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2월의 끝자락. 수많았던 분진과 소음을 견뎌낸 전자칠판 설치 공사가 드디어 긴 여정의 막을 내렸다.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맞는 최첨단 기자재에 환호해 줄 초롱초롱한 어린 눈망울들을 기다리는 2월은 짧지만 강렬했다. 마치 새 학기의 설레임처럼.
여러 절차와 과정을 거친 끝에 우리 학교도 모든 수업교실에 전자칠판이 설치되었다. 인테리어적 요소가 가미된 전자칠판 전면보조장으로 더 말쑥한 모습으로 정리되니 교실이 한결 정돈되어 보였다. 방학 내 완공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공사팀의 순조로운 협업 덕분이었다. 폐기물처리팀에서 기존 흑판을 모두 철거하면 기존 천정형 TV 연결선을 정리하고 조명등과 냉난방기 전선들을 정리해주는 전기팀이 와서 전기 배선 작업을 하고 목공팀이 칠판 전면 보조장을 설치하면 전자칠판이 납품되어 교실마다 설치되고 마지막으로 다시 전기팀이 마무리 전선연결 작업을 해주는 공정을 거쳤다. 여러 공사팀이 각자의 순서에 맞게 순조롭게 진행되면서도 빈틈없이 일정을 잡아야 기한 내에 마무리가 가능한 공사였다. 공사팀 간 해결이 어려운 미세한 부분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은 행정실 몫이었지만 공사팀의 전문성과 신속성 덕분에 지연되지 않고 빨리 진행될 수 있었다.
스마트 시대에 맞춰 학교도 1인 1스마트기기와 전자칠판까지 갖춰진 수업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그 혜택을 학생들이 잘 누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학창시절 교과서는 내 짝꿍과도 같았다. 예습할 때 교과서 주요개념을 밑줄 긋고 수업시간 선생님 설명을 들으며 파란 펜으로 메모했다. 배운 내용을 복습할 때는 문제지 풀어보고 틀린 부분을 교과서에서 찾아 놓친 개념을 빨간 펜으로 정리했다. 나는 서브노트 대신 교과서 여백을 활용해 형형색색으로 개념정리와 기출문제 오답정리를 함께 했다. 공부한 내용들을 모두 교과서에 깨알처럼 필기해 놓았기에 시험준비를 위한 마지막 코스는 늘 교과서 정독이었다.
이러한 나의 공부습관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대로였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도 인터넷 강의, 학원 강의, 스터디 모임과 같은 공부 방법은 나와 맞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수험서 하나만으로 단기간에 집중해서 독학하는 게 더 맞았다. 정통 교과서에 해당하는 유명 수험서를 선별한 후 이를 정독하고 기출문제로 실전감각을 익히는 방법으로 사회조사분석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자격을 취득했다. 교과서에 충실한 나는 지면에 쓰인 글자를 그대로 이해하고 머릿속으로 연결 지어보고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념을 확장한다. 나름의 분류화로 구분 짓고 정리하며 재해석하기도 한다. 공부에 있어 교과서는 나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 0순위였다.
나에겐 없어서는 안 될 이런 종이 교과서가 이제 사라진다고 한다. 디지털 책도 출판되고 오디오북도 나오지만 난 아직도 출력된 종이문서를 보고 눈으로 훑어야 제대로 읽은 느낌이다. 그래서 신문도 지면으로 봐야 하는 소수비율의 종이 독자그룹에 속한다. 인터넷으로도 모바일로도 뉴스를 읽을 수 있지만 활자가 주는 무게감을 지면이 주는 안정감을 다양한 분야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다채로움을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방안으로 2025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를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먼저 도입한다고 밝혔다. 디지털교과서는 새 교육과정인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AI 디지털 교과서 적용 교과 교원연수를 위하여 학교급별 및 교과별 디지털 교과서 이해 및 활용 방안 연수, 에듀테크 기업의 연수 프로그램 체험, 교원의 새로운 역할 변화 연수도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시도교육청별로 디지털 선도학교를 2023년 300개교, 2024년 700개교로 운영하고 사례 공유를 추진하여 디지털 콘텐츠 활용과 교사의 역할 변화 등 성공적 모델을 창출하고 확산할 계획이다.
이제 디지털 교과서에 익숙해져야 하기에 학생들은 어쩌면 종이책과도 멀어져야 할 것이다. 대부분 아이들은 지루하고 딱딱한 종이책보다는 시각적 자극으로 짧게 재생되는 쇼츠 같은 영상물을 더 선호한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읽어주시는 잠들기 전 독서습관이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무색해질 만한 학생 독서교육에 앞장선 어느 교장선생님의 열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입학식에서 책 읽어주는 교장선생님`으로 유명한 서울 아현초 교장은 학교에서 책 읽어주기 프로젝트 노하우를 전파하고 계신다. 초등 저학년 독서습관이 평생 독서를 좌우한다며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읽어주는 것이라 했다. 스마트기기 활용 수업이 늘어날수록 독서가 줄어들지 않게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그는 디지털 전환이 빨라질수록 스스로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므로 독서력을 높여야 함을 강조했다.
미국 소설가 마크트웨인은 `앞으로 20년 후 당신이 저지른 일보다 저지르지 못한 일에 후회하지 않도록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떠나 탐험하고 꿈꾸며 발견하라`는 말을 남겼다. 작년에 이에 올해도 활동하게 된 강북교육청 직장 독서동아리의 순항을 기대하며 2023년 독서 탐험의 돛대를 힘차게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