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네 사정은 몰라도
우리 동네의 고령화는 시시각각 심화되고 있음을 피부로 ...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닌 것 같고 시각적으로 확연히 드러납니다.
옆집 통장아줌마....보행보조기 밀기 시작한 지 2개월째입니다.
옆집 장사장님....구급차 두어번 출동하고서 죽자고 싫다고 하는데도 요양원 입원한지 1년되어 갑니다.
무릎 관절염으로 잠시라도 앉아 있지를 못하고 동네 구석구석을 지팡이 짚고 돌아다니는
미스 김의 절뚝이는 걸음 속도가 느려진 것도 눈에 띕니다.
잠시라도 걷지 않으면 통증이 심해서 그나마 걸으면 완화가 된다고 하루 종일 걷습니다.
그레이...
잿빛의 그림들입니다.
당근마켓에 토익 스피킹 교재가 무료나눔으로 나왔습니다.
즉각 나눔신청하고 자전거를 몰고 찬바람을 가르며 약속된 장소에 도착해서
나눔하는 이를 기다립니다.
거친 호흡 잠재우며 이마에 땀을 훔치는데....그래도 겨울이라 춥습니다.
40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 나눔하는 이가 책을 달랑 들고 저에게 다가옵니다.
'당근이세요?'
'글지라....여기 나말고 또 누가 있당가요?'
공손히 책을 전해주던 나눔하는 이...
머뭇거리다가 한 마디 던집니다.
'선생님께서 (나눔하는 책을) 보실건가요?'
의외라는 듯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제 대답을 기다리는 이에게
저도 웃으면서 눈을 마주합니다.
'긍게 이 책을 보기에는 너무 늙은 놈이지요?'
나눔하는 이도 따라 웃습니다.
너무 이른 새벽 led등 불빛이 보드랍게 어둠을 밀쳐낸 방안을 둘러봅니다.
참....욕심사납게도 가지각색 책이 많이도 쌓여 있습니다.
그 많은 책에도 또 욕심이 나서 한 권을 더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영양가없는 지식(AI 도움받으면 될 일을....) 챙기느라
천년을 살 것 같습니다.
동네 커뮤니티에 그저 유쾌하기만한 회원이 신이 나서 글을 올렸습니다.
'외국어 공부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외국어 동시통역이 핸드폰으로 된다네요?'
영어 뿐만이 아니라 중국어도, 그 쉽다는 일본어도 거의 40년을 했지만
단 몇마디를 못알아 듣습니다.
오기로라도 스마트 폰 호주머니에 담아 놓고서
책을 펴 굳은 머리를 천년고문해얄랑가 싶습니다.
'안되면 될 때까지!!!' ....어릴 때 배어버린 참으로 무식한 구호입니다.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입니다.
그리 될 때가 아마도 천년 후가 되지 않을까 싶은 겁니다.
그레이....그레이....
어느 분이 도서관은 어릴 때 가보고 그 후론 기억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분만 그럴 겁니다.
우리 동네 송정도서관 열람실에 앉아서 개기는 영감탱이가 열람객의 2/3입니다.
(그러고 보니 할망구들은 어디에서 놀고 계시나?? 아하...여자 열람실은 들여다 보지 못했습니다)
면적단위로 고령화를 따지면 우리동네가 고령화의 국내 탑을 찍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탑이면 세계에서도 탑입니다.
.........뭐든 탑이면 자랑..............스럽다고 하면 바보입니다.
첫댓글 우울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그래도 현실이라 적응하고 일어날 틈을 찾고 있습니다
정작 본인은 괜찮아하다가도 현실을 진단하는 류의 글이나 방송을 보면 충격을 받곤해요
웃프네요
엊그제 노인문제를 다룬 티비 프로그램 사시기획 창을 보면 웃기지는 않고 슬픕니다.
동네에 노치원이 들어서면 그게 바로 기피시설이 된답니다.
그런데 그런 늙음이 어느날 갑자기 모두의 앞에 서있지요.
부지불식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