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칠장산에서 북서쪽으로 가지를 친 한남정맥이 수원 북쪽 광교산(582m)을 지나 의왕시와 경계를 이루는 백운산(566m)에 이르면 서쪽으로 휘어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의왕시 남쪽 오봉산(204.2m)~감투봉(185m)~쑥고개까지 잔잔하게 이어진다.
쑥고개를 지난 한남정맥은 슬기봉(469m)을 들어올린 후 북동으로 지맥을 하나 흘린다. 이 지맥 상에 수리산(修理山) 정상 태을봉(太乙峰·489,2m)~관모봉(冠帽峰·426.2m)을 들어올린 후 여맥들을 안양천으로 가라앉힌다.
한남정맥은 슬기봉에서 일단 서쪽으로 이어져 약 1km 거리 451.5m봉에서 남서쪽 바람고개 방면으로 능선을 분가시킨 다음,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수암봉(秀岩峰·398m)으로 이어진다. 수암봉을 지난 한남정맥은 시흥 운흥산(203m)~인천 계양산(395m)을 지나 김포 문수산(376m)으로 이어진다.
수리산은 산세가 H형이다. 한남정맥을 서쪽으로 살짝 틀어 나가는 슬기봉과 그 서쪽 451.5m봉을 가로축으로 볼 때, 451.5m봉 북쪽 수암봉에서 451.5m봉 남서쪽 바람고개 능선으로 세로로 능선이 이어지고, 슬기봉 북동쪽 관모봉과 태을봉에서도 슬기봉 남쪽 쑥고개로 능선이 세로로 이어져 H자형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맞춰 북으로는 안양 병목안~담배촌이, 남으로는 군포시 속달동 납다골이 분지같은 계곡을 이룬다. 이 계곡을 가두고 있는 능선들을 경계로 대략 북동으로는 안양시, 남동으로는 군포시, 남서쪽은 안산시, 북서쪽으로는 시흥시가 수리산을 감싸고 있다.
수리산 이름은 산본이나 군포에서 바라볼 때 산세가 비상하는 독수리 형상으로 보이는 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태을봉 정상비석에는 이 ‘안양천과 수리산이 산태극 수태극의 형세와 같아서 태을풍수의 명당처로 꼽혀 산 이름이 자연 태을봉이 되었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또 옛날사람들은 십간(十干)의 하나였던 태을(太乙)을 부귀의 근원으로 보았다. 그래서 극심한 가뭄이 들면 태을봉에서 기우제를 지냈는데, 신기하게도 비가 내렸다는 설도 있다.
태을봉 남쪽 슬기봉 이름도 본래는 수리의 한 종인 솔개에서 생긴 이름이라 전해진다. 태을봉과 마주보는 수암봉도 예전에는 독수리바위 봉우리라는 뜻인 취암봉(鷲巖峰)이었다. 그런데 이 이름이 구한말 때 일제가 쓰기 편한 한자로 개명하면서 편의대로 수암(秀岩)으로 바뀌었다 한다.
수리산 이름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와 지명 유래로는 고산자 김정호가 지은 대동지지 안산군조에 ‘수리산은 안산 고을 동쪽 5리에 있는데, 태을산이라고도 말하고 또 견불산이라고도 말한다. 깎아지른 듯 높이 솟은 독수리 바위봉이 있는데, 이 고장 방언으로 독수리를 일컫기를 수리라고도 한다(修理山州東五里一云太乙山一見佛山頗峻高鷲巖峰方言謂鷲爲修理)’라는 기록으로 전해진다.
수리산은 70년대까지는 안양 병목안쪽에서만 등산이 이뤄졌던 산이다. 그 후 78년 안산군에 반월공단단지가 건설되고, 89년 안양시에서 나뉜 군포시 산본 신도시가 눈부시게 발전되었다. 따라서 안산시 공단과 신도시 주거지역 등이 산 아래에 넓게 포진하면서 사방으로 등산로가 형성되기 시작,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수리산 서쪽은 서해안고속도로, 산 밑으로는 서울외곽고속도로가 관통되어 있다. 산 동쪽과 남쪽으로는 전철이 운행되어 동네 뒷산 찾듯이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산이다.
코스가이드
▲수리봉
수리산은 산 동쪽인 인구밀집지역에서 오르내리는 코스가 가장 많다. 또 이 지역은 전철 안양역·금정역·명학역·산본역·수리산역·대야미역 등을 기점으로 도보로 길어야 20분 안팎이면 등산로에 닿을 수 있다.
안양시 방면은 60년대부터 수리산 들목으로 이용되어온 병목안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안양소방서 방면 현충탑, 안양소방서 남쪽 만안여성회관, 여성회관 남쪽 명학동 등에서 관모봉을 경유해 태을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많이 이용된다.
군포시 방면은 등산로가 가장 많다. 산본동 태을초교에서 태을봉 방면만 네 코스가 있다. 태을초교 남쪽 수도사업소에서 오르는 길도 인기 있고, 수도사업소 남쪽 수리동 광천약수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광천약수 남쪽 피크닉장에서는 상연사~남서릉, 성불사~만남의 광장 경유 코스가 대표적이다. 더 남쪽 수리산역과 대야미역에서는 쑥고개~슬기봉, 또는 쑥고개~수리사 경유 코스가 인기 있다.
안산시에서는 상록수역에서 바람고개 능선~수리사 갈림길~수암봉, 일동 라스베가스공원~바람고개 능선~수암봉 갈림길~수암봉으로 가는 코스가 있다. 이 코스들은 수암봉까지 10km가 넘는 중장거리 코스다. 안산시 북쪽인 수암동에서는 거리 2km 안팎인 짧은 코스가 네 곳 있다.
상기 코스들을 구역별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코스 위주로 소개한다.
병목안 시민공원~제1만남의 광장~산림욕로~제3전망대~정상
병목안 삼거리 버스정류소에서 남쪽으로 크게 패어든 계곡 초입에 병목안 시민공원이 있다. 시민공원 위로 V자로 패어든 지계곡 상단부에 깃봉이 세워진 봉우리가 관모봉이다. 관모봉 오른쪽 코끼리 머리처럼 두루뭉실하고 가장 높게 보이는 봉은 태을봉 북릉 상의 475m봉이다.
버스정류소에서 다리를 건너 시민공원을 통과해도 지계곡 입구에 이른다. 또는 담배촌계곡으로 들어가는 도로(시민공원 오른쪽)로 2~3분 가면 계곡 입구의 석탑교에 닿는다. 석탑교를 건너면 공원길과 만나는 관리초소 앞이다. 초소에서 약 50m 가면 공원안내도 앞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계곡길로 들어가 8~9분 가면 제1만남의 광장에 닿는다.
제1만남의 광장을 뒤로하고 약 50m 오르면 술병 두 개를 세워 놓은 듯한 모습을 한 석탑 2기가 있는 삼거리(←맨발로 걷는 길 770m, ↓병목안 600m, 백영약수터↑)에 닿는다. 높이 7m에 폭 3m 크기인 석탑은 지난 90년 5월 수리산 산림욕장 개장과 한께 축조된 것들이다. 병목안이란 이름은 계곡 입구가 호리병 주입구처럼 갑자기 좁아지는 병목형이기 때문에 생긴 지명이다.
석탑을 뒤로하고 20m 가면 또 삼거리다. 직진하면 백영약수~박쥐능선 방면이다. 오른쪽 다리를 건너 사면 길인 산림욕로를 따라 15분 가면 제1전망대에 닿는다. 태을봉 북서릉 상에 세운 정자로 병목안 일대가 잘 조망된다. 남서쪽 계곡 건너로는 수암봉이 마주보이고, 수암봉 아래로는 수암터널과 이어지는 서울외곽고속도로도 조망된다.
제1전망대에서 사면 길로 10분 가면 제2전망대(↑제2만남의 광장, ←태을봉 850m, 제1전망대 300m→)에 닿는다. 동쪽 능선은 475m봉 서릉이다. 이 능선을 타고 20분 오르면 475m봉(←관모봉 620m, 태을봉 280m)이다. 475m봉에서 10분 오르면 수리산 정상인 태을봉이다.
제2전망대에서 남동쪽 사면 길로 6~7분 가면 나무난간 길로 들어서고, 곧이어(약 4분) 출렁다리를 건너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면(약 100m) 바위지대에 걸친 철계단을 내려서서 작은 협곡을 횡단하고, 이어 급경사 오르막을 10분 가량 오르면 태을봉 서릉 상의 제3전망대(↑제2만남의 광장 2,650m, ↓제2전망대 540m, ↓제1만남의 광장 1,500m)에 닿는다.
제3전망대에서 남으로 계속 이어지는 산림욕로는 잣나무숲~장수약수~제2만남의 광장~수리산약수로 이어진다. 제3전망대에서 동쪽 가파른 태을봉 서릉으로 15분 오르면 태을봉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