런 거였는데 내 말에 정말 기뻐하더라고. 그러다보니 가끔은 친구 커플이랑 함께 밥도 먹고 그러기도 했는데 처음 내 생각과는 달리 보통 이성커플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더라. 오히려 더 평범했달 까. 다른 커플들처럼 싸우기도 하고 닭살도 피우고 뭐. 그래서 서서히 마음속까지도 받아들이게 되었지. 거기 까진 좋았어. 근데 문제는 그 사실이 학교에 퍼지게 된 거야. 누군가 내 친구와 그 당시 그 친구가 사귀던 애인을 목격했던 모양이더라고. 그 뒤로 내 친구는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게 됐어. 나중에 가서는 다른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만 남게 되더라. 그러다보니 나까지 오해를 사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지. 물론 나는 아니었지만 남들이 뭐라고 떠들던 상관하지 않았어. 어차피 나는 한국으로 다시 들어올 거였고 그 친구를 떠난다면 평생 마음이 불편할 것만 같았달 까. 그리고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집단 폭력의 공포심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고. 선진국이라는 나라 한가운데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충격적이었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들을 뱉어가며 무시를 하는데 와. 앗! 내가 너무 겁을 준건가?
ㅡ........ 그래서 그 친구는 어떻게 됐는데?
ㅡ아. 뭐 애인이랑은 결국 헤어졌지만 나랑 둘이서 꿋꿋이 학교 마쳤지. 그리고 나는 여기로 다시 들어오고 그 친구는 영국으로 유학 갔어. 영국은 동성애자 결혼이 합법화 됐다고 하더라고. 아직도 가끔 연락하는데 얼마 전에 애인 생겼다면서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아후.. 나는 소문 때문에 싱그러운 고딩시절에 남자 한 번을 못사겨보고 짜게 식었거늘.. 그래도 잘 지낸다니까 기분은 좋더라. 그러니까 너도 기운 좀 내.
ㅡ휴.. 근데 그런 얘길 왜 진작 나한테 안 했어?
ㅡ푸핫, 왜냐고? 너 완전 호모포비아 같잖아.
ㅡ호모포 뭐? 그게 뭔데?
ㅡ동성애자 혐오하는 사람. 너는 길거리에서 누가 키스라도 하면 혀를 끌끌 차면서 안 보일 때까지 욕하고, 또 뭐야 후배들이 '박오빠~' 이렇게 부르니까 그 다음부턴 치마만 입고 다니고, 남자가 머리 길게 하고 다니면 재수 없다고 그러고 완전 조선시대 샌님 저리 가라잖아. 풉, 그래서 당연히 호모포비아가 아닐까 했지.
ㅡ야! 됐다. 말을 말아야지.
ㅡ그나저나 그 사람도 너 좋대니?
정곡을 찌르는 유빈이의 물음에 예은이는 가슴 한 곳이 저릿해짐을 느꼈다. 유빈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분명 당장이라도 꺼질 거 같이 위태롭던 촛불의 방패막이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왠지 머나먼 나라의 일이라는 현실적 공간의 제약 때문이었는지 예은이에게 희망까지 심어주진 못 했다.
ㅡ선예가 과연 나 같은 사람일까?
ㅡ너 같은 사람이 뭔데? 너 원래부터 여자 좋아했냐?
ㅡ아니. 처음인데..
ㅡ태어날 때부터 동성애자인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냐, 이 멍충아!
예은이는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맞은 듯 한 착각을 느꼈다. '그래. 그건 모르는 일이야' 라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여태껏 외면했던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자 그 동안의 자신의 행동은 정당방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전초전일 뿐이었다. 예은이는 비록 한낱 같은 희망일지라도 한 번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진심은 통할 거야, 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며 자기최면을 걸었다. 지금쯤 곤히 자고 있을 선예를 떠올려 보았다. 자면서도 싱긋 웃을 것만 같은 사람. 좋은 꿈만 꿀 거 같은 사람. 아기 냄새가 날 거 같은 사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예은이는 서둘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흔치 않은 기회를 자기 스스로 뻥 차버리고 도망친 격이었다. 유빈이도 피곤하다는 듯이 하품을 해댔다. "날 밝았네" 라는 유빈이의 말에 창밖을 보니 어느덧 어슴푸레 새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 하려고 주머니 속에서 꺼낸 핸드폰에는 선예에게서 온 문자가 있었다.
[내가 오늘 많이 피곤했나봐 나도 모르게.. 미안! 나 때문에 고생했지? 즐거웠어. 다음에 보자.*^^* 기다리다 집에 가는 중..]
뭐가 즐거웠다는 건지 알 순 없었지만 예은이는 자신을 향해 싱긋 웃어주던 선예의 얼굴을 오버랩 시키면서 다시 한 번 차근차근 문자를 읽었다. 눈꼬리게 휘어지게 웃는 선예의 얼굴은 인터넷에 한참 떠돌아다니던 개죽이를 닮아 있었다. 예은이는 버튼을 꾹꾹 눌러 1번 목록에 '민죽이' 라는 이름을 저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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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시간 내내 예은이는 선예를 생각했다. 예전에 이렇게까지 타인을 생각하며 살았던 적이 없었는지라 이 행복이 갑작스레 꺼지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오금이 저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대개는 둥실둥실 뜬 듯 한 기묘한 흥분상태에 빠져 있었다. 하늘에 붕 떠 있는 듯 한 이 기분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이구나. 예은이는 곁에 있는 선예를 바라보며 그렇게 단정을 내렸다. 무슨 일을 하건 즐겁고 유쾌하고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선예는 자기 곁에 앉아 있는 예은이를 흘끔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어 예은이 필통에 들어있던 빨간색 펜을 집어 책의 어느 구절에 별표시를 했다. 다 쓰고는 말없이 돌려준다. 한마디 양해의 말도 없었지만 거기에는 분명하게 말로 할 필요가 없는 관계가 존재하고 있었고, 바로 그 무언의 이해 때문에 예은이의 마음은 두근거렸다.
"드디어 수업 끝! 민죽아 빨리 가자" 라고 예은이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선예를 잡아끌자 선예는 역시나 질문이 있는지 "잠깐만!" 이라고 외치며 선생님이 있는 곳을 종종 걸음으로 걸어갔다.
처음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된 그 날 이후부터 두 사람은 학원 수업을 나란히 앉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학원을 마치고나면 유빈이와 합세해 심야영화를 보러가거나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지는 일이 잦아지더니 한 달 전쯤부터는 아예 규칙이 된 거처럼 셋은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모이게 되었다. 요즘 들어 유빈이는 가끔은 짓궂은 표정으로 "너가 안 할 거면 내가 고백해도 돼?" 라는 말을 하며 예은이의 속을 뒤집어 놓곤 했다. 예은이가 발로 차며 "넌 남자만 좋다며" 라고 투덜거리면 민선예 정도면 흔들릴 만하니까, 라며 예은이의 공포심을 더더욱 조장했다. 예은이는 자신보다 더 친해 보이는 두 사람이 못마땅했지만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는데다가 진심으로는 자신을 응원해주고 있을 유빈이를 믿어보기로 하고 투덜투덜 거리며 그림자마냥 두 사람을 뒤따라 다닐 수밖에 없었다.
예은이는 벌써 6개월째 선예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할 뿐 고백의 고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둘 사이는 장난을 칠만큼 부쩍 가까워졌지만 예은이는 그런 상태를 망가트리게 될까봐 언제나 조심했다. 가끔은 지금이 좋아, 라고 스스로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선예와 가까워지면 질수록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유독 알코올에 약한 선예는 가끔씩 늦은 밤 예은이에게 연락을 하곤 했다. 어느새 익숙하게 선예를 업고 길을 걸을 때면 선예는 예은이의 등에 꼬옥 붙어 옌이는 참 편해, 라고 웅얼거리듯 말하곤 했다. 그러면 예은이는 선예에겐 보이지 않을 쓴웃음을 지으며 니가 애기냐? 술이 무슨 애기들 먹는 젖병도 아니고 마시기만 하면 졸리냐, 라며 잔소리 같지 않는 잔소리를 해댔다.
ㅡ지루했지? 어서 가자.
멍하니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는 창밖 너머 세상을 바라보고 있던 예은이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와주기만 한다면 언제나 기다릴 수 있어, 라고 예은이는 생각했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바로 자신의 곁에 있는데도 멀게만 느껴졌다.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게 싫어서 선예의 팔에 팔짱을 껴보았다. 예은이는 괜스레 "아, 춥다" 를 외치며 선예의 곁에 더 탈싹 붙어 유빈이가 기다리고 있을 술집으로 향했다.
ㅡ둘이 사귀냐? 꼴사납게 딱 붙어가지고는.
싫지 않은 유빈이의 볼멘소리에 예은이는 평소처럼 말대꾸도 하지 못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겨울이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유빈이는 그런 예은이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킥킥 웃어대며 코가 빨개져있는 선예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오늘은 이 몸이 꿀꿀한데 좀 쎄게 달려볼까, 라는 말을 내뱉으며 나머지 두 사람의 의견은 어차피 상관없다는 듯 자기 멋대로 소주를 시켰다. 예은이는 맥주 몇 병만 먹어도 자버리는 선예가 걱정 돼 사이다나 마시라며 사이다를 주문하려 했지만 선예는 웬일인지 자기도 술을 잘 마시고 싶다며 주문하려는 예은이를 말렸고, 유빈이 역시 "그래. 우리끼린데 뭐 어때" 라며 선예를 부추기는 바람에 예은이의 배려는 배려가 아닌 배려가 되어버렸다.
-꺄아, 으...
정확히 반만 따라준 소주잔을 단숨에 털어 넣은 선예는 얼굴에 있는 온갖 주름을 자랑해 보이며 말했다. 맛없으면 먹지 말라는 예은이의 말에 선예는 "싫어!" 라며 자신이 쥐고 있던 소주잔을 양 손으로 사수하는 듯 한 제스처를 취하며 유빈에게 한 잔 더 따라달라고 말했다. 곧이어 예은이가 유빈이를 노려보자 유빈이는 눈썹과 어깨를 치켜 올리며 망설이다 뭔가 생각이라도 났단 듯이 선예 몰래 예은이에 찡긋 윙크를 날리며 자꾸만 재촉하는 선예의 잔에 소주를 가득 담아 주었다.
ㅡ역시 유빈이가 최고야. 박예은은 맨날 나 못 먹게 감시한다니깐, 치.
ㅡ야! 그건.... 너 취하면 내가 업고 가야잖아. 얼마나 무거운데!!
얼굴이 빨개진 채 다신 안 업힐 거라고 윽박지르는 선예를 보자니 예은이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역시 다시 생각해봐도 사실대론 말 할 순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처음에는 술에 취해 비몽사몽한 선예에게 남자들이 허튼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이 데리러 가겠다는 제안을 했던 예은이었다. 그러다 선예가 심하게 잠이 든 날이면 그냥 처음 둘이 마셨던 날처럼 자신의 집에다 재우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싱글 사이즈인 침대가 좁아 예은이는 바닥에서 잠을 자야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고 익숙해질 때 쯤해서는 멀쩡한 상태인데도 선예가 예은이를 부르기 시작했고 왜 불렀냐는 예은이의 말에 선예는 그냥, 힘이 없어, 라고 말 하고선 업어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아마 선예에게서 조금 좁아도 같이 자자는 말을 들었던 것도 그쯤이었을 거다. 무언가를 안고 자야 잠이 잘 온다는 선예의 말은 실언이 아니었다. 예은이는 자신을 부둥켜안고 잠이 든 선예를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쉽게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고충을 유빈이에게 털어놓게 되었다. 유빈이는 잠 안 오면 이거 봐, 라면서 예은이에게 미국드라마 DVD를 건네주었고 아무것도 모르고 고마워하던 예은이는 그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다크서클이 심해져 갔다. 자꾸 드라마 장면이 겹쳐져 아기처럼 자고 있는 선예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자 예은이는 눈물을 머금고 새벽에 몰래 유빈이네 집을 찾아가곤 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다다르자 예은이는 서둘러 선예 술잔을 뺏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선예가 또 자신의 집에서 잘 게 분명했다. 아찔한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휘휘 저으며 지나갔다.
ㅡ선예가 먹겠다는데 그냥 나둬라 좀. 그리고 나도 오늘따라 술이 땡기네.
평소 자신의 주량을 절대 넘지 않는 유빈이가 오늘은 왠지 술이 땡긴다며 축 처진 음성으로 말했다. 곧이어 선예가 "왜?" 라고 물었고 유빈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고백 받았어. 어쩌지?" 라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ㅡ와, 누구한테?
천진난만한 선예의 질문에 유빈이는 이 쪽일 엔 관심 없다는 듯 술집에 걸린 퇴비를 바라보고 있는 예은이를 슬쩍 보다가 "여자한테" 라는 말을 작게 흘렸다. 티비를 보면서 킥킥 웃던 예은이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순간 선예의 표정이 어떨까 궁금해졌지만 언뜻 용기가 나지 않아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그제서야 유빈이의 윙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유빈이가 여자한테 고백을 받았다면 자신에게 먼저 말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분명 선예를 떠보기 위한 작전임에 틀림없었다.
예은이는 유빈이의 말이 너무 작아서 듣지 못한 것 마냥 티비를 보며 억지웃음을 지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은이의 모든 에너지는 귀에 집중되어 있었다. 곧이어 선예에게 물었을 "넌 어떻게 생각해?" 라는 유빈이의 낮은 음성이 들리자 예은이의 청각세포에 힘이 실렸다. 지난 6개월 동안 얼마나 궁금해왔던가. 드디어 예은이의 궁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예은이는 선예가 "나는.." 이라는 말까지 했을 때 결국 밀려오는 불안감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ㅡ왜 그래?
라고 유빈이가 물어오자 예은이는 화장실이 급하다는 말을 남기고 긴장감이 가득한 술집을 빠져 나왔다. 도망쳐 나온 거나 다름없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매섭게 온 몸을 휘감았다. 양 손을 코트 주머니에 쑤셔 박고 목적지가 없는 걸음을 떼었다. 자정을 향해가는 시각, 길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다 바쁘게 어딘가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 속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초저녁부터 보이던 성급한 별마저도 다른 별들과 함께였다. 터벅터벅 걷던 예은이는 "짝사랑은 힘들구나" 들릴 듯 말 듯 읊조리다가 환하게 켜져있는 편의점으로 발길을 향했다. 자신도 모르게 17차를 집어 들자 온 몸에 힘이 쑥 빠졌다. 언제나 17차를 끼고 사는 선예를 보다가 차라리 내가 17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던 예은이었다. 17차 병 뚜껑을 돌리면서도 끊이지 않는 선예 생각에 일부러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예은이의 마음은 늘 이중적이었다. 선예를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일에 몰입하려 노력했고, 선예와 친해지면 질수록 더 이상은 가까이 가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주의를 줬다. 자신이 고백을 하면 결국 선예는 떠나리라 생각했다. 혹시 실수로 말하게 될까봐 선예를 만난 후론 술도 줄이게 되었다. 실수로 고백을 하게 되는 것보다 더 최악의 고백도 없다는 게 예은이의 논리였다. 편의점 창가에 서있는 예은이는 선예가 무슨 말을 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나는 이해할 수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유빈이는 그 말에 "하하, 그렇지? 나도 그래" 라고 서둘러 못을 박고 곧이어 자신에게 "포기해야겠다. 임마! 그냥 잊어" 이렇게 말해올 것만 같았다.
여전히 창가에 서있던 예은이는 여전히 17차를 마시면서 여전히 선예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지만 줄어가는 액체의 양만큼이나 자신감은 줄어만 갔다. 창밖의 무수한 커플들의 뒷모습이 아련하게 번졌다. 수없이 상상해보았던 자신과 선예의 다정한 뒷모습은 어딜 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긴 한국이니까, 라는 현실적인 방아쇠가 자꾸 머리를 겨냥해왔다. 신경질적으로 17차를 쓰레기통에 던지고선 편의점을 나섰다.
포기해! 박예은. 길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아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선예가 있을 술집을 피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유빈이 에게 전화가 왔다. 예은이는 받을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끈질기게 울어대는 기계를 힘없이 귀에 갖다 댔다. "너 이 자식! 화장실에서 알바뛰냐?" 유빈이의 첫마디는 예상대로였다.
ㅡ피곤해서 집에 왔어.
ㅡ선예 택시 태워서 보낼 테니까 대기하고 있어라. 박 회장.
통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박 회장이라는 닉네임에 피식, 웃음이 났다. 박 회장은 언제 어디서나 선예를 모시러 가는 팬클럽 회장모드 박예은을 지칭하는 별명이다. 자신의 일도 팽개친 채 선예를 데리러 가는 예은이를 유빈이는 박 회장이라 부르며 놀려댔다. 예은이는 하는 수 없이 도로변의 작은 돌멩이들을 발로 차며 택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젠 포기하자. 예은이의 머릿속 가득히 포기하자는 울림이 퍼지고 곧이어 포기할 수 있을까, 라는 메아리가 찾아왔다. 힘들게 산 정상에 올라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 해보고 그대로 내리막길을 가야한다. 어느 산에 오를 때완 달리 성취감이 아닌 아쉬움만이 꽉 찼다. 저쪽에서 불이 꺼진 택시 한 대가 깜빡이를 켜는 게 보였다. 선예가 잠에 취해 타고 있을 택시. 언뜻 학원 수업시간에 몰래 훔쳐보았던 작은 머리통이 보이는 거 같기도 했다. 지갑을 꺼내려는데 핸드폰에서 문자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빈이었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확인버튼을 눌렀다.
[아차! 박 회장. 내가 깜빡 잊은 게 있는데.. 선예가 그러더라. 용기 없는 사람은 싫다고. 참고해!!ㅋㅋ]
그대로 통화버튼을 눌러 무슨 말인가 따져보려는 예은이의 손길은 때마침 멈춰선 택시로 인해 그대로 정지되었다. 약간 어벙벙한 표정이 되었던 예은이는 차 안에 눈을 감고 있는 선예를 보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돈을 지불하고 선예를 꺼내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선예는 아직 기력이 남은 듯 예은이를 따라 떠듬떠듬 걸음을 옮겼고 알아듣기 힘든 말을 무어라 혼자 쫑알거리기도 했다.
ㅡ무슨 애기마냥 옹알이를 하는 건지 뭔지.
선예를 자신의 몸에 온전히 기대게 한 예은이가 문을 따기 시작하자 힘없이 기대어있던 선예는 팔을 예은이의 어깨에 두르고선 예은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ㅡ너, 사랑하는 사람 있지?
다정한 목소리로 선예가 물었다. 정신을 차리기까지 꼭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예은이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서 놀람을 감추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ㅡ갑자기 왜?
선예는 미소를 지으며,
ㅡ그냥.
이라고 대꾸했다.
예은이는 그제서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선예는 약간 주춤거리긴 했지만 이내 괜찮아진 듯 예은이를 따라 제 발로 집 안으로 들어섰고, 두 사람이 들어선 깜깜한 그곳엔 사람을 감지한 센서만이 아슬아슬하게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ㅡ내가 아는 사람이야?
신발을 벗고 불을 키려 스위치를 찾던 예은이의 손이 멈췄다. 계속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놀라 예은이는 손을 벽에 짚은 그대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유빈이에게 무슨 소리라도 들은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ㅡ알면 뭐하게.
무뚝뚝한 예은이의 말에 선예는 짐짓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신발을 벗어 자신의 키와 비슷해진 예은이의 어깨를 잡아 돌려놓음으로써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예은이는 갑자기 눈을 맞추기가 어려워져 어딘지 모를 허공으로 재빨리 시선을 던졌다. "도와줄게" 라는 선예의 말이 예은이의 코앞에서 간지럽게 울려 퍼졌다. 예은이는 "어떻게" 라고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선예는 손을 예은이의 볼에 댔다. 갑작스런 선예의 행동에 예은이는 잔뜩 얼어버렸다. 선예는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얼굴을 쑥 내밀어 예은이의 입술에 한 순간 자신의 입술을 맞대버렸다. 묘한 감촉이 예은이의 몸을 일순간 뚫고 지나갔다. 호흡도 피의 흐름도 일시적으로 멈춰버렸다. 미동도 없는 두 사람을 더 이상 감지하지 못 한다는 듯 센서마저 정지해버렸다. 너무 놀라 미처 눈을 감지 못했던 예은이는 어둠속에서도 미세하게 떨리는 선예의 눈가를 보았다. 그제서야 팽팽히 당겨졌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리기 시작했다.
ㅡ어때? 도움이 돼?
선예는 입을 떼며 예은이 눈을 피해 물었다. 아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선예의 움직임에 따라 센서가 날렵하게 반응을 해왔다. 빛을 받은 선예의 얼굴 가장자리는 엷게 불그레한 빛을 띠고 있었다. 한없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예은이는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이 동거하는 듯 한 복잡한 감각에 빠졌다. 좀 두려웠어, 라고 중얼거리며 예은이는 스위치를 켰다. "내가?" 라고 놀라듯 묻는 선예의 질문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침대에 걸터앉은 예은이는 선예에게도 이리로 오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선예는 입을 삐죽이며 구두를 벗어던지고 예은이 곁으로 가 앉았다.
ㅡ그게 아니라.. 우린 같은 여자니까. 그래서 용기를 낼 수가 없었어.
ㅡ나는 말이야.. 예전엔 이해 못했어. 근데 사람은 변하는 게 맞나봐. 같은 여자이기 전에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너를 알게 되고나서.. 아 이거 좀 부끄럽다. 헤헤. 그러니까 이젠 망설이지 마.
조근조근 말하는 선예를 보고 있자니 예은이는 오히려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스함이 예은이의 마음에 와 닿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온함에 크게 심호흡을 해보았더니 마음속에 움틀어있던 불안함이 날숨을 타고 모조리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망설이지말라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ㅡ근데 말이야. 오늘은 소주 먹었는데도 괜찮네?
무심코 스쳐간 생각에 별 생각 없이 예은이가 묻자 선예는 당황한 듯 그때까지만 해도 잘만 깜박이고 있던 눈꺼풀이 무겁다며 나오지도 않는 억지하품을 해댔다. 뭔가 수상쩍어진 예은이가 자꾸 추궁을 하자 선예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 사실 니가 생각하는 것 보단 잘 마셔, 너가 혼자 오해한 거야" 라는 뜻밖의 선언을 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예은이가 무슨 소리냐고 통성명했던 그 자리에서 분명 잤다고 소리치자 선예는 푸훕, 하고 웃으며 "사실은 그 전날에 날을 새서 정말 피곤해서 잠이 든 거였는데 니가 오해하곤 그 다음부터 데리러 오겠다고 한거야" 라는 말을 했다.
ㅡ와.. 그럼 그 날 이후에 그 행동들은 다 연기였단 말이야?
뒷목을 잡으며 예은이가 물었다.
ㅡ연기는 아니야. 진짜 술 먹으면 졸리긴 해. 다만 니가 생각하는 정도의 양이 아닐 뿐이야.
ㅡ아, 몰라! 몰라! 속았어. 우리 애기는 어디로 간거니. 애기야? 애기야?
ㅡ이씨... 기껏 용기내서 말했더니.. 치.. 나갈래!
현관으로 가는 내내 궁시렁 대는 선예를 집이 떠나가라 크게 웃으며 보고만 있던 예은이는 선예가 신발을 신으려고 하자 그제서야 벌떡 일어나 선예의 팔을 잡아 자신의 품에 안았다. 신발을 벗은 상태여서인지 선예의 머리가 예은이의 어깨에 닿아 완벽히 안기는 꼴이 됐다.
"나 말 진짜 잘 듣지?" 헤에, 웃으며 예은이가 묻는 통에 선예도 따라 웃고 말았다. 예은이는 웃음이 번져있는 선예의 눈꼬리에 손을 살며시 갖다 댔다. 이 웃음에 반했는데, 라는 생각에 6개월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판기 앞에서 동전을 쥐어주며 싱긋 웃어주던 한 사람. 그 땐 이름도 몰랐는데 이젠 이렇게 안을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예은이는 천천히 선예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방금 전 선예가 먼저 입 맞췄을 때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선예의 손이 예은이의 목 뒤로 행해지고 예은이는 머리를 더 당겨 선예의 입술을 느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예은이는 생각했다. 예은이가 조금 비껴 다가간 탓에 두 사람의 입술은 거의 틈이 없이 합쳐졌다. 예은이의 목을 감싸고 있던 선예의 손가락에는 힘이 들어가고, 예은이 역시 선예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이 들어가 선예를 더 바짝 잡아당겼다. 오래도록 숨을 참고 키스에 열중해 있던 두 사람은 힘이 들어 잠시 입술을 떼었다. 그와 동시에 거친 숨을 몰아쉬자 서로의 온기가 느껴졌다. 나지막하게 "이젠 우리 둘 다 솔직해지자" 라고 예은이가 말하자 선예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잠시 풀었던 팔에 힘을 넣어 예은이의 얼굴을 당겼고 예은이는 자석처럼 선예에게 당겨져 갔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은 뒤엉킨 채, 길고 긴 입맞춤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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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연재로 갈까 흔들렸지만 ... 전 뭐............ -ㅅ-
중간에 6개월 생략, 뒤에 에필로그 쓰다 접고 깔끔하게 단편으로 써봤어요.
그리고
작가의 글을 길게 썼는데 그냥 안 쓰는 게 좋을 듯싶네요. 그냥 여러분이 느끼시는 그대로에 맡길게요.
혹시 부연설명이 필요하신 분이 있다면 질문해주시면 제가 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없으면 말긔! 흥!)
왜 제가 다니는 학원에는 민선예, 박예은 같은 人이 없을까연.. 그냥 공부나 해야겠.... *^^*
더불어 이 글을 읽고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을 해보세요!! ㅎㅎㅎ <- 뭥미... *-_-*
- 슈퍼에서 오백원, 편의점에서 칠백원, 고속도로에서 천원에 모시고 있는 포카리였습니다. (여러분 반가워요!! 잇힝)
간만에 왔는데 댓글 없으면 뭐....... 전......... 슬슬 은퇴를....... 허허허허.... <- 내심 초조...... ㄷㄷㄷㄷ
님 춈 마니 짱이신 듯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악 갠소하고픈데..... 스크랩 풀어주시면 안되나연 잉잉 ㅠㅠㅠㅠㅠㅠㅠ
갠소라..............오옷..................... 이렇게 허접한 글을.. 그래도 갠춘하시다면... 음... 며칠만 풀게요.. 제가 좀 쑥스러워서.. - 포카리
왜이렇게 글이 술술 잘 읽혀내려가나 했더니 역시 포카리님이셨군요! 넘흐나 귀여운 투예 ㅠ_ㅠ* 유빈이도 감초역활을 톡톡히 해냈네요 고맙다 유비뇽~! 연재도 생각하셨다니 연재로 했어도 재밌었겠어요. 포카리님 글은 언제나 사랑스러워요♡ 잘 ~ 읽었습니다!
아............ 정말 감사드려요.. 글이 술술 읽힌다니.. 으헝헝.. 고마워영.. 유빈이가 여기서 진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죠.ㅋㅋ 절대 하찮뇽이 아닙니다.ㅋㅋㅋ 연재로 했음 예박이의 원래 성격이 좀 더 나왔을걸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뭐 이미 단편으로 썼으니... 쩝.. 암튼 읽어주셔서 너무 ㄳ!!!! *^^* - 포카리
꺄/// 나 다읽었음요 ㅋㅋㅋㅋ 아..진짜 이런 내용 좋아한다는.....,뭔가 현실감있는데 행복한 뭐..이런거? ㅋㅋㅋㅋㅋ 으헝헝 아.........나도 저런 학원 다녔음... ㅋㅋ 박박예은 민선예같은 사람있는 학원 ㅠㅠㅠㅠ 으헝헝 박오퐈님 ㅋㅋ 너무 소심한걸 ㅋㅋ선예가 들이대게 만들고 ㅋㅋㅋ 아... 박오퐈 능력자인듯 ㅋㅋㅋㅋㅋㅋ 포칼님 대단하십니당 ㅠㅠㅠㅠ 잘봤어요~~~~
ㅋㅋㅋㅋ 현실감있는데 해피엔딩.. <- 사실 현실적으론 요거 쉽지 않은데.. 내 맘이니깐요!! ㅋ 새드로 끝내면 쓰는 사람도 축 쳐져버린다는... ㅠㅠ 예박이가 능력이 촘 짱이라는.. 비싼뇨자 선예가 다가가게 만드는.. ㅋㅋㅋ - 포카리
와.. 정말 굳입니다!!
어익후. 감솨합니다. 많이 부족한 글 나부랭이 철판깔고 매번 올리는데요.. 댓글도 달림 참 기분이 좋다는.. 전 왜 이렇게 댓글에 답글 다는게 재밌을까요.ㅋㅋ 암튼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더불어 댓글도 넘 감사드려연. 잇힝.*^^* - 포카리
님아 메일로 보내주실수있어요 ??? 이글 굿이네여 ㅜ ㅜ
보내주실수있으면 badsmj@hanmail.net 으로좀 ㅜ ㅜ
흠... 메일 보냈습니다. 확인해보세요. 제가 원래 메모장에 쓰고서 여기다 붙인 다음 정리해서 올리는데요. 올리고나서 오타를 비롯해서 좀 수정을 하기 때문에 여기 올린 글을 복사해서 메모장에 붙였더니 개판이되서 한글에다가 옮겼는데.. 무려 35쪽이 나와서.. 급하게 좀 정리하니깐 21쪽.. 암튼 그래서 한글파일로 보냈습니다. *-_-* 그냥 갠소만 부탁....드릴게연.. 그럼 꾸벅.. - 포카리
은퇴하시면 저 포카리 대신 이프로 마시겠습니다!
님 좀 짱이신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포카리
우와 답글 다 달아주시는구나, 지금 포카리마시고있는데 생각나서 왔더니흐흐흐
ㄴ이ㅏㄹ;ㅇ날;ㅣㅁㄴ알;ㅏㅇㄴ;리ㅏㅇㄴ;란;ㅁㅇ란;이ㅏㄹ;이ㅏㄹ;ㅣㄴ알 ㅇ;ㅈㅏㅇ니;ㅏㄹ;알 이 소설 이제야 봤다능 어익후. 어익후. 어익후. 어익후. 어익후. 진짜 여우 밍서녜가 좋다고 했었는데 읽다보니까 걍 내가 좋아하는 순수한 밍서녜만 나와서 으잉? 이러고 있었는데 역시나 마지막에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여우 밍서녜가 맞군하. 허허허허허허. 걍 여우도 좋은듯 T_T 난 이제 랩에서도 팬픽보는 단계에 돌입했....... 근데 사람들이 알면 날 뭐라고 생각할지. 만약에 교수님이 "자네, 지금 뭐하는건가" 라고 한다면........... 어나ㅣ러ㅣㅏㅇ너리ㅏㅇ너라ㅣㄴㅁ얼 상상만해도 상콤하네효-
그건 그렇고 엉엉엉, 이 소설 왜이렇게 좋나효 좋아좋아좋아. 내 스타일이네효. 뭔가 현실적이면서도 잔잔하고 다 좋아좋아 아ㅓㄹ미ㅏ넝리ㅏ넝라ㅣㄴ어랑 ㅏ어라ㅣㄴ어라 (폭주상태) .. 내 리플이 좀 이렇게 폭주하다 싶으면 그건 그만큼 소설을 잘봤다는 증거니까 뿌듯해 하셔도 된다능..T_T 엉엉엉- 아무튼 뉴빈아 니가 큰껀 하나했군하. 그건 그렇고 바게은은 뭐 용기 안내도 워낙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으니까 천하의 밍서녜라도 바보같은 박예은한테 넘어간듯 ㄲㄲㄲㄲㄲ 밍서녜야 말이 필요없지 (내가 괜히 서녜 팬인가효 ㄲㄲㄲ)
아무튼아무튼 정말 초초초초ㅗㅊ초ㅗ초 잘봤다능(ㅗ-> 욕이 아님, 폭주상태에서의 오타임. 정말임. 정말임 ㄲㄲㄲ) 진짜 사람을 좋아하게되면, 모든게 닮아간다더니. 지루하던 영어시간도 좋아졌다는 부분에서 흐뭇했네효. 그리고 십칠차 ㄲㄲㄲ 나도 이제 십칠차의 맛을 드디어 알았어!! 선예야!! 언뉘다*-_-* (미쳤군효..) 그건 그렇고 천원짜리 지폐 꾸겨 나와서 화내는 옌이랑 동전내미는 선예가 왜이렇게 좋나효 ㅠㅠㅠㅠ 베시시 웃으면서 친절하게 동전내밀 생각을 하니까 아ㅣ머이ㅏㅓ림ㄴㅇ러ㅏㅣ얼 (또 이런다) 선예야 걍 내꺼해라 엉엉엉T_T 아무튼 정말정말 포칼님 잘봤씀다. 아무튼 좋은사람 ok? ㄲㄲㄲ by 민애기홀릭
ㅋㅋㅋㅋㅋㅋㅋㅋ랩에서도 팬픽을 읽는 홀리긔님 좀 짱인 듯. 역시 나능 역시 민여우가 좋아욘ㅋㅋㅋㅋㅋ 알고보니 민여우 <- 요런게 매력적으로 느껴짐ㅋㅋㅋㅋ 서녜야 이팬미 *-_-* *-_-* 요렇게 부끄러운 뻘글을 요렇게 길게 댓글을 남겨주어서 거기다 홀리긔님이 남겨주어서 나능 영광!! 홀리긔님 찬양 또 들어가얄 듯!! 근데 좋은 사람 ㄲㄲㄲ 과연 생각한대로 글이 나와줄지 의문... ㄷㄷㄷㄷㄷㄷ 기대는 마시라능.. 답 안나오면 넘겨도 되나연? ㄲㄲ 글고 정말 제니는 정말.. 쩜쩜쩜.. 이라능.ㅋㅋ 지금 쪽지랑 댓글이랑 헷갈리기 시작 ㅋㅋ 멀티에 약한 나임..ㅡㅠ - 포카리
와!!!!!!!!!!!!!!!!!!!!!!!!!!!!!!!!잘봣군효ㅠㅠ감동......
느낌표에 저는 또 감동받는다는......................... ㅡㅠ 부족한 소설에 댓글까지 남겨주어서 넘흐넘흐 감사해욘... - 포카리
우와!!! 님쫌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아많이쓰는거힘드네여..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만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인많이망히..아진짜힘드네여ㅠㅠㅠㅠㅠ..많이맘ㄴ히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맣ㅇ니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ㅏㅁㄶ많이맘ㄶ..그냥곱하기붙일래여ㅠㅠㅠㅠ..많이X10000000000000000000000짱이네여
님은 누구실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의 압박 ㄳ.. 쓰기 정말 힘들어 보이네연... 어쩔.. ㅋㅋㅋㅋ 님의 마음은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다는.... ㄷㄷㄷㄷㄷㄷㄷ 성실댓글 넘흐 감사드려연.. 제가 뭐 보답이라도 해드리고 싶다능.ㅋㅋㅋㅋ - 퐄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