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수복 (3) 김성일과 왜승 현소

[고영철]

다음에 간 곳은 원래 계획에는 없던 것이었지만 가이드가 데리고 간 곳이다. 鶴翼山西山禪寺의 김성일詩碑이다. 통신사로 왜에 갈 때 김성일은 일본의 동태를 살피고 오라는 선조의 명을 받고 황윤길과 함께 일본을 보고 돌아가서 황윤길은 침략이 있을 거라고 보고했는데 침략은 없을 거라고 보고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절이라고 하나 한국의 절과는 내부 시설이 많이 다르다,

그런데 詩碑가 세워진 서산사라는 절이 조선을 염탐하고 돌아가 왜의 앞잡이 노릇을 철저히 했던 현소가 세운 절이란다. 김성일과 현조는 어떤 의미에서는 임진왜란의 두 주역이 아닌가! 현소는 선조21년(1588)부터 조선에 드나들며 자국의 내부사정을 설명하고, 일본과 수호관계를 맺고 통신사를 파견하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면서 조선의 실정을 잘 파악하여 풍신수길에게 성공가능성을 심어준 사람이고, 김성일은 倭의 실정을 잘못 파악하여 조선이 대비를 하지 못하도록 한 사람이다. 그러나 김성일을 두둔하는 편에서는 왜의 침공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까닭은 민심이 흉흉해질까 봐 그랬다고 한다. 

유성룡의 징비록에는 김성일이 침략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전쟁 소식으로 인한 내부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그런 보고를 했으며 유성룡에게 왜군의 상황을 보고하여 유성룡이 이순신, 권율 등을 통해 대비토록 했다는 것이다. 징비록을 자세히 읽어 봐야 하겠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판단한다면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황윤길은 칭찬을 받고 김성일은 벌을 받아야 할 터인데 실제로는 임진왜란 발발과 함께 황윤길은 선조임금에게 벼슬을 받지 못했고, 김성일은 처음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파직되었고 의금부로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받아 상경하던 중 경상도초유사로 임명받았다. 이는 유성룡 등이 선조에게 지극히 간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왜군에게 점령당한 경상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의병을 모으고 민심을 수습했으며 군량미와 무기를 확충했다. 그러다가 1593년 진주성에서 사망했다.

서산사 뒤 산 기슭에 원래의 시비가 왜승 현소의 부도탑과 함께 나란히 서 있으며 경내에 있는 시비는 국제퇴계학회 김경희 이사장과 의성김씨문중회 사람들이 平成12년(2001)에 세운 것이다. 김성일이 통신사로 다녀간 것만을 기념하기 위해서 비석을 세웠다면 별 거 아닌데. 뭔가 더 깊은 뜻이 있어서 세웠을 것으로 보고…. 일단 시의 내용은 이렇다.

一堂簪蓋兩邦臣	한 마루에 의관 갖춘 두 나라 신하
區域雖殊義則均	구역은 달라도 의리와 법식은 고르다네.
尊俎雍容歡意足	술자리에 조용한 용모 환영의 뜻 만족하니
傍人莫問主兼賓	옆 사람들이여 주인과 손님을 묻지 마시오.

결국 이 詩는 왜승 현소와 마주앉아 지었다는 말이다. 이 시 내용만을 보면 김성일과 현소가 매우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만 김성일이 통신사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그렇지도 않았다. 1590년6월16일 황윤길과 통신사로 대마도에 도착하였고 7월22일 관백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는데 관백 풍신수길이 11월7일에야 보낸 국서에 전하를 각하로, 예폐를 방물로 격하하고, 본문 중 곧 바로 명나라로 쳐들어가려 하는데 귀국이 먼저 달려와 입조했다는 구절이 있어서 김성일은 답서를 가지고 온 왜승 현소에게 부당함을 강력히 질책하여 되돌려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깊은 뜻을 찾기는 힘들지만 김성일이 고귀한 학자였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겉으로는 韓日友好增進을 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 옆에는 김성일에 대한 해설을 새겼는데 내용은 이렇다.

〈학봉 김성일 선생은 유향(儒鄕)인 경상도 안동 출신으로 덕행과 훈업(勳業)이 청사에 빛나는 도학자(道學者)였다. 대과급제하여 관직을 두루 거친 선생은 1590년 조선국통신사로 한일 양국의 선린우호를 위하여 국가 외교와 문화사절로 일본을 향한 사행(使行)길에 올랐다. 대마도에 들려 선위사(宣慰使) 현소승(玄蘇僧)의 영접을 받고 객관인 서산사에 체류하는 동안 서로 시를 주고받았는데 그 중 서산사와 사연이 깊은 시 한 수를 골라 이 돌에 새겨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 한다.〉

그밖에 김성일의 왜국에서의 행적에 대한 일화가 하나 있다. 관백 풍신수길의 관저로 영접되어 통신사 행차가 관저로 들어 갈 때 관저 대문에 是門이라고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정사(黃允吉)와 서장관(許筬)은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선생은 "저 종이를 당장 떼도록 하여라" 명하였다. 선생 분부대로 종자들이 글씨를 뗀 뒤에 문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사람들이 선생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是자에는 저들의 사악한 저의가 있다. 문에다가 여기가 문이라는 표시를 왜 하겠느냐? 글자를 풀이하면, 是는 곧 日의 下人이 아닌가” 하였다. 듣는 자들이 경탄하였다 한다.

[알뜨르]

16세기 당시 였지만 ...정사 김성일 부사 황윤길하면, 무척 아쉬운 대목이긴 합니다,,,

[비케이]

그래도 여행을 갔다오니 확실히 대마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지네요...ㅎ

[소나기]

안동에 가면 학봉고택이 있고 학봉기념관이 있었어요. 왜 두사람이 의견이 그렇게 달랐는지 당파싸움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윤아]

기존에 가졌던 생각들이 수정이 되네요 . 하나를 알아도 깊게 아는게 중요한것 같아요

[오멍가멍]

두고 두고 왈가왈부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