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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기법과 주제의 설정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I. 열며
발상은 창작의 동기 또는 실마리를 잡는 두되 작용으로 착상, 영감, 아이디어로 표현된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예술을 창작할 때 그 내용을 머릿속에서 구성하는 일이다.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번득임을 사로잡아 문장화하는 단계를 발상의 과정이라고 하고, 발상이 이루어지면 구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수필에서의 발상은 일반적으로 경이와 충격에서 얻어진다. 만인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일반적 현상에서 자기만이 받는 충격과 경이, 그것은 독창성을 띤 수필의 주제를 떠받치는 제재가 된다.
발상은 일상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데서 수필의 주제와 제재를 발견하는 순간적 포착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필의 착상은 평소에 갖추고 있는 내재적 능력이 밖으로부터 어떤 자극을 받을 대 일어난다. 이때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어떤 상이 떠오르게 된다. 무심코 대문을 나서다가 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낙엽을 발견하고 생명의 쇠잔을 느낀다든지, 무심코 버스를 타고 가다 창가에 비치는 두 다리가 짤려 나간 어느 행상의 강렬한 몸짓에서 생의 애착을 발견하는 것들이 발상의 사례라 볼 수 있다.
II. 펼치며
1. 발상의 전제
수필은 발상이란 과정을 거쳐 태동되는 것이다. 그러나 수필을 위한 발상이 자연발생적일 수도 있지만 당장 한 편의 수필을 써야 하는 목표를 앞에 놓고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순간적으로 발상이 쉽게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이 쉽게 오지 않은 법이다. 의도적인 또는 강요된 글쓰기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거기에 꼭 맞는 글감을 찾는 수필적 발상은 그만큼고통과 인내가 따른다하겠다. 발상은 위해서는 전제가 되어야 할 요건이 있다.
1) 수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한다.
먼저 수필이 어떤 글인가를 알고 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한 편의 수필다운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수필에 대한 분명한 이해, 곧 수필문학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필이 무엇인지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자칫 잡기나 일기문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수필은 자신의 경험한 것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주제나 제재 중심의 문학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소재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
늘 보는 것일지라도 애정을 갖고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수필의 시작은 바로 글감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에 어떻게 애정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수필감이다’하고 느껴지는 것도 있을 수 있으나 작가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은 항상 글을 쓰고자 하는 동기가 발현되어 있다는 점이고, 그럴 때 모든 것에 남다른 애정을부여하다 보면 그 가운데서 두드러지게 마음에 다가오는 것이 글감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애정 부여가 스파크를 일으키게 되면 이것이 글감이라는 감이 온다.
3) 글감이 주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글감이 주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글감이 주는 메시지 곧 발신음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애정을 주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애정을 주게 되면서 저마다 특색 있는 모습들로 보이기 마련인데, 그것들을 단순히 보이는 것들로만 보지 말고 그들마다 내는 독특한 소리, 빛깔, 모양을 작가의 촉각으로 듣고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귀, 눈, 생각의 안테나로 발신되는 정보들을 받아 가슴으로 안아서 그것들이 그 가슴 속에서 따뜻하거나 차갑게 되어 느껴지는 떠오름이 수필감이 되어야 한다.
2. 발상의 기법
한 편의 수필을 쓸 때, 그 착상의 비중은 너무나 크다. 그러나 착상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 평소 끊임없는 독서와 사색과 체험으로 인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경험의 축적에 의한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착상은 1) 모방, 2) 선택, 3) 분석, 4) 종합, 5) 이상화의 논리 구조 속에서 그 씨앗을 품는다. 예를 들어 작가의 마음속에 어떤 것을 모방하고 싶어 하는 본능 작용이 강한 사람은 착상이 자기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섯 가지 논리 구조 속에 있는 착상의 씨앗은 판단력과 관찰력의 도움을 받아 결상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1) 체험적 발상
수필은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일인칭 문학인만큼 누구나 직접적인 경험의 세계에서 가장 손쉽게 발상의 계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대체적으로 모든 수필의 발상이 체험의 충격과 경이에서 출발한ㄷ. 문학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그 중에서도 수필은 자기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수필은 자기의 체험과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자기의 느낌과 의미를 현실화시킨 것이기 때문에 그 체험과 진슬을 독자에게 공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2) 상상적 발상
문학은 상상의 소산이고, 사람은 무한한 상상력의 존재다. 상상의 세계는 있을 법한 가능성의 세계를 말하게 되는데, 사물을 직시하는 눈이 표면적이라면 상상은 입체적 공간을 의미한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감상, 체험들을 극대화시키거나 미화시켜 새로운 정서로 용해시키는 일은 창작의 기초가 된다. 좋은 수필의 발상이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사색을 생활화해야 한다. 사색의 과정을 거친 착상은 어떤 문제성을 제시한다.
3) 정서적 발상
사람은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생각하는 관점이 틀려서 각자의 정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시인은 시적 영감을 통해서 작품을 탄생시키지만 자기 정서를 통해서 암시적 모랄과 상징, 정과 한, 삶의 진실과 고뇌를 사색하고 관조하면서 작품을 탄생시킨다. 수필의 분위기는 사람마다의 정서에 기인한다. 회노 애락 등등 수많은 감정 중에서 유독 강하게 지배 하고 있는 분위기가 작품의 정서로 흐르는 것이다.
4) 편중적 발상
자기 기호에 따라 제재를 취사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연에만 관심을 가지고 어떤 사람은 인간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자기 관심 분야만을 일관되게 천착함으로써 그 분야의 전문적인 식견을 수필로 나타낼 수가 있다. 수필은 여러 가지 세계를 다룬다. 꼭 어느 특정 세계를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학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볼 때, 수필은 살을 가꾸는 데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5) 직업적 발상
직업은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하다 보면, 모든 생각이 한 쪽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보고 이해하는 단계에서 직업적인 견해가 우선적으로 따르는 수가 많다. 나무를 보았을 때도, 교사는 교사로서의 직업의식이 발동하고, 기술자는 기술자적인 직업의식이 발생하게 마련인 것이다. 직업적 발상은 규격화된 사고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3. 주제의 설정
주제는 동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동기 그 자체가 주제는 아니다. 또, 주제는 제재 속에서 더욱 구체화되지만, 그렇다고 제재 그 자체가 또한 주제는 아니다. 또, 주제는 작자가 수필을 쓰려고 하는 의도나 목적과는 관련이 있지만 목적 그 자체도 아니며, 뿐만 아니라, 주제는 작자의 인생관, 세계관, 또는 사상에서 이루어지지만 인생관, 세계관 그 자체만도 아니다. 왜냐하면 , 주제란 구체적으로 수필 속에 형상화되어진 의미이고, 또 해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제는 작품화의 과정을 거쳐 작자의 인생관, 세계관, 사상이 작품 속에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작품의 주제와 작자의 인생관, 세계관이 서로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제의 설정요령은 무엇일까? 그것은 작자와 작품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바로 이것이다라고 결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공통적 견해가 있다면, 그 것은 가능한 한 선명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서 참신하고 독창적이면서 자기관조가 가능한 주제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치 있고 유용한 주제로서 자기 경험에서 얻을 구체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반드시 주제를 작품 속에 용해시켜가야 한다는 것은 문학수필에서 상식이다. 명확한 주제의 설정은 수필창작의 스타트가 된다. 주제설정의 기준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4. 설정 기준
1) 주제는 되도록 한정적인 것이라야 한다.
‘나무’를 그리되, 소설이라면 뿌리, 줄기, 가지를 있어야 할 제 자리에 완벽하게 갖추어 놓음으로써 형상화가 가능하지만, 수필의 경우는 그와 다르다. 가지나 뿌리, 잎이나 열매 중 그 어느 하나를 통해 나무 전체를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제가 한정되면 중심사상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2) 주제는 스스로 처리 가능한 것이라야 한다.
경험한 그 실체는 창조의 동기가 된다. 수필은 작가의 주변사나 생활일상을 재음미, 재조명함으로써 의미화가 가능한 문학이기 때문에 그 경험을 통한 주제의 선정은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주제는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여야 하다. 수필의 내용은 친구와 마주 앉아 격의 없이 나누는 ‘말’과 같아야 한다. 그 말은 문장의 경우에도 해당되고, 주제 설정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4) 소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첨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전술한 바 참신하고도 독창적인 주제를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하여 주제 설정은 이것만으로써 전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수필가가 되려면 일차적으로 풍부한 인생 경험과 폭넓은 독서를 통해 다양한 교양 체험을 쌓아야 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리고 이런 바탕 위에 상상력, 연상력, 직감력, 분석력, 추리력, 창조력, 유마감각 등 일곱 가지의 자질도 겸비해야 할 것이다. 이런 바탕과 자질이 겸비되어 있는 다음, 다음과 같은 열 가지 착상법을 적재적소에 능수 능란하게 운용할 수만 있다면, 주제 찾기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되리라 본다.
5. 설정 요령
1) 가설 추리
가령 석굴암을 둘러 볼 때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대불의 모습을 보고 다음과 가은 가설을 세워 볼 수 있다. 왜 대불의 체형이 정신형의 가냘픈 심성질이 아니고 비만현의 비만형의 영양질일까? 만약 심성질이라면? 이런 가설에 우리는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해 볼 수 있다. 첫째, 그 당시의 유행적이고 전형적인 불상의 체형이 비만형이라고 한다면, 인자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에서인가? 둘째, 그것을 조각한 석공의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천민 계급이었던 석공이 가령 못 먹어서 빼빼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평소에 자기 체형이 비만형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수 있다면 그 욕구 충족의 투영 현성이 그 조각에 형상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바꾸어 말해 이런 가설을 세워 상상과 추리를 해나가다 보면 거기에 걸 맞는 참신한 주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2) 유사 현상
이른바 아날로지에 의한 착상법인데, 자연계를 잘 살펴보면 그럴듯한 풍부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자연계 이외에도 습관이나 사고방식이 다른 유럽의 예 또는 다른 소재에서 유사성을 발견해 낼 수도 있다. 가령 공작과 노고지리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어떤 특성을 유추에 낼 수도 있다. 공작은 깃털은 아름답지만 날 수도 없고 노래도 할 수 없는 반면 노고지리는 깃털을 볼품없지만 하늘을 자유로이 날면서 멋진 노래를 한다는 사실을 통해 사람도 신이 부여한 각자 나름의 능력의 한계와 그 장점이 한 가지씩 있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하겠다. 가령 문명의 한 현상을 맥루한이 ‘인체확장설’로 설명하면서 눈-망원경, 다리-비행기, 귀-음파탐지기 등으로 확장되었다고 했는데, 이 설도 결국은 유추발상에서 나온 아이디어라 하겠다.
3) 대비 현상
가령 세계의 4대 성인들의 공통점을 비교법을 통해 찾아보아도 흥미로운 수필적 접근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대조법을 통해서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아시아에서는 톱을 당기면서 자르는데 미국에서는 톱니가 밭대 발향으로 되어 있어 밀어내면서 자른다는 사실과 더불어 스푼 사용에 있어서도 미국에서는 밀어내면서 떠올리는데 우리는 앞으로 당기면서 떠먹는다는 사실을 통해 어떤 이치나 사고방식의 차이점을 도출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4) 의문 현상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어보는 것이다. 가령 예수의 제자는 12명이라는데 대해 의문을 가져 볼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유대 민족의 12지파의 대표로 한정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약 정과 부대표를 두었다면 24명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왜 여자는 한 사람도 없는가라는 의문을 품어 본다면 그런 착상에서 한 편의 흥미로운 수필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5) 역설 착상
기존의 개념이나 가치를 정반대로 생각해 보는 착상이다. 수필의 묘미가 역설에도 있는 만큼 이런 착상법의 훈련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령 자가용의 편리성 때문에 요즘은 자가용 흥수 시대가 되어 있다. 그러나 역사고로 자가용의 불편성이나 위험성에다 초점을 맞추다 보면 <무자가용이 상팔자>라는 수필이 있을 수 있을 것이고 또 ‘돈이 많으면 좋다’라는 물질만능시대의 병폐를 꼬집고 한편 떼강도들의 침입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역 사고에서 <돈 없음의 행복>이란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역사고법에 착안하여 흥부와 놀부를 두고 이미 흥부격하론이나 놀부변호론이 나왔으며 나아가 소크라테스의 처였기 때문에 세계적인 악처로 소문나게 된 크산티페를 위해 역사고로 <크산티페 변호론>이 나왔던 것이다.
6) 역상 착상
상식을 뒤엎어서 생각해 보는 착상이다. 이는 역사고의 착상과 비슷하다 하겠는데 상식선에서 노상 사물이나 어떤 현상을 바라다보면 신선한 착상은 절대 떠오르지 않는 법인만큼 상식을 뒤엎어서 다시 생각해 보는 노력도 열심히 해 보아야 한다.
7) 고정 관념
가령 가을에 관한 수필을 쓴다고 하자. 고정관념에 매달려 있다 보면 ‘슬픈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결실의 계절’, ‘독서의 계절’ 중 어느 하나를 택하기 마련이고 그러면 진부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대로 ‘기쁨과 희망의 계절’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그런 대로나마 참신한 착상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8) 시점 변화
사물을 관찰할 때 정면 관찰도 있고, 측면, 후면, 수직, 입체 관찰이 있을 수 있듯이 어떤 소재를 택하여 합당한 주제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관점을 바꾸어 다각적이고 다양한 관찰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런 착상법은 한 우물을 계속 파고들어 가는 ‘수직적 사고’가 아니라 여러 개의 우물을 동시에 파보는 것이 물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이른 바 수평적 사고와도 통한다 하겠다.
9) 풍속 착상
낡은 지식이나 낡았다고 생각되는 사고나 사상 그리고 낡았다싶은 민속이나 풍속에서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도 있다. 가령 분만 시 총각의 붉은 머리 댕기를 복부에 얹어 놓으면 순산한다는 것을 속신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심리적 무통분만설과도 관계가 있다고 보는 해석이 그 예일 수도 있다.
10) 결합 착상
이 사고법은 이것저것 서로 다른 이질의 것들을 서로 결합시켜 보는 사고법을 말한다.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는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다 전혀 관계가 없거나 혹은 인연이 먼 서로 다른 것들을 끌어들여 들러 맞추다 보면 새로운 착상이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11) 테마 수필
현대는 전문성, 독자성, 개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테마의 개척이다. 수필가 은옥진은 ‘나무’를 테마로 수필을 썼고, 이정원은 ‘꽃’을 테마로 10년 동안 100여 편의 수필을 썼다. 한계성과 단조로움이 있긴 하지만 작가의 독자성과 개성을 높여주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12) 자기 노출
다음으로 자기 노출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수필은 작가의 인생 모습을 투영시킨 글이다. 주변 인물이 아닌 작가의 심경, 체험, 이상과 철학, 인생관, 교양, 취미까지도 드러낼 수 있다. ‘나의 필적’ 또는 ‘나와 우정’ 등의 제목으로 수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13) 인물 수필
다른 한편으로 인물수필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우스운 외양이나 우스운 행동에서 소재를 구하는 것이다. 자기의 성격상 결점, 무지나 오만에서 오는 실수담 등을 제재로 하는 수필은 읽는 재미를 줄 것이다.
14) 사회 수필
또 대항 이데올로기 기능의 심화 확산하는 글을 써 보는 것도 유익하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가는 글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로 향해 가는 글이다. 붓 가는 대로 쓰는 그이긴 하지만 그 가는 방향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아니라 사회공동체다. 이런 수필은 기존의 질서나 가치를 재발견하여 그 허위의식을 폭로, 비판하는 글이 된다.
15) 한국적 수필
한국적인 것의 발견에도 시선을 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물건, 선조의 손때가 묻은 도구나 한국의 전통적 소재를 찾아 수필을 써보는 것도 잃어버린 우리 것을 찾는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16) 미학 수필
‘한’이나 ‘정’ 등은 우리 민족의 독특한 정서다. 정서적 환기력이 있는 소재나 주제를 선택하여 수필을 써 볼 일이다. 예술 활동은 미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미술관 관람이나 예술품의 감상을 통해서 미학성을 찾아내는 지적 작업도 좋을 것이다.
17) 휴머니즘 수필
가슴 서늘하거나 후끈한 인간미가 배어 나오지 않는 글은 작품이 될 수가 없다는 차원에서 삶을 가꾸는 수필 쓰기도 중요하다 하겠다. ‘화초풍월’보다는 인정을 찾아내는 일도 의미 있다고 하겠다.
18) 바다 수필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지만, 쉽게 바다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누구나 바다를 동경하며 사는 것이다. ‘바다’ 소재를 외적 공간이나 내적 공간, 또는 상상적 공간으로 설정할 수 잇을 것이다.
19) 공동제 수필
지금까지 수필은 전부 일인칭의 글로 인식되어왔다. 실험적인 발상으로 수필의 외연을 새롭게 확장하는 방법의 하나로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두 명이나 세 명이 번갈아 가며 글을 전개시키는 수필도 실험적인 차원에서 고려해 볼 수 있겠다.
20) 여행 수필
웰빙 등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여유가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예전보다는 훨씬 해외여행을 나가는 횟수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견문을 통해 아주 인상적으로 느꼈던 것과 자기 체험의 교훈을 제재와 결부시키면 좋은 기행수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III. 나가며
끝으로 위에서 열거해 본 스물 가지의 착상법으로 비록 참신한 주제가 설정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너무 기발하거나 괴벽스러워 보편타당성을 얻지 못한다면 주제로서의 가치성이 없다 하겠다. 참신한 주제일수록 가치성, 시대적인 필요성, 보편타당성, 독창성, 개성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명작은 어딘가 모르게 남달라야 한다는 얘기는 수필이 어떤 주제로 씌어져야 한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보면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낼 수가 없다. 주제를 놓고 주제문을 작성해 보는 일이 또한 중요하다. 예를 들면 <오늘의 물가고>라는 주제에는 ‘요즈음, 물가는 천장 높은 줄 모르게 껑충 껑충 뛰기만 한다. 그렇다고 울며 겨자 먹기로 생활필수품은 안 살 수도 없는 형편이다.’라는 주제문이 나올 수도 있으니 작가가 수필을 쓰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주제문을 한 번 작성해 보는 것이 중요한 작업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이 주제문이 구체화되었을 때 수필을 쓰고자 하는 의욕이 일어남은 물론, 주제 제시가 뚜렷한 수필을 쓸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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