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경북~강원 해안 연결, 장기적으로 북한까지 이으면 세계적 평화순례코스로 부각
- 기장군 사업추진 재정 튼튼
- 의료·관광·휴양 클러스터 연계
- 친환경 인프라 확충 모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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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부산 대변항 일원의 해안선. 아기자기한 포구와 해안선이 멋지게 조화를 이뤄 명품 해안길을 낼 수 있는 곳이다. | |
포구들은 후미진 자리를 골라 다소곳이 둥지를 틀었다. 포구의 삶은 치열하다. 파도처럼 꿈틀대고 고기처럼 펄떡거려야 영위되는 삶이다. 바다와 육지가 부대끼는 곳에 동해가 숨쉰다.
■살아있는 해안길
동부산의 최고 매력은 자연 그대로의 해안선이다. 해운대 송정에서 연화리-대변리-죽성리-학리-일광-월내-고리까지 이어진 동해 남부 해안선은 들고 남이 경쾌하고 시원하다. 명품 걷기코스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주 올레길'(올레는 집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이란 뜻의 제주 방언)이 샘을 낼만한 곳이다.
기장에 '동해 올레길'을 만들 수 없을까. '제주 올레' 서동성 사무국장에게 물었더니 "당연히 있다. 없다면 만들어라. 그래야 한다. 접근성이 좋아 훌륭한 해안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부분적인 접근은 되고 있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부산 길걷기 시민모임'은 기장 일대의 동해안 트레일 코스 3개를 제시한다. 1코스는 해운대에서 출발해 미포-달맞이길 문탠로드(Moontan Road)-청사포-구덕포-송정해수욕장- 송정역까지 7.5㎞다. 3시간 정도 투자하면 지금이라도 걸을 수 있다.
2코스는 송정천-용궁사-대변항-월전-죽성천을 잇는 13.7㎞. 여기서부터 본격 동해안 길이다. 해안길과 일반 차도, 포구의 수변로를 두루 경험할 수 있고, 포구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3코스는 더 매력적이다. 죽성천-일광-칠암-동백-임랑-월내-고리까지 장장 21㎞(약 7시간 소요)의 해안길이다.
그러나 1~3코스 어디에도 제대로 걷는 길이 나 있지 않다. 길이 있어도 차로거나 걷는 길이 있다해도 가다보면 끊긴다. '부산 길걷기 시민모임' 이준경 간사는 "국도는 걷기에 위험하고 해안은 미끄러워 안전 문제가 따른다"며 준비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동해안 평화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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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와 강원도는 벌써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북도는 동해안 걷기 코스(동해 트레일)를 개설한다는 목표 아래 세부 계획을 수립중이다. 대구경북연구원 관계자는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처럼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다. 부분별로 코스를 열 것인지, 일괄적으로 열 것인지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는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무대인 동해안 800리 길을 걷기 관광코스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잠재력 무한한 블루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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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이 추진중인 자연생태공원 조감도. 기장군 제공 | |
기장군이 추진중인 동해안 '테마거리'는 하나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다. 기장군은 대변-월전-죽성 간 5.6㎞ 구간에 차도(폭 20m), 자전거로, 인도가 포함된 테마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사업비는 635억 원이며, 2012년 준공 목표로 현재 설계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곳에 친환경적 해양 디자인으로 명품 산책로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본지 '명품부산' 시리즈 자문단인 한국해양디자인협회 김영숙 부회장(일리드 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송정-대변-죽성을 잇는 해안선은 프랑스의 휴양도시 니스에서 모나코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연상케한다"면서 "부산이 니스나 인구 3만의 초미니 국가 모나코보다 못할 게 없는데도 유명세가 떨어지는 것은 부산만의 해양 컨셉트, 그러한 이미지 메이킹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이곳에 자전거 도로를 겸한 산책로를 기본으로 군데군데 테마 꽃동산과 낚시터 같은 친환경적 디자인을 하면 매력있는 해안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해운대나 대변 등지에 3차원 레이저 영상을 활용한 '피기(PIGI)쇼' 같은 '빛의 축제'를 구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바다의 다채로운 원색과 빛의 조화를 통해 전혀 새로운 관광자원을 만들어보자는 주장이다.
■동부산의 대변신
동부산은 오늘도 변화로 꿈틀거린다. 동남권 최대의 '의료·관광·휴양 클러스터'를 겨냥한 인프라 구축이 하나하나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의학원(내년 3월 준공), 중입자가속기센터(예비타당성 조사 중), 국립과학관(교과부 계획안 확정) 등 핵의학·과학 분야의 대형 사업들이 더디긴 하지만 순항 중이다. 게다가 자연생태공원, 월드컵 빌리지, 기장도예촌, 외국인학교, 실버타운 등 관광·휴양 분야의 핵심 사업들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해운대 관광특구와 인접하고, 아시아드·해운대·일광·동부산CC 등 부산지역 주요 골프장을 끼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기장군은 '여유있는' 자치단체다. 기장군이 굵직굵직한 전략 사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배경은 튼튼한 자체 재정이다. 고리원자력을 둔 관계로 매년 지역개발세(기금) 100억 원이 들어오고, 이와 별개로 최근에는 신고리(1~4호기) 건설 특별지원금 740억 원과, 고리 1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해 1610억 원을 확보했다. 주민들과 협약을 통해 용처가 정해진 부분도 있지만, 사업을 위한 시드머니가 어느 지자체보다 풍부한 건 사실이다.
최현돌 기장군수는 "해변과 바다를 어떻게 환경친화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난개발을 막는 것도 현안의 하나"라고 밝혔다. 최 군수는 기장 해안에 세계적인 워터파크를 조성해 돌고래쇼를 유치하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변화의 또 한가지 포인트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동부산 관광단지'다. 최근 개발 주체를 일원화하고 단계별로 분할 개발한다는 방향을 잡았으나, 향후 어떤 그림이 전개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해운대의 워터파크, 서부산권의 가덕도 해양관광단지, 진해 웅동의 복합휴양리조트, 태종대 관광개발사업 등 부산권의 유사한 관광사업들과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하는 것도 과제다. 사업부지 보상에 따른 하루 이자가 약 6700만 원(연 4% 적용시 연간 240억 원)에 달해 재정압박이 심화되고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부산의 미래 비전을 잃게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사업유치를 명목으로 손쉽게 아파트를 허가해 '센텀시티 짝'이 나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변화가 화두라면 이 참에 '동부산'이란 이름을 전향적으로 바꿔보는 발상도 필요하다. '동부산·서부산'이란 용어는 다분히 부산 편의적이며 멋도 맛도 없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누가 동부산을 깨울 것인가.