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작가 이상권, 끝나지 않는 시대의 비극을 그리다!
“우리 몸에는 원자 폭탄
‘리틀 보이’의 피가 흐르고 있어.”
두려움 속에서 숨어야만 했던 원폭 피해자들과
함께 사라져버린 수많은 생명에 대하여―
시간여행을 통해 만나는 히로시마 피폭 3세대 박선과
그 가족의 이야기!
“손님, 머리통이 참 예뻐요. 귀걸이를 하면 훨씬 예쁠 것 같아요.”
그 말이 너무 고마워서, 미용사라는 직업이 이렇게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일이구나 하면서 나중에 누군가를 위로해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다.
빡빡머리로, 그런 무방비 상태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낯설었다. 박선은 모자 하나 준비하지 못한 채 일을 저질러버린 자기 자신을 타박했다. 박선은 도움을 요청하듯 하늘만 보았다. 그렇게 나무처럼 서 있었다. 한참 뒤에서야 햇살이 몸속을 어루만지고 있음을 알았다. 빡빡머리로 스며드는 그 따스함에 괜히 눈시울이 울컥했다. 그때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이따가 고모네랑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며 어디냐고 물었다. 박선이 다음에 보면 안 되냐고 했더니 고모가 내일부터 출근을 하게 되어 오늘 봤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에라 모르겠다. 어쩌면 오늘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그 모든 것들을 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박선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본문 200~201쪽)“난 시간여행 가이드, 고선생이라고 해.”
어느 날 갑자기 노란 고양이로 변한 박선은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고선생’과 함께 가족들의 시간 속을 여행하게 된다.
그러던 중, 박선은 고선생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촌 동생 신해에게서 이상한 경고를 듣게 되는데…….
“너, 충고하는데 그 가이드 더 이상 만나지 마. 시간여행을 하면 할수록 넌 힘들어질 거야. 어쩌면 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시간여행을 통해 뒤따라가는 박선의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 그리고 아무도 몰랐지만 우리 곁에 존재하는 히로시마 피폭 3세대의 이야기!
원폭 피해는 역사 속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시대의 아픔이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터진 원자 폭탄은 한국인 7만여 명의 피해를 빚어냈다. 피폭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도 컸지만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원자병’에 걸렸다며 마을에서 쫓겨나고 버림받은 이들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살기 위해 일본에 있었다는 사실을 숨겨야만 했던 사람들이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 존재했다.
핵전쟁, 원자 폭탄 피폭이 더욱 무서운 것은 이러한 고통의 고리가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에도 끊어지지 않고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원폭 피해는 역사 속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시대의 아픔이다. 이상권 작가는 무월경, 심근경색, 소아암, 탈모 증세 등 끊임없는 질병과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편의 시간여행 스토리 속에 생생히 녹여냈다. 고양이로 변해 떠나는 시간여행 속,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가족의 비밀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이야기는 내 어린 시절, 그 소녀에게 바치는 사과의 편지다. 내 또래였던 그 소녀는 지금 어디에선가 원자병을 달래면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어른이 된 그 소녀에게 드리는 연대의 노래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소녀를 위로해주고 깊이 노래하고 싶다. -창작노트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생태 작가이기도 한 이상권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 폭탄 투하라는 커다란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도, 이를 인간의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아무 잘못 없이 영문도 모르고 사라져간 참새, 왜가리, 고양이, 강아지…… 인간과 자연이 가진 생명의 무게는 모두 똑같다는 것을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눈에 보일 듯 생생하게 그려진 이야기는 여전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피폭 2, 3세대와 영문 모르고 스러져간 수많은 생명에게 연대의 노래를 전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환상적인 시간여행 속 가족의 비밀이 ‘원자 폭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과 맞물려 흥미진진하게 풀린다. 무거운 주제를 아름답고 따스한 시선으로 감싸 안은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자.
줄거리
생리가 늦어 고민인 17살 소녀 박선은 어느 날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노란 고양이가 된 것! 어리둥절한 박선의 앞에 하얀 고양이가 나타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지금 3일 전, 박선 네 시간 속으로 들어와 있어.” 하얀 고양이의 정체는 바로 시간여행 가이드 고선생이었다. 고선생은 자신이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박선을 찾아왔으며, 의뢰인의 부탁대로 박선을 시간여행자로 선택했다는 말을 전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고모와 건강이 좋지 않은 사촌 동생 신해의 시간 속을 여행하던 박선은 고선생의 존재를 알아챈 신해에게서 이상한 경고를 듣게 된다.
“너, 시간여행 가이드를 만나고 있지? 충고하는데, 그 가이드 더 이상 만나지 마. 네가 시간여행을 하면 할수록 넌 힘들어질 거야. 어쩌면 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박선은 신해 역시 과거 시간여행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여행을 계속한다. 박선의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고 선생에게 시간여행을 의뢰한 ‘의뢰인’은 누구인가?
환상적인 시간여행을 통해 뒤따라가는 박선의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고 살았지만 우리 곁에 여전히 존재하는 히로시마 피폭 3세대의 이야기.
저자 소개 – 이상권
산과 강이 있는 전라남도 마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본 수많은 들풀과 동물들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고 있다. 199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단편소설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를 발표하면서 이야기꾼이 되었고, 이후 일반문학과 아동, 청소년문학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작품으로는 『시간 전달자』, 『신호모데우스전』, 『첫사랑 ing』, 『난 멍때릴 때가 가장 행복해』, 『과거시험이 전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위험한 호랑이책』,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서울 사는 외계인들』 등이 있다. 2016년까지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가 중3 국어 교과서, 『아름다운 수탉』은 중1 국어 교과서, 『새박사 원병오 이야기』는 중1 도덕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현재는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가 고1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창작 노트
이 이야기는 내 어린 시절, 그 소녀에게 바치는 사과의 편지다. 내 또래였던 그 소녀는 지금 어디에선가 원자병을 달래면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어른이 된 그 소녀에게 드리는 연대의 노래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소녀를 위로해주고 깊이 노래하고 싶다.
나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조금도 민족주의적인 입장에서 다가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핵무기와 살아 있는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만 쓰려고 하였다.
내가 시간여행 가이드로 하얀 고양이를 내세운 것도, 인간이 만든 핵무기 때문에 죽어간 수많은 생명 이야기를 언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작가로서 내 능력이 닿지 않아 다른 생명들 입장에서 핵문제를 다루는 것에 너무도 큰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이 아쉬움은 다음 기회에 좀 더 깊게 다루고자 하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죽어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생명들이여! 부디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차 례
어느 날 시간여행 가이드가 찾아왔다
아빠랑 고모가 쌍둥이로 호적에 올라 있다니!
미국에서 온 신해
시간여행 코스는 원하면 바꿀 수 있다
미닫이문 아래 놓여 있던 신발 네 켤레
고모는 왜 프러포즈를 거절했을까?
엄마를 알고 싶어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갔는데
강제 징용 가는 열네 살 소년
지구와 외계 행성이 충돌한 게 아닐까?
몸속에 리틀 보이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할아버지의 그림 속에서 나온 고선생
빡빡머리 시간여행자
에필로그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창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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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히로시마 피폭 3세대.. 원폭자체도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 후의 생각은 아예 해보지도 않았다.
책을 접했던 히로시아의 원폭은 상상초월이었는데 그들의 고통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신청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8.31 14:00
독특한 주제 디스토피아적 소설같아서 궁금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8.31 19:31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신청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9.05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