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도에 맞는 최적화된 이미지 보려면?포토뷰어 예뻐졌다. 신형 C 클래스를 처음 만났을 때 든 생각이다. S 클래스의 선을 따서 축소 버튼을 눌러 만든 듯, 살짝 앙증맞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실내도 그렇다. 가죽으로 곳곳을 꼼꼼히 감싸고 곡선을 둘러 멋을 냈다. 좋은 소재를 멋지게 아울러 윤택한 느낌까지 든다.
C 클래스의 이런 변화는 벤츠 모델 라인업 확장의 결과다. 최근 프리미어 브랜드들은 앞다퉈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파생형 모델의 출시와 더불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소형화다. 커다란 덩치가 럭셔리를 대표했던 시대는 한참 전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효율적이고 몰기 편한 차를 찾는다. 그와 동시에 차별화된 고급스러움을 원한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앞다퉈 작고 멋진 차를 내놓는 이유다.
CLA 클래스로 대표되는 벤츠의 소형 라인업 확장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구매자들이 기대하는 벤츠의 문턱을 살짝 낮춘 새로운 입문 모델이 됐다. 동시에 C 클래스에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CLA 클래스와의 간격을 더 벌릴 것. 특성과 가격의 차이가 벌어질수록 각 모델에는 분명한 이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벤츠는 C 클래스를 순식간에 럭셔리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독일 3사 중 가장 호화스러운 감각을 자랑하는 그들의 특기를 살려 고급스러움이란 개성을 불어넣었다. 순식간에 기존 모델이 수수해보일 정도다. 비교 시승은 아니지만, BMW 특유의 스포츠라는 개성으로 세그먼트를 지배한 3시리즈에게 벤츠 특유의 럭셔리로 대항하는 모양새다. 미묘하게 상위 모델처럼 끌어올려 경쟁을 벗어나고자 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 | |
|
디자인부터 S 클래스의 것을 재구성한 모양새다. 뒷면에서 볼 때 꼭 닮았다. 옆면에서도 특유의 비율과 유려한 곡선 덕분에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축소 복사 버튼을 누른 듯한 모양새가 조금 귀엽다. 앞모습은 비슷하면서도 제법 달랐다. 벤츠 패밀리 룩을 이어가면서도 C 클래스만의 특징을 살렸다. LED 심어 만든 헤드램프 속 라인이 개성을 더했다.
실내의 변화는 더욱 반갑다. 실내가 마음에 들면 차에서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겁다. 질 좋은 소재와 유려한 디자인이 잘 어우러졌다. 곳곳에 섬세함을 더했다란 생각이다. 버튼을 최소화한 센터 페시아와 터치패드 조작부에 먼저 눈이 간다. 여유로움을 강조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인 모양새다. 도어트림을 봐도 그렇다. 매끈한 가죽과 알루미늄이 잘 조화를 이뤘고, 버튼의 촉감이나 작동감도 좋다.
뒷좌석 공간은 적당했다. 키 180cm의 성인이 타도 충분한 정도다. 뒷좌석 허벅지를 받치는 부분은 짧지만 쿠션이 넉넉해 안락했다. 늘어난 실내공간이 한몫했다. 벤츠는 신형 C 클래스의 길이를 65mm 늘리면서, 바퀴를 앞뒤로 더 밀어내 휠베이스를 80mm 늘렸다. 앞뒤 좌석 공간과 트렁크 공간 키우는 데 쓰기 위해서다. 동시에 효율성도 챙겼다. 차체는 커질지언정 무게는 줄어야 하는 세상이다. 알루미늄과 스틸 하이브리드 섀시를 적용해 신규 장비를 달면서도 무게는 최대 100kg 가까이 덜었다. 벤츠는 하이브리드 섀시가 스틸 섀시보다 70kg 정도 가벼운데다 소음, 진동을 줄이고 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 | |
|
시승차인 C 220 블루텍의 엔진은 직렬 4기통 2.1L 디젤 엔진. 벤츠의 블루텍 기술이 적용됐다. 질소산화물 제거를 위해 요소수를 사용한다. 배기가스가 촉매 컨버터를 지나기 전에 수용성 요소액을 분사, 이후 촉매 컨버터에서 암모니아+질소+질소산화물이 화학반응을 거쳐 질소와 물로 분해되는 방식이다.
엔진의 성능은 전 세대 모델과 같다. 최고출력 170마력을 3,000~4,200rpm에서 내고 최대토크 40.8kg·m을 1,400~2,800rpm에서 낸다. 자동 7단 변속기를 짝 맞춰 뒷바퀴를 굴린다. 성능 수치는 기존과 같지만, 연비는 크게 뛰어올랐다. 복합연비 기준 17.4km/L다.
시동을 걸자 창가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뜬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되어 속도를 띄우고, 길을 안내한다. 현재 위치도 띄운다. 한글화에 공들인 노력이 보인다. 허나 아직 내비게이션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과속 방지 안내다. 어느 구간에선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안내는 해주지만, 시속 몇 km 이하로 달리라는 안내는 없다.
또한 안내 시 도로명주소를 쓰는 것이 어색하다. 일례를 들자면 “바우뫼로 방면 좌회전”은 아직 어색하다. 차라리 도로 표지판과 같이 이동방향의 주요지를 불러주는 것이 낫겠다. “양재역 방면 좌회전”이 훨씬 익숙한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상당한 데이터를 한글화하고 적용한 것은 좋다. 허나 벤츠는 더 세밀하게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화려하고 세밀한 UI에 익숙해져 있다. 불편하거나 지나치게 단순해도 잘 쓰지 않는다. 실시간 교통 정보 반영 기능도 있는 내비게이션 하나씩을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는 셈이니까.
| | |
|
그러나 부드러운 순항을 즐길 때면, 모든 자잘한 아쉬움은 날아가 버린다. 승차감은 동급 선두를 달릴 정도다. 노면의 질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살짝 단단한데, 충격 흡수력이 상당히 뛰어났다. 부드럽게 가속할 때는 엔진음도 숨을 죽인다. 스톱-스타트 시스템의 반응도 부드러운 편이었으며,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디젤 진동도 거의 없는 편이다.
시속 110km를 유지하면 7단 기어를 맞물려 1,500rpm을 유지한다. 최고 단수에서는 속도를 올려도 엔진 회전수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회전수를 낮춰 달릴 때는 디젤임을 잊어버릴 정도다. 신 모델이라는 점에 혹했는지, E 클래스 디젤보다 조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행 모드는 총 5가지. 에코,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인디비주얼이다. 인디비주얼은 각 사항을 조합한 개인 맞춤 방식이다. 각 모드에 따라 구동계, 스티어링, 공조기 등의 설정을 바꾼다.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을 밟는 것에 비해 드로틀을 적게 여는 기분이다. 게다가 연비를 위한 신신당부도 한다. 계기판 중간에 가속, 감속 등의 에코 가이드를 띄우고, 얼마나 연료를 아꼈는지 보여준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벤츠 특유의 느긋한 느낌이 든다. 반응성은 적절한 정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굵직한 선 긋듯이 토크를 쭉 이어나간다. 여유롭게 달리기 가장 좋은 세팅이었다. 힘들 일 없고 안정적인 주행감각 덕분에 운전이 편했다. 브레이크 또한 균일하게 제동성능을 끌어올리기에 조절이 쉬웠다.
이 특징은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도 그대로다. 물론 빠른 반응을 위해 스티어링 휠의 답력을 키우고 엔진 회전수를 높인다. 가속 페달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4,500rpm 직전에 변속하며 달려 나간다. 두터운 힘을 계속 끌어내듯 달음질해 절로 속도가 붙는다.
허나 역동적인 반응으로 즐거움을 노리진 않는다. 역시 고속안정성과 승차감이 상당히 뛰어났다. 차체의 기울임은 약간 있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달리기보다는, 살짝 기운 후 그 자세를 유지하며 코너를 돈다. 약간의 기울임을 감수하고 몰아붙이면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따른다. 흔들림은 살짝 있을지언정 승차감을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했다.
| | |
|
벤츠는 C 클래스에 럭셔리라는 속성을 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디자인, 전반적인 만듦새, 주행감각 모두가 고급스럽다. 이걸로는 모자라다 생각했는지 상위급 모델에만 달리던 장비도 여럿 가져왔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이나, 부메스터 오디오 등은 시승차에 달려 있지 않았지만, 안전을 위한 차선 이탈 경고, 사각 지대 경보 장치 등의 장비는 주행 중 상당히 유용했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보 장치의 존재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차급을 올렸으니, 가격도 올라야 한다는 벤츠의 논리는 인정해줘야 할까? 허나 부가세 더해 5천650만원에 달하는 시승차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쉽게 구매를 결정할 순 없을 것이다. 경쟁의 정공법 대신 미묘한 상위 이동이라는 변칙을 택한 결과다. 그다음에 경쟁자들이 어떤 식으로 추격을 이어나갈 것인지가 궁금하다.
이번 시승은 비교 시승이 아니었지만, 여전히 C 클래스는 주행의 즐거움이란 부분에선 최고가 아니다. 허나 C 클래스는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럭셔리라는 부분에서 최고가 됐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기대하는 이들이 원하는 대부분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작고 멋진, 고급스러워 욕심나는 차다. 무난하게 달릴, 편안함을 쫓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C 클래스를 원할 이유다. 마지막으로 가격이 조금 맘에 걸리는가? 옛 C 클래스도 가격은 맘에 걸렸다. 벤츠는 원래 비싸다.
글·안민희
사진·김위수(스튜디오 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